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경궁을 보듬다

宮 프로젝트 세 번째展   2016_0202 ▶ 2016_0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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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5_0202_화요일_03:00pm

참여작가 고규하_권지은_김경민_김동원_김유진 김은정_김형신_김홍조_류재민_박보영 안서진_엄소영_이다은_이지민_이태정 장지영_전가영_정해진_허우연_황인덕

주최 /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미술공예학과 전통회화전공 기획 / 권지은 기업후원 / (주)가일전통안료_디오 하이테크 성종사_photo by 김해권_LG전자_월간전시가이드 개인 후원 / 원광식(중요무형문화재 112호 주철장) 조유진(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라우터)_최문정(중요무형문화재 제 48호 단청장 전수교육조교)

관람시간 / 09:00am~06:00pm

국립고궁박물관 NATIONAL PALACE MUSEUM OF KOREA 서울 종로구 효자로 12(세종로 1-57번지) B1 기획전시실 Tel. +82.2.3701.7500 www.gogung.go.kr

宮프로젝트는 그간 기록의 역사를 예술로 담아내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제 세 번째를 맞이한 '창경궁을 보듬다'편은 궁과 기록의 예술적 재현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미래 문화유산이 될 오늘의 청년들은 대상을 정확하게 복원하기 위한 기술적 작업 너머 예술로서의 창조를 그 의미로 끌어안았다. 하여 이들의 작품을 보다 선명하게 이해하고자 포착(捕捉)이 아닌 포용(包容)으로 전시를 구성한다. 전시는 대상의 물리적 외형 뿐 아니라 대상에 대한 의미심상(意味心像)-감각에 의하여 획득한 현상이 마음속에서 재생된 것-을 창작으로 도출시키는 자세를 포용, 즉 보듬는 자세로 임하였음에 주목하면서 전개된다.

김경민_창경원 안내도 昌慶苑 案內圖_종이에 채색_99×76cm_2016_부분 이태정_문자도 孝_종이에 채색_110×70cm_2016_부분 김형신_오월동주 吳越同舟_비단에 채색_89×69cm×2_2016 이지민_창경궁 백수도 昌慶宮 百獸圖_비단에 채색_55×120cm_2016_부분

1. 정신적 포용 ● 창작자는 자신이 의도한 의미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적절한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이를 위한 사유는 기존의 지식을 이용한 체계적인 논리 탐색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창조적 사고는 과거의 경험이나 습관적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사고함을 선행 조건으로 갖는다. 宮프로젝트는 창경궁이라는 시각적 대상의 구성을 보다 의도가 있는 설정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적 조작 이전에 능동적 탐색, 선택, 추상화, 단순화, 분석과 통합, 완성, 정정, 비교, 문제해결, 종합1)과 같은 다양한 접근을 시도했다. 창경궁의 역사는 아름답지만은 않았다. 아픔인줄 조차 몰랐던 창경원으로의 용도변이(김경민, 이지민, 이태정), 뒤주 속에서 생을 마감한 사도라는 비애적 인물의 배경(류재민), 희빈장씨와 인현왕후(김형신) 등 극적(劇的) 인물들이 이 궁의 이면이다. 궁궐의 주는 견한 인상 이외에 애잔한 감정선이 발로하는 지점이며, 역사의 아픔을 예술로 복원코자 하는 정신적 포용의 발아다.

허우연_기축진찬도 己丑進饌圖 -「명정전明政殿 진찬도」모사_ 비단에 프린트, 보채補彩_150.5×163.5cm_2016 안서진_철종 어진 哲宗 御眞 복원모사_비단에 채색_202×117.5cm_2016 고규하_창경궁 양화당 昌慶宮 養和堂 고색복원모사_종이에 채색_70×66cm_2016 전가영_회암사 약사삼존도 檜巖寺 藥師三尊圖_비단에 금니_87×47cm_2016 엄소영_활옷, 마음을 수놓다_비단에 채색_130×50cm_2016

2. 선택적 주의 ● 宮프로젝트 작가들은 첨예한 감각의 시선을 가졌다. 주어진 궁이라는 대상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음에 이들의 시선의 주목이 시작된다. 날카롭게 바라보고, 미묘한 감정을 포착해 낸다. 익숙한 건축이, 기록이, 사건이 이들의 시선을 만나 기묘하고, 찬란하며, 극적인 사유의 결과물로 치닫는다. 허우연의 「기축진찬도」 모사는 기존의 궁중 잔치 기록물보다 뛰어난 명정전 권역의 표현을 발견한 가치인식에서 출발한다. 더욱이 진행과정 중 손실된 부분은『조선시대 궁중행사도「기축진찬도」 채색 안료 분석 자료』(국립중앙박물관)를 통해 고증과 연구를 병행하면서 기존의 유물을 디지털프린팅 한 후에 보채를 하여 손맛을 살린 복원기법은 매우 흥미로운 지점이다. 안서진의 「철종 어진(哲宗 御眞) 복원모사」는 군복을 입고 있는 어진으로는 유일하여 대단히 큰 가치가 있지만, 6.25 전쟁 때 화재로 상당 부분이 소실된 그림이다. 이를 본 젊은 전통회화전공자는 철종의 생과 온화하고 검소한 성품, 백성을 살피던 마음까지 되짚으며 정갈한 마음으로 복원 모사에 임했다고 고백한다.(몸의 형태는 1987년에 제작된 최광수 박사의 복원본을 참고하였으며, 소실된 왼쪽 부분은 연구를 통해 추정해 그려 넣었다.) 또한 전가영의 「회암사 약사삼존도」는 창경궁 시기 왕실의 종교적 전환 추이를 주목한다. 배불 정책 속 왕실발원 불화라고 하는 정치와 신앙의 서로 다른 파장 속도를 한편의 작품을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 외에도 고규하의 창경궁 정전인 명정전과 여성들의 공간이었던 양화당의 우물반자 단청을 고색 복원 모사는 직접 반자를 제작한 작품으로 모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엄소영의 「활옷, 마음을 수놓다」 역시 국내 소장 유물 중 유일한 복온공주의 궁중 활옷의 자수와 금박을 실제 자수가 놓여 진 형태를 따라 표현하고자 하였으며, 일생에 한번 가장 화려했던 순간의 마음을 담아 그리고자 하였다. 이외 장지영의 「정희왕후(貞熹王后)초상」와 황인덕의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친영반차도」도 같은 마음으로 그렸다.

권지은_南客Ⅰ, 南客Ⅱ_비단에 채색_116×53cm×2_2016 박보영_2016창경궁 대온실 2016昌慶宮 大溫室_비단에 채색_180×103cm_2016 정해진_황후비애 皇后悲哀_비단에 채색_146×82cm_2012 김홍조_청사진: 창경궁 대온실_종이에 채색_67×174cm_2016_부분

3. 예술적 영감 ● 창조적 과정에는 작품에 임하는 정신적 태도와 선택적 주의 외에 영감(靈感)과 직관의 과정이 관여한다. 직관적 사고는 즉물로 드러난 여러 가지 상황들의 요소와 상관관계를 통합적으로 파악하는 능력이다. 이는 전체와 개체를 동시에 파악하는 시각적 사고의 정보처리 특성에 기인한다. 예술적 영감과 직관으로 획득된 독창적이고 새로운 결과물은 갑자기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내적 과정을 분석해보면 지속적인 사유를 통한 통찰의 과정을 거쳐야만 탄생되는 소요이다. 권지은의 「남객(南客) 2)」Ⅰ과 Ⅱ는 궁프로젝트 창경궁편의 대표적 예술 영감 작품으로 보인다. 가장 화려한 새, 공작은 아름답다는 것을 제외하면 슬프기 그지없다. 날지도 못하고 빠르지도 못하다. 왕이 되려는 자 왕관의 무게를 견뎌야하듯, 무겁고 화려한 장식의 깃은 우월한 종족을 번식하려는 일종의 몸부림일 뿐이다. 게다가 창경궁에서 창경원으로의 전락으로 공작은 우아함과 기품을 볼모로 한 볼거리로써의 삶을 살았다. 궁궐과 공작, 화려함과 유희거리, 이는 타자에 의해 폄하된 궁궐의 연약했던 속살을 공작이라는 상징어로 드러낸 탁월한 예술적 발탁이다. 박보영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궁을 분석해서 관통한 내용을 「2016 창경궁 대온실」로 담았다. 궁궐 안에 건축된 식물원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다각도의 시선으로 분산시켜 놓는다. 구조물의 한계성과 제한된 영역에서 벗어난 식물은 갇혀 버린 것이 아닌 넘어서는 역할을 수행한다. 사실인 역사를 받아들이되 부정어로만 남겨두지 않고 현대적 수용이라는 폭 넓은 의도가 담겼다. 반면 김홍조의 「청사진: 창경궁 대온실」은 앞의 작품과 반전의 기법으로 그 맥을 같이 한다.

김은정_동궐도 이야기_비단에 채색_45×35cm_2016_부분 김동원_창경궁 만다라 昌慶宮 曼茶羅_비단에 채색_100×100cm_2016 김유진_창경궁 책가도 昌慶宮 冊架圖_비단에 채색_120×330cm_2016

4. 모방이 아닌 창조적 재현 ● 전시 작가들은 보다 적극적, 능동적으로 개입하여 예술작품을 창조해 낸다. 마음의 눈으로 파악한 대상을 물리적 조작으로 결과 짓는다. 때문에 이들의 창조는 무엇도 사실 아닌 것이 없고, 무엇도 사실 그대로인 것도 없다.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것은 기록과 재현이라는 학습된 개념 범주에서 벗어나 현실로부터 찾아낸 픽션(fiction)의 합리적 창조다. 김은정의 「동궐도 이야기」라 국보 제249-2호 동궐도(東闕圖) 중 창경궁 부분을 모사함과 동시에 궁 마당과 거리에 인물을 넣고 역할을 삽입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창작해냈다. 김동원의 「창경궁 만다라」는 지난 시즌 '덕수궁 만다라'의 창경궁 버전으로 극락정토로 가는 영혼의 수레바퀴 아래 창경궁의 요소를 담아 일회성 작품이 아닌 새로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다. 김유진의 「창경궁 책가도」 역시 책가도라는 전통적 회화 틀을 차용하여 창경궁의 과거와 현재, 그에 관한 기록과 감상을 한 번에 담아냈다. 덧붙여 이다은의 「나례 스티커」는 연산군 대에 창경궁 명정전에서 많이 행해진 나례희(새해를 맞이하는 밤의 연회)를 배경으로 '스티커' 방식의 작품을 선보이니, 이들의 시선은 단순한 궁에 관한 모방에 그치지 않는 창조적 재현이라 불러도 무방하겠다. ● 실존하는 것들에 대한 작가들의 시각적 반응은 단순한 '보기'의 문제를 너머 심미적 본체까지 관통했고, 동시에 이들이 포착한 대상은 예술적 직감마저 포괄한다. 전통회화, 즉 과거의 맥을 이어가는 이들의 시각적 의지를 놓고 막연하게 창작인과 장인의 경계로만 구분 짓기엔 너무도 빈약한 스펙트럼이다. 명백한 창작의지를 보이며 전통을 기억하고 오늘의 보전과 계승 방식을 고민하는 그들에게 선배인 우리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일까. 시대마다 새로운 명제는 항상 등장한다. 모사와 창작 사이, 미래의 문화유산이 될지도 모를 이들의 宮프로젝트라는 시도를 미처 조어하지 못해 명명할 수 없는 기성세대가 지녀야 할 마음의 빚이다. 이제부터라도 청년 전통회화 전공자의 행보를 응원하며 그들이 자리할 수 있는 새로운 스펙트럼을 만들어주는 작업이 필요할 시점이다. ■ 김최은영

* 각주 1) 이모영, "예술적 창조성에 대하여 '시각적 사고'개념이 지니는 함축적 의미에 관한 연구", 『미학,예술학연구 12』부분 인용, 참조한 표현이다. 2) 南客 : 여러 명칭 중 하나(本草綱目), 공작의 이명으로는 월조(越鳥)·화리(火離)가 있다.

Vol.20160202a | 창경궁을 보듬다-宮 프로젝트 세 번째展

Gwangju Bien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