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 상자 속 원숭이

Monkeys in the Cabinet of Curiosity展   2016_0106 ▶ 2016_0228 / 백화점 휴점일 휴관

호기심 상자 속 원숭이展_신세계갤러리 본점_2016

초대일시 / 2016_0106_수요일_06:00pm_본점

참여작가 권오인_노준_박새롬_박승원_박찬용 심래정_알타임조_오미라_유창창_윤호준 이근민_이동헌_장파_정희승_최수정 홍정표_추광철(원숭이 오브제 소장가)

주최 / (주)신세계

2016_0106 ▶ 2016_0124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8:3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신세계갤러리 본점 SHINSEGAE Gallery 서울 중구 소공로 63 신세계백화점 본점 12층 Tel. +82.2.310.1924 shinsegae.com

2016_0127 ▶ 2016_0228 관람시간 / 10:30am~08:00pm / 금~일요일_10:30am~09:00pm / 백화점 휴점일 휴관

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 SHINSEGAE GALLERY CENTUMCITY 부산시 해운대구 센텀남대로 35(우동 1495번지) 신세계 센텀시티 6층 Tel. +82.51.745.1508 shinsegae.com

"그래서 저는 원숭이로서의 삶을 포기하겠다고 마음 먹었습니다. 그건 정말이지 똑똑하고 멋들어진 결단이었습니다. 돌이켜보건대, 그것은 제 뱃속에서 나온 생각이었습니다. 왜냐면 원숭이는 배로 생각하니까요." (어느 학술원에 드리는 보고, 프란츠 카프카) ● 동물원의 원숭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구경하는 데에 비해, 인간에게 같은 짓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이분법적 분류는 아무리 지능이 높은 동물일지언정 근본적으로는 인간과 다르다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동물의 행동에 관한 연구가 누적되면서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인간만의 고유한 리스트가 점점 줄고 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대개 정도의 차이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 유전학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유전자 구조는 침팬지와 98.4% 동일하다. 나머지 1.6%의 유전자가 인간다움의 근원이라는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인간과 원숭이를 근본적으로 구분 짓는 것은 1.6%에 불과한 작은 유전자적 차이가 아니라 발명, 예술, 언어와 문자의 사용 등 인간만이 지니는 독특한 특성들이다. 벌거벗긴 채로 언어를 박탈당하고 동물원 우리에 가둔 인간을 상상해보라. 그는 직립보행을 터득한 털 없는 원숭이에 불과할 뿐이다. 인간이 원숭이와는 전혀 다른 존재인 동시에 신체 구조나 분자의 가장 미세한 부분까지도 닮아있다는 모순이야말로 인간이라는 종이 지닌 가장 흥미로운 특징일 것이며 수많은 예술가들이 원숭이로부터 영감을 얻은 원천이 되었을 것이다. (...)

호기심 상자 속 원숭이展_신세계갤러리 본점_2016
호기심 상자 속 원숭이展_신세계갤러리 본점_2016

16세기 중반 독일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캐비넷은 아름답고, 생소하고, 기괴하고, 희귀하고, 이국적인 물건들로 메워진 방을 의미한다. 호기심의 방cabinet of curiosities은 독일에서는 쿤스트카머kunstkammer, 분더카머wunderkammer, 이탈리아에서는 스탄치노stanzino, 스투디올로studiolo, 영국에서는 cabinet of curiosities, wonder chamber 등으로 불렸다. 말 그대로 미술kunst과 경이로움wunder을 구분하지 않고 담아낸 이 전시 및 소장의 방식은 지적 욕구를 동반한 열광적인 수집열의 결과물이었다. ● 진귀함을 기초로 한 컬렉션인 만큼 그것을 만들고 유지할 수 있는 자들의 전유물로써 권력자들이 취향과 권력을 과시하는 역할을 한 캐비넷은 세계의 축소판이라 일컬어질 정도로 그 내용물이 다양했다. 르네상스 당대에는 아직 분류 체계가 정립되지 않은 물건들의 백과사전식 컬렉션-상어 이빨, 불가사리, 희귀 동전, 돌, 화석, 박제 동물, 식물 표본, 이국의 풍경을 그린 그림, 세공 된 상아 조각 등-이 한데 모여 호기심의 방을 채웠다. 이는 근대 이후의 분류 체계를 빌자면 자연사 표본들, 지질학, 민족학, 고고학, 종교, 역사, 미술, 유물들, 진품과 모조품을 아우르는 실로 방대한 범위이다. 캐비넷 특유의 비체계적인 디스플레이 특성 때문에 오늘날의 박물관과 미술관의 전시에 익숙한 오늘날의 관객으로서는 캐비넷의 내용물을 미술, 문화인류학, 생물학, 고고학 같은 학문의 범주에 따라 대상을 분류해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할 것이다. ● 근대에 이르러 박물관, 미술관으로 상징되는 학술 및 보존의 기관과 프릭쇼freak show로 상징되는 기괴한 구경거리를 제공하는 방으로 분화하며 캐비넷의 시대는 저물기 시작한다. 오늘날에 이르러서도 당대 유럽 제후들의 저택을 개조한 관광지 일부에서 옛 캐비넷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

호기심 상자 속 원숭이展_신세계갤러리 본점_2016
호기심 상자 속 원숭이展_신세계갤러리 본점_2016

『호기심 상자 속 원숭이』는 인간 vs 원숭이의 이분법 사이에 존재하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현대미술을 담은 "원숭이의 방"을 충실히 연출하고자 하였다. ● 인간만 지닌 고유성 중에서도 예술은 가장 독보적인 것이다. 언어라는 고도의 추상적 개념의 체계마저도 생존 및 유전자의 확산을 위한 생물학적인 기능을 지니고 있는 반면 예술은 오스카 와일드가 "모든 예술은 무용하다"고 말한 것처럼 근본적으로는 유용성의 배제를 전제로 탄생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물론, 예술 속의 구애의 기능, 프로파간다적 특성, 장식성, 때로의 환금성 등을 생각하면 미술의 사용가치가 없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용한 주장이다. 하지만 인간의 예술이 잉여로부터 탄생하여 합리성과 효율의 논리를 초월한 차원의 심미적 가치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 독보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 원숭이 등의 고지능 동물이 인간의 기준에서 예술에 준하는 행위를 한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영국의 심리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인간의 예술적 창조성 이면에 있는 힘을 탐구하고, 침팬지가 질서와 균형을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려고 한 시도로써 두 마리의 침팬지 콩고와 벳시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침팬지들이 그린 그림은 런던의 근대미술관에서 전시되었으며, 동물이 그렸다는 사실을 모르는 평론가들에 의해 호평을 받기도 하였고, 대중에게 판매되기도 했다. 물론 유인원의 유사 예술 행위과 인간의 예술을 동일시 할 수는 없다. 인간의 간섭이 없는 야생에서는 일어나지 않을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콩고와 벳시가 작품이 완성된 후 붓과 연필을 쥐는 것을 거부한 것으로 그림이 완성되는 시점을 스스로 판단했던 것은 충분히 의미심장하다. 보여지는 피동적 대상으로서의 원숭이와 작품에 대해 판단하는 능동적 주체가 전복이 된 시점이 바로 그 때이기 때문이다.

호기심 상자 속 원숭이展_신세계갤러리 본점_2016
호기심 상자 속 원숭이展_신세계갤러리 본점_2016

그림 그리는 침팬지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원숭이는 신기한 것, 이국적인 것, 인간과 닮았지만 결코 인간에 미치지 않는 존재, 하지만 인간성을 가장 많이 담은 존재로 여겨 진다. 따라서 예술가들에게 있어서도 원숭이는 각별한 감흥을 선사해왔다. 16명의 참여 작가는 타인과의 소통을 꾀하는 주체로서, 인간의 고통을 공유하는 아바타로서, 인간성을 감추는 가면으로서, 나아가 예술가를 상징하는 도상 등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 다양한 매체와 관점에서 대상을 다루기에 본 전시는 근대의 관념적인 체계 이전의, 미분화되어 분류와 상하위의 관계가 없는 나열의 상태에서 작품이 보여지기를 바랬다. 따라서 매체나 주제의 통일성을 최대한 배제하고 비미술품인 원숭이 오브제 컬렉션과 캐비넷을 병치하여 원숭이로 가득 찬 호기심의 방을 연출하였다. 원숭이의 모습을 빌어 인간의 내면과 조우하기를 희망하는 여정에 잠시 동참하시기를 바란다. ■ 신세계 갤러리

Vol.20160106e | 호기심 상자 속 원숭이 Monkeys in the Cabinet of Curiosity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