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olated garden

김진展 / KIMJIN / 金璡 / painting   2015_1214 ▶ 2016_0109 / 일요일 휴관

김진_Isilated garden15b01_리넨에 유채_72.7×60.6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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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1216_수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 Gallery Bundo 대구시 중구 동덕로 36-15(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53.426.5615 www.bundoart.com

고립된 정원 ●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의 그림을 쭉 훑어보면 알 수 있다. 화가 김진은 발전 속도가 느리다. 그는 처음부터 완성형에 가까운 예술가이기 때문에 그렇다. 작가의 그림을 직접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그 매력을 요점별로 짚어서 설명할 재주가 내게 없다. 그 대신, 이전부터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부가의문문 형식이라도 붙여서 동의를 구하고 싶다. 원색을 휙휙 그어 어느새 한 폭 커다랗게 그린 그림은 정말 매혹적이다, 그렇지 않나? 그 속에 우리가 못 가본, 더러는 가봤던 장소가 펼쳐져 있다. 설령 우리에게 익숙한 곳이라고 하더라도 그림으로 비추어 다시 방문하는 그곳은 낯설다. ● 선으로 윤곽을 잡고 명암과 면을 색으로 채워서 완성하는 많은 그림들과 달리, 이 화가는 짙은 색으로 음영을 붙들어두고 그 다음에 한 호흡씩 그은 선들이 전체 그림의 색조와 균형을 결정한다. 직선이나 곡선보다 자연스럽게 일정한 방향으로 그려진 선들은 작가가 머물렀던 곳들로 우리를 안내하는 도로 차선과도 같다. 말하자면, 김진의 그림은 자신의 체류기다. 사람들은 이렇게 물을지도 모르겠다. 무슨 체류 이야기가 집안에서만 벌어지냐고. 타지로의 장기출장이나 파견근무 혹은 유학, 그리고 레지던시는 관광이 아니다. 우리가 그저 쉽게 떠올리는 유학 생활은 그곳에서 유명한 대가를 만나서 비법을 전수받아 끊임없는 도제 수업을 받고, 망중한을 위해 찾아간 어느 곳에서 벼락같은 영감에 휩싸여 이치를 터득하는, 뭐 그런 이미지 아닐까?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먹고 자는 방을 중심으로 흘러간다. 영국에서 그렸던 그의 작품 안에는 작가 본인이 들어가 있다. 체스트필드(Chesterfield)의 유령처럼 퀭하게 서 있는 자화상은 낡은 집과 건물에 거의 동화된 채 숨은그림찾기처럼 방 어딘가에 파묻혀 있다. ● 여러 면에서 이국 취향과 애잔함을 품은 채, 혼란스러움과 차분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매력이 모든 그림에 내재한다(그것 봐, 글 맨 앞부분에서 작품의 매력을 설명할 능력이 없다는 말을 붙였는데.). 작가는 기회가 생길 때마다 창작 동기와 과정을 조리 있게 서술했으며, 미술계도 전시 평론이나 작가 비평으로 그에게 응답해 왔다. 2015년부터 2016년에 걸친 그의 이번 개인전 『Isolated garden』은 새로운 시도가 등장하고 있음에도, 작가가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 현실 속 사태를 주목하는 용기, 자기 도상을 주제에 맞춰 적용하는 유연성은 예전과 다를 바 없다. 그래서 나는 이 평문 전에 존재하는 그에 관한 비평문과 본인의 작업수기를 살펴보는 것이 작가 김진을 이해하는데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리해보면 그 언술은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김진_N_either13z21g15b07_리넨에 유채_91×73cm_2015
김진_N_either13z0315b02_리넨에 유채_91×73cm_2015
김진_N_either13z24_리넨에 유채_116.8×91cm_2013

사람들이 삶의 터전을 옮겨 새 생활을 시작할 때 그들은 불안과 기대를 함께 가지기 마련이다. 김진도 마찬가지였다. 더구나 그는 가장 예민한 눈과 감각을 가진 화가다. 작가는 영국 유학 후 파주 작업실과 중국에 있는 작업실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오다가 몇 해 전에 대학교에 일자리를 잡았다. 영국 런던은 그의 작업이 영글었던 결정적 장소다. 유학 생활을 하는 그에게 험한 바깥 생활로부터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곳은 당연히 집이었다. 그런데 집은 그를 보호하는 동시에 가두는 장소이기도 했다. 한국인들이 생각하는 정원과는 다른 차원으로 꾸며진 영국식 정원, 고색창연한 서재와 가구류, 이 모든 것은 시간이 하나의 공간과 오랫동안 닿은 시각적 면모다. 거기서 작가는 고민했다. 안과 밖, 고향과 타향, 예술과 일상, 인공과 자연의 경계선을 자신이 밟고 서있는 자기 정체성에 관한 고민이었다. 다양한 선들의 겹침은 판화의 선과 같은 거친 붓질로 드러난다. 여기서 실내의 모습은 창이나 문을 통해 안팎의 경계를 재설정하려는 장치로 그려졌다. 그는 특별히 지정된 장소 그 이상을 향하며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고 있다. ● 이상과 같은 김진의 작품관은 현학적인 사상을 끌어들이지 않더라도 그가 그림을 그려야 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있다. 또한 내가 보기에, 작가의 작업은 언뜻 보아도 연상되는 과거 시대의 회화로부터 지금에 이르는 사이에 풍부한 레퍼런스를 끌어들일 수 있는 조건을 갖추며, 자신을 미술사의 한 지점에 놓을 수 있는 선명성도 가진다. 하지만 너무 빨리 완성된 이미지에 대칭으로 설정해 둔 사건의 서술과 개념의 반복은 언젠가 다가올 미래에 이르러 작가 스스로가 거추장스러워 하는 짐이 될지도 모르겠다. 이방인으로서의 경험을 중심으로 기술된 작가의 개별 역사도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의 수많은 예술가나 학자들이 비슷하게 경험하는 일반화된 역사다. 뭐 그렇더라도 똑같이 식상한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서 들려주는 재담꾼들은 항상 추앙받는다. 같은 공간적 경험일지라도 남들이 못 보는 것을 보고, 자기 식으로 공간을 완전히 뜯어 해체한 후 다시 설정한 그의 시도는 존중받기에 모자람이 없다.

김진_N_either11c05_리넨에 유채_130×160cm_2011
김진_N_either11c03_리넨에 유채_180×230cm_2011
김진_N_either1016-Hi Insadong_리넨에 유채_194×259cm_2010

이번 전시에서 가장 눈여겨 볼 부분은 따로 있다. 김진은 자신이 견지해 온 미술의 정형을 새로운 환경과 충돌시키며 참신한 작품을 변증법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대학 교수라는 신분은 그에게는 또 다른 문턱이다. 그는 이러한 불안의 문턱 위에서 자신보다 더 경계 지대에 갇혀있는 학생들에게 눈길을 돌린다. 그림을 그리는 미대 실기실이 이번 전시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Isolated garden』은 우리말로 고립된 정원인데, 런던 체류 시절부터 그가 눈에 담아 온 정원을 실기실에 메타포로 끌어들인 기획이다. 기존 작업 『N_either』 또한 둘 중 어느 곳도 아니라는 뜻의 부정어법 단어를 미국에서는 니더로, 영국에서는 나이더로 발음한다는 사실로부터 착안한, 말하자면 자신의 상태를 중의적으로 빗댄 표제였다. 마찬가지로 『Isolated garden』 또한 고립된 정원 이외에도 소외된 정원처럼 다른 여러 가지 뜻으로 통할 수 있다는 점을 작가는 강조한다. ● 그의 새로운 작품 중에는 정원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지시한 작업이 있는가 하면, 옅은 색조에 자유로운 선을 강조하며 추상성을 강화한 작품도 있다. 작가가 지금까지 표현한 스타일과 조금 다른 이 두 가지 화풍은 그 고립된 정원의 이미지가 둘 다 아닌(neither) 그저 자신의 본 작업을 위해 양쪽에서 길을 터주는 것 같은 인상이 든다. 그 중간을 가로지르는 본 작업은 바로 소외된 정원 속에서 저마다 어여쁘게 커가지만 이 꿈마저 가둬진 채 관리 당하는 예술 초년생들의 모습을 상징한 것이다. 이 상징이 제자들을 격려하고, 자기 예술을 성숙시키고, 나아가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자칫 이기적이고, 관습적이고, 자기도취적인 정 반대의 경향으로 빠져버릴 위험은 없나? 그럴지도 모른다. 아직은 나도, 작가 본인도,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현재로서 우리는 그가 겪어 온 세상 단 하나뿐인 이미지를 화폭에 새겨나가는 일을 지켜볼 뿐이다. 그가 머무는 곳들, 그것을 담는 시야, 그리고 갇힌 방과 뜰을 벗어나 거리나 들녘으로 나갈지도 모르는 어느 순간에 대한 기대, 이 모두를 감싸는 게 그의 회화다. ■ 윤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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