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피-라이트 The Copy-light

이성준展 / LEESUNGJUNE / 李成俊 / photography   2015_1216 ▶ 2015_1222

이성준_녀석들이도망갈까봐급하게찍었다_피그먼트 프린트_33×82cm

초대일시 / 2015_1216_일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갤러리 나우 GALLERY NOW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39(관훈동 192-13번지) 성지빌딩 3층 Tel. +82.2.725.2930 www.gallery-now.com

사진에서 최대한 작가의 의도가 없는 사진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그리고 작가의 의도와 능력이 아니라 카메라의 의도와 능력을 사진으로 표현할 수는 없을까. 이 작업은 지난 『트윈-아이즈 리플렉스 Twin-Eyes reflex』(2010)시리즈와 연장선에 있는 프로젝트이다. 『카피-라이트 The Copy-light』작업은 나의 아이(12)가 먼저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보고 그대로 따라서 본인이 다시 찍은 다음, 두 이미지를 붙여서 만든 것들이다. ● 먼저 아이는 두 개의 장치를 사용해서 찍었다. 카메라와 삼각대이다. 아이는 자신이 찍고 싶은 것(주로 예쁘고 색이 강한 것)을 디지털 카메라의 자동모드와 노출보정 장치를 사용해서 찍는다. 그리고 나는 그 사진을 보고 그대로 카피해서 찍는데 이 때 비슷한 화각과 같은 화면 비율의 낡은 폴딩형 카메라로 같은 자리에서 찍었다. 카메라를 든 두 사람의 나이 차이는 30년이 나고 그 손에 각각 쥐어진 두 카메라의 생산 연도 차이는 약 60여 년이다. 적게는 30년에서 많게는 60년의 차이가 나는 사진의 주체에 의해서 생산된 두 개의 이미지는 포토샵으로 나란히 겹쳐서 붙여졌다.

이성준_맨발로추위에떨며찍은슈퍼문_피그먼트 프린트_33×86cm
이성준_자작나무에바람이불고있다_피그먼트 프린트_33×82cm
이성준_진달래는색깔이여리여리하다_피그먼트 프린트_16×36cm
이성준_물이흐르다중간에멈춘것같다_피그먼트 프린트_33×82cm
이성준_벚꽃이꼭그림같다_피그먼트 프린트_33×86cm
이성준_카메라옆의무당벌레가신경쓰였다_피그먼트 프린트_33×78cm

아이는 자연의 빛을 이용해서 대상을 카피하고 나는 그 이미지를 다시 카피했다. 아이는 카메라라고 하는 기계장치의 힘을 빌어서 이미지를 생산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나는 아이의 힘을 빌어 최종 겹쳐진 이미지를 생산하고 최종 의미를 부여한다. 아이에게 사진의 도구는 카메라와 삼각대이고 나에게 있어 사진의 도구는 카메라와 삼각대 그리고 먼저 대상을 고르고 찍은 아이의 사진적 행위이다. 카메라는 작가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는 도구인가, 아닌가. 혹은 그 반대인가. ● 두 개의 사진이 겹쳐진 것은 카메라에서 필름 이송장치가 고장이 났을 때 볼 수 있는 것으로 카메라와 필름을 사용했을 때만 볼 수 있는 장면을 재현한 것이다. 물론 그런 장면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그래픽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 이미지가 겹쳐지는 것은 필름을 사용하는 카메라라는 기계장치에서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내가 재현한 것은 아이가 고른 나무나 꽃과 같은 대상이 아니다. 잘 작동할 때는 알지 못하다가 간혹 기계고장이 났을 때, 나의 도구가 다른 것이 아닌 카메라라는 기계장치임을 깨닫는 순간에 나타나는 카메라의 존재감이라고 할 수 있다. ● 아이가 전시를 준비하는 중에 사진을 고르고자 작게 출력해서 학교에 가져갔다. 우연히 그 사진들을 본 같은 반 친구들이 "야 이거 진짜 니가 찍었어? 니네 아빠가 찍은 거 아냐?"라고 물었다. 그래서 아이는 이렇게 대답했다. "카메라가 좋아서 그래." ■ 이성준

Vol.20151216f | 이성준展 / LEESUNGJUNE / 李成俊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