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하는 혼자 Self Division

그리다展 / GRIDA / painting   2016_0222 ▶ 2016_0306

그리다_장면들, 지나가지만 지워지지 않는_화선지에 물감, 시리즈_34.5×135.5cm_2015

초대일시 / 2016_0222_월요일_06:00pm

주최 / 북노마드 미술학교 a.school 후원 / 세오갤러리

관람시간 / 월,목_10:00pm~02:00pm / 화,수,금_01:00pm~08:00pm 주말_10:00am~05:00pm

프로젝트 스페이스 32-8 PROJECT SPACE 32-8 서울 서초구 반포동 32-8번지 Tel. +82.10.9471.1643

분열하는 혼자 ● '혼자'라는 화두가 세상을 잠식해가고 있다. 개인이, 혼자서, 잘개 쪼개지는 시대. 사람들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달팽이처럼 몸을 말고 속으로,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몸에 난 상처를 깊이 긁는 동물원의 원숭이처럼 몸 안으로 쪼그라든다. 고꾸라진 몸은 세포처럼 자기 분열을 한다.

그리다_장면들, 지나가지만 지워지지 않는_화선지에 물감, 시리즈_34.5×135.5cm_2015
그리다_장면들, 지나가지만 지워지지 않는_화선지에 물감, 시리즈_34.5×135.5cm_2015
그리다_장면들, 지나가지만 지워지지 않는_화선지에 물감, 시리즈_34.5×135.5cm_2015

오늘의 풍경은 손가락 사이로 스르르 빠져 나가는 개인이라는 이름의 모래알들이 겨우 자기 몸뚱아리를 건사하며 견디는 모습이다. 혼자서는 보잘 것 없고, 초라하고, 벌거벗은 개인은 SNS(소셜미디어)와 자본이라는 이름의 갑옷을 몸에 걸친 채 그 속에 숨어들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SNS 속 나의 참모습이 언젠가 들통날 거라는 것을, 소비로 채운 존재의 갈증을 견딜 수 없다는 것을, 그리고 그 갑옷이 나를 보호해주는 것이 아니라 나를 가두는 감옥이라는 것을.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서로의 온기가 담긴 살을 매만지기보다 차가운 액정과 마른 지폐를 만지는 데 모든 것을 쏟아내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세상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내 몸 속에 이글거리는 내면을 응시하는 것으로 하루하루 연명하고 있다. 취업과 정규직을 삶의 목적으로 삼은 채 휴대전화로 일상을 채워가는 혼자'들'의 일상이 하루하루 이어지고 있다.

그리다_드러난 숨겨둔_병풍에 유채, 시리즈_110×40cm_2015_부분
그리다_드러난 숨겨둔_병풍에 유채, 시리즈_110×40cm_2015
그리다_벌거벗은_유리에 드로잉_168.2×182.8cm_2016

내 작업은 살에 생긴 두꺼운 딱지를 뜯어내듯이 개인을 가리는 두꺼운 방패를 걷어내는 것이다. 그것은 아픔을 수반한다. 하지만 딱지를 긁어낸 자리에 맑은 피가 고이면 언젠가 새 살이 돋아나는 것처럼 그것은 결국 치유의 시간이기도 하다. 나에게 육박해 들어오는 세상의 공격에 무너지더라도, 세상의 공허한 욕망에 무너질지라도, 타인과 공유할 수 없는 혼잣말로 스스로를 감추더라도, 고고함이 벗겨진 낡고 하찮은 색채 덩어리이더라도, 절제가 풀린 감정의 뭉텅이에 지나지 않더라도 우리는 '나'라는 존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매끈하고, 뽀송하고, 말끔하고, 예쁜 겉모습을 위해서가 아닌 젖어 있고 끈적이고 뭉텅거리고 이글거리는 분열하는 나의 속모습을 세상에 드러내자는 것이다. 분열하는 자아의 '속'에 있는 것들을 끄집어내어 보여주는 것. 내 작업의 의미는 여기에 있다. ■ 그리다

Vol.20160222a | 그리다展 / GRIDA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