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품명품전(傳)

이원호展 / LEEWONHO / 李杬浩 / installation   2015_1218 ▶ 2016_0110

이원호_진품명품傳_진품명품 출장감정에서 구입한 사물들_설치, 영상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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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호 홈페이지_www.wonholee.net

초대일시 / 2015_1218_금요일_06:00pm

후원 / 서울시_서울문화재단_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11:00am~07:00pm

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PS333 SEOUL ART SPACE_GEUMCHEON 서울 금천구 범안로15길 57(독산동 333-7번지) 3층 Tel. +82.2.807.4800 blog.naver.com/sas_g geumcheon.blogspot.com

진품명품이라고 하는 TV장수프로그램이 있다. 그 TV프로그램의 한 섹션으로 출장감정이 있는데 매주 특정 지역을 찾아 다니면서 골동품 감정을 해주는 것이다. 감정은 대부분 해당 지역의 구청이나 군청에서 이루어 진다. 여러 경로를 통해 행사를 홍보하면 지역주민들이 각자가 소유하고 있는 사물들을 가지고 와서 감정위원들에게 감정을 받는다.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오, 육십 명의 지역주민이 고서, 그림, 도자기, 장, 서예, 병풍 등의 다양한 사물들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조심스럽게 감정순서를 기다린다. TV방영 분량을 위한 1 시간 여의 녹화촬영 후에 수십여 점의 물건들이 감정을 받는 것은 20 여분 남짓이다. 4 명의 전문 감정위원이 대상의 진위(眞僞)나 골동품으로서 가치를 판별하는 데는 개체 당 불과 몇 초의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가끔 보기 드물게 고가로 판정되는 물건들이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물건들이 가(假)품이거나 인쇄물, 오래되지 않은 근대의 작품 또는 일본, 중국, 동남아시아 등에서 건너온 제품들이어서 출장감정의 대상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원호_진품명품傳_진품명품 출장감정에서 구입한 사물들_설치, 영상_2015

감정 받은 사물이 "진(眞)"이 아니라고 해서 그 사물들이 반드시 "위(僞)"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명품(名品)은 진품(眞品)을 전제조건으로 하지만, 명품으로 인정받기 위한 자격인 역사적 사료로써의 가치나 희소성 등의 몇 가지 조건을 고려한 감정에서 상대적으로 덜한 평가를 받는다고 해서 "위(僞)"로 정의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 앞서 말한 몇 가지 조건들이 충족 되었을 경우에만 "진(眞)"으로써의 기대치에 다다르기 마련이다. 여기에서 "진(眞)"이라 함은 골동품으로서의 여러 가치를 인정받아 높은 교환가치로 상정될 수 있음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대부분 경제적 효용가치의 측면에서 "위(僞)"와 비슷하거나 동등한 위치를 부여받게 마련이다. 길게는 수 십 년 동안 아니면 짧게는 몇 주 동안일 수도 있겠지만 소유자들이 물건에 기대했던 가치들은 단 몇 분만에 전혀 다른 지위와 위세로 이동하게 된다. 물론 만족할만하거나 의외의 기대치를 채우고 돌아가는 이도 있지만 대부분은 허탈한 심정과 아쉬움으로 물건을 다시 포장하여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원호_진품명품전(傳)展_서울문화재단 서울시창작공간 금천예술공장 PS333_2015

지난 봄 무렵부터 매주 출장감정을 따라 다니면서 특정사물들을 구입하였다. 특정사물이라 함은 출장감정을 통해 진품으로 판정받지 못한 모조품 또는 복사본 등을 의미한다. 조금 더 정확히 기술하자면 흥정의 대상은 출장감정을 통해 진품이나 명품으로 판정된 사물이 아니라 감정의 대상이 되지 못한, 즉 골동품으로써의 가치나 희소적 가치, 재화로써의 가치 등 차후 충분한 교환가치로 환산될 만한 가능성이 제거된 사물들인 것이다. TV출장감정 현장에서 감정 후 물건을 가지고 되돌아가는 소유자들에게 직접 판매의사를 물어 구매를 시도하거나, 연락처를 받아 나중에 개인적으로 찾아 다니며 물건들을 구입했다.

이원호_부부(浮)동산_노숙자들로부터 매매 구입한 종이박스 집, 매매계약서, 끈, 종이, 나무, 액자, 2채널 영상_00:30:00_2015

어느 시대나 그러했겠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있어서 사물의 가치는 더욱더 가격과 필연적인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진(眞)"으로써의 위치에 대한 기대는 대상의 모든 조형적인 속성들을 어느 이상적인(?) 미로 고착화 시킴과 동시에 대상의 모든 물질적 속성들이 나름대로의 미학적 당위성과 고유성을 가지게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진(眞)"이 함의할 수 있는 여러 가치 또는 기대가 제거된 대상들은 흥정과정에서 기존의 욕망과는 다른 또 다른 의미를 생산하는 기호로써 새롭게 작용하고는 한다. 사물의 가치를 결정하던 기존의 잣대는 사라지고 그 뒤에 숨겨져 있던 사물과 관계된 소소한 개인적인 사건들이 그 대상을 정의하는 중요한 의미로써 자리를 메우는 것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의 진위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힘들지만 아뭏든 흥정과정에서 각 사물들은 자신의 고유한 역사를 구축하게 되고 이를 통해 소유자와 더욱 밀접한 유대감을 형성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애착 또는 집착은 또 다시 조금 더 높은 가격으로 상정되기 마련이다. 진위감정을 통해 여러 측면에서 높은 재화로써의 가치를 획득할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린 사물들은 이제는 당연한 시장의 원리나 노동의 가치 등에 기반하기 보다는 심리적 가치에 많은 비중을 두게 된다. 그러나 각 사물들이 시간성, 물질성, 서사성 등에서 유사한 배경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현격한 가격차이를 드러내는 것은 심리적 가치를 결정하는 요인들이 대상마다 또는 개인마다 서로 다른 깊이의 층위에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흥정이 단순하지만 명료하지 않고, 계산적이지만 논리적일 수 없는 이유는 결국 각 사물들이 자신의 고유한 역사를 확립함과 동시에 복합적이고 불가해한 심리적 서사들을 내포하는 고유한 개체로 환원되기 때문이 아닐까.

이원호_부부(浮)동산_노숙자들로부터 매매 구입한 종이박스 집, 매매계약서, 끈, 종이, 나무, 액자, 2채널 영상, 도쿄 국립신미술관에 설치_00:30:00_2015

흥정을 통해 구입된 다양한 종류의 사물들은 이번 전시에서 개체의 속성에 따라 구분되기 보다는 각각의 사연과 이야기들에 의해 분류되어 영상과 함께 설치, 전시된다. 더불어 2015년도의 제작한 작품 "부(浮)부동산"의 영상만을 재편집하여 함께 선보인다. ■ 이원호

이원호_부부(浮)동산_노숙자들로부터 매매 구입한 종이박스 집, 매매계약서, 끈, 종이, 나무, 액자, 2채널 영상, 도쿄 국립신미술관에 설치_00:30:00_2015

부(浮)부동산 (2015) ● 이원호는 우리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사물이나 공간에 대한 사유를 바탕으로 이들을 둘러싼 개념을 해체하여 전혀 다른 차원의 상황으로 제시하는 작업을 해왔다. 예컨대 스포츠 경기장의 흰색 라인을 모두 제거한 후 그 라인만으로 이루어진 '화이트필드'를 만들거나, 애초에 수신자가 없는 편지를 발송하여, 수취인 불명으로 반송되는 과정을 편지 봉투 속 녹음기를 통해 기록하는 것이 그의 작업 방식이다. 사회적 규칙이나 통념, 상식을 전복시키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작가는 우리에게 주변 사물을 대하는 색다른 태도, 세상의 이면을 이해하는 대안적 관점을 제안한다. 이번 전시를 위해 제작한 신작 「부(浮)부동산」(2015)에서 작가는 한국과 일본의 노숙자들에게 그들이 집처럼 사용하고 있는 종이박스를 구입한 후, 이 박스들을 이용하여 전시장 안에 커다란 집을 만들었다. 흥정을 통해 노숙자들로부터 종이박스를 구입하는 매매의 과정은 영상으로 기록되며 정식 계약서에 서명을 하는 것으로 완결된다. 언제부터인가 재산으로서의 의미가 더 커져버린 집의 근본적 의미와 가치에 대해 재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ARTISTFILE 2015 전시 설명 중) ■ 국립현대미술관

Vol.20151218c | 이원호展 / LEEWONHO / 李杬浩 / 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