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시이십분

오세린_이승연루시아_이아람_이지연_줄리앙 코와네 展   2016_0312 ▶ 2016_0321 / 일,공휴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0312_토요일_06:00pm

참여작가 오세린_이승연루시아_이아람_이지연_줄리앙 코와네

주최,기획 / 예술지구 P_파낙스 그룹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예술지구 P ART DISTRICT P 부산시 금정구 개좌로 162(회동동 157-6번지) ADP 2관 Tel. 070.4322.3113 www.artdp.org www.facebook.com/artdp

아홉시이십분에 ●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에서 '모든 사물은 자기 자신의 특정한 시간을 갖는다'라고 했듯이, 우리는 같은 시간에 놓여 있지만 저마다 다른 시간을 살아간다. 짧게는 석 달, 길게는 일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열 명 남짓한 작가들이 예술지구_p에서 머물렀다. 작가들에게 있어 레지던시라는 공간과 하루 스물 네 시간이 일종의 '상수' 라 한다면, 저마다 다른 사고 체계와 행동 양식은 '변수' 라 할 수 있겠다. ● 이들에게는 또 하나의 상수, '열두 시 이십 분'이 있다. 열두 시 이십 분이 되면 저마다 일손을 놓고 혹은 잠에서 깨어나 밥을 먹으러 모였다. 식구가 된다는 것이 단순히 밥을 같이 먹는 그 이상이듯, 식탁에서는 일상의 수다뿐 아니라 각자 고민하는 지점과 작업의 흐름,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관한 이야기들이 오갔다. 서로 다른 나침반을 들고 각자의 지도 위를 걸었던 작가들은 이번 『열두시이십분展』을 통해 새로운 접점에서 잠시 모여 그동안 키워온 이야기들을 엿볼 기회를 모색한다.

오세린_저쪽의 컬렉션_피그먼트 프린트, 알루미늄 선반_168×640cm_2016
오세린_저쪽의 컬렉션_피그먼트 프린트, 알루미늄 선반_168×640cm_2016
오세린_저쪽의 컬렉션 no.BAC001_피그먼트 프린트_15×10.2cm_2016
오세린_저쪽의 컬렉션 no.BSP006_피그먼트 프린트_15×10.2cm_2016

'동대문 라벨갈이'라는 패션업계 은어가 있다. 저가低價 의류업체가 유명 디자이너의 신제품을 발 빠르게 베끼면, 동대문시장 뒷골목에 있는 수선 가게에서 브랜드 라벨만 바꿔 붙여 백화점 등 고급 매장에서 비싸게 파는 행위를 말한다. 놓이는 장소와 껍데기만 바뀌었는데 가짜는 고가의 상품이 되고, 우리는 그것을 진짜라고 믿는다. 라벨갈이를 거치지 않은 옷은 온라인 쇼핑몰에서 저렴하게 팔리니, 진짜는 사라진 채 가짜만 넘쳐나는 셈이다. ● 미용실 테이블에 놓여있는 패션잡지는 수천만 원짜리 목걸이를 무덤덤하게 권했다. 얄팍한 종이가 형광 불빛을 하얗게 반사시켜 잡지 속 보석들은 더 환하게 빛났고, 화려한 수식어로 유혹하는 에디터의 설명을 읽으면 마땅히 소장할 만하다고 설득이 되었다. 한편 집 근처 관악구청 마당에서는 격주로 벼룩시장이 열렸다. 그곳에선 은박 돗자리에 귀걸이나 목걸이 같은 액세서리를 산더미처럼 쌓아놓은 채 종류에 상관없이 백 원씩 팔곤 했다. 내리쬐는 햇살이 값싼 금속을 눈부시게 비추었다. ■ 오세린

이승연루시아_secret code_렌티큘러_지름 30cm_2016
이승연루시아_secret code-The Perfect Beauty_나무, 거울, 모니터_36.5×42×24.5cm, 00:01:54(무한반복)
이승연루시아_LOVE ALL, TAKE ALL or LOSE ALL_단채널 영상, HD_00:01:47_2016
이승연루시아_The Truly Beautiful Video - The way of HERA_단채널 영상, HD_00:00:45_2016

우리는 무엇을 믿고 살아가고 있는가? 이 시대에 우리가 보고 믿고 추구하는 것들은 실재하는가? 대중매체는 사회안에서 변형된 이미지와 편견을 만들어내며 이 사회 안에 존재하고 있지는 않은가? 작가는 위의 질문들을 가지고 이 시대의 사회, 종교, 문화등에서 다양하게 나타나는 우상과 동경에 대해 작업하고 있다. 우상이란 본래 희랍어로는 사물의 그림자나 환영이라는 의미이며 헬라어로는 '비실재'(非實在)라는 뜻으로 철학자 플라톤은 영원 불변의 실재에 대한 반대개념으로 허상인 이 세계를 나타내는 말로 사용했다.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초월한 혹은 스스로의 존재와 동일시하고 싶은 대상을 따른다. 이번 전시에서는 엔터테인먼트산업과 대중매체에서 필연적으로 생산, 소비되어야 하는 이미지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이러한 완벽하고 아름다운 이미지들은 실재로 존재하지 않으며 이는 만들어지고 변형되었다는 전제에서 출발했다. 그 안에 잠재적으로 차용된 종교 혹은 신화적인 요소 혹은 대중영상매체에서 반복적으로 이용되는 이미지표현방식의 공식들을 찾아내고 그 이미지를 차용, 변형하며 작업하고 있다. ■ 이승연루시아

이아람_읽을. 거리_예술지구_p에서 나와 걷는 길에 쓰여 있는 글들_종이에 인쇄_2016
이아람_읽을. 거리_예술지구_p에서 나와 걷는 길에 쓰여 있는 글들_종이에 인쇄_2016

한쪽 벽을 짚으며 계속해서 가다 보면, 언젠가는 미로의 바깥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한다. ● 온 길을 기억하는 법. 누군가는 조약돌을 떨어뜨리고, 누군가는 급한대로 빵조각이라도 놓아둔다. 준비성이 조금 더 있다면 실타래를 쓰기도 할 것이며, 초행길에 했듯 다시 눈을 가려보기도 할 수 있다. ● 그래서 글을 쓰기로 해본다. 길거리에 너무도 많이 새겨진, 익숙하다 못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무수한 글들. 넉 달 반 동안 지낸 회동동 예술지구_p에서 나와 발 닿는 대로 걸어다니는 동안 마주친 글들은 대부분 명확한 의도를가지고 쓰여진 것들이었다. 꼬드김, 부탁을 가장한 명령, 엄중한 경고, 암호문 같은 설치 정보 알림 등. 모이고 모여서 읽을 거리가 되고, 자연스럽게 관객의 손에 들려 전시장 내부 산책을 돕는(척 한)다. ● 읽고, 멈추고, 헤매고, 깨닫고, 깨닫지 못하고, 다시 떠나고, 돌고, 에두르고, 망설이고, 되돌아오고, 길을 잃는다. 한가지 깨달은 점은, 내가 그 때 왔던 그 길을 그대로 다시 지나 오는 일은, 절대로 불가능하더라는 것.

이아람_드시겠습니까_2016

드시겠습니까 /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 매번 군침을 꼴깍 삼키며 / 목숨을 건다. / 그렇지, 하나가 죽어도 모를만큼. ■ 이아람

이지연_그림속에그리다#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16
이지연_그림속에그리다#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16
이지연_그림속에그리다#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93.3×130.3cm_2016

캔버스를 눈 앞에 두고 라인테이프를 그어가는 순간에는 내가 만드는 공간 속에서 노는데 집중하게 된다. 기억 속의 공간에 대한 이미지로부터 시작되었던 작업에 상상했던 공간과 상상되는 이야기를 덧붙이면서 그림 속 이미지는 문과 계단으로 단순화되었고, 무릎 위에 놓이던 캔버스의 크기는 벽으로까지 확장되었다. 내게 공간을 꿈꾸고 그리는 일은 공간을 바라보며 상상하던 '놀이'로 부터 시작된 것 같다. 라인테이프로 만들어가는 순간적인 선들은 이미 머리 속에 떠오른 이미지를 따라가기 위해 빠르게 선택된다. 벽으로 확장되었던 drawing과 painting이 다시 캔버스로 들어오는 일은 '그림 속 공간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으면 하는 나의 바람과 상상에 대한 실험이다. 지나갈 수 있는 문 정도 크기의 그림을 관람객의 시선에 가깝게 올려서 매달아놓고, 얇은 벽마냥 바닥에 세워둠으로써 전시장의 한 부분을 다시 작품의 부분으로 만들어보고, 그 안에 관람객을 들어가게 하는 실험을 한다. 공간 속에 그린 그림-그림 속에 드린 공간을 놀이터 삼아 그 안으로 관객을 초대하고 싶다. ■ 이지연

줄리앙코와네_끝없는 축적 Endless Acculation_혼합재료_130×100cm_2016

부산 거리에서 '새로운 아파트 광고 전단지'는 전봇대, 건물 벽면 등 곳곳에 부착된다. 처음에 새 전단지들을 수집하던 작가는 거리에 몇 주 간 방치된 전단지들을 주목한다. 원래 이러한 불법 전단지들은 시청, 구청에 의해 금새 사라지곤 하는데, 끝없이 새로 부착되는 전단지 사이에서 임시적으로 남겨진 것들이다. 굳은 날씨에 의해 잉크가 녹아내리고 햇빛에 색이 퇴색된 광고 전단지들은 현재 건설중인 '뉴타운'을 마치 '오래된 타운'과 같이 보여준다.

줄리앙코와네_부산 조사 Busan Survey_디지털 드로잉_30×20cm_2016

끝없는 뉴타운 건설에 대한 회의로부터 작가는 재개발로 사라질 예정인 구타운을 직접 돌아보게 된다. 좁은 골목길을 다니며 현재 남겨진 구타운을 살피던 작가는 몇 년 안에 사라질 노후한 건물이 가진 건축적 가치, 미적 가치를 발견하고 이를 사진으로 기록한다. 이후 디지털 드로잉을 통해 드러난 개별 건물의 모습은 낡았다고 치부되는 구타운에 담긴 문화적 가치와 소소한 일상적 건물이 지닌 건축적 가치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줄리앙코와네_Faux-marbre_드로잉, 프린트, 나무패널에 접착필름_120×240cm_2016

'Faux-marbre'은 프랑스어로 '가짜 대리석'을 칭하는 단어이다. 작년 겨울 타이페이 레지던시를 머물며 시작된 본 작업은, 타이페이에서 새롭게 건축된 빌딩들의 대리석 표면에 주목한 것이다.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들은 이후 얇은 대리석 타일이 전체적으로 부착됀다. 부산에서도 새 빌딩의 외장재로 쉽게 볼 수 있는 이러한 얇은 대리석 타일은 건물 외관, 내부 로비 등을 치장하는데 주로 사용된다. 건물 내외부의 표면을 가짜 대리석으로 마감한 신축 빌딩들은 마치 럭셔리한 호텔, 사치스런 건물의 모습처럼 도시의 표면을 덮어나간다.

줄리앙코와네_Markets2016_종이에 잉크_각 20×15cm_2016

작가는 매일 '파이넨셜 타임즈'의 경제시장분석(Market Analysis) 지면을 읽고 하루에 한 문장씩 기록한다. 종이에 스템프로 찍힌 문장들은 매일 적은 문장들이 연속체적으로 조합된 것이다. 두 점의 액자는 부산에서 머무른 2016년 1월, 2월 동안의 기록이다. 이 작업은 현재 진행 중인 작업으로, 2016년 한 해 동안 기록될 것이다. ■ 줄리앙 코와네

Vol.20160312h | 열두시이십분-오세린_이승연루시아_이아람_이지연_줄리앙 코와네 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