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디렉션 홈 No Direction Home

진 마이어슨展 / Jin Meyerson / painting   2016_0413 ▶︎ 2016_0515 / 월요일 휴관

진 마이어슨_Stagedive_캔버스에 유채_290×420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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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413_수요일_05:00pm

관람시간 / 10:00am~06:00pm / 월요일 휴관

학고재 Hakgojae 서울 종로구 삼청로 50(소격동 70번지) Tel. +82.2.720.1524 hakgojae.com

노 디렉션 홈 No Direction Home- 밥 딜런의 유명한 노래 "구르는 돌멩이처럼 Like a rollin' stone" 에 등장하는 가사, 혹은 딜런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제목 - 1. 학고재에서 두 번째 개인전을 제안받았을 때, 뭔가 근사한 것에서부터 시작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림 그리기를 자의적으로 멈춘 지 18개월째였으며, 전시와 아트페어, 프로젝트를 위한 끊임없는 작품 제작으로 소진된 상태였다. 발견과 놀라움의 감각이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벗겨져 나갔고, 탈진과 일상 노동만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한계에 부딪히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아에 남아야 할지, 아니면 뉴욕이라는 영점, 말하자면 나의 예술적 기원설화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 그 당시엔 명확하게 보이지 않았다. ● 내가 일종의 "초입방체적 1) 구렁텅이", 그러니까 고유의 무상함과 빈혈 문화로 잘 알려진, 도시에 매달린 차원의 간이역에 사로잡혔다고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다. 길을 잃었고 예술적으로 파산했으며 문화적으로는 향수병을 앓았다. 스튜디오 문을 닫고 스스로를 유폐하며, 단순한 고독이 아니라 거의 전적인 분리로 빠르게 나아갔다. 하고자 했던 것은 딸을 보살피는 일이 전부였다고 할 수 있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보고 싶지도, 듣고 싶지도, 느끼고 싶지도 않았다. 25년 만에 처음으로 아무것도 그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진 마이어슨_I open my mouth to eat you_캔버스에 유채_188×266cm_2015

2. 나는 다양한 형식 요소가 스스로 자연스레 발전하기까지, 초반에 영감을 주는 등대가 될 몇몇 핵심 회화, 또는 "트랙"으로부터 시작하며, 음악가가 음반을 구성하듯 전시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대다수 화가가 수긍하듯 회화는 미세한 차이를 반복해서 만들어 나가는 고독의 기예다. 그래서 관객과 활동적으로 연결하는 능력을 결여한 회화가 매체로서 가진 유일한 장점이라 하면, 관객이 전지적으로 예상하며 바라보는 시각과, 그 결과로 생긴 사물의 특이성이 관객을 다시 응시하는 것 사이가 공유하는 문턱 순간 threshold moment 2) 을 안무하는 독특한 능력일 것이다. ● 그럼에도 관객은 준비 의식 일체를 목격하지 못한다. 물감과 붓을 캔버스에 빠르고 폭력적으로 밀치고, 명사수의 조심스러운 손길과 통제된 호흡으로 붓질을 신중하고도 부드럽게 행하는 것 사이에서 망설임이 느린 속도로 연주한 스타카토 마냥 일어난다. 조용히 오랫동안 지속하는 간주곡, 보고 생각하는 것 사이에서 존재가 불안을 느끼는 짧고도 우발적인 순간이야말로 회화를 시작하고 제작하고 끝내기 위해 필수적이다. 만약 직관이 일생 동안 느끼고 경험해온 것을 번뜩 지각하는 것이라면, 예술적 표현 그 자체는 특별한 사건을 물리적으로 표명한다. 그런 지식을 풀어놓는다. 그러나 아무리 준비라는 이름으로 미학적 스트레칭과 심리적 캘리스데닉스 3) 를 감내한다 하더라도, 텅빈 캔버스의 가능성과 마주할 때 나 자신에게 가하는 압력은 가히 묘사해 내지 못한다.

진 마이어슨_Japantown_캔버스에 유채_100×150cm_2016

하지만 총성이 울리기 전에 그 선상에 발을 담그고 있다면, 이제 느낌이 올 차례다. 정신을 차려보면 잠자리의 눈을 한 채로 할 수 있는 한 빠르게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 손안의 것은 멈춤-움직임 메커니즘이다. 누군가가 내 엄지를 누른다면 시간을 멈출 수도 있다. 나는 지금 모든 것을 뒤로하며 내달리고 있다. 폐는 최적으로 움직인다. 욕을 지껄이며 불을 내뱉는다. ● 내가 예측하고 체화한 도플러 효과는 어디에서나 있는 것으로, 극도로 흥분에 차 히스테리적으로 깔깔대며 누군가를 퍼뜩 지나칠 때 홀연히 깨닫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말초적으로 흐릿하며 소실점이 없다. 나는 항력계수를 밀치고 나가는 이런 움직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편안히 흥얼거림으로 시작했던 것은 현재 모두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도구, 컴퍼스, 좌표일까? 어떤 것도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몇 번이고 버튼을 재설정하고 눌러봐도 다이얼이 돌며 건축학적 사전천명 death-rattle 4) 이 감겨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 없다. 웃음기가 사라진다. 남은 것은 히스테리밖에 없다. 나는 기어코 절대적인 추상 abstract에 도달한 듯했다.

진 마이어슨_Velvet revolution_캔버스에 유채_150×193cm_2016

3. 나는 대다수 예술가가 회화를 잔여적 사건으로 본다고 확신한다. 사실을 적재한, 정보로 적셔진, 개인적으로 최적화된 절차의 결과물로서 말이다. 유사하게 나는 디지털 스케치로 시작한다. 여기에는 수행적으로 스캔하며 왜곡시킨 다양한 레이어도 포함되는데, 몹시 다양한 삶의 순간의 총체로 채워진 각 순차적 단계는 압축되고 납작해지고 캘린더에서 잘려져 나와, (마침내!) 그림의 평면을 가로질러 드럼처럼 팽팽하게 당겨진다. ● 나는 두 회화로부터 시작했다. 「널 먹기 위해 입을 벌린다 I open my mouth to eat u」(2015)와 「스테이지다이브 Stagedive」(2015)다. 첫 번째는 다음 작업을 위한 헤드라이너 headliner 5) 로 시작 해 본 것이다. 나는 「널 먹기 위해 입을 벌린다」를 정확히 1년 전 홍콩 침사추이에서 빌린 조그만 스튜디오에서 완성했다. 「스테이지다이브」는 이후 서울 문래동에 마련된 새로운 스튜디오에서 (갤러리의 훌륭한 지원으로) 제작됐다. ● 건축적으로 학고재 갤러리 공간은 독특하다. 거칠게 60%가 한옥이며 40%는 모더니즘 화이트 큐브다. 전시는 갤러리 뒤쪽 슬쩍 침몰된, 넓은 모더니즘 영역에서부터 떠올려 보았다. 한옥의 전통적 공간을 통과해 내려갔을 때 시야에 들어오는 넓고도 청명한 뒤쪽 방이다. 말하자면 나는 이 전시의 제목으로 명명될 "돌아갈 집 없음 No Direction Home"을, 반직관적으로 전시의 마지막에서부터 시각화하기 시작했다. ● 몹시 노력해 봤지만 나는 전시를 하나로 통합된 주제나 컨셉, 스타일로 만들 수 있었던 적이 한 번도 없다. 부분적인 이유는 전에 언급했다시피, 회화 각각의 고유한 기술적 복잡성이 스튜디오에서 보내는 시간을 오래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개는 나 자신의 불안정하고 지엽적인 본성이, 밀도 있고 중요한 내러티브가 자연스럽게 표층으로 흘러넘치는 것을 대체하거나 방해한다. 그 대신 나는, 스튜디오에서 서성이며 매시간 항해하면서, 비틀고 제련하며 (혹은 때에 따라 자르고 태우며,) 이따금씩 이런 종잡기 힘든 구성 원리를 발견하곤 한다. 그것은 태초의 폐허와 파편에 파묻혀 있었던 다음번 회화로 곧바로 이행할 수 있게 해준다. 하나의 붓질은 다른 하나를 이끈다.

진 마이어슨_Tesseract-ual Homesick Blues_캔버스에 유채_187×271cm_2016

4. 전시를 위해 그리고 있는 마지막 회화는 감히 완성으로 치닫는 가운데, 여전히 가능성으로 축축이 젖어 잔잔하면서도 흉포한 감각으로 명멸하며 지금 나를 응시하고 있다. 분명하고도 엄중하게, 아직 끝나지 않은 낮은 웅얼거림으로 해방되길 간청한다. 이렇게 마지막 쐐기 돌을 제자리에 놓는 일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이런 마술적 공감으로 인해 기존의 운영체제 operating system는 차디찬 창고로 밀려나서, 새로움의 연한 살갗을 까발리기 위해 가차 없이 버려진다. 이것은 그림-평면이 버글거리면서 만들어 내는 길들이기 힘든 다양한 올올을 엮어낼 뿐만 아니라, 더욱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그 최후의 붓질 몇 개는 단언컨대 회화의 분위기를 영원히 결정한다. 음조 tone와 주파수 frequency로, 포괄적인 기류, 회화에 영속적으로 달라붙어 버리는 자욱한 안개로 신호를 보내면서 말이다. ● 관성의 법칙에 따르면 정지해 있는 사물은 계속해서 정지해 있다. 하지만 움직이는 사물은 영구히 움직인다. 동요 없이 일정한 속도로 앞으로 질주한다. 항력이 없는 한. 그런 한, 그런 한... (2016년 3월) ■ 진 마이어슨(번역_안대웅)

1) 수학적으로 4차원을 표현한 도형 2) 경계점 3) 윗몸 일으키기, 팔굽혀 펴기 등의 맨몸 운동 4) 임종이 임박한 자가 내는 소리 5) 신문 헤드라인을 쓰는 기자

Vol.20160413h | 진 마이어슨展 / Jin Meyerson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