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그리고 '살아있는 것의 소고'

김주연展 / KIMJUYON / 金周姸 / photography   2016_0407 ▶︎ 2016_0503 / 월요일 휴관

김주연_존재의 가벼움II-2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144×108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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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트렁크갤러리 TRUNK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5길 66(소격동 128-3번지) Tel. +82.2.3210.1233 www.trunkgallery.com

김주연의 '싹' 작업은 '씨' 에서 시작한다. 이 씨, 앞으로 커질 수 있는 근원을 품은 씨, 그 씨에 어떤 조건이 부여하는 행위로부터 출발 해 '싹'을 틔워 낸다. 그 씨는 너무 미미하고 희미해서 그 미래를 짐작도 할 수 없다. 그러나 그 씨에 대한 기대가 그의 작업이고 씨를 통해 하려 하는 이야기는 언제나 거대하다. 싹이 터져 올라오는 그 처음은 그래서 희망차다. 어떤 근원을 품은 씨를 싹 틔우는 김주연의 작업은 그 보잘것없고, 중요해 보이지도 않은 그 씨와의 관계가 만들어 내는 이야기로 그 이야기의 구체성은 공기, 수분, 광선 등 우연성과 자연적 조건들의 뒷받침에 의해 구성되어지는 작업이다.

김주연_존재의 가벼움I -2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144×108cm_2014

처음을 낳고, 한 존재의 시작을 낳듯 싹을 틔워내는 그녀는 '생성'에 대한 탐구이고 또한 '소멸'에 대한 관심으로 귀하게, 소중히, 엄숙히 다루어 내는 그녀의 작업은 그래서 심각하다. 아주 큰 어머니, 아니 우주의 신비를 아주 가까이에 존재 시켜 내는 그녀의 표현이 일상을 무덤덤하게 사는 우리들을 심히 자극해 또 다른 상상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그녀의 뒤를 쫓다 이 시대에게 기대 못 할 새로운 미래로 이끌려 가는듯하다. 아니 처음 시작이었던 과거로 우리를 데려다 놓는 것 같다.

김주연_존재의 가벼움III-2_사진, 피그먼트 프린트_144×108cm_2015

그녀의 2008년 Gallery Kunst Doc의 "Metamorphosis" 전에서 보여주었던 '이숙' 작품 2점이 나에게 아주 인상 깊어서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 위상, 그 '거대함'이 그렇다. 전시공간에 흰 드레스 두벌이 펼쳐 있었는데 그 의상의 길이가 무려 350센티미터라 했다. 난 그 거대한 의상이 제주의 여신 '제주 설문대 할망'을 떠 올랐다. 그 "푸른 싹의 어머니"가 설문대 할망이구나 싶었다. 그 거대한 초자연의 여성이 방귀 한방으로 천지가 창조되었다는 바로 그 분의 옷이 맞다 싶었다. 그런데 그 의상의 싹이 많은 시간이 지나자 '누런 색의 몰골'을 들어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바로 그 설문대 할망의 오백장군아들 이야기와 오버랩 되었다. 들로 산으로 떠돌던 오백장군들이 집에 돌아와 큰 가마솥에 있는 죽을 허겁지겁 다 먹었다고 한다. 다 먹고 나니 솥 밑의 오롯이 있는 뼈를 보고나서야 우리가 먹은 것이 '애미' 였구나. 했던 그 장군들이 어미를 자연스레 떠 올렸다.. '푸른 싹의 어머니' 와 '죽어 썩어가는 어머니' 그 양면적 상황, 삶과 죽음의 양면을 시각화 시키는 김주연의 작업은 심각했었다. 그녀의 불교적 화두 "異熟" 개념의 드디어 내 눈에 뜨인 것 이었다.

김주연_정물화살아있는 것에 대한 소고I_사진_90×60cm
김주연_정물화살아있는 것에 대한 소고II_사진_60×90cm

아주 작은 아주 미미한 것, 그 작은 '씨' 와 '싹'을 통해 거대함을 표현 해 내는 김주연, 이제 트렁크갤러리 전시에서는 씨가 싹을 틔우는 '발아' 과정을 보이는 '변화', 그 '시간성' 까지를 지켜보는 흔적들, 간의 흐름들을 보여주었다면, 이제는 자신의 이야기를 더듬는 듯 하다. 그녀의 작업에 등장하는 옷, 그 옷은 곧 김주연 이다. 자신의 어릴 적 옷, 자신의 성년기의 옷, 또 다른 기억하고 싶은 사실들이 서려있는 옷들에 씨앗을 심고 또 싹을 틔운다. 그리고 그 싹 틔운 옷들을 촬영한 작업이 전시된다. 지금까지 하던 '거대함'의 표현이 소 서사적 표현, 사적표현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또 다른 변화도 보인다. 매우 정적이던 작업들에 동적인 표현으로 아주 다른 이야기들을 꾸며 낸다. "정물화 : 살아있는 것의 소고 시리즈" 가 그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 하는 사물들 사이에 낙지와 문어 같은 연체동물로 투입 시키며, 그 정적 공간에 동적 연체동물을 개입시키므로 정적 분위기를 흩어버린다. 낙지와 문어가 정통적 정물화 소재인 유리병과 컵 화병 술병들의 안 과 밖을 넘나들게 하므로 정적 공간을 교란시키고 있다. 이 교란에 그녀는 새로운 재미에 빠져든 것 같다. 심통 맞은 그녀의 장난끼가 엄숙함을 떠밀어 내는 것 같아 즐겁다. 이제 새로운 방향으로 나가려 하니 기대가 크다. ■ 박영숙

Vol.20160407a | 김주연展 / KIMJUYON / 金周姸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