긍정적인 사람의 실상

노아영展 / NOHAYOUNG / 盧婀煐 / drawing.installation   2015_1221 ▶ 2015_1226

노아영_긍정적인 사람의 실상_드로잉_39.4×54.5cm_201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0930d | 노아영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스페이스 129 SPACE 129 대구시 중구 봉산문화길 14 Tel. +82.53.422.1293

'긍정적인 사람의 실상'은 긍정적인 것과는 다소 거리가 먼 한 인간의 이야기이다. ● 전시를 계획하고 글을 쓰게 된 화자는 오래전부터 '나는 왜 이리 긍정적인 인간이 되지 못할까.'라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실상이 그렇다보니 '무엇이 나를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하였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고, 더군다나 대학원에서의 이수 과정을 마치고, 논문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일들로 염려스럽고 어두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던 찰나, 이러한 고민은 깊어지기 시작했다. 전시를 계획하던 중, 이러한 생각은 더욱 증폭되었다. 많은 고민이 들었지만 이것을 작업을 통해 한 번 꺼내 보기로 결심했다. 전시는 화자가 대학원 과정 중에 있었던 이야기와, 학교를 다니며, 또 살아가며 느꼈던 여러 가지 일들, 그 나름의 한계와 고충을, 그리고 앞으로의 다짐들을 각종 언어(텍스트)와 시각자료(드로잉 및 오브제)를 통해 끄집어낸다.

노아영_긍정적인 사람의 실상_가변설치, 160×30×25cm_2015

최근에 화자는 더욱 긍정적이지 못한 인간이 되었다. 사실상 이러한 부분은 누구나가 한번 씩 겪게 되는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나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내가 본래부터 그런 인간이 아니었는지를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만약 본래부터 내가 그런 인간이었다면 내 스스로가 나를 긍정적이지 못한 인간으로 만들었을 것이고, 만약 그 요인이 외부에 있다면 그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찾고 싶었다.

노아영_긍정적인 사람의 실상_드로잉_39.4×54.5cm×6_2015
노아영_긍정적인 사람의 실상_드로잉_39.4×54.5cm×6_2015

하지만 외부에서 그 원인을 찾기에는 어떤 한계점이 분명해 보였고, 굳이 그러한 것을 들추어내어 추잡한 단면을 보여준들 무엇이 달라지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누구나 어려운 부분은 있고, 다 그러고 사는 것인데, 왜 너만 유난스럽게 그러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화자인 나는 이것을 비단 감추고만 사는 게 최선의 방법인지 어떤 의문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것이 타인으로부터 어떠한 위로나 동정 혹은 공감을 이끌어 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이러한 반응을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웃긴 일이고 또 아주 작위적인 행위라는 것 또한 안다. '나라는 인간이 이렇습니다.'라는 것을 말했을 때 '참네, 진짜 웃긴 인간이군, 혹은 나랑 약간 비슷한 구석도 있네.'라는 반응이면 다행이겠지만 설사 그렇지 않은 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내용이 글의 주제가 되고, 더군다나 전시의 주제가 된다는 사실이 부끄럽기도 하고, 석연치 않은 구석도 분명 존재하나, 그렇다고 해서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하거나, 현재의 나와 별 상관도 없는 연구거리를 들고 나와 그럴듯하게 포장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노아영_긍정적인 사람의 실상_독립출판물_14.8×21cm_2015

화자는 요즘의 일상에 근거하여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였는지, 또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한권의 드로잉 북과 텍스트, 그리고 그간에 썼던 글과 각종 오브제를 통해 드러낼 생각이다. 이것을 열고 닫을 수 있는 '서랍'이라는 구조 속에 넣어,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타인의 일상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싶은 욕구를 반영하도록 하였다. 총 12 칸의 서랍으로 구성된 두개의 장은 각종 드로잉과 텍스트 그리고 그것과 관계한 오브제들로 채워진다. 화자가 작성했던 초등학교 때의 일기장과, 성인이 되고 나서 적은 부끄럽지만 이상한 글, 그 밖의 각종 드로잉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그 밖의 오브제로는 직접 접은 종이배와 맥주 깡통 등이 등장한다.

노아영_긍정적인 사람의 실상_드로잉_39.4×54.5cm_2015
노아영_긍정적인 사람의 실상_드로잉_39.4×54.5cm_2015

특별할 것도, 그렇다고 아주 이상할 것도 없는 평범한 것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 속에서 긍정의 자국이나 부정의 이유 또한 분명히 찾을 수 없다. 열 살 무렵에 썼던 어느 날의 일기가 그렇고, 근래에 쓴 어떤 문장이 그렇듯, 나름의 힘듦과 고민이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열 살로부터 십 수 년이 지난 지금의 내가 느낀 삶의 단면들이 오래 전의 나와 그리 다르다고 말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회유하거나, 다른 인간으로 거듭나야지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긍정과는 거리가 먼 어떤 부정의 감정이 나를 조금 옥죄어 올 지라도, 그냥 그렇게 살아갈 것이고, 그것이 동력이 되어 세상을 조금 더 분명한 눈으로 볼 수 있다면, 보다 내밀한 관찰자가 되려 한다.

노아영_긍정적인 사람의 실상_드로잉_39.4×54.5cm_2015

모두가 두려워하는, 별로 가치 있다 여기지 않는, 예술의 범주에 넣으려 하지 않는, 소위 말해 이토록 유치하고 지겨운, 부끄러운 일기장 작업을 끄집어내는 이유는 솔직함의 표현에 있는 거 같다. 설사 이것이 아무런 지위를 얻지 못하고, 표현의 당위성을 잃어버릴지라도 이토록 민낯을 드러내는 이유는, '솔직함이라는 것이 지금의 내 위치와 상황이 아니라면 더 이상 진솔하게 표현되지 못할 수도 있다.'라는 어떤 두려움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상 '긍정적인 사람의 실상'은 긍정의 강요도, 부정의 폭로도 아닌, 그냥 그렇고 그런, 한 개인의 일상이자 푸념 같은 것이다. ■ 노아영

Vol.20151221b | 노아영展 / NOHAYOUNG / 盧婀煐 / drawing.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