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들 The Colors

장승택展 / JANGSEUNGTAIK / 張勝澤 / painting   2016_0404 ▶ 2016_0430 / 일요일 휴관

장승택_色들展_갤러리 분도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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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404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00am~06:30pm / 일요일 휴관

갤러리 분도 Gallery Bundo 대구시 중구 동덕로 36-15(대봉동 40-62번지) P&B Art Center 2층 Tel. +82.53.426.5615 www.bundoart.com

시각적 경험의 모든 층위"겉으로 봐서 아무리 신비롭게 보이는 현상이라 할지라도 우리는 스스로 가지는 낯설음이 단지 임시적인 무지일 뿐이지, 결국 그 현상이 우연성이라는 보편적 법칙을 충족하면서 모두 정리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Lucien Levy-Bruhl, La Mentalite Primitif) ● 20세기 초 프랑스 사회학자 레비브륄은 자연이 이따금 보여주는 합법칙성을 인간 공동체에서 작동되는 도덕의 합리성과 같은 것으로 봤다. 이와 같은 자연의 작동방식이나 공동체의 권선징악에서 드러나는 합리성에 대한 믿음은 이후 과학이 진보해가면서 폐기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과학이 확보한 시야는 중복성과 시간성, 그리고 복잡성을 염두에 둔 계산이다. 최근에 벌어지는 (심지어 나조차도 연구에 끼어든)학제 간 통합 연구는 기본 소립자 운동부터 사회 변동, 생물 유기체 활동까지 동역학을 밝혀가고 있다. 여기서 관찰할 수 있었던 가장 보편적인 특성은 비가역성이다. 한 번 엎질러진 물은 담을 수 없고, 튕겨나간 활은 돌아올 수 없는 비가역성은 시간과 공간의 우주 원리다. 이는 사람 사는 세상에서도 법의 원리가 되고, 정치와 경제의 원리도 되었다. 예술은, 특히 동시대 미술은 이 같은 규칙에 대하여 예외적인 상황을 끊임없이 제시하며 초월의 영역으로 다가서려고 한다.

장승택_Untitled-Colors 50-3_플렉시글라스에 아크릴채색_110×80×6cm__2015
장승택_Untitled-Colors 60-3_플렉시글라스에 아크릴채색_120×97×6cm_2015

겉으로 드러나는 가장 우세한 색 하나만으로 그 속에 담긴 상반되는 모든 색들을 다스리려는 화가 장승택의 작업 또한 초월성의 시도다. 플렉시글라스 위에 평탄하게 뿌려진 색의 알갱이들은 빛을 품은 공기의 요동을 드러낸다. 수십 번을 더하여 숫자 100에 다가서는 도색 횟수는 끝없이 달리 선택된 색들을 층으로 쌓는다. 한 가지 색은 그 아래위 색들에 스며들기도 하고, 부딪히기도 한다. 이번 신작을 완성하기 위하여 작가는 절대로 되돌릴 수 없는 선택과 실행을 통해서 색들의 조응과 충돌을 꾀한다. 그는 모든 색을 배려하면서 그것들을 총체성으로 다시 펼쳐낸다. 지금까지 그가 세상에 내어 놓은 작품들이 모두 그랬듯이, 새로운 작업 역시 작가의 손을 거치며 질릴 정도로 간결하게 정제되어 있다. 장승택의 작품이 보여주는 단순미는 낱낱의 작품 전체가 작가의 시야와 생각이 스쳐간 세계를 다 품는다.

장승택_Untitled-Colors 60-4_플렉시글라스에 아크릴채색_120×97×6cm_2015

단색화 군에 속하는 일련의 작가들 상당수가 그러하듯이, 장승택의 작업도 관념적인 말이나 비유를 허락하면서 이것을 매우 고결하게 둘러싼다. 예컨대 연금술에 관한 비유가 그렇다. 이는 작업의 특성상 처음에는 최종 단계의 발색 결과를 예측하는 게 어려운 화학적 반응에 대한 메타포였다. 평론가들이나 작가도 연금술을 둘러싼 허상을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합리적으로 배치된 자연계에 인위적인 합리성을 추가하려는 연금술사들의 욕구는 예술가들의 보편적 동기와 맞닿은 면이 많다. 따라서 작업에 대한 이런 비유는 상징적 언술에 그치지 않고 그에게 일종의 에토스(ethos)로 작용한다. 논리로 보충된 그의 작품은 단지 그림이 벽에 걸린 상태 그 이상을 표상한다. 그의 작품이 모든 색과 빛을 수렴한다는 사실은 반복해서 강조해도 과하지 않다. 갖가지 색과 빛의 반사는 관객들 각자가 가지는 시각적 경험의 층위를 건드린다. 사각의 평면만으로 모자라 네 개의 옆면까지 색이 앉은 면모는 색에 관한 탐구를 강박적일만큼 실험한 결과다.

장승택_Untitled-Colors 100-10_플렉시글라스에 아크릴채색_170×120×6cm_2015
장승택_Untitled-Colors 140-1_플렉시글라스에 아크릴채색_220×120×6cm_2015

지금까지 작가는 전시를 거듭해오면서 매번 새로운 회화의 가능성을 탐색해왔다. 이런 그의 기획은 점 선 면 색 입체 명암 원근 공감각 등 그림의 모든 요소를 따로 떼어서 그 가운데 어느 하나를 앞에 내세우는 방식으로 재구성되었다. 나는 이런 기획이 굉장히 흥미롭다. 그것은 마치 어떤 교향악단과 지휘자가 특정한 작곡가의 전곡을 무대에 올리는 사이클링 연주를 연상시킨다. 물론 이런 작가의 여정으로부터 우리가 회화의 본질을 온전히 깨달을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우리가 화가 장승택의 그림을 통해서 순수한 미적 체험과는 별도의 무엇까지 확인하려 한다면, 그것은 어쩌면 다음과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바로 그의 이력에 걸쳐서, 그리기 행위를 종종 배제함으로써 미술의 일부를 증발시키면서까지 찾으려 했던 보편적 법칙을 『色들』을 통하여 정리하는 것이다. ■ 윤규홍

Vol.20160404c | 장승택展 / JANGSEUNGTAIK / 張勝澤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