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TI-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마리킴展 / MARI KIM / mixed media   2016_0113 ▶︎ 2016_0214 / 월요일 휴관

마리킴_Ancient Letters 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09×163cm_2015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20517g | 마리킴展으로 갑니다.

초대일시 / 2016_0113_일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소격동 70번지) Tel. +82.720.1524 hakgojae.com

세티 ● 지구로부터 1,400광년 떨어져 있는 케플러-452b라는 외계행성이 있다. 백조자리에 속한 태양과 비슷한 케플러-452라는 별 주위를 385일에 한 바퀴씩 돌고 있는 지구보다 조금 큰 행성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외계행성 중에서 지구와 환경 조건이 아주 비슷하기로 몇 손가락 안에 드는 천체다. 케플러 우주망원경의 관측 결과는 우리 은하 안에만 지구와 비슷한 행성이 50억-500억 개 정도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지구를 닮은 행성 중에 일부에만 생명이 존재하고 또 그 중 일부에만 지구인 같은 지적인 생명체가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그 숫자는 여전히 상당히 클 것이다. 외계지적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이 생각보다 흔할 수 있다는 말이다. 어쩌면 지구와 유사한 케플러-452b에 외계지적생명체가 살고 있을지 모른다. 문득 그곳에서 아티스트 마리킴을 만나는 상상을 해봤다. 천문학자인 내 눈은 늘 외계지적생명체가 살고 있을 우주 속 어느 곳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마리킴이 만들어낸 숱한 아이돌(Eyedoll)의 커다란 눈도 그런 세상을 상상하며 반짝이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케플러-452b는 그런 두 사람이 조우하기에 알맞은 곳이다. 그리고 그곳에서 네 개의 눈을 아니 마리킴이 만들어낸 그 많은 눈을 모두 크게 뜨고 우리들의 고향 지구가 속한 태양을 아련하게 응시하는 그런 상상을 해봤다. 마리킴의 전시회 『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가 어쩌면 우리들의 먼 훗날의 조우를 향한 긴 여행의 첫걸음이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들었다.

마리킴_Incomplete Solar System_렌티큘러 필름에 울트라크롬 잉크 프린트_110×110cm_2015

"혼자 낯선 곳을 여행할 기회가 생겼을 때 나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저 발걸음이 향하는 대로 걷는 것을 좋아한다." 마리킴 자신의 고백처럼 그녀는 낯선 것, 혼자인 것, 정해지지 않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즐기는 예술적 여행을 계속해 오고 있는 듯하다. 마리킴은 입체 조형물을 창작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작업에서 2차원의 틀을 고집한다. 공간 3차원의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그녀의 2차원 인물들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차원적인 그림 속에 표현된 인물들은 우리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아니 우리가 그렇게 느끼도록 유도하기도 하고) 그 큰 눈망울로 '내게 말을 해봐' 하면서 도발하기도 한다. 그래서 2차원 속 인물들이 3차원 세상의 우리 보다 더 입체적으로 느껴지곤 한다. 역사 속 인물들을 2차원 평면 속으로 데리고 와서 시간의 입체성을 부여하기도 한다. 2차원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마리킴의 마력 덕분이다. 마리킴의 여행은 그녀의 머릿속으로부터 시작해서 아이돌 그림의 2차원 평면을 거쳐서 우리들의 머릿속으로 입체화되어 들어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녀가 생각한 개념이 복제와 변형이라는 진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들의 뇌 속에서 재개념화 된다는 것이다. 마리킴의 여행은 하나가 여럿이 되는 변화의 예술이다.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마리킴을 표현이 화려한 유능한 팝아티스트로 부르지만 나는 그녀야말로 개념이 작품을 지배하는 작가라고 칭하고 싶다.

마리킴_Star Effect_아크릴 페이스 마운트에 울트라크롬 잉크 프린트_110×110cm_2015

"눈은 마음의 창이다. 많은 눈을 가지면 더 많은 창이 생기는 걸까?" 마리킴 예술의 원형은 아이돌의 눈이다. 장식이나 색깔에는 수많은 변형이 이루어지지만 커다란 눈이 갖고 있는 정서에는 변함없는, 마치 하나밖에 없는 맹세 같은 순결함이 있다. 나는 늘 작가가 그런 순결에 대해서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가 궁금했었다. 눈은 속마음을 드러내는 창이기도 하고 온갖 욕정의 정보가 뇌로 전달되는 입력 통로이기도 하다. 모든 것이 빨려 들어가는 블랙홀 같은 것이기도 하고 모든 것이 튕겨져 나오는 화이트홀 같은 곳이기도 하다. 나가기만 해야 하는 곳과 들어오기만 해야 하는 곳이 만나서 하나가 되는 낯선 곳이 눈이다. 마리킴은 아이돌의 눈을 통해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낸다. 진짜 그녀의 마음을 알 수 없을 만큼 아이돌의 눈들을 통해서 표출되는 정서는 다양하다. 가련한가 하면 당당하고 다정한가 하면 가학적이다. 눈 속에 모순을 몽땅 담았다. 그래서 늘 낯설고 설렌다. 그 눈 그 눈망울이. 『SETI』展은 원형으로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낯선 존재들을 창조하는 마리킴의 관념을 실체로 구현하는 구도의 과정과도 같은 작업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여러 개의 눈이 하나의 눈의 단순한 파생이 아니라 각자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게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는 성인식과도 같은 전시회인 것 같다. 어쩌면 마리킴은 눈의 원형의 순결함마저도 더 낯설고 더 외로운 예술혼의 세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그녀가 만들어 낸 모든 눈들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도록 말이다. ● "멀지 않은 미래, 내 자신을 복제할 수 있다며 다양한 버전의 나를 만들고 싶다." 어쩌면 마리킴은 이미 자신이 내뱉은 이 말을 실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SETI』展의 키워드를 하나만 들라고 한다면 나는 원형이나 우주나 외계인이나 이런 단어보다는 '복제'를 선택하겠다. 마리킴 예술의 원형이 되는 아이돌의 그림으로부터 시작해서 그녀의 그림들은 작가 자신이 의도했던 의도하지 않았던 복제 과정에서 하나하나 나름대로의 의미를 창출하면서 생명력을 얻어가고 있었다. 아마도 어느 날부터인가 그 복제의 과정에서 탄생한 작품들이 마리킴을 넘어섰을 것이다.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작품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자신이 창조했지만 자신을 벗어난 창작물에 대한 낯설음을 작가는 다시 직면해야 했을 것이다. 외로웠을 것이다.

마리킴_Future Girl_피규어에 우레탄 페인트_160×40×40cm_2015

『SETI』展은 마리킴에게는 숙명적인 과정일지도 모른다. 원형으로부터의 복제가 그녀의 예술의 과정의 본질이라면 그 결과는 복제된 '나 아닌 나'로 태어난 숱한 눈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생명이 지구에서 독립적으로 생겼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유기물질의 형태든 그 보다 더 복잡한 형태든 지구 밖으로부터 들어온 물질들로부터 생명이 태동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물질들은 사실 모두 우주 공간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태양계만 생각해 보더라도 생명의 재료가 태양계를 형성한 성운 속에 이미 존재했다가 지구에도 화성에도 유입이 되었을 것이다. 성운 속에 존재하는 물질은 또 그 이전에 일생을 살았던 별들의 내부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다. 그 물질들의 기원은 빅뱅 직후 우주 공간 속에서 만들어진 물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렇다면 생명의 근원적인 기원은 우주 공간이고 별의 내부인 셈이다. 우주 속에 흩어진 물질들은 그 기원을 공유하고 있다. 어느 별 옆 행성에 외계지적생명체가 살고 있다면 그들도 우리와 같이 그 물질들로 이루어져 있을 것이다. 원형과 복제와 그로부터 생산된 다양한 눈을 예술적 화두로 삼고 있는 마리킴에게 근원에 대한 탐구는 필연적인 과정일 것이다. 『SETI』展은 그런 그녀가 원형 이전의 기원에 대해 던지는 질문이고 복제된 자신들에게 던지는 현재의 실존적 질문인 것이다. 그리고 결론은 다시 여행이다. 익숙하지만 그래도 낯선 어느 행성의 외계지적생명체를 찾아나서는 여정이다. 천문학자들은 외계지적생명체를 찾는 작업을 또 다른 '나'를 찾는 작업으로 인식하고 있다. 같은 원형인 물질에서 파생된 또 다른 우리들의 자화상이 외계지적생명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리킴은 태생적으로 천문학자라고 할 수 있겠다. 그녀의 마지막 질문은 '그들은 어디에 있고 우리는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가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SETI』展은 작가가 일생에서 한번은 만나야만 하고 극복해야만 하는 숙명이라고 할 것이다. 그런 그녀의 여행의 어느 순간에 동참할 수 있어서 기쁘다. 멋진 여행이 되길 바란다. 케플러-452b에서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 보면서 나는 나의 여행을 위해 떠난다. 그런데 벌써 그립다. ■ 이명현

Vol.20160113c | 마리킴展 / MARI KIM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