폐기된 풍경 Obsolete Landscape

김용관展 / KIMYONGKWAN / 金容寬 / painting   2015_1127 ▶︎ 2015_1226 / 일,공휴일 휴관

김용관_Obsolete Landscap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200cm_201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0929e | 김용관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5_1211_금요일_06:00pm

STUDIO M17 4기 입주작가 릴레이개인展 4

후원 / (주)코리아센터닷컴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 Makeshop Art Space 경기도 파주시 광인사길 209(문발동 500-14번지) Tel. 070.7596.2500 www.makeartspace.com blog.naver.com/makeartspace

풍경의 전복 ● 흔히 사람들은 예술은 과학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 사실 무조건 틀린 견해라고 말할 수는 없다. 반대로 예술과 과학이 가깝다고 확언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술적 사고와 실천에는 물리, 화학, 수학적 요소가 내포되어 있으며 과학과 유의미한 관계를 교환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결코 시각예술은 눈을 즐겁게 하는 예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시각성이란 무엇인지를 창의적으로 탐구하는 분야라는 설명이 요즘 시대에는 더욱 설득력을 갖는다. 그렇다면 예술이란 결국에는 한 개인이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보여주는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 현대 작가들이 이데아의 세계를 시각적으로 재현하는 관습을 여전히 따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예술가는 주관적인 사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람이라기보다 훌륭한 모방자, 전달자로만 머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예술가들이 과학적 가치를 응용하는 이유도 다양하다. 예술과 과학의 만남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은 인간 중심 과학을 이루는 혁신적인 조우라도 되는 듯 소란을 떠는 것과는 다른 의미로서의 다양함을 생각해보자. 특히 추상미술과 개념미술의 등장은 미술에 있어서 재현 패러다임을 인식론적 패러다임으로 전환시키는데 중추적 역할을 수행했다. 간략하게 설명하자면, 추상은 시각적 재현이 갖는 유사함이 언어의 효과를 갖게 되는 것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시도였고, 개념미술은 예를 들면 수학, 물리, 화학의 사고 체계를 빌려 세계에 대한 인식을 시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대체하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 그것은 예술의 시도가 세계를 아름답게 재현하기 위함이 아니라 과연 무엇이 세계를 형성하는지,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관한 철학적 궁금증을 따라가는 과정으로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를 이용하는 작가 김용관은 작업을 통해 어떠한 물음을 추적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김용관_Obsolete Landscap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0×200cm_2015

김용관은 수학적 사고 체계를 응용한 평면, 입체, 설치 및 디자인 프로덕트에 이르는 다양한 형식의 조형작업을 전개한다. 수학적 사고는 작업의 동기와 방법론으로 구체화되는데 인사미술공간에서의 개인전에 소개된 바 있는 "닮은꼴"(2012)과 "선과 수가 소수로 이루어진 정다각형들의 이상"(2013)과 같은 작업은 다가갈 수 없는 이상의 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원과 자유의 세계를 바라는 보편적이지만 비범한 이상향을 비유한다. 닮은꼴은 다소 감상적인 소설이지만 더 나은 세계를 꿈꾸던 순수한 시절의 열정이 오롯이 담긴 소설의 표지를 분해 재조합을 한 작업으로 작가에게는 조각과 다르지 않다. 이 평면조각은 조각의 고유성을 양감으로 보는 관점을 흐트러트린다. 더 나아가 소설 표지에 기입된 원 정보를 지시하는 제목은 해체되어 일종의 파편 혹은 흔적으로만 등장한다. 더불어 직사각형을 정사각형으로 변용하여 각 변의 수치를 동일하게 만듦으로써 '이상'이라는 가치를 대변하는 오브제처럼 보이지만, 이상을 지시하는 문자언어의 해체는 이상이 얼마나 추상적인가를 강조하는 것만 같다.

김용관_Obsolete Landscap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300cm_2015

사실 김용관은 조형예술가보다 만화가를 꿈꾸었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만화의 세계가 아닌 예술의 세계로 불시착했지만 만화적 요소가 사라진 것은 아니며 새로운 형식의 만화를 그리겠다는 계획도 여전히 진행형이다. 그가 만화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무엇보다 문자언어와 시각언어가 공존하는 매체라는 이유가 크다. 문자와 시각(혹은 이미지)은 서로를 보충하는 대리물이자 반대로 서로를 지배하려는 속성이 있다. 그는 이율배반적이면서도 공모자 관계인 문자와 시각이 융합된 언어를 만들고자 했다. 대부분의 작업은 수학적 체계를 응용한 그래픽 요소들을 단위로 한 모듈을 적용해 무한히 변주할 수 있도록 설정되어있다. 모듈을 이용해 형태를 지속적으로 만들다보면 유사한 형태가 반복적으로 생산된다. 이 과정에서 의외의 형태가 등장하고 의도하지 않은 형태는 또 다른 원형이 되어 유사한 계열의 형태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작가는 기본적인 단위들을 설정한 후 모듈의 방식에 의해 형태들이 자율적으로 생성되도록 설계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의외의 형태나 색이 개입하도록 스스로 용인하면서 원래의 의도가 변곡점을 만나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지금까지 의도적인 무목(無目) 여정이 갖고 있는 태생적 모순에 의해 이름을 갖지 못 한 채 유기된 풍경을 되찾고자 한다. 여기에서 태생적 모순이란 의도적으로 규칙 없음을 설정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작가의 고백은 아르놀트 쇤베르크가 무조음악을 만들어 의도적으로 조성을 없애려 했지만 결국 또 다른 조성이 비자발적으로 생성되었다는 일화를 연상시킨다. 전시 표제인 『폐기된 풍경』은 작가가 목도한 이 상황을 충실히 대변한다. 작가는 자신이 지향하는 세계를 향한 밑그림의 윤곽을 그리지만 그 세계의 완벽한 지도를 만들 수는 없다. 분명하게 의도의 방향을 제시하지만 그 길을 가는 과정은 비자발적인 사건들이 등장한다. 김용관 역시 자신이 그은 윤곽을 따라가면서 예상하거나 의도치 않은 상황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우연한 만남이 변곡점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번 전시는 마치 쇤베르그의 의도가 또 다른 질서나 의미로 생성되는 것처럼 작가의 의도에 부합하지 않아서 버려졌던 요소들을 되찾은 장면으로 이루어진다.

김용관_Obsolete Landscap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45×290cm_2015

"어쩌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잇는 최단거리의 직선을 그으며 그 사이에 있던 수많은 가능성, 매혹적인 장면을 놓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작가의 글 중에서) 풍경에 관한 책 한 권이 떠오른다. 저자도 책 제목도 생각나지 않지만 아직까지도 명징하게 떠오르는 대목이 하나 있다. 베니스의 골목을 배회하는 내용이었는데, 한 여행객이 작은 교회를 찾아 베니스 구석구석을 헤매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막다른 골목에서 뒤를 돌아보자 신기루처럼 자신이 그토록 찾아 헤매던 교회가 눈앞에 나타났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경험이 바로 풍경이 등장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은 들뢰즈가 자주 인용한 에드거 앨런 포우의 "도둑맞은 편지"도 떠오르게 한다. 내용을 살펴보면, 한 장관에서 도둑맞은 편지로 고통을 겪던 한 귀부인이 경시청에 사건을 의뢰한다. 경시청장은 장관 집을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편지를 찾지 못한다. 왜냐하면 훔친 편지는 은밀한 장소가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게 카드꽂이에 꽂혀 있었기 때문이다. "도둑맞은 편지"는 심리적인 묘사가 많은 단편이다. 들뢰즈가 이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역사와 같은 계승의 차원이 아닌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발적으로 발생한 '사건'이 계열을 만든다는 점이다. 도둑맞은 편지에 관한 심리학적 분석은 경시청장을 논리와 이성의 상징으로 뒤팽을 문학과 상상력으로 보고 있다. 우화적인 이 소설은 맹목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현대인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틀림없이 어떤 목적지를 향해 내내 전진하고 있는데 막상 뒤돌아보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잊어버린 경우가 많다. 목적과 의도만이 강조될 뿐 그 과정이 주는 경험과 걸음의 속도, 형태는 폐기되곤 한다. 어쩌면 김용관은 이전의 작업을 통해 역사를 탐구하면서 동시에 스스로의 역사를 만들려 했다. 그러나 『폐기된 풍경』은 역사를 위한 풍경이 아니라 역사에서 탈각된 상태이다. 그것은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이라기보다 풍경의 안쪽일 수도 있겠다. ■ 정현

김용관_Obsolete Landscape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194cm_2015

STUDIO M17 4th Residency Artists' Exhibition Relay ● 복합문화예술공간 MAKESHOP ART SPACE의 Artist-in-Residence Program 'STUDIO M17'은 지난 4년 여 기간 동안 작가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자립적 미술계 활동을 위한 지원에 힘써 왔습니다. 쾌적한 작업환경과 실질적 프로그램은 입주기간 동안 작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퇴실 후에도 자립적 활동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전문가와의 네트웍을 제공하며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착하고 있습니다. ● 지난 해 11월 공모를 통해 모집된 4명의 작가-김용관, 이지연, 장파, 최수환-들은 지난 9개월 여의 기간 동안 스튜디오에 입주하여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입주작가 소개전-Prologue', Field Trip 그리고 평론가와의 1:1 매칭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작품과 존재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작가 별로 1박 2일간 비공개로 진행되었던 평론가와의 매칭프로그램은 작가 대 비평가가 아닌 예술을 사랑하는 미술인의 입장에서 진솔한 대화를 통해 상호 비전을 공유 함으로서 자기성찰과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는 자리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에 이와 연계되어 진행되는 4기 입주작가 릴레이개인전은 매칭 평론가와의 지속적 정보공유를 통해 심도 있는 비평과 자기성찰에 기저(基底)한 창작이 어우러지는 전시로, 작가로서 한 층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 2015년 8월부터 12월까지 최수환, 장파, 이지연, 김용관 순(順)으로 진행되는 이번 4기 입주작가 릴레이개인전을 통해 스튜디오 M17이 위치한 '파주출판도시'라는 물리적 환경이 이들 네 작가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장기간의 비평가와의 호흡이 전시를 통해 어떻게 구현되었는지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어려운 자리임에도 저희 매칭프로그램에 참여 해 주신 고충환, 김성호, 신보슬, 정현 선생님께 감사 드리며, 메이크샵아트스페이스와 함께 성장할 저희 4기 입주작가들에게 많은 격려와 애정 어린 시선을 부탁 드립니다. ■ 김동섭

Vol.20151127c | 김용관展 / KIMYONGKWAN / 金容寬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