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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섭展 / YOONMINSEOP / 尹珉燮 / sculpture.installation   2016_0128 ▶ 2016_0317 / 일,공휴일 휴관

윤민섭_달빛도 어두운 밤_플라스틱_가변크기_2016

초대일시 / 2016_0128_목요일_06:00pm

신한갤러리 역삼 공모展

런치토크 / 2016_0224_수요일_12: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신한갤러리 역삼 SHINHAN GALLERY YEOKSAM 서울 강남구 역삼로 251 신한은행 강남별관 B1 신한아트홀 내 Tel. +82.2.2151.7684~7678 www.shinhangallery.co.kr

현실로 넘어온 드로잉, 상상이 실현되는 공간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1865),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 들춰봤을 이 고전동화의 내용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바로 주인공 소녀 앨리스가 경험하는 신기한 세상을 구현해낸 삽화이다. 이처럼 책에 삽입되는 이미지는 활자의 의미가 잘 전달되도록 돕고, 이야기에 몰입하도록 상상력을 돋우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금까지 출간된 개정판마다 다양한 버전이 있으나, 가장 잘 알려진 것은 영국의 삽화가 존 테니얼(John Tenniel)의 작품이다. 그가 그린 필선 위주의 그림은 앨리스가 헤매는 신기한 세계를 적합하게 표현했다고 평가된다. 이렇듯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출간될 당시 삽화의 형식은 대부분 출판물의 대량생산에 용이한 것이었는데, 이러한 표현은 독자의 이해를 도우면서도 상상의 여지를 남겨두어 책을 펼쳐든 이들로 하여금 그 환상의 세계로 더욱 깊숙이 빠져드는 데에 일조하였다.

윤민섭_달빛도 어두운 밤_플라스틱_가변크기_2016

윤민섭의 작품을 논하기에 앞서서 한 고전동화책에 관해 언급한 것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동화의 특수성과 이야기의 상징성이 작가의 작품세계에 있어서 주요한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가 동화 속 그림이 현실이 되는 공상을 하듯이, 윤민섭 작품에서 종이에 스케치한 작은 드로잉은 실물과 흡사한 크기로 옮겨진다. 그리고 이 선들의 조합을 바탕으로 작가가 일일이 검정색 플라스틱 와이어를 구부리고 절단해서 이어붙이는 공정을 거친 후, 전시장에 설치하면서 비로소 실제 공간을 구성하는 것으로 작품이 완성된다. 그러나 정확한 수학 계산법에 의거하여 모든 대상의 크기를 실물과 동일한 치수로 재현한 것은 아니다. 「Cactus」(2016)에서 식물은 실재보다 훨씬 큰 몸집을 하고 있으며, 「달빛도 어두운 밤」(2015)을 구성하는 여러 형태들 간의 비율도 비현실적이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모방하여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동화 속에서 앨리스가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몸체를 키웠다 줄이기를 반복했던 것처럼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종이 위의 상상적 공간을 실현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대상의 외연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사실주의적인 제약에서 벗어나, 2차원 평면에 구사된 이미지들 간의 조화로운 관계가 3차원의 입체 공간에서 펼쳐질 수 있게 된다.

윤민섭_The Room_플라스틱_가변크기_2014
윤민섭_The Room_플라스틱_가변크기_2014

작품은 허구적인 이야기에서 다시 삶의 공간을 구성하는 사물에 대한 것으로 연결된다. 작가가 다루는 작품의 소재는 주로 주변에서 쉬이 접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여기서도 분명 현실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공간이 만들어진다. '방'은 인간의 삶을 영위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인 규모의 건축 단위이자 일상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생활공간이다. 그러나 「The Room」(2014)에서 표현된 것 어디에도 건축물 내부의 입방체 형태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형상은 없다. 단지 가운데에 위치한 의자를 중심으로 네 개의 창문 형태만이 공중에 매달려 있을 뿐이다. 이렇게 방이라는 건축구조를 구성하는 데에 필수적인 요소들, 이를테면 사방의 벽과 천정, 바닥 등이 없어도 공간의 구현은 충분히 가능하다. 오히려 생략 기법을 다분히 활용한 덕분에 상상력의 개입이 용이해진다. 검은 윤곽선으로 표현된 형상들 역시 극사실적인 묘사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상상할 수 있는 폭은 더 넓어진다. 그리하여 관람자들은 누구든지 머릿속에서 빈칸 채우기를 하듯이 자유롭게 벽을 세우고 가구를 채우며 채색을 더하는 것으로 자기만의 방을 그려볼 수 있다.

윤민섭_사람들_플라스틱_가변크기_2014~5
윤민섭_사람들_플라스틱_가변크기_2014~5 (Photo by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윤민섭_사람들_플라스틱_가변크기_2014~5 (Photo by 아모레퍼시픽미술관)

개인적인 공간에서 인물에 대한 표현으로 주제가 옮겨지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접점에 대한 관심이 깊어진다. 「People」(2014-2015)에서는 여행지에서 마주친 낯선 인물들을 촬영한 사진이 드로잉을 거쳐 인체 크기로 재현되었다. 그러나 대상의 실제 이목구비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을, 혹은 내가 아는 친밀한 누군가와 비슷한 구석을 떠올리게 된다. 관람자를 등지고 일정한 지점으로 나아가는 인형들을 대하다보면 닮은꼴을 발견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치 그 발걸음을 따르는 듯한 스스로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리하여 세계 곳곳에서 각기 다른 목적을 향해 가던 이들을 전시장에 옮겨 모아두고, 이 곳을 찾은 관람객은 다시 이들과 한 무리가 되어 상상의 장소를 향해 발길을 내딛는 체험을 하게 된다. 이렇게 작품을 통해서 실상을 감지하게 되는 이유는 사람의 몸이 경험할 수 있는 실제적인 공간을 조성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작품은 여러 개의 형상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간의 관계를 세밀하게 조정하는 설치 과정을 통해서 작가는 작품을 둘러싼 모든 요소와 전시 공간 전체를 작품의 영역으로 확장시키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보는 이들로 하여금 작품을 대면하여 무언가를 연상할 뿐만 아니라, 그 공간 안으로 들어서면서 자신의 몸으로 직접 체득하는 경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윤민섭_선인장_플라스틱_가변크기_2016
윤민섭_드로잉
윤민섭_드로잉

다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면, 작중 앨리스가 만나는 요상한 캐릭터들의 기행과 중력의 법칙에서 벗어난 각종 초자연적인 체험이 용인되는 것은 바로 그곳이 동화 속 세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현실에서 가당치도 않을 이야기는 다방면의 분야에서 인간에 대한 보편적인 분석의 틀을 제공하는 양질의 사료로 활용되어 왔으며, 실제로 벌어진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회적인 현상에 관련한 풍부한 해석을 낳았다. 보다시피 이 동화가 좋은 이야기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이성과 합리를 떠난 공상을 세상에 내놓은 단순한 쾌감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차원에서 또 다른 이야기 거리들을 무궁무진하게 양산해낼 수 있어서였다. 마찬가지로 윤민섭의 작품에서 드로잉이 종이를 벗어나 현실의 공간으로 넘어올 때 깊이 몰입할 수 있는 것은 그림이라는 지극히 상상적인 인간의 창조물을 물리적인 실재로 탈바꿈시키는 인류 동일한 꿈을 소생시키기 때문이다. 나아가 혼자만의 세계를 열어 다른 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틈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작가의 독자적인 세계에 관람자의 다채로운 세계가 더해지면서 전시장이라는 현실의 장소는 무한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제3의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그리고 모든 이들에게 여기 이 상상의 공간 안으로 들어와 그들만의 세계를 무한히 확장해 갈 것을 요청하고 있다. ■ 허효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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