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Isis) 신화, 제주를 품다

박은영展 / Isis Park / 朴恩榮 / painting   2016_0217 ▶ 2016_0306 / 월,화요일 휴관

박은영_무념무상島1,2_한지에 수묵채색_123×187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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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영 홈페이지_www.eunyoungpark.net

오프닝 퍼포먼스 / 2016_0217_수요일_06:00pm

Isis 드로잉 퍼포먼스_애니메이션 영상 상영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화요일 휴관

서귀포문화빳데리충전소 SEOGWIPO CULTURE ENERGY STATION 제주도 서귀포시 중정로 76 B1 Tel. +82.64.738.5855 cafe.daum.net/jejuartstation www.facebook.com/s.artstation

현실과 비현실을 넘나드는 신화의 미학 ● 제주 해녀들의 말에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라"거나 "지는 게 이기는 거주"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이런 역설은 섬에서 살아온 제주사람들의 생애사를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섬에서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닌 삶"이란 현실적으로 위협이 있다는 것인데, 그 위협은 바로 사회적 억압기제, 혹은 외세의 문제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이기려고 투쟁도 했으나, 결과는 늘 비극적인 결말에 이르고 말았다.

박은영_흐르는 島-자맥질_한지에 수묵채색_91×73cm_2015

강력한 현실의 억압은 삶의 의지를 체념에 가까운 방향으로 돌려놓았다. 그러나 그것은 진정한 패배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 그것은 체념에 의한 순응이 아니라 순응처럼 보이게 하는 것, 마치 차가운 땅 속에 마그마가 흐르고 있는 것과 같은 '숨김'의 표현이었다. 이 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은 한시적인 기다림이 된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지만, 지는 게 이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다보면 결국 살암시민 살아진다(살다 보면 살 수 있다)."는 생각이 제주 사람들의 생존방식이었다.

박은영_숨 島_한지에 수묵채색_91×73cm_2015

제주 신화의 신들은 자연과 더불어 인간과 함께 숨 쉰다. 제주의 신들은 서양 신화처럼 복수의 강도가 높지 않다. 복수의 대상을 죽이더라도 신이 되게 한 후, 경제적인 것을 스스로 해결하게 하는 정도이다. 이런 신은 터부의 한 유형인 '동티'를 만들어 내어 인간에게 제물을 받아먹는 위치에 서게 된다. 또 다른 제주의 신인 설문대할망은 희생의 상징이다. 부족한 옷감으로 인하여 육지와 섬 사이의 다리를 놓지 못한 신, 아이들을 위해서 먹이가 된 신이지만 그 희생은 생명의 회복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제주의 영등할망 역시 어부들을 지켜낸 자기희생의 전형을 보여준 여신이다. 제주를 이해하려면 필요한 것이 신화에 대한 이해와 그 신화의 토대가 된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박은영_포옹 島_한지에 수묵채색_145×112cm_2015

박은영은 섬을 유기체로 인식하고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객체마다 영적인 에너지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의 그림에서 존재하는 자연 자체 모두가 신이라는 것과 모든 물체는 모나드(Monad)로 구성되었다는 생각을 엿볼 수가 있다. 그의 그림을 보면 비록 무기질(현무암)이라도 생명을 존재하게 하는 조건이 된다. 섬을 비추는 달도, 흐르는 조류(潮流)도 섬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생명활동을 멈추지 않게 하는 매개체가 된다.

박은영_밤 島 달 島_한지에 수묵채색_26×16cm_2015

박은영의 그림들은 파동을 떠올린다. 파동은 생명에너지이다. 그는 매개를 흐름으로 보고 있다. 생명의 존재방식은 흐름이 흐름에 가세하는 것이다. 이때 정지된 흐름도 흐름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이다. 두 물체의 흐름이 속도가 같게 되면 정지된 것처럼 보이지만 흐르지 않는 것이 아니다. 생명체는 힘을 발산한다. 그것을 지각할 수 있든, 지각할 수 없든 에너지는 흐름을 지향한다. 또 자신의 힘에 의해 움직이든 혹은 타자의 힘에 움직이든 움직임으로써 변화한다.

박은영_Isis in Jeju_사진 프린트_12×17cm_2014

박은영에게 섬은 감싸 안는 의미로 작용한다. 섬은 지리학적 개념이 아니라 인간과 같은 유기체이자 생물학적 대상이고 비유이다. 그래서 그에게는 인간도 섬이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도 바다로 감싸인 섬과 같다. 홀로된 섬도 없고 홀로 선 존재도 없다. 섬은 바다에 가려진 채 우주에 뿌리를 내린 산맥과도 같다. 땅도 분리된 것 같지만 땅으로 이어졌고, 물에 가려졌지만 물도 흐름으로써 다른 홀로된 섬을 이어준다. 박은영은 섬이라는 그림을 통해서 자연, 신화, 인간이 하나로 일체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박은영_흐르는 島2_한지에 수묵채색_80.5×117cm_2015

박은영의 도상(圖像)은 설문대할망 신화의 원초성을 일깨운다. 섬처럼 잠긴 육신, 육신같은 현무암을 둘러싼 에너지의 유기적 운동은 단절된 이미지가 아닌 생명의 이미지로 회생되고 있다. 물결에 둘러싸인 섬, 사람, 엉클어진 형상들은 마치 설문대할망의 희생된 육신을 연상시킨다. 그의 그림들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바다는 하나의 거대한 그릇인 것처럼 온갖 것들을 잠기게 하고, 그 흐름은 해체된 육신을 하나로 잇는다. 그런 의미에서 박은영의 그림들은 희생의 상징으로서 섬, 현무암, 사람들의 삶으로 회복되고 있다. ■ 전은자

박은영_Isis in Jeju1_사진 프린트_12×17cm_2016

제주에서의 작업생활을 정리하던 2016년 초, 우연히 정방폭포에서 해녀 할머니를 만나게 되었다. 누군가의 어미이기도 한 늙은 할머니는 아주 작은 몸짓으로 자신의 말보다 더 깊은 의사 표현을 했다. 난 그녀의 변화되는 움직임을 따라 보다가 그녀가 어떤 삶을 살고 싶었을까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늙은 몸속에 갇힌 자유로운 영혼은 죽음 앞에서도 살짝 자신의 본성을 드러냈다. 아주 순하지만 생명의 기운이 아직은 충만한 육체... 자신의 몸이 뜨거운 죽에 빠져 500명 자식들의 한 끼니가 되어도 그 희생에 온 몸을 다 바치는 그 성스러운 마음... 제주를 떠나는 시점에 난 제주의 자연과 하나가 된 인간의 형상을 한 여신을 만난 것이었다. 고맙게도... 나의 작업의 방향 또한 또 다른 물길을 만나 변화를 이룰 듯하다. 끊임없는 움직임 속에서 생명이 이어나가듯, 나의 길도 그렇게 흘러나갈 것이다. (작가노트 중) ■ 박은영

Vol.20160217f | 박은영展 / Isis Park / 朴恩榮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