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 쓴 풍경론 (A Landscape Theory Written with Silence)

김혜원展 / KIMHYEWON / 金惠苑 / photography   2016_0406 ▶︎ 2016_0503 / 일요일 휴관

김혜원_용담댐 시리즈-풍경#27_젤라틴 실버프린트_50×60cm_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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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원 홈페이지_www.kimhyewon.com

작가와의 대화 / 2016_0415_금요일_07: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수요일_02:00pm~06:00pm / 일요일 휴관

비컷 갤러리 B.CUT CASUAL GALLERY & HAIRDRESSER'S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라길 37-7 Tel. +82.2.6431.9334 blog.naver.com/bcutgallery

침묵으로 쓴 풍경론 ● 이번 『침묵으로 쓴 풍경론』에 올리는 사진들은 2001년에 선보인 「용담댐 시리즈-풍경」의 일부 작품들이다. '용담댐' 건설로 1개 읍 5개 면 68개 마을 1, 155만 평(36.24㎢)이 물에 잠기게 된 전북 진안군 '용담'에서 1997년부터 2000년까지 촬영한 『용담댐 시리즈』는 「수몰민」, 「폐가」, 「마을」, 「풍경」으로 진행되었다. ● 이 중 「용담댐 시리즈-풍경」은 인간의 손에 의해 훼손되는 자연 환경과 문명에 의해 변화되는 지형을 기록한 개발 현장에서의 풍경 사진으로, 소재 면으로는 뉴 토포그래픽스(New Topographics)의 영향을 받은 작업이다. 근대 문명이 야기하는 양상은 서구 사회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인간에 의해 변화된 풍경'에 대한 비평적 작업이 이미 1970년대 미국의 뉴 토포그래픽스 사진가들에 의해 시도된 바 있다. ● 그러나 이 사진들은 감정의 개입을 배제함으로써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태도를 갖는 뉴 토포그래픽스와는 달리, 소멸되어 가는 존재에 대한 애상적 정서를 드러내고자 하였다. 6×7센티 중형 카메라로 촬영한 이들은 모래나 자갈이 쌓인 건설 현장 속에서 회색빛 흙먼지에 뒤덮인 채 파괴되어 가는 풀, 나무, 산, 물 등 자연 풍경의 리얼리티를 하이키 톤이나 중간 톤으로 표현하는 데 주력하였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운 풍경의 깎이고 파헤쳐진 참혹함을 정적(靜寂)의 미와 정밀(靜謐)의 미라는 반어적 어법으로 역설(逆說)화하고자 하였다. 이 서정적인 풍경 속에 "아름다운 것의 황폐한 모습은 아름다운 것 그 자체보다도 더 아름답다."고 말한 로댕(Rodin)의 심미적 정조가 묻어나기를, 문명 비판의 웅변적 어조가 소멸해 가는 이 땅의 고즈넉한 비애로 승화되어 오히려 나지막하게 가라앉기를 바랐다. ● 올해는 「용담댐 시리즈-풍경」이 전시된 지 15년째, '용담'이 수몰된 지 16년째가 되는 해이다. 새삼스럽게 해묵은 작품을 들춰 보는 것은 이 작업이 수몰 20년을 맞이하여 발표할 '수몰 이후' 작업의 방법론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적이고 서정적인 분위기, 중간 톤의 컬러, 미니멀한 이미지 등을 빌려 '침묵으로 쓴 풍경론'은 용담호, 그 거대한 인공호수라는 사회적 풍경을 리얼리티와 일루전이 길항하는 지리시학(geopoetics)으로 승화시켜 줄 것이다. ■ 김혜원

김혜원_용담댐 시리즈-풍경#07_젤라틴 실버프린트_50×60cm_1999

사진 속의 풍경, 풍경 속의 문학 ● 김혜원의 사진은 문학이다. 그것은 한 편의 고즈넉한 산문. 어스름 새벽녘에 부엌문이 열리는 소리이자, 해질녘에 집으로 들어오는 누렁소의 방울소리와 같은, 여리지만 투명한 소리의 공명이다. 그녀가 찍은 용담댐은 풍경 속의 풍경이다. 사진 속에 풍경이 있고 풍경을 아우르는 것은 문학이다. 그녀의 사진을 보면 문학이란 사진이 다다를 수 없는 먼먼 상상의 공간이 아니라, 얼마든지 충만한 삶을 배태할 수 있는 현실의 공간임을 알게 한다.

김혜원_용담댐 시리즈-풍경#21_젤라틴 실버프린트_50×60cm_1999

김혜원은 수몰지역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수몰지역 사진이라고 하면 흔하디흔한 도식적인 풍경이 먼저 떠오른다. 즉 지금까지 많은 수몰지역 사진들이 보여 주었던 것처럼 환경 파괴, 자연 파괴를 염두에 둔 저널리즘 사진이 그려지거나, 수몰지역을 절망적인 시대 풍경으로 표현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그려지기 십상이다. 때문에 수몰지역 사진이라면 어떠한 상투성이 그려지고 특정 이미지들이 떠오르는데 그러나 김혜원의 사진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그녀의 사진은 종래의 수몰지역의 사진가들이 갖고 있는 편견과 상투성에서 멀어진 신선하고 개성적인 이미지들이다.

김혜원_용담댐 시리즈-풍경#03_젤라틴 실버프린트_50×60cm_1999

김혜원의 사진은 현실의 풍경이다. 용담댐이라는 우리 시대의 풍경 하나를 부여잡고서 여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나의 용담댐 풍경은 댐 건설 공사와 수몰 도로의 이설 공사로 인하여 광범위하게 국토가 파괴되고 자연이 침탈되고 있는 현장에서 찍은 풍경들이다. 나는 그러나 마치 로댕이 '아름다운 것의 황폐한 모습은 아름다운 것 그 자체보다도 더 아름답다'고 했던 것처럼 심미적 정조로 현실의 용담댐을 그리려 했다." 그녀의 말은 용담댐 풍경에 대한 반어적 다가섬이다. 그러니까 문학적 서사를 통해서 깎이고 파헤쳐진 자연의 참혹함보다는 그 자체의 풍경이 갖는 정적미(靜寂美)와 엄숙미(嚴肅美)를 드러내고 싶었다는 말이다. 김혜원의 사진이 갖는 강점, 그것은 대상에 다가서는 두드러진 어프로치, 문학적 내러티브 방식으로서 사진적 공간을 문학적 공간으로 치환하여 은유와 상징을 통해서 이야기하는 문학적 방법론이다.

김혜원_용담댐 시리즈-풍경#25_젤라틴 실버프린트_50×60cm_1999

그녀의 사진을 보면 마치 한 편의 에세이를 읽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갖는다. 한 장 한 장의 사진이 한 문단 한 문단이 모인 산문을 읽는 것처럼, 단절되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시냇물이 흐르듯이 연속된 풍경을 그리면서 천천히 나아가게 한다. 이 때 용담댐은 비록 사진 속의 풍경이지만 풍경 속의 문학, 저 문학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그것을 가능케 한 것은 바로 톤의 간결함이다. 사진의 톤은 음악으로 치자면 음색이며 소리의 빛깔과 같다. 그녀의 톤은 투명한 밝음, 그러면서도 여운이 깊은 단음계이다. 전체적으로 그녀 사진은 중간 톤과 흰색이 강조되어 관객으로 하여금 주관적 심상으로 이끌고 가지 않는다. 이 독특한 결이야말로 문학적 서사 기법을 통해서 현실의 풍경을 그리는 유효한 방법론이라고 생각한다. 용담댐 풍경을 문학적으로 그리는 데 이보다 더 적절한 음색은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혜원_용담댐 시리즈-풍경#32_젤라틴 실버프린트_20×25cm_1999

그녀는 풍경의 언저리, 그곳에서 대상과 중립적인 거리(distance)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의도적으로(어쩌면 작가 자신에게는 무의식적일 수 있는) 대상과의 일정한 물리적, 심리적 거리감이다. 예컨대 작가는 대상과 마주한 1인칭의 화자(話者)이면서도 마치 소설 속의 3인칭의 화자처럼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위치에서 풍경을 그리고 있다. 이런 위치 선정이 수몰지역 사진이 갖는 오랜 상투성에서 멀어지게 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일반 사진가들이 유사한 대상 앞에서 주관성을 강조하며 다양한 카메라 워크(camera work)를 구사하는 데 반해 그녀는 일정한 시점과 일정한 거리를 통해서 중립적으로 풍경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김혜원_용담댐 시리즈-풍경#33_젤라틴 실버프린트_20×25cm_1999

김혜원은 작가로서의 경험은 없다. 이번 전시가 자신의 세상보기를 처음으로 드러낸 자리일 것이다. 아직은 배우는 과정에 있고 세상과 부딪히는 여정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 사진을 주목하는 것은 예의 그 독특한 사진의 음색 때문이다. 이것들이 오랫동안 지켜졌으면 좋겠다. (2001) ■ 진동선

김혜원_용담댐 시리즈-풍경#06_젤라틴 실버프린트_20×25cm_1999

Landscapes in photographs, literature in landscapes ● Hyewon Kim's photographs are literature themselves. Her collection is a piece of tranquil prose; a creaking sound of kitchen door in a cottage at dim dawn and a resonance of tender and clear sound like a bell of a cow coming back home at sunset. Yongdam dam in her photographs is a landscape inside another landscape. We can find a landscape in her photograph and also literature that puts the landscapes together. Her photographs make me realize that literature is a space in reality where various lives can be created, not an imaginary and faraway space where photographs can't reach. ● She is telling us about a submerged district. Whenever we think of photographs of the submerged district, they remind us of common and stereotyped landscapes. That is to say that most of them are journalistic photographs to focus on destruction of natural environment or documentary ones to describe the despairing phases of times. That makes us consider them typical and even be able to think of certain images, but Hyewon Kim's photographs are unlike them. Hers are new and unique images unlike the others where most of photographers who are working on the submerged districts ever have shown us prejudices and stereotypes. ● Hyewon Kim's photographs are landscapes in reality. She chose Yongdam dam as a scene of our times, saying in a delicate and low tone, "My Yongdam dam photographs are landscapes taken in the spots where our land and natural environment have been being destroyed and ravaged extensively due to constructions of dam and substitute roads. I, however, tried to express Yongdam dam in reality in the aesthetic mood of Auguste Rodin who said, 'The devastated feature of the beautiful is more beautiful than the beautiful itself'" It means that she approached the landscape of Yongdam dam in an ironic style. In other words, she tried to express the beauty of the stillness, silence and solemnity of the landscape itself rather than to emphasize wretched nature dug and torn up. The virtue in her photographs is her outstanding approach to subject, that means she uses the literary narration method that transforms the photographic space into the literary one by metaphors and symbols. ● Seeing her photographs, we feel like we are reading a piece of essay. Just like an essay is composed of continuous paragraphs, her photographs lead us to imagine the continuous landscapes slowly, being connected as a stream flows instead of seen as separate ones. At the very moment Yongdam dam, though being a landscape in photographs, is turned into literature in landscapes, that is, a space in the literature. It is her simple tone that makes it possible. The tone in photography is just like the timbre and color of sound in music. Hyewon Kim's tone is transparently bright and seems like the minor mode in music that our impressions will last long. By emphasizing middle tones and the white tone over all, her photographs won't let the viewers remind them of their own images. I think that her unique texture of tone is an effective methodology that expresses the landscape in reality in the literary narration method. I also think her tone is more suitable for expressing landscapes of Yongdam dam in the literary way than any other tone. ● She keeps a neutral distance from the objects at the corner of the landscape. That distance which was intentionally made, perhaps she can be unconscious of, keeps us the physical and psychological distance from objects to some extent. She describes the landscape objectively and neutrally as if she were the speaker of the third person in the novel, even though she is the speaker of the first person facing the objects. That point of view makes her stay away from stereotypes of the photographs about the submerged districts. She approaches the landscape neutrally by keeping a certain point of view and distance while other photographers use various camera works to emphasize their own subjectivities in front of the similar objects as hers. ● Hyewon Kim hasn't had any career as a photographer yet. Her interpretation of the world will be revealed through this exhibition for the first time. She is now in the process of learning and is on the journey strive against the world. The reason we have to pay attention to her works nevertheless is because she has the very unique tone as I mentioned before. I hope that she will stick with her uniqueness for a long time. (2001) ■ Jin, Dong-sun

Vol.20160406i | 김혜원展 / KIMHYEWON / 金惠苑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