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로 들어가다

박춘화展 / PARKCHUNHWA / 朴春花 / painting   2015_1223 ▶ 2015_1230 / 월요일 휴관

박춘화_안개 fog_장지에 채색_107×97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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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춘화 블로그_blog.naver.com/parkchunhwa2000

초대일시 / 2015_1226_토요일_03:00p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_인천문화재단_가천문화재단

관람시간 / 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인천아트플랫폼 INCHEON ART PLATFORM 인천시 중구 제물량로218번길 3 Tel. +82.32.760.1000 www.inartplatform.kr

감수성으로 빚어진 흐린 풍경 ● 자신의 신체를 둘러싼 외계가 풍경이라면 그것은 몸에 대한 상대적 거리 속에서 자리한다. 풍경은 내 몸과 한 쌍을 이루는 또 다른 몸, 타자이다. 풍경을 그린다는 것은 몸을 가진 내가 내 몸 밖의, 저 몸에 대한 일종의 반응을 시각화하는 일이다. 반응은 일방적일 수 없기에 상호 참조적이며 관계적이다. 그러니 그림을 그리는 것도 이 반응들이 상당히 복잡하고 까다롭게 얽혀 들어가며 이루는 일이다. 우리가 풍경을 본다는 것은 이미 그 풍경에 대한 일정한 지식, 경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선입견과 모종의 상투적 관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니 모든 풍경그림은 일정한 표상시스템에 따라 자연을 이미지로 재현한 것이 된다. 그것은 우리가 어떠한 특정 대상을 자연이라고 규정하고 인식하는 일이자 자연이라는 개념으로 표상되어 있는 것에 의존한다는 얘기다. 그렇게 '자연이라고 표상된 대상을 재현하는 것'이 바로 풍경그림이다. ● 그런데 풍경은 결코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보는 사람의 주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자 작가의 세계관에 의해 다양하게 해석된다. 그러니까 풍경은 중립적 대상이나 고정된 개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보는 사람의 인식을 통해 비로소 의미가 부여된다. 동시에 좋은 그림은 틀에 박힌 표상시스템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이른바'드라마'가 없는 그림이다. 그러나 학습된 것으로부터 자유로우며 드라마 없이, 오로지 풍경을 그 자체로만 본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세잔은 풍경을 "개처럼"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의 눈처럼 목적을 가지지 않은 채 바라보라는 말이다. 세계를 볼 때 학습된 눈으로, 선입견으로 재단하지 말라는 것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그렇게 선험적으로 규정되고 학습된 것, 일정한 틀이 되고 규범이 되는 자연관을 의심하고 지우고 다시 생각해보는 일이다. 고정관념으로부터 부단히 탈주하는 것, 관습적으로 받아들인 세계에 대한 해석과 감정을 지우고 매번 그것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좋은 그림이 피어난다.

박춘화_산비탈 mountain slope_장지에 채색_112×112cm_2015
박춘화_struggle for existence_장지에 채색_97×116.5cm_2015

박춘화는 자신의 일상에서 문득 다가와 박힌 자연 풍경에 주목했다. 그 풍경들은 특정한 계절과 날씨, 기후와 분위기에 절여져 있다. 다양한 계절의 흐름이 있고 나무와 풀들은 뒤척이며 그 사이에 몇몇 사람들이 돌처럼 박혀 있다. 그 장면은 명확하게 읽히지 않는다. 그것은 작가만이 경험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우리 역시 지나치면서 접하는 무수한 풍경에서 알 수 없는 감정에 사로잡히곤 한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규정하긴 어렵다. 작가는 바로 그렇게 언어화시킬 수 없는, 모호하고 난해한 감정을 유발한 특정 장소, 시간, 계절에서 느낀 감정을 어렵게 시각화하고자 한다. 장지에 아크릴로 그려진 구상화(채색화)지만 동시에 한 작가의 감수성에 의해 판독되고 내면의 감각으로 적셔진 그림이다. 화면은 전체적으로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투명한 막에 의해 씌워진 효과를 주며 눅눅한 습성에 의해 가라앉고 있다. 흐릿한 윤곽, 중간 톤의 색채, 흔들리는 형상, 그리고 수수께끼처럼 박힌 점경의 인물들로 인해 그림은 구상과 환상의 경계를 가로지른다. 구체적인 풍경이면서도 문득 초현실적인 장면을 연상시킨다. 작가는 자신이 접한 풍경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의 번짐, 그 위로 겹쳐지는 이전의 경험과 기억, 그리고 그로부터 발생하는 여러 감정의 흔들림을 마주하고는 '그것'을 그리고자 한 것 같다. 자연/타자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존재다. 그것이 어느 날 자신에게 다가와 감정의 파문을 일으키는가 하면 익숙한 세계에 구멍을 내고 파열음을 만들어낸다. 익숙하고 일상적인 것들이 어느 순간 낯설게 다가옴을 느낀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강한 힘을 발산한다. 낯설음이란 특정한 외부의 경험에 의해 생성된 내적인 심리상태를 지칭한다. ● 박춘화가 그린 그림은 분명 특정 풍경이고 숲이나 나무를 연상시키는 흔적이지만 동시에 화면을 덮고 있는 물감의 층위이고 색채를 머금고 있는 활성적인 물질이자 촘촘한 붓질을 전달하는 신체성의 기록이고 자연에서 경험한 인상과 기억의 목록이자 자기 몸의 반응을 기술한 텍스트다. 자신이 대면한 세계에 대한 반응을 촉각적인 물질로 성형한 것이다. 모든 재현이란 결국 '그것'을 그린다.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좋은 작품은 언어와 문자로는 규명하기 어려운 감각을 전달해 준다. 우리는 그 사람만이, 그 작가만이 세계를 접하고 만나 문득 깨달은 그 무엇을 보고 싶은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본 자연을 가능한 한 상투적이고 관습적 시선이 아닌, 그것 자체로 생생하게 접촉할 때 생기는 생소함을 그리고자 한 것 같다. 동시에 충만한 감수성으로 '느낀' 자연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빌어 자신의 감정으로 덧칠한, 그렇게 새롭게 환생한 자연을 다시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자 풍경은 비로소 의미의 대상이 아닌'의미의 주체'가 된다. 알려진 모든 선입견과 편견이 지워진 지점에서의 풍경과의 우연한 만남, 맞닥뜨림, 그리고 이로부터 출현한 또 다른 가능한 세계와 대면하게 하는 것이 좋은 풍경화다. 박춘화가 그린 그림은 분명 여기, 이곳의 풍경이지만 동시에 이곳에 없는 풍경이기도 하다. 일상과 비일상 사이에 있는 묘한 풍경이다. 그것은 현실과 비현실, 시각과 비시각, 객관성과 주관성 사이에 위치한 모호한 풍경이 되었다. 결국 작가가 그린 풍경은 특정 대상의 외양이 아니라 그로부터 촉발된 자기 내부의 온갖 것들에 해당하는 것은 아닐까? ■ 박영택

박춘화_헤매이다 wander_장지에 채색_80×130cm_2015
박춘화_한 숨 sigh_장지에 채색_35×92cm_2014

Blurry Landscapes Made of Sensibility ● If the world that surrounds one's body is a landscape, it is located within the relative distance from his or her body. A landscape is another body that makes a pair with one's body. It is also called the other. To paint a landscape is to visualize a kind of response of oneself toward a body outside his or her body. A response is only unliteral; therefore, it is referential and relational. That is, such responses are entwined in very complicated and particular ways when one makes paintings. To see a landscape is possible only when one already has a particular knowledge and experience on the landscape, relying on a prejudice and certain conventional ideas. Therefore, all landscape paintings represent images of nature according to a fixed representation system. This means that we label and recognize certain particular subjects as nature while depending on what is represented as a concept called nature. "To reproduce subjects that we represent as nature" is what we call a landscape painting. ● Landscape paintings are not objective; they rather become different depending on the perspective of who sees them and they can also be deciphered depending on the world views of artists. That is, a landscape is not captured by neutral subjects or fixed ideas. Rather, its meanings can be achieved through perceptions of the viewer who sees the landscape. Simultaneously, a good painting gets away from a fixed representation system. It is a painting that has no "drama."However, to look at a landscape as the way it is can be a very hard thing without drama, free from what is educated. Cezanne used to say one should look at a landscape like"a dog." That means one should look at a landscape with eyes of a child without having a purpose. It means that one should never cut out when seeing the world with educated eyes and prejudices. Therefore, what is important is to have a doubt, erase, and rethink the nature view that is intuitively prescribed, studied, and becomes a fixed frame or standard. It is important that one constantly keeps trying to escape from fixed ideas, removing interpretations and emotions from the world he or she has conventionally accepted, and admitting them as if it is the first time he or she sees them. A good painting blooms at this point. ● Chun Hwa Park focused on natural landscapes found in her daily life that casually came to her and embedded in her mind. The landscapes are marinated in a particular season, weather, climate, and atmosphere. There are diverse flows of seasons, trees and grass toss and turn, and a few people are stuck there like stones. The scene cannot be read clearly. It is a situation that only the painter experienced. However, we also get caught by a number of landscapes that we pass by feeling emotions that we do not even know what they are about. It is hard to define those experiences. Park attempts to visualize the emotions she felt from specific place, time, and season that caused ambiguous, vague feelings that cannot be verbalized. Her works are representational paintings (colored) that are painted with acrylic paints on Korean paper called Jangji but they are read by her own sensibility and wet with senses found inside herself. The surfaces of her paintings look as if they are covered with a transparent layer like they are concealed by the fog overall. They look like they are sinking to the bottom with their damp characteristic. Her paintings cross the boundary between representation and fantasy due to the blurry outlines, mid-tone colors. shaky images, and mysterious staffage described like a riddle. They are specific sceneries but also somehow remind the viewer of surrealistic scenes. Park must have wanted to paint "it" after confronting unknowable spreads of emotions found from the landscapes she saw, from her past experiences and memories that are layered on the landscapes, and from several times of emotional shakings caused by those experiences. Nature and the other can both be familiar and unfamiliar existences at the same time. They come to us one day and stir our emotions and at times, they make a hole and cause an explosive noise in the familiar world. Then we feel detached from ordinary things that we have felt familiar with. And they work off a strong energy. Unfamiliarity refers to a psychological state of one's inner world that is structured by experiences of a specific outer world. ● Chun Hwa Park's paintings are certainly particular landscapes and traces that remind the viewer of forests or trees; but at the same time, they are layers of paints that cover her paintings, active materials that have colors, physical records that deliver dense brush strokes, lists of impressions and memories she experienced from nature, and texts that illustrate the responses of her own body. She shaped her response toward the world she confronts into textural materials. All reproduction eventually describes "it." It is hard to explain what it is exactly. However, a good work delivers a sense that is hard to verbalize as a language or text. We want to see "it" which we realize all of a sudden after meeting with a world only the artist herself faced. Park seems like she wanted to paint the strangeness she feels when she contacts vivid nature eliminating trivial or conventional perspective. At the same time, she paints nature that she "felt" with her rich sensibility. She does not imitate nature; rather, she attempts to present nature that newly reincarnated by painting over it with her emotions. Then a landscape finally becomes "a subject of meaning," not an object of it. A good landscape makes the viewer meet with a new world that is generated by confronting a landscape accidently at the point where all the known preconceptions and prejudices are removed. Chun Hwa Park's paintings are surely sceneries of here and now but at the same time, they are the landscapes that do not exist here. They are uncanny landscapes that exist in between dailiness and non-dailiness. They became vague landscapes that are located in between reality and non-reality, visuality and non-visuality, and objectivity and subjectivity. Eventually, the landscapes Park painted are not the outside of certain subjects. Aren't they rather part of what's inside herself that are derived from the outside? ■ Young Taek Park

Vol.20151223i | 박춘화展 / PARKCHUNHWA / 朴春花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