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풍경 Hidden Landscape

변은지_유솔 2인展   2016_0218 ▶ 2016_0224 / 2월22일 휴관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5:00pm / 2월22일 휴관

교하아트센터 GYOHA ART CENTER 경기도 파주시 숲속노을로 256 (동패동 1692번지) 교하도서관 3층 Tel. +82.31.940.5179 cafe.naver.com/gyohaart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 보고 싶다고 말하다. ● 변은지, 유솔 작가의 회화작품 30여 점을 전시하는 『숨은 풍경』展이 2월 18일부터 24일까지 경기도 파주시 교하도서관 3층에 위치한 교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한국의 옛 건물을 캔버스에 담는 변은지 작가는 다락방에서 금방 꺼내온 듯 빛바랜 색으로 건물의 모습을 그려낸다. 작품 속에서 그려지는 건물들은 단순한 건축물의 의미를 넘어서서 한국 역사의 쓴 맛과 단 맛을 오롯이 담고 있는 하나의 응어리, 민족적인 숙연함을 상징한다. 우리 민족의 기나긴 역사를 함께 살아온 한국의 옛 건물들은 캔버스 안에서 천천히 살아 숨 쉬는 거대한 생명체가 되어 우리를 바라본다. ● 유솔 작가는 '그리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지나버린 시간 속에서 과거를 되짚어보면 항상 기억에 남는 것은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우리의 일상에 바짝 달라붙어있던 작은 풍경이나 행동들이다. 우리의 일상을 이루던 사소한 부분들은 잡을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스쳐가는 시간에 어색하게 섞이며 익숙하고도 낯 선 그리움이 되어간다. 그래서 그리움이라는 것은 흐르는 세월과 익숙한 일상의 충돌에서 깨져 나온 파편과도 같다. 더 이상 눈앞에 실재하지는 않지만 마음 한 켠에서 모호하게 아롱거리는 풍경들을 그린 유솔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서 새삼스래 그리워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변은지_731부대_장지에 먹, 연필, 목탄, 채색_116.8×80.3cm_2016

서로 다른 내용을 작업하는 변은지, 유솔 작가의 접합점은 그들의 작품이 '풍경' 단 두 글자의 짧은 단어에 대한 걸쭉한 사색에서 우러나왔다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풍경이란 단어는 참으로 애매모호한 단어다. 풍경을 말할 때 우리 모두는 결코 정확하게 같은 모습을 떠올린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단어를 말하지만 너의 풍경과 나의 풍경은 다르다. 물론, 사람들과 평범한 대화를 할 때조차 같은 것을 보고 듣지만 그것에 대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을 이미 부지기수로 경험할 수 있으니 당연히 풍경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풍경은 성격이 좀 다르다. 예를 들어, 대화라는 것은 '교류'의 목적성을 가진다. 따라서, 대화의 생김새는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가공된 정보와 주장으로 짜여진 형태이다. 반면에, 풍경을 말할 때에는 목적성이 없다. 풍경 속 떠오르는 그 모습에는 상대방은 이해할 수 없는 우리 개개인만의 기억과 느낌이 있기 때문이다. 대화와는 달리 풍경에는 각자만의 온도가 담겨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자신과 타인의 풍경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무얼 의미하는 것인가 또한, 자신의 풍경이 과연 타인의 풍경과 일치할 수 있는 걸까. 딱 잘라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지만 절대로 대답할 수 없는 질문도 아니다. 우리는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땅 위에, 같은 공간의 같은 시간을 사용하며 너무 가까이에서 살고 있지 않는가. 하나의 몸에서 태어난 우리의 풍경들은 결코 완벽하게 다른 것이라 말할 수는 없는 것이다.

변은지_독립문_장지에 먹, 연필, 목탄, 채색_72.7×90.9cm_2013

변은지와 유솔은 이러한 점을 통찰하여 전시를 이끌어낸다. 가령, 퀴퀴하게 낡은 건물, 일하는 아저씨들의 모습은 서로 다른 풍경의 모습이지만 끊임없이 교류하는 과정을 통해 그 모습들은 결국 하나의 덩어리에서 떨어져 나온 파생물임을 깨닫게 된다. 그리하여 비로소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을 형성할 수 있다. 『숨은 풍경』展은 같은 모체로부터 태어났지만 상이하게 성장한 것들이 다시 한 공간 안에 묶여서 일어나는 화학반응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시 공간 안의 변은지와 유솔은 어긋남 속에서 헤매임과 동시에 끊임없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자 한다. ● 이런 측면에서, 이 두 작가의 전시는 그 자체로 작품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도 본다. 왜냐하면, 『숨은 풍경』展 자체가 두 작가가 공통점을 찾아 교접하는 과정의 끝에서 맺힌 결정이기 때문이다. 두 세계의 교감에 대한 총체적인 결과물로써의 변은지 유솔의 2인전 『숨은 풍경』展은 개인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풍경'이라는 단어를 필두로 자신과 타인의 경계를 재고하게 한다. 나아가서 관객들로 하여금 이타성에 대한 자기 성찰적 담론을 끊임없이 이끌어내며 서로의 경계를 실험해보고 '너와 나의 연결고리'를 찾기 위한 시도를 촉구한다.

유솔_높이 계신_장지에 먹, 채색_65×45cm_2016

그들의 작품에는 따끔한 부분도 숨어있다. 캔버스에 그려져 있는 어떤 풍경의 한 조각들은 담백한 울림을 줄 뿐만 아니라 또한,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것, 잊고 있는 것에 대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뼈아픈 역사의 오류가 남아있는 한국의 근대건물들, 고된 노동자들의 삶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는 그들의 작품 하나하나는 숙연함과 그리움의 정서를 말하는 동시에, 우리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단편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기도하다. 작품 활동으로 할 수 있는 것을 끊임없이 고민하며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기를 시도하는 두 작가의 또 다른 면모는 18세기에 활약한 문화인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is'를 사뭇 떠오르게 한다. 예술을 통해 18세기 영국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을 혁명하고자 했던 '윌리엄 모리스'는 시, 건축, 책 디자인 등 여러가지 작품활동을 통해 사회운동을 펼친 '토탈 아티스트Total Artist'이다. 꾸준하게 자기 작품의 정체성에 의문을 던지며 확장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이 두 작가에게 오늘날 한국의 '토탈 아티스트'를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유솔_두 분_순지에 먹, 채색_112×162cm_2015

21세기 정보화 시대로 접어들고, 각박한 사회 속에서 소통의 부재를 부르짖은지 어언 십수년이 지나갔다. 개성이 평준화되는 자기 상실의 시대에서 변은지 유솔 작가의 2인전 『숨은 풍경』展을 통해 우리 각자의 '풍경'을 사유하며, 함께 진지하게 소통해 보는 자리를 갖고자 하는 바이다. ■ 최정욱

Vol.20160218e | 숨은 풍경 Hidden Landscape-변은지_유솔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