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RING

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 개관展   2016_0407 ▶︎ 2016_0512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0407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 성태훈_이헌정

협찬 / 니콜라스 푸이야트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 THE TRINITY & METRO GALLERY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7길 18(옥인동 19-53번지) 1층 Tel. +82.2.721.9870 www.trinityseoul.com

오는 4월 7일 서촌에 개관하는 THE TRINITY & METRO GALLERY (더트리니티&메트로갤러리)는 성태훈, 이헌정 작가 2인의 'SPRING(봄)' 기획전을 갖습니다. 그 동안 '날아라 닭' 연작을 선보여온 성태훈 작가의 옻칠회화 10여점과 현대적 해석으로 전통 도자의 지평을 넓힌 이헌정 작가의 도자·오브제 작업 15여점, 총 25점의 작품이 전시됩니다. ■ 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

SPRING展_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_2016
SPRING展_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_2016
SPRING展_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_2016
SPRING展_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_2016
SPRING展_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_2016

서로 다른 색, 하나의 숨 ● 전혀 다른 스타일을 구축해온 작가들이 함께 한다는 점에서 'The Trinity & Metro'(Gallery TTM) 갤러리 개관전은 흥미롭다. 이질적일 수도 있으나 하나의 공간에서 꽤나 조화롭게 호흡한다는 것 역시 인상적이다. 그야말로 서로 다른 색, 하나의 '숨'이다.

SPRING展_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_2016
SPRING展_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_2016
SPRING展_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_2016
SPRING展_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_2016

참여 작가 중 한명인 성태훈은 천연옻칠 회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날아라 닭」은 그의 주된 연작이다. 해당 시리즈는 자연 상태에서 성장한 야생 닭의 날갯짓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의 닭들은 날지 못하는 새가 아니다. 창공을 힘차게 난다. 병아리와 어미 닭, 그리고 봉황으로 연계되는 이 퇴조한 새는, 그러나 그 어떤 새 못지않게 자유로울뿐더러 언제든 비상할 듯한 역동성을 갖고 있다. ● 물론 성태훈이 처음부터 닭을 주제로 한 작업에 몰입 했던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그의 그림은 전통 수묵화에 가까웠다. 실경을 그리거나 평화로운 일상 속 천진난만한 아이 등을 한지에 수묵담채로 옮겼다. 때론 시들어가는 화초에 전투기를 배치하는 방식 등으로 시대성과 역사성을 관통하는 은유적 화법의 그림들도 그렸다. 질곡의 시기를 거치며 현실을 외면하지 않아온 작가로써 현장성이 도드라지거나 사회비판적인 작업들도 당시 꽤 많았다. ● 그러던 중 2010년경에 이르러 그의 그림은 변화를 맞았다. 작업실 앞마당에서 키우던 닭을 재미삼아 쫒던 중 잡히지 않으려 날개를 퍼덕이는 닭을 발견한 게 「날아라 닭」 시리즈의 시초다. 이와 관련해 작가는 어느 인터뷰에서 "닭도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목적지까지 날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고 회고 했다.

성태훈_날아라 닭_옻칠화, 금분_80×100cm_2016
성태훈_날아라 닭_옻칠화, 금분_77×62cm_2016

작가의 시선에 닭들의 날갯짓은 하나의 이상으로 그려졌다. 그것은 또한 작가 자신이 꿈꾸는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계를 상징하는 몸짓과 갈음되는 것이었다. 즉, 더 이상 쓸모없어진 날개를 애써 퍼덕이며 날갯짓을 멈추지 않는 애처로운 사람들, 부지런하게 현재를 걷지만 한편으론 절박함과 처연함이 투영된 우리네 초상이었던 셈이다. ● 문명의 이면에 놓인 비현실적 사건들과 부조화된 삶과 현실을 치환하는 방법으로써 선택된 「날아라 닭」은 이처럼 날 수 없을지라도 날고 싶다는 인간의 욕망, 설사 희망 없는 세상일 지라도 결코 좌절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배어 있다. 특히 그에게 어둠을 뚫고 날아가는 닭은 우리 소시민들의 잃어버릴 수 없는 이상과 희망의 치환이었고, 험난한 세상(도시와 숲 등) 위를 가로지르는 닭들처럼 고통과 번민, 역경을 딛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자는 유토피아의 다른 언어였다. ● 성태훈의 작업은 '옻칠'을 입으면서 더욱 견고해졌다. 우선 가벼운 느낌의 화학 안료와는 달리 고급스러운 광택을 낼 수 있었고, 작품 보존력도 길어졌다. 나아가 작품에서 은은하게 우러나는 색과 독특한 기품, 깊이감은 여타 재료들이 따라올 수 없었다. 실제로 그의 옻칠회화는 작업 과정이 고되고 복잡하다는 점, 재료비가 만만치 않다는 단점을 제외하면 유화나 아크릴, 수묵화와는 또 다른 장점이 있다. 재료의 특성으로 인한 독특한 심미성은 물론이고 화판에 천을 덧댄 후 수없이 덧칠한 천연옻칠은 품격을 유지할 수 있는 재료로써 그 매력이 남달랐다. 때문에 지금도 그의 작품들은 다소 해학적인 묘사가 등장함에도 진중한 멋이 있다. 묘한 무게감이 있다. ● 어려움을 참고 버티어 이겨 낸 현실에서의 작가적 삶의 투과이면서 공동체에 대한 따뜻한 사유의 흔적이라는 점에서 내용적으로도 듬쑥해졌다. 때문에 그의 옻칠화는 속박하여 자유를 가질 수 없는 고통의 상태를 감내하며 일궈낸 변화라는 사실에서 그 의의가 작지 않다.

성태훈_날아라 닭_옻칠화, 금분_122×180cm_2016
성태훈_날아라 닭_옻칠화_80×60cm_2016

이번 The Trinity & Metro 갤러리 개관전에 함께 참여하는 작가 이헌정은 도예가이면서 설치미술가로도 유명하다. 드물게도 미학적 차원과 실용적 차원을 넘나들며 전문가들과 대중의 사랑을 동시에 받고 있는 작가로 인정받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이해하기 쉬운 반면 난이도가 낮지 않다. ● 작가는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물들을 예술 내부로 끌어들인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고,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을 법한 그릇, 자연물(물, 흙, 풀, 나무, 돌 등), 유리, 실, 가구, 동물 등을 작업의 매제로 삼는다. 때문에 복합적이고 산파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곧 일상이 곧 예술이요, 예술이 곧 일상이라는 해석 역시 가능하게 한다. ● 일상의 파편은 개념의 구실을 한다. 그는 여행이라는 주제에 천착하면서 '집'을 하나의 중요한 주제로 등장시켰고, 인간의 존재성에 대한 탐구로써 집에 대한 애착을 내보이기도 했다. 가야할 길과 돌아올 길을 추상화하거나 회화적인 요소와 건축적인 요소를 그리드함으로써 자신만의 집을 견고히 했다. ● 이헌정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스치는 장르인 '도예'는 그에게 하나의 명상이자 수행이다. 이성적이고 논리적 바탕 위에서 성립되는 설치는 고귀한 노동을 예술의 연장에서 소화하는 과정이면서 자신만의 철학을 담아내는 무대 역할을 한다. 그것은 흡사 목선을 타고 대양을 유영하듯 예술자체의 유희에 방점이 있으며, 단순한 대상의 재현을 넘어 공간과 시간을 결부시키는 퍼포먼스처럼 비춰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 여정은 매우 거친 듯 부드러운, 자발성에 기댄 고독한 듯 즐거운 항해라 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이헌정_자동차 앞유리에 옻칠_66×188cm×2
이헌정_도자, 금박_36×30×30cm
이헌정_도자에 옻칠_26×20×21cm

이 가운데 여행과 집, 인간존재에 대한 탐구는 '회귀'를 전제로 한다. 그는 공간이 달라지면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지고, 관점의 차이는 곧 사유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음을 회귀라는 명사적 언어로 증명해 보인다. 이는 느낌이 달라진다는 건 사고의 유형을 확장하는 것이자 사유의 여백이 달라짐을 뜻하는 것을 가리킨다. 내적으론 '나'를 진실하게 바라보는 것, 실존에 대한 궁극성의 문제로 회귀하는 것과 결이 같다. 그렇기에 그의 작업은 실존에 대한 본질적 고민에 포박되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이와 같은 견해는 그의 조형적 측면에서도 발견된다. 요소와 원리가 분주히 교차하는 것이 그 사례다. 실제로 그의 작업은 어느 하나에 국한되지 않는다. 다양한 오브제를 사용하거나 설치작업으로까지 예술적 지평을 확대하고 있다. 도자, 벽화, 대지예술도 그의 시각영역에 포함된다. 따라서 넓은 스펙트럼에 거주해온 그를 단순히 '도예가'로만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꾸준히 관심을 갖는 것은 도자이다. 다만 여타 작가들과 차이가 있다면 구워냈을 때 어떤 형태, 컬러를 하던 상관없어 한다는 점이다. 이를 달리 말하면 그만큼 여백이 크고 자유롭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그의 작업은 실험적일 뿐만 아니라 도전적이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프레임화 되는 것을 배척하는 작가의 가치관을 명료하게 증명한다. ● 이헌정 작가의 작품에서도 옻칠은 주요 재료로 사용된다. 일례로 '퍼스니지(Personage)'는 자기에 옻칠을 하고 자개로 장식하는 기법을 가리킨다. 전통적 표현기법을 이용해 새로운 미감을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도 옻칠에 자개를 붙인 도자기와 대형 자동차유리에 옻칠을 입힌 오브제 작업 등이 선보인다. 이밖에도 우아한 느낌의 달 항아리, 소담한 그릇, 실용적인 작품까지 고루 내걸린다. ● 비록 공간 특성상 그의 설치 작품을 마주할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이헌정 작업의 한 페이지를 열람하는 데는 별다른 불편함이 없다.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넓은 조형성만큼이나 거칠 것 없는 창의적인 작가로써의 면모를 읽는 작은 단초가 될 것임에도 틀림없다.

이헌정_도자, 브론즈_길이 51cm
이헌정_도자에 옻칠_40.5×32.5×41cm

한편 이번 전시는 각기 다른 개별적 내레이션의 이상적 조응을 열람케 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성태훈, 이헌정의 작품을 통해 획득 가능한 경험적 철학과 사유의 향유를 지정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전시의 의미를 덧댄다. 다만 꼼꼼히 봐야 한다. 그래야 작품 하나하나 우러나는 서로 다른 색, 하나의 숨, 두 작가의 곱거나 거친 결의 마디마디를 느낄 수 있다. ■ 홍경한

Vol.20160407h | SPRING-더트리니티&메트로 갤러리 개관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