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고로서의 인간과 자연의 만남

강묘수展 / KANGMYOSU / 姜妙受 / painting.sculpture   2015_1201 ▶ 2015_1208

강묘수_sublime 中 순간(瞬間)_은행나무에 유채, 아크릴채색_50×81×6cm_2014

초대일시 / 2015_1201_화요일_04:00pm

관람시간 / 10:00am~05:00pm

대청문화전시관 대전시 대덕구 대청로 607(미호동 57번지) Tel. +82.42.932.0311

강묘수 개인전에 부쳐 ● 가을 하늘 석양에 물든 대청강 옆에 자리한 대청 문화 전시관에서 전시되는 강묘수 작가의 삼십여 점의 작품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에 대한 물음이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지난 수년간 작업해 온 '숭고'라는 주제의 연장선상에 있다. 미학이론에서 숭고란 자연과 인간이 만나는 순간 느껴지는 정서적 경험이다. 여기서 자연은 우리 일상 속에 주어지는 단순한 자연이 아니다. 오히려 끝없이 펼쳐진 광활한 대지, 험준한 산자락, 인간을 삼킬 듯 달려드는 검푸른 바다의 파도까지, 우리의 일상적 경험을 넘어선다. 다시 말해 이들은 일상적 지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이 느끼게 되는 정서, 죽음과 같은 공포감, 혹은 형언할 수 없는 행복감과 경외라는 모순적 감정이 함께 경험되는 순간이다.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만남이 숱하게 다양하듯, 숭고의 순간 또한 다양한 형식으로 주어진다. 천상의 하모니와 같이 다가오는 환희와 경외의 순간이 있는가 하면 소용돌이치는 위협의 순간에서 느끼는 짜릿한 쾌감도 있다.

강묘수_대지(大地)의 노래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1×177cm_2015
강묘수_大地의 노래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91×177cm_2015

강묘수 작가는 그간 자연과 인간, 생명과 비생명 간의 다양한 경계역들을 숭고라는 타이틀 아래 표현해 왔다. 작가의 주된 모티프로 사용되어 온 꺽여진 식물, 웅크린 아이, 분절된 신체 등은 유한한 생명을 표상하며, 이러한 유한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몸짓으로서의 솟아오르는 듯한 꽃잎, 태양을 향해 달리는 아이, 비상을 위한 말발굽 소리 등과 대비된다. 작가는 이같이 생명과 비생명, 분열과 이상을 향한 제스처들을 자신의 작품들 속에 공존시킴으로써, 이들 대립항 사이의 경계역 – 그 불가지성으로 규정된 공간 - 을 자연과 인간의 만남이 가장 치열한 모습으로 드러나는 순간들로 표현한다. 특히 작가가 즐겨 사용해 온 목조각은 단단한 목각의 입체 위로 와 닿던 작가의 부단한 손길에서 암시되듯, 그 자체로 인간의 자연에 대한 부단한 투쟁의 흔적이다.

강묘수_sublime 中 도약하는_古 목조각에 유채, 아크릴채색, 옻칠_32×45×8cm_2014
강묘수_sublime 中 be nostalgic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60.6×90.9cm_2014

이런 점에서 목조각으로 표현된 개개의 숭고의 흔적들은 어쩌면 작가가 와 닿으려 했던, 혹은 담아내고자 했던 자연의 모습과, 결코 그 절대치에 도달하지 못한 채 인간적 한계 속에 멈춰 버린 어떤 지점을 표상한다. 이런 점에서 협상과 타협의 결과로서 완성된 작품은 또 다른 인간과 자연의 만남을 드러내주는 지점일지 모른다. 이와 같이 목조각은 자연의 단단함과 그 위로 가해지는 부단한 인간의 노력들을 그 자체로 체현하는 동시에 무한성을 향한 인간 발자취의 덧없음을 함축함으로써 불가지의 영역에 다다르려는 인간의 분투를 숭고의 이름으로 담아내기에 좋은 질료가 되어 왔다.

강묘수_무제_古 목조각에 유채, 아크릴채색, 옻칠_42×38×8cm_2014
강묘수_비상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73×91cm_2015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는 목조각에서 회화로 자신의 작품 세계를 확장한다. 정밀한 수작업을 요하는 목조각에서 표현할 수 없었던 웅장한 자연의 경관은 큰 화폭의 회화 공간으로 옮겨 오면서 원래의 모습을 회복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이전 작품들을 통해 표현하고자 했던 자연과 인간간의 만남의 '순간들', 그 찰나적 모습에 보다 초점을 맞춘다. 연작으로 기획된 분절된 인간 신체의 모습들은 자연에 다다르고자 하는 인간의 노력들, 그 반복된 실패와 지치지 않는 분투를 담아낸다. 실상 이러한 인간과 자연의 만남이 흐르는 강물 위로 투사될 때, 그 부단한 자연의 흐름 위로 언뜻 언뜻 비춰지는 자신의 얼굴, 그 복잡 미묘한 표정들과 마주할지도 모른다. 이 언캐니의 순간은 이내 배경의 자연과 함께 전율하는데, 은빛 강물과 회색 물고기의 역동적 움직임, 그리고 초록 풀밭 위로 피어나는 새싹과 꽃잎의 운율과 같은 조화로움으로 이어진다. 이후 작가의 작품들은 숲, 나뭇잎, 목각의 작은 결들을 담는 자연에의 천착으로 회귀하는데, 이는 마치 사물을 클로즈업하던 카메라가 서서히 줌아웃할 때, 자연을 향한 인간의 치열한 열망이 광활한 자연 속으로 침전되는 것과도 같다. 이들은 흐릿하게 서로의 빛깔 속으로 침전되고 스러지며, 이내 여린 듯 피어나는 풀잎의 새싹과 같은 재탄생의 모습으로 이어지는데, 작가는 이러한 자연속의 순환의 섭리를 겹겹이 조밀한 터치로 표현한 질감으로 화사하고 아련한 느낌으로 담아낸다.

강묘수_sublime 中 귀환(歸還)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_41×53cm_2014
강묘수_be nostalgic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5

작가는 자신의 작품 활동이 스스로를 완성해 가는 작업이라 믿는다. 이러한 작가의 믿음은 자연과 인간의 숭고한 만남에 천착하는 자신의 작품들 속에서 공명한다. 평면 위의 작업과 목조각을 통한 작업 모두에서 작가는, 인간 삶에 내재한 다양한 모습을 담고자 한다. 이번 전시의 주된 작업으로서의 분절된 인간의 몸짓들과 그 속에 비춰진 반성적 얼굴의 미묘한 표정들을 통해 작가는 또 다른 사색의 공간을 표현해 내고자 하며, 이를 통해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장을 모색한다. 나아가 이 전시는 관객들에게 지친 일상에서 잊혀져 온 부단한 인간 노력들의 의미와 이들이 거대한 자연과의 만남에서 만들어내는 조화의 방식들을 깨닫게 함으로써, 이 공간에 머무는 이들에게 하나의 치유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 강경래

Vol.20151206g | 강묘수展 / KANGMYOSU / 姜妙受 / painting.sculp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