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URE MIND : 은밀한 패러디의 유혹

유용선展 / YOOYONGSUN / 兪龍善 / painting   2016_0115 ▶ 2016_0203 / 일요일 휴관

유용선_무제_종이에 포스터물감_39.4×54.5cm×3_2012

초대일시 / 2016_0115_금요일_06:00pm

관람시간 / 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살롱 아터테인 SALON ARTERTAIN 서울 서대문구 홍연길 32(연희동 708-2번지) Tel. +82.2.6160.8445 www.artertain.com

예술은 결국 스스로의 복제를 반복하면서 생산된다. 문제는 그 복제의 원본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 원본을 찾는다는 것 자체가 예술에 대한 의심으로 비롯된 생각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예술은 원본찾기가 아니라 내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복제나 뒤틀림을 통한 재생산이 더 중요한 듯 하다. 만약 우리가 예술의 원본을 찾는다면 우리의 정신이 어떻게 발생했는지 그 기원을 찾은 것과 같은 수준의 성과를 얻게 될 것이다. 기억의 복합체가 정신이라면 예술은 대상의 복제와 뒤틀림의 복합체일 것이다. 패러디는 이러한 예술의 뒤틀림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기법인 듯 하다. 대상에 대한 완벽에 가까우리 만큼의 이해와 분석이 없는 패러디는 표절이지만 원 대상의 철저한 분석으로부터 시작된 패러디는 오히려 원작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 시대를 대표하는 무언가를 다시한번 '디비지게' 보는 것. 그것으로 우리의 시선을 전혀 다른 관점으로 이끄는 것. 어쩌면 패러디가 명쾌하게 우리를 자극하는 이유일 것이다. 참고로 '디비지게' 보는 것은 '뒤집어서 보다' 라는 경상도 사투리다. 패러디라는 것을 설명하기에 왠지 잘 어울리는 말인거 같다. 자기 복제와 패러디. 다른 말로 예술의 지속가능성이다. 따라서 무엇을 왜 패러디 했느냐는 패러디 작품의 가장 중요한 요소다. 유용선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유명한 캐릭터에 대입한다. 유명한 캐릭터에 자신을 대입하고 그 캐릭터들을 '디비지게' 패러디한 결과 그의 작품들은 '어디선가 본 듯한 바로 그 모습'을 하고 있다. 거기엔 이 시대를 살고있는 젊은 세대들의 다양한 시선과 생각들이 너무나도 순수하게 담겨있다. 대상을 단순화 하고 캐릭터화 시키는 그의 회화는 길거리에 있는 그래피티와 웹툰을 섞어놓은 것처럼 거칠지만 생동감이 넘친다.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그리게 된 작품 "무제"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생각들을 펼쳐놓은 거리 풍경이다. 그 거리엔 행복과 동심을 상징하던 캐릭터들이 나쁜 어른들이 되어 버렸다. 단순히 나쁘다기 보다는 작가가 보기에 이 시대를 살기엔 그들이 너무나 순수하고 행복해 보였을지도 모를일이다.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캐릭터들을 선택했다는 것은 일단, 작가의 패러디는 성공적이다. 그리고 그 캐릭터 패러디는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담는다. 반대로 캐릭터를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에 적합하게 뒤집었다.

유용선_STUCK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116.8cm_2012
유용선_all i want is real me_193.9×259.1cm_2016
유용선_풀밭 위에 식사_97×130.3cm_2015
유용선_Blue Thought (哀想)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0.9×72.7cm_2015
유용선_자본주의의 돼지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80.3×130.3cm_2015
유용선_great artis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91×91cm×3_2015

그렇게 심하게 슬픈일도 없고, 그렇다고 마구 웃고 즐길만큼 즐거운 일도 없고 더군다나 우리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할 이념과 이슈도 없는 시대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하는가. 아니 과연 나는 힘들긴 한것인가. 지금 이 시대는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기 보다는 우리의 생각 조차도 정보화 되기를 원한다. 이러한 정보화되어가는 사람들의 희노애락이야말로 인간은 뿌리 식물처럼 정신적으로 한개의 거대한 뿌리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잘 이해되는 부분이다. 이런 의미에서 유용선 작가의 캐릭터 작업은 이 시대를 바라보는 어쩌면 지극히 객관적인 자세인듯 하다. 즉, 깊이 관여하지는 않지만 모든것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살아야 하는 적어도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간절한 바램이 드러나 있다. 그리고 작가는 그의 거리의 캐릭터들을 개별적으로 끄집어 내기 시작한다. 마치 돋보기로 자신의 생각과 삶의 기억들을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바라보듯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가장 심하게 받는 상처는 대부분 사람들로부터 온다. 무엇보다도 힘이 드는건 믿었던 사람들이 주는 상처다. 그러나 흔히들 이야기하는 것처럼 작정하고 준 상처가 아니라면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용서하고 잊혀지기 마련이다. 일종의 삶속에서 묻어나는 한발짝 뒤로 물러서서 보기다. 이는 유용선 작가의 캐릭터가 지닌 힘이기도 하다. 그의 캐릭터는 그를 괴롭히는 나쁜 기억들과 생각들을 정제하고 단순화한 것이다. 즉, 감정의 동요를 최소화 하면서 자신의 생각들을 표현했다. 아직 그 캐릭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지극히 개인적이긴 하지만 자신을 괴롭히고 있는 모든 사건으로부터 거리두기의 의미로 본다면 작가의 캐릭터 작업은 효과적이다. 예를들어 밤을 지새울만큼 괴로운 기억들로부터 시작된 그의 캐릭터는 오히려 부적처럼 다시 또 그 괴로운 기억이 떠오르면 그 기억이 바로 캐릭터로 치환된다. 다시 말해 기억은 캐릭터로 치환됨으로써 자신을 괴롭히는 무엇이 아니라 단지 어떤 이미지일 뿐이다. 그로인해 그 기억은 철저하게 그 이미지 안에 봉인된다. 요컨대 유용선 작가의 괴로운 기억 봉인하기는 일단, 자신의 생각을 가장 잘 대변할만한 이야기나 캐릭터를 찾고 그것들을 철저하게 분석하여 자기의 이야기에 대입한다. 그리고 뒤집어 버린다. 즉, 패러디한다. 나를 가장 괴롭히는 기억들을 패러디된 캐릭터로 치환한다. 다시한번 그 괴로운 기억을 떠올려 본다. 그때 내가 만든 캐릭터가 떠오르면 성공이다. 괴로운 기억들은 봉인되었다. 끝. ■ 임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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