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개인 無個人

Lev Ahn(안진국)展 / 安珍國 / painting.installation.sound   2015_1127 ▶︎ 2015_1215

Lev Ahn(안진국)_100개의 미술 증발 프로젝트(1차-10명의 작가 인터뷰)_ 인터뷰 음성 및 녹취록, 프로젝트 순서도, 스피커_가변설치_201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711j | Lev Ahn(안진국)展으로 갑니다.

Lev Ahn(안진국) 블로그_www.levahn.net

초대일시 / 2015_1128_토요일_04: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갤러리777 GALLERY777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03-1 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777레지던스 3층 Tel. +82.31.829.3777 changucchin.yangju.go.kr

777레지던스는 릴레이 개인전 첫번째 작가로 안진국(1기 입주작가)의 『무개인 無個人』展을 개최한다. 작가 안진국은 외부의 정보들이 개인에게 인식되는 과정에서 은폐되거나 왜곡되는 진실에 대해 조명한다.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폭력, 전쟁 등 시의적 문제들은 수많은 이미지와 언어로 변형되고 수치화된다. 이 과정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정보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보다 더 스펙터클하게 전세계로 송출된다. 사실에 기반한 정보들이지만 거대한 정보의 양으로 인해 진실은 더이상 수신되기 어렵다. 한 개인이 일생동안 인식하고 습득하는 정보는 그 삶의 기반을 형성 하지만, 불분명한 정보는 개인을 무력화시키고 장엄한 공동의 문화를 창출하도록 유도된다. 서구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함께 사적 성역으로 인식되었던 '개인 Individual'은 소위 정보화 사회에서는 파편화된 채 부유하게 된다. 안진국 작가의 여섯 번째 개인전 『무개인』에서는 '유행'과 '핫토픽'의 빅데이터에 뭉개진 개인의 시대상을 그리고 있다. ■ 이소미

Lev Ahn(안진국)_폭발하는 세상_영상설치_가변설치_2015
Lev Ahn(안진국)_붉은 스펙터클_캔버스에 유채_80.3×200cm_2015

멸종하고 있는 너와 나 ● "멸종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종의 울음소리가 사라져간다는 것이다." 김경주의 시 「우주로 날아가는 방 5」의 한 구절이다. 우리는 어쩌면 멸종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우리'라는 말은 너무 모호하다. 정정해서 다시 말해야겠다. '개인은 어쩌면 멸종하고 있는 줄도 모른다.'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공동체를 이루고 공동체가 커지면 국가가 되고 국가가 모여 지구촌을 이룬다. 하지만 거대 공동체에서 사람은 1이라는 단순한 숫자의 개인으로 격하되어 버린다. 그래서 역설적이게도 지구촌에서 사람의 역할은 영화에서 지나가는 '행인 1'과 다르지 않게 된다. 국가에도 '행인 1', 사회에도 '행인 1'. 거대 공동체에서 개인은 단지 1이라는 숫자로 전락한다. 1을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정현종은 자신의 시 「방문객」에서 이렇게 적었다. 엄밀히 말하면 사람은 긴 세월을 담고 있는 하나의 거대한 세계이다. 각 사람은 단순히 1이라고 표기하거나 불리기에는 정말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복잡한 존재이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 사람 한 사람의 울음소리가 사라져 버렸다. 세상에는 자판을 두드리는 소리와 마우스를 클릭하는 소리, 액정화면을 미는 소리, 택배기사가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만 가득하다. 가끔 숨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기는 하다. 그 뿐이다.

Lev Ahn(안진국)_무개인 無個人展_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777레지던스_2015

점자처럼 들리는 않는 괴이한 비명 ● 한동안 거대한 폭발 이미지가 불편했다. 폭격당해 폭발이 일어난 이미지들이었다. 몽글몽글하고 거대한 이미지는 너무도 아름다웠다. 그래서 불편했다. 그 거대 스펙터클에서 개인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시각적 은폐가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아픔은 그 어디에도 드러날 공간이 없었다. 그저 장관(壯觀)만 존재할 뿐. 그래서 불편했다. 거대한 폭발 이미지에서 점자처럼 들리지 않는 괴이한 비명이 느껴졌다. 하지만 들리지는 않았다. '점자의 비명'을 듣지 못하는 나는 결국 불구(不具). 그래서 폭발을 그렸다. 떠도는 검은 구름을 그렸다. 그러다 '빅데이터'를 만났다. 그 보이지 않는 실체의 그림자를 봤던 것이다.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정보 덩어리는 빠져나갈 수 없는 숲처럼 광활하고, 앞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빽빽했다. 검은 안개가 존재한다면 분명 그 속에 갇힌 기분이 이럴 것 아닐까.

Lev Ahn(안진국)_개인의 죽음이며 세상의 죽음_개인용품들, 책, 붉은 실_가변설치_2015

숲은 검게 선 채 침묵한다 1) ● 빅데이터는 모든 걸 알려준다고 믿게 한다. 장대한 심리적 스펙터클이고, 보이지 않지만 느껴지는 폭발 이미지와 같다. 빅데이터는 개인을 조각내어 그 조각들을 조금씩 조금씩 모아 하나의 거대한 숲을 만든다. 그 숲에는 통계만이 존재할 뿐, 살아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현종 시인이 말한 '한 사람의 일생'은 파편적일 뿐이다. 그저 필요한 일생의 조각 데이터만 모아서 통계라는 미명 아래 막대 그래프를 만들고, 벤다이어그램을 만든다. 거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비슷한 부류의 사람이나 사건들이 가지고 있는 동일한 부분의 조각들이 뒤엉켜있다. 예를 들면, '2015년 1월에 20대 여성이 가장 많이 구입한 색상'이나 '지난 10년간 30대 서울지역 남성이 가장 많이 검색한 단어' 같은 것들이다. 거기에는 한 사람의 온전한 인생은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의 진중한 세계는 실험실에서 멸균되고 해체되어 가벼워진 상태로 필요에 따라 낱낱의 조각들을 한 곳에 모아 사용되는 것이다. 그래서 빅데이터는 전체주의적이다. '핫토픽 키워드'나 '인기검색어'에서 개인의 일생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개인의 조각들이 중요하고 그것의 수집이 중요하다. 전체가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역설적이게도 그 지향점은 부메랑이 되어 다른 개인의 역할모델로 기능한다. 이것이 '유행'이다. 빅데이터의 오류. 다수가 지향하는 것이 중요할 뿐 소수의 의미는 상대적으로 낮은 가치를 갖게 된다. 많은 말을 가진 거대한 숲은 결국 한 사람의 일생에 대해선 검게 선 채 침묵한다. 그래서 다수의 사람은 존재하지만 개인은 멸종하고 있다. 결코 빅데이터는 사람의 울음소리를 담지 못하기 때문에.

Lev Ahn(안진국)_무개인 無個人展_양주시립미술창작스튜디오 777레지던스_2015

100개의 미술, 100개의 인터뷰 ● 2015년부터 인생에 곁길이 생겼다. 시각예술가가 미술평론을 겸하게 된 것이다. 행선지가 유사한 이 두 길은 근접해 있어서 넘나들 수 있었고 인생의 여행을 계속하는데 큰 어려움을 주지 않았다. 두 길을 넘나드는 여정은 대단히 즐거웠지만, 한편으론 불안했다. 두 길이 넘나들 수 없을 정도로 갈라져 버릴 것 같은 불안감. 인생 여행의 베테랑들은 언젠간 그 두 길에서 각각 다른 터널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해줬다. 어느 터널이건 그 터널로 들어서는 순간 두 길을 넘나들며 여행할 수 없을 것이라 조언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내 자신에게 질문했다. '과연 두 터널을 만나면 어느 길로 갈 것인가?' 결론을 내릴 수 없었다. 그래서 질문을 바꿨다. '그렇다면 터널을 만나기 전에 두 길을 하나의 길로 합칠 수는 없는가? 하나의 길이라면 터널도 하나일 것이다.' ● '인터뷰' 작업은 질문을 바꾸면서 시작됐다. 미술평론가는 작가를 만나는 것이 일상이어야 하는 사람이다. 작가들이 만들어낸 미술 생태계를 조망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작가의 작업 세계를 듣고, 이해하고, 대변하고, 필요에 따라 비평하는 작업을 쌓고 쌓아 평론가 자신의 고유 영역을 창조하는 것이 좋은 미술평론가이다. 그것의 기본은 작가와의 '인터뷰'였다. 인터뷰는 한 사람의 일생과 거대한 작업 세계를 만나는 시간이고, 그것을 통해 작가가 작업하는 의미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그래서 작가와의 인터뷰는 본질적으로 미술평론가의 영역이다. ● 인터뷰를 미술 작업의 영역으로 끌어온다. 미술평론가의 영역을 시각예술가의 영역으로 끌어오려는 시도. 일명 '100개의 미술 증발 프로젝트'. 이 때부터 '인터뷰'는 시각예술가의 영역으로 변질된다. 인터뷰의 내용을 녹취한다. 그리고 그 녹취된 내용을 해체한다. 작가의 인터뷰에 등장하는 단어의 사용 빈도를 수치화하여 그래프로 만든다. 작가의 언어 패턴을 찾아낸다. 그 패턴을 시각화한다. 그 과정에서 한 작가의 일생과 거대한 작업 세계는 의미 없는 형태로 증발한다. 개인의 서사적 이야기는 사라지고 분절된 단어 조각만이 한 작가를 대변자로 기능한다. 단어들의 거대한 스펙터클이 만들어졌지만, 빅데이터의 빽빽한 검은 숲이 조성되었만, 한 사람의 작가는 멸종되어간다. 인생의 내러티브는 형체를 잃어간다.

Lev Ahn(안진국)_100개의 미술 증발 프로젝트_인터뷰 녹취록_2015_부분
Lev Ahn(안진국)_사실과 진실_나무가공, 책_20.6×14×2.5cm×2_2015

장미를 분해해 꽃잎 세기 2) ● 개념예술가인 캐런 라이머Karen Reimer는 1996년 『전설적·어휘적·다면적 사랑Legendary, Lexical, Loquacious Love』를 출간했다.3) 라이머는 그저 연애소설 한 편을 골라 전체 텍스트를 알파벳순으로 재배열해서 묶어 책을 만들었다. 어떤 구문이나 어떤 문장도 이 책에는 없다. 그저 단어들이 알파벳순으로 나열된 345쪽짜리 긴 목록일 뿐이다. 구글 엔그램 뷰어Google Ngram Viewer 4)를 만든 두 과학자, 에레즈 에이든Erez Aiden와 장 바티스트 미셸Jean-Baptiste Michel는 그들이 쓴 책인 『빅데이터 인문학 : 진격의 서막Uncharted』에서 이 책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한다. "이것은 뭔가 좀 이상한 책이다. 당신은 라이머가 연애소설을 알파벳순으로 나열하여 원작의 의미를 지워버리고, 그 소설을 재미나게 했던 모든 것을 없애버렸다고 생각할 것이다. 어느 정도는 사실이다. 그러나 라이머가 알파벳순으로 변형하는 과정에서 단어들의 빈도, 곧 그 소설을 구성하는 어휘적 원자atom와 같은, 보이지 않던 세계가 드러났다. 빈도와 이것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녀의 작품을 그토록 매력적으로 읽히게 만든 것이다." 5) 그렇다면 소설이 아니라, 이것이 개인의 삶이라면? 원작의 의미를 지워버리듯, 개인의 의미를 지워버린다면, 그 소설의 재미를 모두 없애버리듯, 개인의 재미를 모두 없애버린다면, 그렇게 한다면 과연 개인의 삶을 매력적으로 읽히게 만들 것인가. 장미를 분해해 꽃잎을 세는 것,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고 있는가? ■ Lev Ahn(안진국)

* 주석 1) 독일 시인 마티아스 클라우디우스Matthias Claudius의 서정시 〈달이 떴다Der Mond ist aufgegangen〉의 넷째 행. 2) 에레즈 어이든, 장 바티스트 미셸, 『빅데이터 인문학 : 진격의 서막』, 김재중 역, 사계절, 2015, p. 66. & pp. 306~307. 에 나온 내용. "G.A.Miller dml The Psycho-Biology of Language(Cambridge, MA: MIT Press, 1965) 서문, 온라인은 http://goo.gl/KYvOcK를 보라. 1965년판 서문 도입부부터가 그랬듯이 이 글의 전문은 오늘날 보아도 적절하다.""『언어의 정신생물학The Psycho-Bilolgy of Language』은 모든 이의 취향을 만족시키기 위해 계산된 것이 아니다. 지프는 꽃잎을 세기 위해 장미를 분해할 그런 사람이다. 만약 셰익스피어의 소네트에 담긴 단어들을 일람표로 만드는 것이 당신의 가치관에 위배된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프는 언어에 접근하면서 과학자의 시각을 채택했다. 이것은 그에게 생물학적·심리학적·사회학적 과정으로서 언어의 통계학적 연구를 뜻한다. 그러한 분석이 당신에게 협오감을 느끼게 한다면, 당신의 언어를 그냥 내버려 두고 조지 킹슬리 지프를 역벽이라도 되는 듯이 피하라. 당신은 마크 트웨인을 읽으며 훨씬 더 행복해할 것이다: "거짓말쟁이들이 있다, 빌어먹을 거짓말쟁이들과 통계학자들." 또는 "그대는 통계학자와 함께 앉거나 사회과학에 전념하지 말지어다."(W.H.오든)" 3) Ibid, pp.39~41. 4) 1800년부터 2012년까지 출간된 영어책 800만 권에서 특정 단어의 사용 빈도를 조회하는 도구이다. 'books.google.com/ngrams'라는 사이트의 검색창에 뭐든 궁금한 단어를 입력하면 영어로 된 책들에서 얼마나 자주 등장했는지 빈도를 꺾은선 그래프로 보여준다. 5) Ibid, p. 41.

Vol.20151127k | Lev Ahn(안진국)展 / 安珍國 / painting.installation.sou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