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장인 한국사위 도예전

사카이 요시키_송지섭 2인展   2016_0406 ▶︎ 2016_0425

사카이 요시키 酒井芳樹

초대일시 / 2016_0406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갤러리밈 GALLERY MEME 서울 종로구 인사동5길 3 3·4전시장(5·6층) Tel. +82.2.733.8877 www.gallerymeme.com

도예가 사카이 요시키는 40여 년 동안 전통의 현대적 번안을 실천해 왔습니다. 이바라키현 카사마 지역의 전통 유약과 직접 만든 유약으로 전통과 현대 사이의 균형을 실험했습니다. 항아리 같은 일상용기에 쓰이는 토속적 색감의 카키유(柿釉)와 차가운 남색 고스(吳須), 그리고 반짝이는 하이유(灰釉)의 결합은 모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서로 충돌하면서 어떤 지점에선 절묘하게도 모던한 감성을 엮어냈습니다. 흔한 까닭에 홀대 받았던 카키유는 코발트블루빛 고스를 만나 강렬한 대지의 생명력을 얻었습니다. 고스는 흙빛과의 대비와 하이유의 투명한 유리질로 인해 깊고 푸른 바다의 신비로움을 품게 되었습니다. 전통과 동시대성, 예술과 실용 사이의 '균형'의 지점을 찾아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으나 그렇기에 흥미로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평생이라고 부를 수 있는 세월 동안 매달릴 수 있었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사카이 요시키 酒井芳樹_白釉吳須地釉描彩水指_도자기_각 18×15×15cm_1996
사카이 요시키 酒井芳樹_柿釉呉須彩蓋物 _도자기_10×31×31cm_1997
사카이 요시키 酒井芳樹_焼締象嵌壺_도자기_35×18×18cm_1995
사카이 요시키 酒井芳樹_白釉呉須泥彩桜紋壺_도자기_28×25×25cm_2010
사카이 요시키 酒井芳樹_釉燿化彩壺_도자기_32×40×40cm_2005
사카이 요시키 酒井芳樹_釉吳須彩大皿 _도자기_8×43×43cm_1997

어느 날 한국 젊은이가 금지옥엽 키운 외동딸의 남자로 나타나 도자기를 배우겠다고 합니다. 작업 한번 하려면 무릎 꿇고 펴기를 수도 없이 반복해야 하는 구식 공방의 불편함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바닥에 굴러다니던 흙덩이를 며칠간을 들여다보고 매만지더니 구멍 몇 개를 뚫어 작품이라고 내놓았습니다. 그 구멍 속에 칫솔과 연필이 꽂히기도 하고, 풀 몇 가닥이 자라기도 했습니다.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손바닥과 손가락을 동시에 써서 안전하게 움켜쥘 수 있는 컵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손잡이가 막혀 있어 어눌한 모양새이지만, 설명을 듣고 잡아보면 사람을 향한 따스함이 헤아려집니다. 문학의 꿈을 가슴 한 켠에 접어두고 살았던 송지섭은 사랑하는 아내가 태어나고 자란 그곳에서 비로소 오랜 예술적 갈망을 세상 밖으로 조금씩 풀어 놓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송지섭

'유약'이라는 물성을 집요하게 탐구하고 그것을 시대 감성에 부합되는 심미적 대상으로 구체화시키기 위해 평생을 고민해 온 장인(丈人) 사카이 요시키 작가와 도자기 기능의 반경을 확장하고자 형태의 실험을 거듭하는 사위 송지섭 작가의 스타일은 전혀 딴판입니다. 사위는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조형요소들보다는 '담음'을 실행하는 용기와 수용자의 촉각이 만나 형성되는 손의 감각경험이 보다 감성적 질감으로 구체화되기를 바랍니다. 보편 또는 일반이라는 개념을 제목에 명백하게 제시하고 있는 작품 'universal cup'은 거동이 편치 않은 이들의 손감각을 보다 자연스럽고 감성적으로 이끌어내는 방식과 역할에 그 의미를 얹고 있습니다. 이렇게 장인과 사위가 도예라는 세계로 이르는 길은 참으로 다릅니다.

송지섭_무제_도자기_10×13×7cm_2011
송지섭_universal cup one_도자기_5×8.5×7cm_2012
송지섭_pitcher_도자기_8×8.5×5.5cm_2014

한때 하루 300여개씩 물레작업을 하며 형태의 완벽함을 추구하고 유약의 현대성을 탐색하던 사카이 요시키 작가는 고도의 정교한 과정이 요구되는 작품의 경우 1년에 1~2점 정도로 그 수를 제한합니다. 그에게 이제 작업이란, 스스로를 극한의 지점까지 밀어붙여 이루어내야 하는 조형적 완결성과 함께, 그것 너머의 정신적 가치의 영역으로 가 닿는 긴 여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생활 속에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주는 도예의 기본정신에 대한 신념은 변함없다고 말합니다. 그런 장인이기에 사위의 대책 없는 분방함이 대견스럽습니다. 자유로운 사고가 결국은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하는 원동력이 되어 도예의 가치를 한층 더 유익한 생활의 품으로 이끌 것이라고 믿는 까닭입니다. 일본 도예의 원형인 한국에서 작업을 시도하고, 언젠가는 자신의 길을 걸어갈지도 모를 사위와의 전시를 이어오는 것도 그에겐 또 다른 의미의 균형점을 찾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사위가 성숙의 단계에 이르기까지 걸어가야 할 길은 외롭고 어려운 길이겠지만, 혹여 그가 길 아닌 길로 가더라도 장인은 묵묵히 지켜보며 기다릴 것입니다. 많은 샛길들을 돌아 준엄한 예술의 길로 들어설 때 커다란 산처럼 받아주고 이끌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사위에게는 있습니다. 사위는 장인을 닮고 싶다고 합니다. 엄격한 수행과도 같은 과정의 반복으로 다다른 경지에 대한 두려움과 존경의 마음에서입니다. 장인을 길을 걸어가고 싶은 사위와 그 사위의 내면이 깊어지기를 지켜보는 장인. 그렇게 두 남자의 서로를 향한 시선과 기다림이 흑백사진 속 작업실 한 쪽에 묵직한 흙덩이의 모습으로 놓여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현진

"도자기를 만든지 40여년... 저에게 주어진 '천명'이란 느낌이 듭니다." (사카이 요시키 酒井芳樹 이바라키 공예회 기념작품집 인터뷰 中)

"도자의 역할이 '담음'에 충실하다는 것, 그리고 최초의 도자의 '담음'이 바로 내 손과 똑같은 어떤 이의 손에서 출발했음을 기억하고자 한다... 양손의 형태로 인류가 만들어낸 거의 모든 '담음'을 표현해 낼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인류가 기록해 온 그 길 위에 나만의 형태를 올려놓고 싶다." (송지섭 작가노트 中)

Vol.20160406c | 일본장인 한국사위 도예-사카이 요시키_송지섭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