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ECOFLOW SPACE'S 5th SEASON

김태수展 / KIMTAESUE / 金泰洙 / sculpture   2016_0216 ▶ 2016_0304

김태수_ECOFLOW-0915cd_스테인레스 스틸, 페인트_60×70×30cm_2015

초대일시 / 2016_0219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표갤러리 서울 PYO GALLERY SEOUL 서울 용산구 소월로 314(이태원동 258-79번지) Tel. +82.2.543.7337 www.pyoart.com

김태수, 생장과 성숙의 충일함 ● 부드러운 유선형의 구조물들이 바닥에 뉘어 있기도 공중에 떠있기도 하고, 벽에 걸려 있기도 하다. 조각이지만 작품을 꼭 바닥에 설치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는다. 작가는 장소 성을 고려해가며 작품을 적절한 위치에 설치하고자 한다. 그의 작품 형태는 잔잔한 물결, 바람결, 혹은 생명의 프로쎄스를 연상시킨다. 어떤 작품은 물결과 바람결처럼 고요한 선의 흐름을 강조한 것도 있고, 어떤 작품은 과일을 연상시키는 것도 있다. 어디론가 흘러간다는 의미에서 그의 작업은 시간성을 동반하고 있다. 목적지를 알 수 없지만 그가 안내하는 대로 우리의 시선도 저절로 움직인다. 시간은 정지된 공간을 벗어나게 해주는 통로이고 밧줄이다. 그 통로로 발걸음을 떼면 바깥의 청량한 공기를 흠뻑 들이 마실 수 있을 것만 같다.

김태수_ECOFLOW-Sprout_스테인레스 스틸, 페인트_65×70×45cm_2015
김태수_ECOFLOW13-003_스테인레스 스틸, 페인트_55×60×60cm_2015
김태수_ECOFLOW13-05_스테인레스 스틸, 페인트_34×43×43cm_2015
김태수_Sprout Blossom3_스테인레스 스틸, 페인트_40×50×25cm, 20×25×12cm, 20×25×12cm_2015
김태수_Sprout Blossom4_스테인레스 스틸, 페인트_20×25×12cm, 20×25×12cm, 20×25×12cm_2015

김 태 수 는 자신의 작품을 「에코 플로우」라고 부른다. 풀어서 얘기하면 '생태의 흐름'으로 번역할 수 있다. 작가는 그의 작품제목처럼 생태의 운동 및 자취를 포착한다. 주지하다시피 생태란 고정되어 있지 않다. 자연의 기후, 계절, 온도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며 성장한다. 이런 것들을 작가는 ‘선’으로 묘출하고 있으며, 실인즉 그의 작품에서 날렵한 곡선 형태는 어디론가 치닫는다. 즉 성장을 향한 도약과 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보일락 말락 극미한 점에서 시작하여 면으로 넓혀지듯이 작은 데서 큰 데로, 응축에서 이완으로, 안주에서 도전으로 뻗어간다. 그는 작업의 재료로서 포맥스와 철, 스테인레스 스틸의 판재를 기용한다. 실내의 간판글씨나 마감재로 사용되는 포맥스는 연질인데다가 내구성이 커서 그의 평면작품재료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잘 휘어지는 성질을 이용하여 연속적인 곡선과 유연한 리듬감을 실어낸다. 물론 이런 용의주도한 조형감각은 능숙한 재료의 다룸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작가는 재료를 레이저로 정교하게 컷팅 하여 매끄러운 곡선을 살려내고 그렇게 컷팅한 판재를 겹쳐서 한 점의 구조물을 탄생시킨다. 물론 정확한 컷팅을 위해서는 사전에 스케치와 모형작업 그리고 컴퓨터 3D작업을 통해 설계도를 꼼꼼히 점검하고 하나하나의 판재에 빈틈이 없는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어느 것 하나라도 똑같은 게 없으며 그러면서도 전체적으로 조화와 통일감을 갖추도록 유의한다.

김태수_ECOFLOW-relief02_레진, 페인트_43×110cm_2015
김태수_ECOFLOW-relief01_레진, 페인트_45×150cm_2015

그의 작품은 시적인 감흥을 동반한다. 곡선의 흐름은 유연한 리듬을 타고 마음상태를 부양시킬 뿐만 아니라 선의 연속성은 보따리를 싸고 어디론가 여행을 떠날 때의 기분처럼 홀가분한 느낌을 선사한다. 그의 작업은 "생명의 첫 순이 나와 커가는 장면"을 나타냈다고 한다. 이 말을 참고하면 작품이해에 실마리가 풀린다. 그의 작품에서는 공통적으로 작은 형태에서 시작하였다가 부챗살 모양으로 점차 확대돼가는 형국이다. 미미한 존재가 듬직한 존재로 성장하는 프로세스를 형용한 것이다. 첫순 자체에서 생명과 생장이라는 충일한 정서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큰 것의 미덕을 기리는 세상에서 첫 순은 하잖아 보인다. 조그만 싹이 언제나 자랄까 걱정스럽다. 하지만 새 순은 생명과 생장의 가능성을 구현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우리 영혼도 물댄 동산처럼 비옥하게 되고 꽃을 피우며 향기 나는 나무처럼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작가는 생태적 프로세스를 단지 외형적인 성장에 국한시키지 않는다. 성장이 있다면 성숙이 있다. 성장이 물질적인 것이라면 성숙은 정신적인 것이다. 물량적 계측을 좋아하는 현대인은 이 비가시적인 부분을 소홀이 여기기 쉬우나 사람에게 더 큰 영향력을 미치며 인품이나 정신세계를 지배한다. 성숙이란 사람의 됨됨이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얼마나 영혼이 고매한지를 암시하기도 한다. 온화함, 부드러움, 다른 사람에 대한 비호전적인 자세, 무장을 해제하는 능력은 바로 성숙의 정도를 나타내준다.

김태수_ECOFLOW13-02_스테인레스 스틸, 페인트_70×20×20cm_2015
김태수_ECOFLOW-relief05_스테인레스 스틸, 페인트_400×100cm_2015

'첫 순'이 나무가 되고 잎이 우거져 열매를 맺듯이 「에코 플로우」에서도 점점 주위를 풍성하게 만들어간다. (겹겹이 단층이 나 있는 곡선들은 출발지점에는 하나의 선에서 시작하여 초기에는 폭이 좁았다가 점차 넓어지며 물결처럼 그 파장을 주위에 퍼트린다) 무거움이나 자책보다는 마냥 즐겁고 쾌활한 표정을 짓는다. 이런 긍정 속에서 찬란한 무지개가 뜬다. 자아에 집착하기를 멈추고 타자와의 성숙한 친밀함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삶이 선물로 주어졌듯이 자신의 삶을 공동체와 나누려는 원숙의 경지를 표상하고 있다. 그의 작품을 보면, 무리와 억지라는 것이 없다. 앞에서 말했듯이 모든 것이 순탄하게 흘러간다. 물질을 관계의 네트워크 속에서 파악하고 그 낱낱의 물질을 조율의 과정을 거쳐 거대한 질서에 통합시킨다. 아무런 느낌도 없고 활력도 없는 그런 무기체가 아니라 표정을 지니고 성장하는 유기체로서 다가온다. 그렇게 물질에 생기와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작품의 백미이자 작가의 자랑거리이다. 작가는 물질을 무형의 가치로 전이시킬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자연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덩치와 부피가 커진다. 그럼에 반해 사람은 자람에 따라서 이해력이 넓어지고 도량이 커진다. 자연의 이미지가 우리의 내면과 공명(共鳴)하여 의미의 풍부함을 더해간다. ■ 서성록

Vol.20160216d | 김태수展 / KIMTAESUE / 金泰洙 / sculpture

Gwangju Bienna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