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길

강행복展 / KANGHAENGBOK / 姜幸福 / printing   2015_1212 ▶ 2016_0131 / 월요일 휴관

강행복_명상-14361_Meditation_우드컷_76×56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광주시립미술관 상록전시관 GWANGJU MUSEUM OF ART 광주광역시 서구 상무대로 1165(농성동 311-1번지) Tel. +82.62.613.5401 artmuse.gwangju.go.kr

길에서 만나다. ● 지금도 여전히 수줍음을 간직한 채 나무를 벗하며 묵묵히 칼끝에 열중하는 강행복 작가는 광주에서 30년 가까이 목판화 작업을 해오는 중이다. 목판에 새겨지는 별꽃, 나무, 구름 등, 작가의 고향 길 기억 속에서 끌어올린 이미지들은 말을 걸어올 것처럼 정겹다. 평소의 소박함 때문에 드러나게 대규모 전시를 하지는 않았지만, 지역 뿐 아니라 중앙화단과 일본, 중국, 미국 등지에서 더디고 힘든 목판화 작업만을 고수하며 수십 년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행복_명상-168_Meditation_우드컷_76×56cm_2015

판 위의 선들은 단순한 선과 구도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선으로 즉흥성을 느끼게 하고, 단순한 색의 사용을 뛰어 넘은 다색의 운용은 중첩 효과까지 살려내고 있다. 이러한 특성은 강행복이 시각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시도였다. 실크스크린은 색을 덧입히는 작업으로 시각디자인에서는 대단히 중요하며, 디자인과 회화를 접목시키는 작업으로 매우 장식적이다. 그는 실크스크린 작업을 응용해 목판으로 색감이 돋보이는 다색판화를 시도한 것이다. 소재적인 면에서는 점차 자신의 기억과 내면에 존재한 조형이미지들이 분방하게 펼쳐진다. 별꽃 나무, 바람 부는 밭이랑, 붉게 물든 산마루 등은 고향 동네에서 간직한 기억들이다. 이 형상들은 흩어지고 섞이면서 율동감이 생기고 디자인적 요소로 새롭게 나타난다.

강행복_명상-15366_Meditation_우드컷_56×76cm_2015
강행복_명상-15374_Meditation_우드컷_56×76cm_2015

작품「명상」(2015), 「명상의 나무」(2015) 시리즈 등을 보면, 지금까지 보였었던 구상적 형상들이 많이 사라지고 율동감 있는 선과 단편적 모티브들이 불규칙하게 섞여있다. 또한 수성안료를 사용하면서 찍어내는 종이도 한지로 대체하고 있다. 평소 사용한 유성물감은 묵직한 느낌을 주면서 섬세한 표현이 가능하지만 건조가 더뎌 겹쳐 찍는 것이 자유롭지 않다. 반면 건조가 빠른 수성물감은 가벼운 느낌과 함께 짧은 시간 내에 중첩해서 찍기가 가능했고, 한지 전지를 사용할 수 있어서 기존의 작품에 비해 지면의 한계를 벗어나게 했다. 이런 실험을 통해 비구상으로 작업을 확장시킨 강행복은 더욱 자유로운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

강행복_명상-15377_Meditation_우드컷_140×76cm_2015
강행복_명상-131_Meditation_우드컷_56×76cm_2015
강행복_명상-161_Meditation_우드컷_56×76cm_2015

그리고 또 하나의 특징은 작품 설치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의 목판화 전시는 평면작품을 규칙적으로 벽에 걸었지만, 이번에는 수백 장의 판화지를 이용해서 전시 공간을 입체적으로 설정했다. 강행복은 사방 30cm 이내의 흑백 판화작품들을 작은 패널처럼 이어 붙여 15m에 달하는 전시장 벽면을 거대한 이미지의 숲으로 만들어 놓고 있는데, 흑백 이미지가 담긴 육면체 블럭을 군데군데 벽돌처럼 튀어 나오게 함으로써 시각적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리고 전지 크기의 대형 작품들은 천정으로부터 내려뜨리고, 작품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듯 작은 파편들을 바닥에 수북이 쌓아놓고 있다. 관람객에게 한걸음 더 다가가기를 원한 강행복은 판각된 이미지들을 평면 작품에서 불러내 흩어놓음으로써 주인공이 된 형상들과 사람들이 직접 교감하기를 시도한 것이다.

강행복_명상-157_Meditation_우드컷_76×56cm_2015
강행복_명상-154_Meditation_우드컷_76×56cm_2015
강행복_명상-173_Meditation_우드컷_76×56cm_2015

판화 분야, 특히 목판화는 규모나 색상에 있어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타 매체에 비해 다소 왜소해 보일 수도 있다. 때문에 독자적인 스타일을 만들지 못하면 그만큼 눈에 띄기가 어렵다. 하지만 강행복 작가는 목판화의 외길을 가는 동안 색의 혼용 실험과 다양한 기법의 시도 등으로 조형성을 강조하면서도 서정적 정감을 불어 넣는 작업세계를 이루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큰 공감을 끌어냈다. 순수예술의 영역과 '대중성'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갖는 판화는 미디어시대에 더욱 복잡하게 발전 하는 양상을 보인다. 강행복 작가의 조명을 통해 판화미술계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지길 기대하며, 광주 목판화 발전의 계기가 되길 바란다. ■ 황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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