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파랑 Yesterday's Blues

정희민展 / CHUNGHEEMIN / 鄭熙慜 / painting   2016_0302 ▶ 2016_0331 / 월요일 휴관

정희민_Frameshot 1_혼합재료_가변크기, 설치_2016

초대일시 / 2016_0302_수요일_05:00am

후원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람시간 / 화~토요일_11:00am~07:00pm / 일요일_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PROJECT SPACE SARUBIA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6길 4(창성동 158-2번지) B1 Tel. +82.2.733.0440 sarubia.org www.facebook.com/sarubiadabang twitter.com/sarubiadabang

어제의 파랑 ● 정희민은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생산, 소비, 유통되는 이미지가 오늘날 대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대상을 향한 욕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의문을 품고, 이를 회화의 조형성을 통해 탐구해왔다. 작가는 특히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간접 경험이 가능해진 자연풍경의 이미지에서부터, 게임 인터페이스를 통해 경험하는 가상현실 속 이미지, 디지털 인쇄기술의 발달에 따라 대량생산되는 엽서, 포스터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편재한 이미지의 범위를 넓게 아우르고, 이것을 작업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작가는 이렇게 수집한 이미지를 다시 확대, 병치하거나 다양하게 조작, 연결, 조합하여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서로 다른 표현방식으로 회화적 표면 위에서 충돌하고 융합, 중첩된 상황을 연출한다.

정희민_Yesterday's Blues_혼합재료_가변크기, 설치_2016
정희민_어제의 파랑 Yesterday's Blue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6
정희민_어제의 파랑 Yesterday's Blue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6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선택한 '풍경'이라는 소재는 그것이 현실에 존재하는 실제 풍경이든, 내면에 자리한 심리적 풍경이든 간에 오랫동안 인간의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직간접적인 경험과 욕망의 대상으로서 자리해왔다. 그가 주목하는 점은 대상에 대한 경험과 기억, 욕망을 이끌어 내기 위해 이차원의 풍경이미지가 취하는 다양한 전략들이다. 작가에게 오늘날의 풍경이미지는 상품화된 경험, 조작된 욕망, 파편적인 기억을 유도하는 얇은 이미지 층들의 총합과도 같으며, 그는 이러한 풍경이미지의 전략이 만들어 내는 허상의 이면을 캔버스의 표면 위에서 낱낱이 파헤친다.

정희민_A Nameless Island_캔버스에 유채, 아크릴채색, 스프레이 페인트_가변크기(3pcs set)_2016

각각의 작품에서 풍경은 디지털 출력물의 형태로, 때론 전통적인 유화나 공판화 이미지, 혹은 텍스트의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들은 이차원의 화면 위에서 온전한 모습을 갖추지 않고, 풍경이라는 최소한의 단서가 주어진 상황 속에서 대상을 희미하게 지시하는 듯한 파편적인 색채와 형태로 표면 위에 얇게 밀착해 있을 뿐이다. 그의 작업에서 공간의 환영을 불러일으키던 원근법적 시점은 희뿌옇고 망점이 어긋난 불명확한 이미지들의 중첩으로 인해 무의미해지고, 풍경을 바라보는 개개인의 경험과 기억은 TV속 영상을 설명하는 자막처럼 화면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글자와 이미지들 간의 충돌과 병합, 그리고 이질적인 공간의 개입으로 인해 그 흐름을 방해받는다. 정희민의 작품에서 우리는 다양한 회화적 표현이 혼재한 풍경을 하나의 뚜렷한 이미지로 인식할 수는 없으나, 여러 개의 이미지가 회화적 화면 안에 서로 중첩되면서 만들어낸 감각적 균열 사이에서 대상을 향한 시지각적 욕망과 개인의 경험, 기억과 마주하게 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인식의 과정은 회화의 오랜 역사와 의미의 문제와도 무관하지 않다. 정희민의 작업에서 디지털 환경 속에서 접하는 피상적이고 휘발적인 이미지를 캔버스라는 물리적인 표면 위로 옮겨오거나, 이미지를 병치하여 놓는 방식, 평면 너머에 자리한 공간을 의도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점도 회화라는 매체와의 연결선상에서 고민하고 있는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정희민_어제의 파랑 Yesterday's Blues展_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_2016

이처럼 정희민은 동시대 시각문화 속에서 이미지를 매개로 한 대상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과 기억, 가치와 인식의 문제를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작가의 첫 개인전이기도 한 이번 전시는 전통적인 회화의 소재였으며, 성찰과 명상, 교훈과 감상의 대상이었던 풍경의 의미를 오늘날 디지털 시대로 변화한 이미지 문화에 익숙한 작가의 눈과 감각을 통해 또 다른 맥락에서 살펴보는 자리이기도 하다. ■ 황정인

정희민_Untitled_캔버스에 유채_163×112.1cm_2015

회화는 나에게 학습된 욕망이나 가치관, 감각들을 이미지를 매개로 역추적해가는 과정을 드러낼 수 있는 자기지시적이며 유동적인 매체이다. (…) 나는 확대와 병치, 짜 맞춘 도상들 간의 조합 등 이미지의 다양한 조작과 네트워킹을 통해 이미지에 의존한 기억의 연쇄과정을 찾고자 한다. 이질적인 표현방식과 이미지들을 충돌시키는 일은 오늘의 이미지 환경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영으로서 우리가 이미지를 수용하는 방식과도 관계된다. 이미지의 지위는 끊임없이 하락하고 있으나, 이미지는 당대의 무의식적 욕망과 행동양식을 그대로 반영하는 동시에 오히려 실질적으로 그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웹상의 모든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미지는 더욱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일상을 파고든다. 이러한 이미지 경험은 이미 미술의 영역 안에 깊게 침투했다. 따라서 변화된 이미지 경험을 논하는 일은 미술자체를 논하는 일과 다름없다. (…) 이번 전시는 우리가 수많은 디바이스를 통해 이차적으로 경험하는 이미지 세계에 대한 회화적 도큐멘테이션이기도 하다. ■ 정희민

Vol.20160307d | 정희민展 / CHUNGHEEMIN / 鄭熙慜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