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모든 것이 죽을 때 and when Everything dies

오세미展 / OSEMI / 吳世美 / mixed media   2016_0113 ▶︎ 2016_0119

오세미_희생물을 위한 기도, 기도를 위한 희생물 pray for prey, prey for pray_ 디지털 프린트_125×125cm_2014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2016 갤러리 도스 '생각도구' 기획공모 선정작가展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_12:00pm~06:00pm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서울 종로구 삼청로7길 37(팔판동 115-52번지) B1 Tel. +82.2.737.4678 www.gallerydos.com

디지털 시대가 보여주는 죽음의 변주 ● 우리에게 죽음은 삶과 별개의 것이 아닌, 삶을 설명할 때에 꼭 동반되어야 할 물리적 현상이다. 작가가 경험한 죽음에 대한 강렬한 기억은 언제나 죽음의 영향 아래에 놓여있는 인간이라는 불안한 존재에 대해 사유하게 되었고 삶과 죽음과의 순환적 관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또한 현대에 이르러 가속화되어 발전하고 있는 디지털 미디어 환경은 오세미에게 예술이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들에 대해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작가는 컴퓨터로 구현해낸 가상의 형상들을 무한히 복제하고 반복함으로써 새로운 리얼리티를 발생시키고 죽음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특유의 판타지로 가시화시킨다. 그 상상의 결과물로써 드러나는 가상현실은 '그리고 모든 것이 죽을 때' 라는 마치 잔혹 동화의 엔딩과도 같은 전시제목이 주는 섬뜩함처럼 우리의 불편함과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오세미_그리고 모든 것이 죽을 때 and when Everything dies_디지털 프린트_110×110cm_2014

오세미의 작품 세계를 이끌어가는 핵심 요소는 죽음에 대한 상상과 불안 그리고 삶에 대한 기대가 주는 순환관계일 것이다. 사실 죽음을 기억하기 위한 방법은 고전부터 현대까지 예술에서 다양하게 시도되어 왔다. 이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듯 죽음과 소멸도 삶 안에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그것을 극복함으로써 죽음을 의연하게 바라 볼 수 있게 하는데 목적이 있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인간에게 불안감을 느끼게 하며 역으로 불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현존재를 직시하고 이해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작가가 제시하는 초현실적인 가상현실의 구현은 현실과 닮아있으면서도 현실이 아닌, 낯익으면서도 낯선 감정을 자아내어 우리가 집착해왔던 일상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그로 인한 우울감과 황량함을 첨예하게 드러낸다. 인간과 닮아있지만 인간은 아닌 소녀의 알 수 없는 표정은 환상적인 분위기를 배가시킨다.

오세미_그리고 모든 것이 죽을 때 and when Everything dies_디지털 프린트_98×130.2cm_2014

가상현실이라는 단어에서 가상과 현실은 분명 서로 모순되는 점이 있다. 가상이라는 것은 허구이지만, 현실이라는 것은 지금 우리 눈앞에 놓인 그대로의 상태를 뜻하기 때문이다. 가상의 공간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서 주어지는 정보이며 우리의 일상적인 시공간과 다른 차원에 있어 3차원적 공간에 속하지 않는다. 즉, 컴퓨터 조작에 의해서 만들어진 이미지이기에 그 자체가 시공간적 차원을 벗어나 언제나 자유롭게 변형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 미디어 작업에서 이미지의 변형, 합성, 복제와 같은 이미지를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은 화가들의 붓이나 물감처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지금껏 예술이 보여주었던 환영의 공간과는 다르게 구체적으로 실제 공간처럼 구현해버리거나 오히려 그것을 초월한 표현도 가능해졌다. 특히 자주 등장하는 대칭구도는 마치 초현실주의자들이 상상의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사용했던 데칼코마니 기법의 연장선상으로 보이기도 한다. 현실에는 존재할 수 없는 똑같은 이미지의 반복과 복제는 낯선 무의식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위한 작가만의 정교한 장치로 작용한다.

오세미_그리고 모든 것이 죽을 때 and when Everything dies-The Last Supper_ 디지털 프린트_60×111.6cm_2014

이처럼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선 상에서 0과 1로 제작되어진 데이터는 물질성이 결여된 채 새로운 세계를 창출하고 있다. 중간 어느 지점에 놓인 작가의 심리를 표현하기에는 적절한 상상의 도구이며 다른 세계로 들어가게 하는 출입문이 되는 것이다. 가상이라는 비현실세계와 현실세계와의 사이의 이중구조 속에서 죽음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도는 이번 전시에서 실제 공간으로까지 확장된다. 디지털 영상과 함께 거울을 설치하여 오히려 아날로그적인 방법으로 이미지의 복제를 시도하는데 거울이라는 물질에 의해 복제된 상은 현실을 확장하고 있는 실상이면서도 허상이 만들어낸 허상이 되는 역설적인 구조에 놓이게 된다. 이처럼 거울은 가상과 현실이라는 모호한 경계를 드러내는 매개체가 되어 실상과 허상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작품의 형상을 만들어냄으로써 마치 삶과 죽음이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순환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오세미_그리고 모든 것이 죽을 때 and when Everything dies_ 프로젝션 비디오, 반사거울 설치_00:06:00_2015
오세미_우울증 Melancholia_단채널 영상_00:11:18_2015

오세미에게 현대의 테크놀로지가 선사한 디지털 이미지의 무한한 가능성은 재현의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주관에 의해 또 다른 의미와 상징성을 지니도록 재구성되는 데 적극 활용된다. 컴퓨터를 활용한 죽음에 대한 예술적 상상은 자기 성찰을 이끌어내는 도구가 되고 인생의 끝이 보여주는 우울과 비극 그리고 희망이라는 보편적인 인간의 정서를 직면하게 해준다. 그리고 그 안에서 현실에서는 어디에도 없는, 본인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공간임과 동시에 현실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는 모순된 구조를 어김없이 드러낸다. 디지털 이미지의 무한한 반복과 대칭, 그리고 시작과 끝이 없이 순환되는 공간 연출은 상징적인 죽음을 가시화시키는 작가 특유의 방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황량한 무채색의 공간이 주는 중세적 판타지가 가진 아름다운 이미지의 힘은 죽음이라는 고통을 성공적으로 승화시킨다. ■ 김미향

Vol.20160113e | 오세미展 / OSEMI / 吳世美 / mixed m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