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asleep

설찬희展 / SULCHANHEE / 薛粲熺 / painting   2015_1204 ▶ 2016_0306 / 설연휴 휴관

설찬희_잠 asleep_캔버스에 유채_26.5×22cm_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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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10:00pm / 주말_10:00am~06:00pm / 설연휴 휴관

아트갤러리21 ART GALLERY21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 434 더 청담아트홀 5층 Tel. +82.2.518.8016

사소함들의 정원에서 ● 집 근처 공터가 공원으로 바뀐 지 수개월이 지났다. 강변으로 산책을 가려면 으레 지나가는 곳이라서 매번 보게 되는데 한동안은 공사가 더 진행되어야 하는 건 아닌 가 기웃거렸다. 내심 기대했었던 모양이 아니어서 일까, 눈앞의 공원은 비교할 수 없이 황량해 보였다. 이식된 나무들과 꽃, 공산품처럼 보이는 원두막, 운동기구들, 빙빙 돌며 걸어야하는 산책로. 복제품처럼 나라 도처에 있는 공원이다. 편의성과 항목별 체크에 누락됨이 없는 공원의 계약서에 서명하듯 눈길을 주면서 실없는 웃음이 나는 이유는, 어쨌든 있을 건 다 있기 때문이다. 만약 독특한 지역적 감수성이나 여유로움 등이 결여되었다고 이야기하면 사회에 불만이 있는 자로 점 찍힐지도 모른다. 우격다짐으로 감성의 평준화를 강요받으며 발걸음을 옮기는데, 공원 한 귀퉁이의 작은 언덕과 조형물이 이 공원에 대해 쓴 감상문 같다. 그러나 이러한 어색하고 불편한 느낌도 시간이 지나면 익숙해질 것이다. 조금씩 너그러워지는 성격에 스스로 대견해할 수도 있다. 그렇게 우리의 매일과 습관이 될 것이다. 튀어나오던 생각들이 쥐어 박힌다.

설찬희_Be alert_캔버스에 유채_24×16cm_2008
설찬희_휴식v_캔버스에 유채_100×73cm_2015

아침부터 저녁의 하루, 사계절이 여러 번 가고 오는 일상의 세계는 tv와 인터넷에서 접하는 셀레브리티들과 국가 간의 분쟁, 각종 사건 사고와 섞여있다. 그것에 대해 어떤 찬탄을 터트리거나 상대적 평안을 느끼기도 하는데, 문득 그들로부터 나는 도대체 얼마나 멀리 떨어져있는가 질문을 해본다. 바깥에 펼쳐져서 자꾸 자라나는 골목과 도로, 건물들, 사람들, 소문들은 매일 산책길에서 마주하는 나무들과 어떻게 다르게 존재하는지... 생각하는 법을 기억해야했다. 그렇게 자꾸 되묻지 않으면 매 시간마다 쪼개어지고 증식하는 새로운 시스템의 매뉴얼에 길들여져서 영영 길을 잃고 말 것이다.

설찬희_떠도는 빛Ⅱ_캔버스에 유채_91×116.8cm_2013
설찬희_별에 줄긋기_캔버스에 유채_35×24cm_2009

쇼펜하우어는 "본능에 완전히 몸을 싣고 우리의 의식을 풍경, 나무, 바위 등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자연물을 평화롭게 관조할 때, 그 사물에 몰입할 때,(중략) 그렇게 파악한 사물은 더 이상 특정한 사물이 아니라 이데아, 영원한 형태, 의지의 객관성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관조를 기뻐하는 자는 더 이상 개인이 아니다. 그는 의지, 고통, 시간을 초월하는 순수한 인식의 주체"라고 했다. 자연과 인간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은 흥분되지도 않고 무척 더디다. 그뿐 아니라 입을 다물라고 돌까지 얹어야할 지경이다. 자연과 일상은 이미지와 색채의 덩어리로 눈앞에 버티어 서있고, 나는 그 세계 속에서 드러눕거나 팔을 벌리고, 속을 비워낸 채 풀과 바람을 초대한다. 보고 듣고 맡는 몸의 지각이 그러한 느낌을 증폭시킨다. 도시 안의 산과 능, 공원의 녹색들은 돈을 주고 사서 소유하는 무엇과 다르다. 도시에 속하면서도 다르게 운영되고 살아있는 것/곳이다. 그러나 또한 작은 녹지의 시간은 바깥세계의 은유로 다가온다.

설찬희_Pink, Blue_캔버스에 유채_41.5×27.5cm_2010
설찬희_빛과 함께_캔버스에 유채_45.5×38cm_2010

작품에 등장하는 우산이나 풍선, 막대기, 평면 속의 평면은 작업실과 산책길에서 자주 눈에 띄는 소품들로 그것은 맥락에 따라 역할이 다르고, 내가/개인이 관여할 수 있는 범위의 일들이란 어디까지인가를 묻게 되는 도구이다. 그것들은 활짝 벌린 양 팔 위에서 자라나기도 하고 하늘을 건드려보기에 좋은 물건이며, 소리 대신 공간을 채운다. 막대기를 멀리 당신(들)쪽으로 밀어본다. 닿을 수 있는지. 낯가림을 핑계로 막대기질을 하다가 자칫 욕을 먹을 수도 있겠다. 일상에 대해 누가 견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쪽지를 돌리면서 뉴스를 만들고, 규약을 정하면서 우리들의 사회는 불안한 중심을 잡아간다. 나와 당신들의 관계, 이슈들, 자연의 풍경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세계이며 부분이고, 각자가 관리해야할 정원이다. 사소하지만 전부인 나의 정원. (2015) ■ 설찬희

Vol.20151204h | 설찬희展 / SULCHANHEE / 薛粲熺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