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의 공간

백승호展 / BAIKSEUNGHO / 白承昊 / sculpture.installation   2016_0401 ▶︎ 2016_0412 / 월요일 휴관

백승호_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_철_가변설치_201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081205g | 백승호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가회동60 GAHOEDONG60 서울 종로구 북촌로11길 5(가회동 60번지) Tel. +82.2.3673.0585 www.gahoedong60.com

백석을 읽다. ● 2014년 나는 몸과 마음이 지쳐 한동안 작업을 쉬고 있었다. 그 동안의 기계적인 작가생활때문인지 사색이 낯설어질 정도였으니 말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그닥 관심이 없던 나는 잠시 작업을 뒤로 하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다. 그래서 남들 다하는 월급쟁이도 해보고 정치라는 것에 분노하면서 열도 내보고 그 동안 챙기지 못했던 부모님, 가족들과도 많은 시간을 가졌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갔다.

백승호_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_철, 나무_50×75cm_2016_부분
백승호_뚝섬1_철_57×73cm_2016
백승호_뚝섬2_나무_66×86cm_2016

그 즈음 백석평전을 읽었다.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라 그냥 아주 잘생긴 시인으로만 알고 있었고 처음 읽었을 때 그의 인생이 너무도 짠해서 그의 시와 산문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그의 사건들만 머릿속을 맴돌뿐이었다. 그런데 자꾸 내가 뭔지도 모르는 그 시를 표현하고 싶어진 것이다. 한동안 그의 시를 무작정 필사하기 시작했다. 원래 손글씨 쓰기를 좋아해서인지 반복해서 필사하는 재미가 꽤 좋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그의 시를 오랫동안 느껴보고 싶어졌고 그 손글씨들을 용접해서 만들기 시작했다. 작업이 시작되자 시의 낱말들은 차가운 물질로 다시 바뀌어 버렸고, 시를 느끼기는 커녕 물질과의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백승호_무제_철_가변설치_2016
백승호_무제_철_가변설치_2016_부분

흔히들 시를 읽지 않는 사회, 그림을 느끼지 못하는 사회라고 한다. 너무나 빠른 움직임 속에서 도무지 잠시라도 멈추어 설 수 없는 사회인 것이다. 그래서 백석의 시를 읽고 있으면 나는 어떠한 공간에 잠시 멈춰 서 있는 사람 같았다. 몸과 마음이 지쳤거나 혹은 세상일에 찌들어 들여다보지 않는 낱말들과 물질들에 어떠한 호흡과 체온을 불어넣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승호_흰 바람벽이 있어_철_90×32×27cm_2016

어느덧 개인전 작업이 이래저래 마무리 되어갈 즈음 다시 백석의 삶이 들어온다. 그 삶과 함께 내 손을 거친 시들도 들어온다. 그는 자신을 일컬어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고 했고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에 '쥔'을 붙여 살면서 지독히도 고통스럽고 외롭지만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라는 나무를 생각'하며 높고 고귀한 희망을 비쳤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그 시인의 인생전체가 덤덤함으로 다가왔다. 이제 전시가 시작되면 그 덤덤함을 닮아보기 위한 노력들이 어떤 성찰로 되돌아올 지 몹시 궁금하다. ■ 백승호

Vol.20160403f | 백승호展 / BAIKSEUNGHO / 白承昊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