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과 물질-1970년대 일본의 판화

PHOTOGRAPHIC IMAGES and MATTER Japanese Prints of the 1970s展   2016_0202 ▶ 2016_0403 / 월요일,설날당일 휴관

강연 / 2016_0202_화요일_03:00pm_강연회장

참여작가 가노 미츠오 Mitsuo Kano_가와구치 타츠오 Tatsuo Kawaguchi 기무라 코스케 Kosuke Kimura_기무라 히데키 Hideki Kimura 노다 테츠야 Tetsuya Noda_다카마츠 지로 Jiro Takamatsu 마츠모토 아키라 Akira Matsumoto_사이토 사토시 Satoshi Saito 에노쿠라 코지 Koji Enokura_요시다 카츠로 Katsuro Yoshida 이다 쇼이치 Shoichi Ida_이우환 Lee Ufan 이치하라 아리노리 Arinori Ichihara_하기와라 사쿠미 Sakumi Hagiwara

주최 / 경기문화재단_일본국제교류기금 서울문화센터

관람료 성인 4,000원 / 초·중·고생,군인 2,000원 4~7세 미취학아동 1,000원(단체할인불가) 4세미만 유아, 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국가유공자와 그 배우자, 국민기초생활수급자, 인솔교사 1인 무료 * 경기도민 25% 할인, 20인 이상 단체 50% 할인(중복할인 불가)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1월1일 휴관 * 마감 1시간 전까지 입장가능

경기도미술관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동산로 268 (초지동 667-1번지) 2층 기획전시실 Tel. +82.31.481.7000 gmoma.ggcf.kr www.facebook.com/ggmoma

일본 정부는 우키요에(浮世繪)가 서구를 중심으로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다는 점과, 세계 각국에서 열린 국제전에서 일본의 현대 판화가 높게 평가 받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여 전후 문화 정책에 대한 관심을 불러모으기 위한 행사로서 1957년 도쿄국제판화 비엔날레를 기획했다. 1968년에 열린 제6회 비엔날레는 판화의 표현이 크게 변모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의 동향과도 접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실감시켜줬으며 다가올 현대미술의 전개 방향을 시사하는 내용으로 채워졌다. 그 해 국제대상을 수상한 노다 테츠야(野田哲也)의 판화는 가족 사진을 실크스크린과 목판을 겸용하여 표현함으로써 특히 위와 같은 정황을 잘 보여주는 동시대 미술표현의 기준점이 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다.

가노 미츠오_솔더드 블루_금속 프린트_75.5×56.5cm_1965
가와쿠치 타츠오_관계-질_금속 수제종이_64.5×99cm_1979

이후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노다 테츠야처럼 사진 영상을 판화로 변환시키는 제작이 급증하여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러한 판화 제작이 융성하게 된 까닭은 텔레비전의 보급과 함께 도래한 영상 사회를 배경으로, 사진영상을 변환하기에 용이한 실크스크린이라는 신흥 판화기법이 급속히 퍼져나갔기 때문이다. 실크스크린 기법의 특성 중 하나는 사진제판을 할 때 불필요한 부분을 삭제하고 필요한 정보만을 강조하거나, 망점을 통해 입자를 거칠게 표현하여 사진영상의 밀도를 떨어뜨리는 등 다양한 텍스처를 덧붙여 영상에 마티에르(재질감)를 부여하는 여러 가지 기술적 조작을 사진에 추가하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이러한 조작에 의해 판화화된 사진영상은 원래의 사진에 포함되어 있는 서정성이 제거되고 정보화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사진영상이 제작자의 컨셉트를 전달하는 도구가 된 것이다.

기무라 코스케_현재위치_존재A_실크스크린, 석판화_73×104cm_1971
기무라 히데키_Delta 8-18_실크스크린_70×100cm_1976

1970년대 일본의 현대미술계는 대중사회로 유포된 만화와 광고, 텔레비전 등의 세속적인 이미지를 기계적으로 예술작품으로 유용했던 팝 아트, 수작업의 성격이 드러나지 않는 간명하고 균일한 형태와 색채에 의한 구성에 의해 의식적으로 일루전을 배제한 미니멀 아트, 언어와 도표, 사진 등을 사용하여 아이디어와 컨셉트를 이지적으로 표현하는 개념 미술과 같은 조류에 강하게 반응했다. 따라서 이들 경향이 지닌 감정을 배제한 표현에 동조하듯 손을 사용한 작업의 흔적을 남기지 않는 객관적이고 즉물적인 표현에 대한 지향을 강하게 띠게 되었다. 이러한 시대적 지향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 실크스크린이라는 판화기법에 의해 사진영상을 정보화하여 사용하는 수법이었다. 말하자면 이 기법을 적용한 영상표현은 1970년대라는 시대가 요청하는 표현형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노다 테츠야_일기 ; 1968년8월22일_실크스크린, 목판_82×82cm_1968
노다 테츠야_일기 ; 1968년9월11일_실크스크린, 목판_82×82cm_1968

그렇다고 해도 미술가들마다 사진영상의 사용방법은 저마다 달랐던 점은 당연하다. 기무라 코스케(木村光佑)는 정보 과다의 현대사회가 지닌 떠들썩함과 우울함 등을 표현하기 위해 정보로서의 잡다한 사진영상의 단편을 백과사전적으로 그러모아 구성했다(앗상블라주). 마츠모토 아키라(松本旻)는 판화가 가진 복수성의 문제와, 실상과 허상 사이의 경계성 문제를 관련시켜 사고하는 방법을 취하여 사진제판한 즉물적인 영상을 도트(망점)로 치환함으로써 더욱 즉물적으로 변화시키는 작업(행위)를 반복했다. 기무라 히데키(木村秀樹)는 평면과 그 공간성을 사고하기 위해 사물과 사건들의 단편을 찍은 사진영상을 원근법에 의해 화면으로 배치하여 평면에 나타난 형상들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와 사물이라는 양의적 성격을 표현했다. 사이토 사토시(斉藤智)는 본다는 것의 구조(리얼리티)를 탐구하기 위해 사진 촬영한 영상과 실경을 혼재시킨 장면을 다시 사진으로 찍는 순서로 작품을 제작함으로써 그들 사이의 차이와 불연속성을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영상작가이기도 한 하기와라 사쿠미(萩原朔美)는 비디오 영상의 여러 장면을 실크스크린 판화로 치환하여 표현함으로써 작품에 시간성을 부여했다.

다카마츠 지로_원근법의 벤치_실크스크린_59×79cm_1967
마츠모토 아키라_풍경으로부터2-1_실크스크린_81×56cm_1974

이렇게 사진 영상을 소재로 한 판화 제작이 유행하는 동시에 한편으로 이 시대는 이미지 형성에 관련된 인간의 조작을 최저한으로 억제하고 판과 종이, 잉크라는 소재(물질)로 하여금 주체적으로 말하게 하게끔 기획한 작품이 제작되어 판화 개념의 확대화를 불러 일으키며 새로운 판화 표현의 동향을 만들어 나갔다. 이 동향은 1968년 무렵부터 70년대 전반의 일본에서 주목된 돌과 나무, 종이와 천, 철판 등의 소재를 있는 그대로 단일체로 혹은 조합하여 작품으로 제시한 '모노하(もの派)'로 불린 새로운 표현 동향의 연장선상에서 형성되었던 것이었다. 1960년대 후반에 다카마츠 지로(高松次郎)는 시각에 의해 외계를 인식한다는 일의 한계에 대해 사고하기 위해 인간 주체로부터 외계의 물체로 탐구의 대상을 이전하여 제작했던 작가로 '모노하'의 등장과 이후의 표현 동향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이토 사토시_Untitle A_실크스크린_59×70cm_1976
에노쿠라 코지_하나의 얼룩 No.1_실크스크린_77×108cm_1975

물질에 주체성을 부여한다는 이러한 판화 표현의 동향은 실은 영상 표현의 융성이라는 현상과도 밀접하게 관련하면서 생겨났다. 그 이유는 수작업의 성격을 억제하기 위해 사진영상을 이용하는 동향과 인간의 조작을 억제하여 소재로 하여금 말하게 한다는 의도가 큰 틀에서 보면 같은 표현 지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물질에게 주체적으로 말하게 하는 것을 기획하여 판화를 제작한 작가 중에는 요시다 카츠로(吉田克朗)와 에노쿠라 코지(榎倉康二), 이다 쇼이치(井田照一) 처럼 사진제판한 영상을 종이에 찍어 작품으로 제작한 작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사진영상을 사용한 의도는 영상을 정보화하여 제시했던 앞의 작가들과는 명백히 달랐다. 즉 제작자의 컨셉트를 전달하는 도구로서 사진영상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지체에 찍어 넣은 영상 그 자체를 물질로서 명확히 파악하면서 그것들에게 주체성을 부여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목적으로 삼았던 셈이다.

요시다 카츠로_Work '10'_실크스크린_74.5×78cm_1970
이다 쇼이치_Surface is the Between-Between Vertical and Horizon-Stone, Paper and Stone_ 석판화_95×62cm_1976

그 중에서도 요시다 카츠로는 적극적으로 사진을 사용하여 감정이입 없이 담담하게 촬영한 사진의 영상을 판화로 변환하여 그 영상이 주체적으로 이야기를 꺼내는 방식을 기획한 작가였다. 에노쿠라 코지는 사진제판한 영상을 이용하면서 잉크, 판, 지지체, 잉크가 종이에 스며들어가는 상태, 찍는 행위의 관계성 등을 테마로 세워 판화를 제작했다. 이번 전람회에 출품된 작품은 1990년대에 제작한 판화지만 '모노하'의 작업을 이론화한 이우환(李禹煥) 역시 판이라는 소재, 판을 만드는 행위, 찍는 행위, 종이에 잉크가 올라간 상태의 관계성을 질문하는 작품을 1970년대부터 제작하여 판화의 기본 구조를 다시 제시하여 보여주었다. 이다 쇼이치는 압력이 가해져 수직과 수평의 에너지가 부딪힘으로써 이미지가 정착된 종이의 표현에 착안하여 에노쿠라나 이우환과는 또 다른 방법으로 판화가 성립하는 기본구조를 작품화했다. 또한 가와구치 타츠오(河口龍夫)는 금속과 종이와 같이 전혀 다른 소재(물질)을 접촉시켜 그 관계성과 흔적을 테마로 판화를 제작했다.

이우환_기항지(기착지) 1_석판화_89×79cm_1991
이치하라 아리노리_K I H_금속요판_73.5×49cm_1980

한편 소재를 표현의 주체로 자리매김했던 '모노하' 계열과는 별개로 일본현대미술계가 1950년대부터 장려해 온 자세, 즉 이미지를 물질화하고 사물을 통해 정신을 표현한다는 제작 태도를 견지했던 매우 물질성이 강한 판화도 제작되었다. 가노 미츠오(加納光於)는 인타리오(오목새김)라는 기법을 통해 금속판의 질감을 종이 위에 구현하면서 거기에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를 부여함으로써 매우 물질적이면서도 시적인 성격을 가진 작품을 제작했다. 이치하라 아리노리(一原有徳) 역시 부식한 금속판의 요철을 명도가 낮은 색으로 종이에 찍어내어 물질적이면서 자유로운 이미지를 자아내는 판화를 선보였다.

하기와라 사쿠미_One_실크스크린_79×110cm×2_1976
하기와라 사쿠미_One_실크스크린_79×110cm×2_1976
하기와라 사쿠미_One_실크스크린_79×110cm×2_1976

이렇듯 1970년대는 영상과 물질을 지향함으로써 현대일본미술의 새로운 동향이 형성된 시대였다. 판화는 그러한 움직임의 형성과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판화의 1970년대'라고 불릴법한 역사를 새겨가고 있었던 것이다. ■ 다키자와 쿄지 滝沢恭司

강연 / 2016_0202_화요일_03:00pm~05:00pm 강연자 / 다키자와 쿄지 학예원(일본 마치다시립국제판화미술관) 대담자 / 최재혁 일본근현대미술사가 장소 / 경기도미술관 강연회장 예약 / reservation@ggcf.or.kr(성함, 연락처, 인원수, 왕벅버스 탑승여부 기재) 또는 전화 031.481.7014

Vol.20160125a | 영상과 물질-1970년대 일본의 판화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