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의 순간을 드러내다

김민채展 / KIMMINCHAE / 金玟采 / painting   2015_1202 ▶ 2015_1208

김민채_영동대로 716_캔버스에 유채_162.2×260.6cm_2015

초대일시 / 2015_1202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동덕아트갤러리 DONGDUK ART GALLERY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68(관훈동 151-8번지) 동덕빌딩 B1 Tel. +82.2.732.6458 www.gallerydongduk.com

본인의 작업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시각적으로 경험하는 양상을 회화를 통해 탐구하는 것이다. 시각경험은 육안을 통한 신체적 시각경험과 사진이나 영상 등 장치를 통한 시각경험으로 나눌 수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더불어 사진이나 영상의 합성 또는 조작 가능성이 매우 커졌고, 그에 따라 이 매체의 객관성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접하는 수많은 사진이미지, 영상이미지의 시각적 사실이 과연 믿을만한 것인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예를 들면 인터넷에서 특정 사물의 이미지를 검색했을 때, 검색된 수많은 사진이미지는 모두 같은 대상을 포착한 것이지만 이미지마다 조금씩 다른 색과 형태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한 장의 사진으로 사진 속 대상을 정확히 이해하기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으며, 검색된 여러 장의 사진이미지를 비교해야 사진 속 실제 대상을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디지털 영상이미지, 사진이미지에 대해서는 객관성과 진실성을 의심하게 됐지만, 자신의 직접적인 시각경험에 대해서는 가장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경험으로 여기며 여전히 강한 신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과연 눈이 정확한지, 우리가 보는 세상이 실제 세상과 같은지에 대해서 탐구하는 것이 본인 작업의 핵심 주제이다.

김민채_삼청로 30_캔버스에 유채_193.3×390cm_2015
김민채_삼청로 30_캔버스에 유채_193.3×390cm_2015_부분

현상학자 메를로 퐁티(Maurice Merleau-Ponty)에 따르면 인간의 몸은 지각을 통해 세계와 관계 맺는다. 여기서 지각행위는 확실성과 객관적 기준이 없으며, 매 순간 세계의 재구성이나 재창조로 이루어진다. 메를로 퐁티는 그의 저서 『지각의 현상학』에서 "지각적 의식은 우리에게 지각을 과학으로서, 대상의 크기와 형태를 법칙으로서 제공하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이것은 망막상 이미지가 변하지 않더라도 존재하는 대상(Object)을 봤을 때 실재와는 다르게 지각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며, 대상이 절대적으로 존재한다고 해도 이것을 받아들이는 지각은 언제나 상대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런 시지각적 경험은 개인마다 차이도 있으며, 한 사람이 같은 대상을 볼 때에도 매 순간 다르게 지각한다. 예를 들면 사진 이미지를 보고 스케치를 할 경우, 방금 그렸던 선의 각도가 다시 봤을 때 다르게 보이거나, 어떤 형태의 크기가 바로 전에 봤을 때보다 크게 보이거나 작게 보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형태뿐만 아니라 색에서도 볼 수 있다. 특정한 색이 그 주변 색에 따라서 볼 때마다 명도와 채도가 다르게 보일 수 있고, 방금 전 봤던 색과는 아예 다른 색으로 지각될 수 있다. 또는 한 장의 드레스 사진을 보고 파란 바탕에 검정무늬 드레스 인지, 흰 바탕에 금빛무늬 드레스 인지를 놓고 갑론을박 했던 사례처럼 같은 색을 보고도 사람마다 다른 색으로 지각하는 경우도 있다.

김민채_삼청동 1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5
김민채_삼청로 54_캔버스에 유채_130.3×193.9cm_2015

따라서 우리는 시각경험의 객관성을 확언하기 매우 어렵다. 이러한 관점에서 시각경험의 일시성과 즉흥성을 어떻게 회화로 시각화할지가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본인은 회화를 보는 이의 직접적인 시각경험이 드러나는 지면이라고 생각하며, 이에 따른 회화의 탐구과정은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진행된다. 첫 번째는 하나의 캔버스 위에 매 순간 다르게 지각되는 이미지의 형태와 색을 계속해서 겹치고, 지우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것이다. 객관적 대상 자체라기보다 보는 이와 보이는 대상간의 시각적 상호작용 및 그 효과를 그린다. 그러므로 작업의 핵심은 이러한 상호작용의 흔적을 그대로 드러내려고 하는 것이다. 보통 화가들은 이미지가 그 전과 다르게 보이면 전에 그렸던 흔적은 보이지 않게 없애고 새로 그리지만, 본인이 추구하는 바는 시각적 궤적을 따라서 겹치고, 지우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흔적을 드러내며 시각 경험 과정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것이다. 작품에서 겹치고 지우는 부분의 물감은 얇게 칠하여, 대상을 반복해서 그리더라도 이전에 그린 여러 겹의 대상이 겹쳐 보이도록 한다. 따라서 대상의 형상은 중첩, 흐릿함, 형태의 해체, 불안정 등으로 작품에 나타난다.

김민채_Moment 2-1, Moment 2-3_캔버스에 유채_90×72.7cm×2_2015

두 번째는 한 장의 사진에서 본 시각적 경험을 여러 개의 캔버스에 그리는 것이다. 사진의 상태와 그것을 보는 시각의 상태는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 이렇게 한 장의 사진으로도 보는 사람이 다양한 시각경험을 할 수 있으며, 주관적 시각경험이 각각의 그림에 차이를 만들어낸다. 작품에서 비뚤게 보이는 선이나 어딘가 어색한 형태들은 눈이 본 그대로를 표현한 것이며, 각각의 작품은 얼핏 보면 비슷한 듯 보이나 서로 다른 색과 물감의 농도, 형태로 이루어진다. ● 이와 같이 작품을 통해 본인과 보이는 대상간의 계속 변화되는 시각적 상호작용을 반복적으로 추적하며, 지각의 변화 상태를 가시화한다. 이렇게 주관적 시각경험을 그려 나가는 행위를 통해 우리가 보는 대상이 매 순간 다르게 지각됨을 알 수 있으며, 이런 시각적 순간들을 회화로 추적하는 것이 본인의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다. ■ 김민채

Vol.20151203b | 김민채展 / KIMMINCHAE / 金玟采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