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 마이 스킨

Under My Skin展   2016_0226 ▶ 2016_0521 / 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0225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양희아_염지혜_윤형민_이동근 이솝_이혜인_전혜림_함혜경

주최 / 하이트문화재단 후원 / 하이트진로주식회사 기획 / 이성휘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공휴일 휴관

하이트컬렉션 HITE Collection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대로 714(청담동 132-12번지) 하이트진로 청담본사 B1~2층 Tel. +82.2.3219.0271 hitecollection.com

하이트컬렉션은 2016년 2월 26일부터 5월 21일까지 젊은 작가 그룹전인 『언더 마이 스킨』을 개최한다. 이 전시는 하이트컬렉션이 2014년부터 국내 젊은 현대미술작가들을 발굴 및 지원해 온 젊은 작가전의 세 번째 전시써, 올해는 '스토리텔링'을 키워드로 하여 젊은 세대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이야기와 작가들이 구축하고 있는 개인적 신화들을 소개한다. 참여작가들은 양희아, 염지혜, 윤형민, 이동근, 이솝, 이혜인, 전혜림, 함혜경(이상 8인)이며,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다룬다. 이들은 하이트컬렉션의 요청을 받은 선배 작가 김범(양희아, 윤형민을 추천), 김성환(이혜인을 추천), 박진아(이동근, 전혜림을 추천), 양혜규(이솝을 추천), 함양아(염지혜, 함혜경을 추천)가 추천했다. 5인의 선배 작가들은 모두 국내외에서 활발히 활동하며 그간 구축해온 작업 세계를 인정받는 작가들인데, 무엇보다도 강력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지닌 작가들이다. 이들이 추천하는 8인의 새로운 스토리텔러들은 개인의 기억과 경험, 또는 호기심에서 출발하여 때로는 사색적이거나, 또는 격정적이며, 종종 의뭉스럽기도 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만들어 가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들이 계속해서 구축해나갈 개인적 신화들을 주목하고자 한다. 아이 갓 츄 언더 마이 스킨 I got you under my skin넌 나를 원해 넌 내게 빠져 / 넌 내게 미쳐 헤어날 수 없어 / I got you under my skin (동방신기, 주문, 2008) 2008년 가을, 인기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가 새 앨범 『미로틱』을 발표했을 때,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청소년보호위원회는 가사의 선정성을 이유로 타이틀곡 '주문'에 대해 유해매체물 판정을 내렸다. 노래 후렴구의 'under my skin'이 문제가 되었던 것인데, 심의 측은 이 가사가 성적인 스킨십이나 체위를 암시해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것으로 결론지었다. 소속사는 동방신기의 주된 팬 층이 청소년들인 만큼 일단 이 가사를 'under my sky'로 수정하고 재심의를 받아 세상에 내놓았다. 누군가가 몹시 신경 쓰이거나 그 사람에게 매료되었다는 의미의 영어 관용어를 청소년보호위원회가 글자 그대로 해석해서 벌어진 이 해프닝은 이후 소속사가 유해매체물 지정에 대해 항소해 승소함으로써 일단락됐지만, 한동안 'I got you under my sky'라고 하는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후렴구로 불렸으며, 이로 인해 적어도 동방신기의 팬클럽이라면 'under my skin'이라는 영어 한마디 정도는 숙지하게 되었다. 유명 아이돌 그룹의 노래 가사에 대한 청소년보호위원회의 엉뚱한 심의 탓에 '피부 아래'라고 하는 글자 그대로의 해석이 상당한 존재감을 갖게 된 것이다. 1) ● 동방신기 심의 해프닝 이후, 7-8년이 지난 지금, '피부 아래'라고 하는 글자 그대로의 해석을 이번 전시의 제목으로 소환하였다. 그리고 '피부 아래'라는 말로 연상 가능한 여러 이미지들 중에서 무엇보다도 해부학적인 측면에서, 피부과 의사들의 책상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합성수지로 만들어진 피부단면모형을 염두에 두었다. 이 모형은 인체의 피부 단면을 몇 십 배 확대해 피부 아래의 기관과 조직들인 털, 피하지방, 혈관, 신경, 모낭 등의 생김새, 연결, 구조 등을 보여주는데, 피부의 핵심적인 역할이 인간과 같은 유기체의 표피 아래 자리잡고 있는 기관 및 조직들을 보호하는 것임을 보여준다. 이 피부 아래 기관과 조직들의 생김새는 한결 같을 수 없고, 인간 혹은 유기체들의 먹고 살아온 습성에 따라 형성되어, 상층의 표피의 굴곡과 톤, 그리고 무늬 등을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즉, 살갗 아래에는 우리가 살아온 시간과 경험이 차곡차곡 쌓이고 있으며, 이를 기억에 담는 일은 삶의 궤적에 따라 탄성한계를 오가며 표피가 부풀었다 쭈그러드는 일인 셈이다. 무엇을 말할 것인가 What Story? ● 영화 『파리, 텍사스』의 감독 빔 벤더스는 "나는 이미지 생산자에서 이야기꾼으로 돌아서겠다. 오직 이야기만이 이미지에 의미와 도덕을 줄 수 있다"고 한 바 있다. 2) 초창기에는 비-내러티브적인(non-narrative) 영화를 제작하며 이미지의 매력을 익히 아는 영화감독이 이미지보다 이야기를 우위에 두는 발언을 한 것은, 이미지 역시 이야기의 힘에서 기원한다는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이야기는 무엇이며, 이야기가 가진 힘이 무엇이길래 한 영화감독이 굳이 이야기꾼으로 돌아섰다고 선언한 것일까? ●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야기(비극)를 인간의 행동과 생활에 대한 미메시스, 즉 모방이라고 하였다. "비극은 여섯 가지 구성요소를 가져야 하는데, 플롯(뮈토스 Mythos), 성격, 언어 표현, 사고력, 시각적 장치, 노래가 그것이다. 이들 가운데 사건들의 조직, 곧 플롯이 가장 중요하다. 비극은 인간을 모방하는 게 아니라 인간의 행동과 생활을 모방하며 그에 따른 행복과 불행을 모방해서 표현한다." 3) 무엇보다도 인간은 시간을 사는 존재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만든다. 또한 이야기는 세계에 대한 사유의 기본적인 방식이다. 4) 기호학자이자 커뮤니케이션학자인 폴 코블리(Paul Cobley)는 '이야기'는 묘사되는 사건의 총합인데, 이러한 사건들을 보여주거나 말해주는 행위이자 이를 위해 선택한 방식을 내러티브라고 정리한다. 5) 이때 내러티브는 특정 사건을 선별하고 다른 것은 버림으로써, 사건의 취사 선택과 (재)배치를 한다고 보았다. 6) ●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말할 것인가? 이것은 미술을 하는 이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질문이다. 그런데 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고 하는 이기로 인해 무시간성(a-temporality)의 시공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What Image?)에 좀더 치중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를 둘러싼 이미지들은 그것이 과거로부터 동시대로 소환되어 온 것이든, 동시대의 새로운 산물이든 다시 끊임없이 복제되고 재생산되어 벗어 던진 뱀의 허물처럼 떠다니고 있다. 표피만 남은 채 떠다니는 이미지는 마치 내장과 살이 모두 빨려 나가 텅 빈 살가죽만 표류하는 영화 『언더 더 스킨(Under the Skin)』의 검은 방 장면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흐물거리는 표피는 개인의 삶의 시간과 경험을 기억하고 있다. 이는 한 개인의 이야기자 역사이기도 하다. 개인적 신화들 Individual Mythologies ● 본 전시는 작가들이 구축하는 이야기들을 '개인적 신화들'로 칭하고자 한다. 이 표현은 획일적인 미술사 서술방식이 아닌 작가 개인이 구축하는 세계를 조망하고자 하랄트 제만(Harald Szeemann)이 주조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작업은 일괄적으로 묶어버리기에는 작가들의 관심사와 작업의 결이 개별적이다. 이들은 동시대적 흐름과 변화에 반응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각자 구축해나가고 있는 이야기의 뿌리는 개인의 경험과 기억에서 출발한다. 각자가 만드는 이야기 속에서 작가는 화자에 머무르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야기의 번역자가 되기도 하고, 주술사나 연금술사가 되기도 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마다 써나가고 있는 개인적 신화들인 개별적인 내러티브들과 작업 세계가 조망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 이성휘

양희아_붉은 먼지 Red Dust_종이에 수채_42×58cm_2016

양희아양희아는 일련의 작업을 묶어 『선과 밤의 지점(The Spot of Line and Night)』(2015)이라는 단행본으로 발표했던 시, 드로잉, 설치작업 중에서 「어둠의 숲(Gloomy Forest)」(2014), 「눈의 밤(A Snowy Night)」(2014), 「식탁과 광화문 사거리(Table and Gwanghwamun Intersection」(2014) 그리고 신작 「붉은 먼지(Red Dust)」(2016)를 선보인다. '선과 밤의 지점'은 경계선에 놓여 있는 가치들에 대한 사색에서 출발했다. 이 (경계)선은 각자의 인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선이며, 어떤 존재의 시작과 소멸의 경계에서 전환의 배경이 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눈의 밤」은 눈, 밤, 시간, 공간이라는 제한된 단어로 시를 쓰고 이를 드로잉, 오브제, 영상 등으로 확장해서 보여준다. 「붉은 먼지」는 작가가 라오스 여행 중 목격한 한 소년의 모습에 대해서 쓴 시를 토대로 드로잉과 영상으로 제작되었다. 대체로 양희아의 작업은 일상에서 비선형적이고 유동적인 것들에 관심을 갖고 개인의 감성이 깃든 사색에서 출발하며,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의미에 대한 요구로부터 비껴나고자 한다.

염지혜_우리가 게니우스를 만난 곳 Where We Met Genius_HD 영상_00:14:44_2015

염지혜는 장소에 관한 관심에서 출발하여 공간을 구성하고 구획하는 사람과 문화, 그들과의 관계 맺음을 시도하지만 그럼에도 계속되는 실패와 아이러니 등을 주제로 작업해왔다. 최근에는 장소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회정치적 이야기와 보편적인 공간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작업에서 개인적인 서사와 역사 서술을 함께 엮어내고자 한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세 편의 영상은 각기 스토리텔링 방식에 대한 실험이기도 한데, 아마존에서 서식하는 분홍돌고래의 비극을 소재로 한 「분홍 돌고래와의 하룻밤(A Night with a Pink Dolphin)」(2015)은 텍스트를 최소화하여 이미지의 힘으로 영상을 끌고 나가는 '이미지텔링'을 실험했고, 반면 「우리가 게니우스를 만난 곳(Where We Met Genius)」(2015)은 텍스트를 전면으로 드러냈다. 한편 「아이솔란드 5번(Isoland no.5)」(2014)은 의식의 흐름을 따라 드로잉을 그리듯 분절된 단어와 이미지를 나열하는데, 영상을 단순히 주관적인 경험 세계를 재현하거나 관음증적인 기록물을 보여주는데 그치지 않고 여러 곳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층위의 현실을 담아내는 시각언어로써 보여주고자 비디오조각(video sculpture)의 형태로 전시한다.

윤형민_만담집 The Book do Jests_잉크젯 프린트_50.8×71cm_2014

윤형민은 르네상스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가 황제를 위해서 그린 기도서의 삽화에 작가가 수집한 정치 풍자 만담을 얹어서 제작한 「만담집(The Book of Jests)」(2014)을 선보인다. 이 작업은 여러 나라에서의 이동 및 거주 경험을 토대로 언어, 역사, 사회적 관습과 문화번역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작가의 번역 작업의 일환이다. 작가가 오스트리아 빈의 한 고서점에서 발견한 이 기도서 삽화집은 텍스트 없이 삽화만 남아 전해지고 있었다. 이를 흥미롭게 여긴 작가는 뒤러의 기도서가 판화의 역사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16-18세기 기도서의 발간 방식을 추적했고, 한 권의 책 속에 38개의 언어로 번역된 주기도문이 페이지마다 실리는 형식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이 삽화집에 여러 나라의 정치 풍자를 모아 15가지 언어로 된 25개의 만담을 수록해 「만담집」을 제작했는데, 16, 18세기 유럽 사회를 좌우한 종교적 이념에서 출판되었던 기도서를 오늘날 각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풍자라고 하는 현대적 맥락으로 바꿔놓은 셈이다.

이동근_모뉴먼트 Monument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62×130cm_2016

이동근은 작가가 경험하지 못한 낯선 곳이나 미지의 장소에서 발생 가능한 것들에 대한 다양한 상상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작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면, 코트디부아르나 그린란드와 같은 낯선 시공간에 대한 정보를 조사한 후 이곳에 존재 가능한 주인공을 상상하여 단편소설을 쓰고, 이 이야기에서 출발한 회화와 조형물을 만드는 식이다. 이번 전시에 출품하는 일련의 회화들은 그린란드, 특히 빙하가 줄어들면서 삶의 터전이 사라져가는 사람들에 대한 상상인 단편소설 『세디낙(sedinaaq)』(2015)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에게 회화는 소설에 대한 삽화, 또는 상호 지시관계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소설과 평행하게 진행된다. 즉 글의 분위기나 대상이 작업의 모티브로 등장하기도 하지만, 조형적 상상과 호기심에 의해서 단계적인 변화로 구축된 시각적 결과물이기도 하다.

이솝_메갈로폴리스의 진열장 Showcase For Megalopolis_혼합재료_가변크기_2010/2015/2016

이솝의 「병원일기(Hospital Diary)」(2003/2016)는 어머니의 병간호라고 하는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작업이다. 총 46쪽에 걸쳐 21점의 드로잉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는 공간, 일기, 사소한 증거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작가는 「병원일기」를 통해 육체가 다른 방식으로 치유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고 불가능한 것을 상상하면서 해방감을 느껴보고자 했다. 한편, 「메갈로폴리스의 진열장(Showcase for Megalopolis)」(2010/2015/2016)은 2010년 이태원 꿀풀의 낡은 공간에서 처음 선보인 설치 작업이다. 작가는 유리컵, 어항, 구슬, 생선 등 다양한 재료들을 동원하여 철거와 건축, 복원이 끊임없이 반복되는 도시의 층위를 메갈로폴리스로 비유하고, 욕망, 죽음, 자본 등 도시에 대한 기억을 겹겹이 쌓고자 하였다.

이혜인_베를린 여름밤 자정 The summer midnight in Berlin_벽에 아크릴채색_259×800cm_2016

이혜인은 2012년 베를린 체류 중 한밤중마다 베를린 란트베어 운하 주변에 나가 그린 그림들과 2015년 뉴욕 체류 중에 하이라인파크에서 그린 풍경 그림들을 전시한다. 「베를린 여름밤 자정」(2012) 시리즈에서 작가는 빛이 부족한 한밤중이라는 시간대에 야외에서 그림을 그림으로써 대상과 물감을 뜻대로 제어할 수 없고, 결과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리고 의도대로 그릴 수 없는 환경에서 그린 그림을 그대로 그림에 도달하는 길로써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작가는 시각정보를 받아들이는 기관인 '눈'에 의존한 판단을 배제하게 되었다. 대신 캔버스 상의 색과 선들은 회화가 이뤄졌던 그 순간의 공기, 정취, 작가의 몸의 동선과 의식의 흐름이 분절적으로 얹혀진 것이며, 전체는 하나의 이야기로 캔버스에 담기게 된다.

전혜림_밤 Night_캔버스에 유채_145×112cm_2016

전혜림의 「나르카디아(Narcadia)」는 고대 그리스에서 낙원으로 비유되는 '아르카디아' 도상 모티프에서 출발했는데, 작가가 아르카디아에 부정접사 'n'을 붙여서 만든 조어인 '나르카디아'는 부조리한 이상향을 나타낸다. 또한 나르카디아에서 깨어난 이의 의지력을 형상하는 주제로 「밤(Night)」을 그리고, 일련의 드로잉을 통해 나르카디아와 밤을 재구축하는 구상을 담는 과정을 반복한다. 그의 회화는 격정적이면서 속도감 있는 필치로 그려지는데, 어떤 제의에 참여하는 듯한 인물들 또는 고통과 숭고에 직면한 인간군상은 일종의 종교적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혜림은 캔버스 위에 다양한 인간군상을 비롯하여 극복의 은유가 녹아 있는 신화들, 도상들, 원시 신앙, 항쟁 등의 이미지를 가져와 플롯에 대입하고 콜라주 하는데, 이렇게 변형 및 조정된 이미지들은 내러티브를 위한 모티프로써 캔버스 위에서 작동하게 된다.

함혜경_럭키맨 Lucky man_단채널 영상, 사운드, 컬러_00:16:00_2015

함혜경은 일상에서 흥미롭게 다가온 말들, 언젠가 본 영화, 또는 지인과 나눈 대화 등 작가 자신에게 인상적으로 남은 이미지나 대사에서 내러티브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러나 내러티브 구조를 치밀하게 만들기보다는 나열된 기록들을 임의로 선택하고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한다. 비교적 단순한 이야기 서술 구조에 따라 자유롭게 이미지를 편집하거나 차용하기도 하는 함혜경의 영상은 B급 로드무비나 영화 트레일러와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하는데, 작가 스스로 기억 속에 막연하게 남아 있는 어떤 장면들을 투박하게 재현하면서 경험하는 다양한 실패가 담겨 있다고 말한다. 기본적으로 함혜경의 영상은 텍스트를 먼저 작성한 후 이미지를 만드는 방식을 취하며 각 영상마다 허구의 화자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영어, 일어 등 각기 다른 언어로 나레이션을 한다. 이번 전시에는 고정된 앵글의 운전을 하고 있는 남자의 뒷모습 이미지에서 출발한 「멀리서 온 남자(A Man From Afar)」(2015), 유튜브에서 수집한 1960-70년대 홍콩, 일본의 이미지들로 편집한 「럭키맨(Lucky Man)」(2015), 그리고 작가의 개인적 경험담에서 출발했으나 제3자 시점의 새로운 이야기로 만들어낸 「거짓말 하는 애인(My Lying Lover)」(2014)과 「나는 나일 뿐(Je suis comme je suis)」(2014)을 선보이며, 이 작품들은 영화 『파리, 텍사스』에 나오는 핍쇼(peep show)에서 착안한 부스 형태의 공간에서 전시된다. ■ 하이트 컬렉션

* 주석 1) 다비드 게타(David Guetta)와 리한나(Rihanna)의 노래 'Who's that chick?'의 가사 일부인 'feel the adrenaline moving under my skin'에서는 '피부 아래'라고 해석하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이다. 2) Anton Kaes, "Wim Wenders," in The Oxford History of World Cinema (Oxford University Press, 1996), 625. 3) 아리스토텔레스 저, 천병희 역,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서울: 문예출판사, 2002), 52. 4) 폴 코블리 저, 윤혜준 역, 『내러티브』(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3), 12. 5) 앞의 책, 16. 6) 앞의 책, 17-18.

Vol.20160226c | 언더 마이 스킨 Under My Skin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