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 된 청년

김혜영展 / KIMHYEYOUNG / 金혜영 / painting   2016_0408 ▶︎ 2016_0430 / 월요일 휴관

김혜영_동상이 된 청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0cm_2014

초대일시 / 2016_0408_금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주말_11:00am~05:00pm / 월요일 휴관

이목화랑 YEEMOCK GALLERY 서울 종로구 북촌로 94(가회동 1-71번지) Tel. +82.2.514.8888 www.yeemockgallery.co.kr

동상이 된 청년 ● 내가 살던 동네는 베를린 북동쪽Weißensee 라는 구역이었다. 옛 동독지역 가운데서도 개발이 더딘 지역이라 여전히 사회주의 냄새가 났다. 가는 방향 왼쪽으로 거대한 동상 레닌이 보였는데, 문득 죽음에 대한 상념에 빠졌다가 목적지에 다달아 전차에서 내렸다. 집을 보러 간 날 히피였던 주인은 그리스로 떠난다며 계약을 서둘렀다. 히피와 나는 그의 큰 개를 데리고 집 근처 호숫가를 산책했다. 이사를 하고 보니 히피가 남긴 다양한 흔적들이 서서히 발견되었다. 두 번이나 벽을 칠했는데도 새벽이 되면 스프레이로 휘갈겨 놓은 글자가 입체적으로 도드라졌는데, 마치 동굴에 새긴 상형문자 같았다.

김혜영_동상이 된 청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0×20cm_2014
김혜영_동상이 된 청년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150×200cm_2016
김혜영_동상이 된 청년22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5×20cm_2014

나는 집보다도 호수를 동그랗게 둘러싼 산책길이 마음에 들었다. 호수 주변으로 유난히 동상이 많았는데 그 중 산책로 중심에 서있는 청년동상이 나에게 특별했다. 작업복으로 보이는 한 벌 상하의를 입고 무릎 밑까지 올라오는 고무부츠를 신고서는 차렷자세를 하고 있는데 어깨와 팔에 힘이 들어가 있지 않고 초월한 듯한 표정으로 호수를 바라보고 있는 그는 청순했다. 나는 무엇보다 이 청년의 시선이 궁금했다. 하루는 동상의 등 뒤에 서서 그가 바라보고 있는 풍경을 나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동상의 등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마치 청년이 살아있는 것만 같아 섬짓함을 느꼈다. 다음부터는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기로 하고 옆에 서거나 발치에 앉는 식으로 나는 이 청동을 배려했다. 동상은 사람의 형상으로 오늘 여기에 `있다`할지라도 오늘 여기에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은 그가 형상으로 여기에 있지만, 청년은 과거 여기에 실재했을지도 모르겠다. 형상은 어떤 시공간에서 어떻게 세상과 관계하느냐에 따라 다른 존재의미를 부여 받는다. 말로 뾰족하게 잡을 수 없지만 형상의 있음과 실존의 거리, 청년이라는 시간과 죽음의 거리는 먼 것 같아도 두 개의 차원 사이에 어떤 반전과 긴장감이 있다.

김혜영_시간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39×39cm_2016
김혜영_시간길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49×43cm_2016
김혜영_우리동네청년동상_캔버스에 아크릴채색_20×40cm_2016

나는 일상에서 인간이 만들어내는 성과들을 경이롭게 바라본다. 그런데 나의 눈은 형상 뒤에 숨은 속내, 여전히 원시적이고 애틋한 존재의 서사를 발견하고 싶어한다. 한동안 그림 안에 몇 개의 차원이 중첩된 시공간을 담고 싶었다. 전시를 준비하며 그 동안의 그림들을 찬찬히 살피다 보니 그리는 만큼 담기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림은 오히려 인지하지 못하는 순간에 자연스럽게 획득 되어지는 것 같다. ■ 김혜영

Vol.20160408e | 김혜영展 / KIMHYEYOUNG / 金혜영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