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그림

2015_1211 ▶ 2015_1216

안보영_신선 해학반도도_디지털 회화_130×369.5cm_2015 심규섭_수석장생도_디지털 회화_150×64cm×5_2015

초대일시 / 2015_1211_금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신애_김정미_박선정_박수정_박현주_심규섭 심주이_안보영_이선영_이혜란_정영순_최지솔

사이버 전시_gallery.misulban.com/digital2015

관람시간 / 10:00am~07:00pm

부천시청역 갤러리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중동 1243번지 부천시청역 내 www.cakegallery.kr

천년의 세월을 타고 흐르는 우리그림 ● 궁중회화는 조선의 왕실을 장식했던 그림이다. 한 나라의 가장 좋은 가치는 중심으로 모이기 마련이다. 조선시대의 최고 가치는 모두 궁궐로 집중되었다. 당연히 최고의 화가들은 국가미술기관인 「도화서」, 「자비대령화원」에 모였고, 이들이 조선의 이상적 가치를 그림 속에 담아 낸 것이 궁중회화인 것이다. 이런 궁중회화가 우여곡절 끝에 우리에게 전해졌다. 수묵화와 더불어 채색화의 전통이 되살아난 것이다.

박선정_장생도_디지털 회화_100.7×259cm_2015 박현주_인의예지신-문자도_디지털 회화_136×51.5cm×5_2015

미학은 작품의 뼈대를 이루고 감동의 원천이 되는 기운생동이다. 사회와 동떨어진 미술은 존재하기 어렵다. 사회적 가치와 미학적 가치가 통합되어야만 영혼을 움직이는 예술작품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궁중회화의 미학에 집중하는 것은 21세기의 새로운 철학과 만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여전히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전쟁과 약탈이 판을 치고 무수한 생명들이 스러져 가고 있다. 이러한 고통을 극복하는 새로운 사상은 생명에 대한 경외 밖에는 없다. 또한 조선의 선비들은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현실적인 실천방안으로 ‘엄격한 예법과 자발적 청빈’이라는 행동강령을 가지고 있었다. 엄격한 예법은 뭇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는 사회적 규범이고 자발적 청빈은 공동체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사리사욕을 절제하는 인격적 규범이다. 단백하고 절제된 수묵화가 행동강령의 가치를 표현한 그림이라면 궁중회화는 ‘생명력이 풍부한 이상세계’를 담고 있다. 사람을 비롯한 모든 생명에 대한 존엄과 찬미를 바탕으로 전쟁과 약탈을 배제한 협력과 공생의 세상을 미학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신애_장생도_디지털 회화_83.6×220cm_2015 심주이_궁중모란도_디지털 회화_120×52cm×6_2015

2년 전 「디지털 궁중회화展」을 통해 디지털 도구로 창작한 궁중회화를 선보였다. 그 당시 그림은 창작품이라기보다는 임모(臨摹)에 가까웠다. 온몸으로 체득하는 실기를 통해 어렴풋이 느끼던 궁중회화의 미학과 조형원리를 확고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작업의 결과를 묶어 「아름다운 우리그림-민화, 궁중회화」라는 두 권의 책을 펴내는 성과를 이루어냈다. ● 진경화법(확대원근법)은 고구려 고분벽화에서부터 고려불화, 진경산수화, 궁중회화를 관통하는 우리그림의 조형원리이다. 「십장생도」, 「오봉도」, 「책가도」, 「궁중모란도」, 「화조도」와 같은 거의 모든 궁중회화의 갈래를 조형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 진경화법이라는 조형원리를 통해 창작된 작품에는 시공간을 통합한 무한히 넓은 세계가 펼쳐졌고 사물의 깊이 있는 이해가 이루어졌다. 조형원리를 이해하면서 창작의 영역도 확대되었다. 오원 장승업이 완성시킨 「백물도」를 창작할 수 있었고, 우리그림의 뼈대를 이루는 수석그림의 독자성과 가치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수묵화와 채색화인 궁중회화의 연결고리를 찾아내는 성과를 얻었다.

정영순_환희2.3_디지털 회화_각 80×56cm_2015 박수정_모란 화원도_디지털 회화_90×90cm_2015 박수정_바다 화원도_디지털 회화_90×90cm_2015

이번에 전시되는 작품은 여러 형태가 공존한다. 원본그림을 디지털로 재창작하는 임모작품이 있다. 로미오와 줄리엣, 혹은 춘향전 같은 명작을 끊임없이 재해석하여 창작하듯 궁중회화의 원작그림도 현대적 감성으로 재창작하는 것은 올바른 창작태도라고 여긴다. ● 또한 전통형식을 지키면서 새로운 창작품을 선보인다. 과거에 집착하면 미래를 얻지 못한다. 선대의 화원들이 당대의 사회적 흐름을 수용하여 창작했듯이 우리도 현시대를 녹여낸 창작품을 내놓는 것이다. 이런 작업을 통해 우리그림이 어떤 방향으로 창작될 수 있는지를 가늠해 볼 수도 있다. ● 서양화법의 수용과 기법의 변화를 실험한 작품도 있다. 이런 작업들은 조선 말기에도 이루어졌지만 시대적 한계로 인해 중단되었다. 인본주의 미학이 들어가 있는 서양화법과 우리그림의 결합이 어떤 형태로 수용될 지는 아직 모른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되었든 아니든 간에 숱한 평가가 있을 것이다. 이런 평가는 새로운 창작에 큰 자료가 될 것만은 틀림없다.

이선영_해학반도도_디지털 회화_158×100cm_2015 김정미_화조장생도_디지털 회화_124×173.5cm_2015

궁중회화는 대부분 2~4m에 이르는 대작이다. 이러한 대작을 작게 그리면 우리그림의 웅장함이나 규모의 아름다움을 얻지 못한다. 대작을 창작하기 위해서는 창작기량과 함께 절대적 창작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평균 3m 정도의 대작을 창작하는 시간은 3개월이 걸렸다. 하지만 이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는 어림도 없다. ●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두 가지 방법을 사용했다. 첫째는 조직창작의 원리를 사용했다. 개인의 창작기량은 한계가 있고 차별이 있다. 이런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회원 모두의 능력을 통합하여 교류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실제 「도화서」 화원들은 조직창작을 통해 엄청난 대작을 창작했고 미국 할리우드 영화도 조직창작의 원리로 제작되고 있다. ● 둘째는 디지털 미술도구의 적극적 활용이다. 300~400호 크기를 화실에 펼쳐놓고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아주 어렵다. 하지만 디지털 공간은 현실의 공간보다 넓다. 컴퓨터가 구현할 수 있는 작품의 크기는 대략 400호 정도를 넘나든다. 발전된 미술도구의 사용은 창작의 영역이나 능력을 높여준다. 디지털 작업은 화면의 확대와 축소가 편리하고 색상이나 형태의 수정과 보정이 자유로웠기 때문에 조직창작과 결합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없었다.

이혜란_오봉도_디지털 회화_129×261.6cm_2015 최지솔_창문이 있는 책가도_디지털 회화_110×300cm_2015

과거의 전통을 현대로 이어 재창조하는 일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우리의 작업에 대단한 결과를 희망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리는 작품에는 단단한 뿌리가 있다. 고려불화에서 궁중회화로 이어지는 천년의 역사가 뒷배를 봐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창작을 할 때마다 김홍도, 정선, 신윤복 같은 천재적 화가의 손길을 느낀다. 이런 기쁨으로 다시 화폭 앞에 선다. ■ 심규섭

Vol.20151211f | 천년의 그림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