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oming Horse

손진형展 / SONJINHYOUNG / 孫眞炯 / painting   2016_0402 ▶ 2016_0423 / 일,월,공휴일 휴관

손진형_spring is blooming_혼합재료_91×116.8cm_2016

초대일시 / 2016_0402_토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일,월,공휴일 휴관

갤러리 아쉬 서래 GALLERY AHSH SEORAE 서울 서초구 방배동 동광로27길 3 B1 Tel. +82.2.596.6659 www.galleryahsh.com

Saint K, Camelopardalis ● 비타민 결핍 K씨에게 - 도시는 기회의 장소였다. 그는 쥐색 자동차에서 내려, 잿빛 도로를 건너, 크고, 높고, 넓은 건물이 빼곡히 들어선 회색의 숲을 지난다. 검정도 흰색도 아닌 양복을 입은 몸은 완벽한 보호색을 갖춘 밀림의 포식자이다. 그러나 한 블록 한 블록 내딛는 불안한 발걸음으로 전해지는 진동은 눈꺼풀 아래까지 올라와 흔들렸다. 그래 비타민 부족이라 해두자.

손진형_spring is blooming_혼합재료_91×116.8cm_2016

하얗게 퍼져있는 형광등 불빛 아래 창 너머를 가로질러 밤을 버티는 플라타너스는 비타민A, 의자에 않을 때마다 힘줄을 튕기듯 느껴지는 요통은 비타민B, 언제부터인지 지금까지 진전 없이 마른 가루를 날리는 미스터리 기침은 비타민C, 버스를 오르내릴 때 맺히는 거북한 땀과 꺾이는 갈대 같은 다리는 비타민E... 혈우병처럼 멈추지 않는 궁색한 압력에 비타민 K씨는 매일 녹아내렸다. 그래도 거대한 시멘트에 버무려진 출혈을 기회라 여겼다. 그는 테두리를 그렸다. 구분 선을 익숙하게 긋고는 이내 넓혀갔다. 그러나 단 하나의 모양새도 채울 수 없었다. 어느덧 허기가 그를 조여왔고, 공복감은 오히려 심장을 빠르게 했고, 머리는 뜨거워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럴수록 두근거리는 피를 타고 다시금 야수성이 되살아났다. 결국, 비타민을 탓하며, 회색 알약 한 알을 입속에 털어 넣었다. 꿈은 현실이 아니라고 해두자.

손진형_spring_혼합재료_90.9×72.7cm_2016
손진형_spring_혼합재료_90.9×72.7cm_2016

꿈은 색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K씨가 깊은 허상이라 믿는 꿈속에서 그는 오색의 기린을 닮은 자신을 보았다. 벌판 위 거울에 비친 모습도 아닌 하늘 아래에서 자기 자신을 보았고, 그렇게 맹랑한 논리체계로 인해 더욱더 꿈에 관한 신뢰감을 잃어갔다. 더욱이 한 번도 평화로운 동물이라 스스로 의인화할 수 없었던 K씨는 기린이라는 동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언제나 사납고, 어디서나 사냥할 수 있는 맹수를 닮길 간절히 소망했다. 진실은 공허를 닮지 않는다고 하자. ● 그는 말이 되고 싶었다. 드넓은 초록 들판을 자유롭게 달리는 그런 말... 달리다 파란 바람이 묻히고, 또 달리다 붉은 태양에 물들어 버리는... 허무를 에너지로 박동하는 동맥이 아닌, 뛰고 또 뛰어 질주 속에 피어오르는 노란 연기 같은 깊은숨... 내몰려지는 것이 아닌, 나를 몰아 보는 자신의 K씨가 되고 싶었다. 주황색 당근을 먹고, 보라색 안장을 얹혀 감색(紺) 바다를 향해가다 말(馬)에서 날개가 돋아(羽化) 반짝이는 기린(騏麟). 영혼은 별자리를 닮는다고 하자.

손진형_strong belief_혼합재료_40.9×53cm_2016
손진형_good faith_혼합재료_60×60cm_2016

성인(聖人)은 죽은 후에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된다. 도시의 성공이 K씨를 내리눌렀지만, 오색찬란한 기린을 꾸는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그는 시간과 공간을 크기로 재어 보며 현실로 회귀했다. 그러나 가능과 불가능의 수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다만, 어느 날 신문에 쓰인 다음 문구을 보았다. "약 4만 년 후에 보이저 1호가 AC+793888 별로부터 1.6광년의 위치를 지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손진형_Blooming Horse展_갤러리 아쉬 서래_2016
손진형_Blooming Horse展_갤러리 아쉬 서래_2016
손진형_Blooming Horse展_갤러리 아쉬 서래_2016
손진형_Blooming Horse展_갤러리 아쉬 서래_2016

그는 기사 위에 굵은 펜으로 두 줄을 긋고 '가능'이라는 단어와 함께 '찬란한 기린자리'라 썼다. 선(善)한 뿔이 이마에 돋아난 K씨는 비타민 빛깔 아카시아잎을 한입 머금고 있다. ■ 김승환

Vol.20160403g | 손진형展 / SONJINHYOUNG / 孫眞炯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