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티나 : 움직이는 이미지 RétinA : Moving Image

이응노_르네 쉴트라_마리아 바르텔레미展   2016_0415 ▶︎ 2016_0626 / 월요일 휴관

초대일시 / 2016_0415_금요일_04:00pm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 공식인증사업展

아티스트 토크 / 2016_0419_화요일_04:00pm 초청작가 르네 쉴트라와 마리아 바르텔레미의 프레젠테이션/질의응답

관람료 / 어른(25~64세) 500원 / 어린이,청소년(7~24세) 300원 노인(65세 이상) 및 유아(6세 이하) 무료관람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이응노미술관 LEEUNGNO MUSEUM 대전시 서구 둔산대로 157(만년동 396번지) Tel. +82.42.611.9800 ungnolee.daejeon.go.kr

이응노미술관은 '2015-2016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프랑스 미디어 아티스트 르네 쉴트라(René Sultra)와 마리아 바르텔레미(Maria Barthélémy)를 초청해 이응노의 추상회화와 실험적 대화를 시도하는 뉴미디어 전시 『레티나 : 움직이는 이미지』를 개최한다. 프랑스 파리와 툴루즈를 기반으로 삼아 국제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르네 쉴트라와 마리아 바르텔레미는 2인조로 활동하며 광섬유, 영상,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학 등 과학 원리를 예술과 접목하는 실험을 진행해 왔다. 이들의 주된 관심사는 '시각'과 '이미지'로, 이미지가 우리의 눈, 인지, 지각과 맺는 관계를 작품을 통해 탐구해왔고 이번에 이응노미술관에 전시되는 「레티나 RétinA」 역시 '망막'이라는 의미를 가진 제목을 통해 시각 이미지가 인간의 눈과 반응하여 일으키는 환영적 체험을 작품의 기본 소재로 활용하고 있음을 명백히 하고 있다. 「레티나」는 크게 태피스트리 작품인 「센티멘탈 저니 Sentimental Journey」 시리즈와 광섬유 영상작품인 「빅 크런치_마리앵바드 Big Crunch_Marienbad」로 구성된다. 이 전시는 다른 시대, 다른 장르, 다른 성향의 작가들을 공통의 주제 아래 묶기 위해 두 가지 주제를 설정했다. ● 첫 번째 주제는 '추상 이미지'이다. 두 작가들의 작품은 제작방식, 양식, 개념에 있어 완전히 다른 형태의 '추상 이미지'를 재현한다. 이응노의 작품은 현대를 사는 프랑스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새롭게 재해석되며, 「레티나」는 이응노의 작품을 통해 미술사적 맥락에서 재조명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레티나」의 태피스트리 작품 「센티멘탈 저니 2」는 추상 이미지의 형성에 있어 면, 선, 픽셀과 같은 구성요소들의 인터랙션, 조응, 조합의 움직임과 그 데이터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수학적 프로그래밍 통해 제시했다. 이는 이응노의 「군상」과 서체 드로잉, 접시 도안 시리즈를 인터랙션의 관점에서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위 그림들은 모두 색채, 필획, 공간 등 구성요소들이 어떻게 의미 있는 이미지를 추상화 속에서 형성하는지를 보여준다. 반면 이응노의 작품들은 1940~60년대 시각적 운동감을 창조하려했던 추상회화의 경향을 강조하며, 미술사적 맥락 속에서 「센티멘탈 저니 2」의 스펙터클한 비주얼이 갖는 연관성을 보여주었다. 두 작가들의 작품 모두 모방과 재현을 떠난 추상화된 이미지가 관람객과 반응하여 생성되는 다채로운 이미지의 향연을 보여준다.

쉴트라 & 바르텔레미_센티멘탈 저니 2_텍스타일_150×695cm_2016_부분 ⓒ Sultra & Barthélémy

쉴트라 & 바르텔레미의 타피스트리 「센티멘탈 저니 2」는 적, 황, 청, 흑, 백의 5개 색채를 기본으로 생성된 48개 색채의 조합으로 구성된 거대한 '추상 태피스트리'이다. 각 셀들이 서로 결합하고 증식하는 방식은 수학적 규칙에 따라 결정되었으며, 색채의 다양한 조합을 통해 마치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의 마술이 창조되었다. 작가는 각 셀을 조합하는 이론적 틀을 셀들이 상호 반응하며 무한한 패턴으로 전개되는 '세포자동자 cellular automata' 이론에서 가져왔다. 예를 들어 동일한 행에서 기준이 되는 셀의 왼쪽에 노란 셀이 있고 그것의 값을 6이라 하고, 오른쪽에는 31이라는 값을 가진 붉은 셀이 있다고 하자. 직조 과정에서 왼쪽 노란색 6의 값이 선택되었다면 거기에 기준값 1을 더한다. 그러면 7이 라는 값이 나오고 셀은 다음 행에서 7에 해당하는 색채로 변화하게 된다. 여기서 기준값 1은 항시 존재하는 상수이며 셀 패턴의 다양성을 가져오는 중요한 숫자이다.

이응노_군상_한지에 먹_167×266cm_1986 ⓒ Lee Ungno

흥미로운 점은 여기서 색채와 픽셀을 통제하는 논리적 제어방식, 그리고 사각형 모듈이 서로 조응하며 전체 이미지로 전개되는 과정이 관람객 눈과의 긴밀한 상호작용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타피스트리의 색채 셀들은 식별되는 동시에 망막 위에서 섞이며, 이 과정 속에서 타피스트리 이미지는 생동감을 얻어 움직이는 이미지로 발전해 나간다. 수평과 수직선, 기하학적 형태, 3원색과 무채색만을 활용한 몬드리안의 신조형주의, 찰나의 붓질이 표현적 네트워크를 이루는 추상표현주의, 색채와 형상 반복을 강조한 색면화는 조형요소의 조합을 통해 이미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시도였고, 관람객의 강한 시각적, 감각적 참여를 요구하는 작품들이었다. 특히 1960~70년대 서구 미술계는, 로버트 스미드슨이 그의 글 『유사-무한성과 공간의 축소(Quasi-Infinites and the Waning of Space)』(1966)에서 분석했듯이, 미로 같은 반복과 이미지의 이합집산을 통해 시각적 미로를 창조하고자 했다. 같은 문맥에서 이응노의 경우 1977년에 창작된 서체 드로잉과, 1980년에 집중 창작된 '접시도안 시리즈'는 필획 간, 색채 간, 형상 간의 역동적 인터랙션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군상」의 경우 반복, 증식, 패턴 전개를 통해 생성된 압도적 이미지 속에 관람객을 시각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응노_구성_한지에 먹_32×31cm_1977 ⓒ Lee Ungno 이응노_구성_한지에 채색_46×35.5cm_1980 ⓒ Lee Ungno 이응노_군상_목판화_49×65cm_연도미상 ⓒ Lee Ungno
쉴트라 & 바르텔레미_텍스틸로스코프_광섬유_150×1300cm_2014~6 ⓒ Sultra & Barthélémy

두 번째 주제는 '기호로서의 이미지'이다. 쉴트라 & 바르텔레미는 광섬유 영상 설치작품을 통해 1961년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알랭 레네 감독의 『지난 해 마리앵바드에서』를 파편적 이미지, 픽셀, 픽토그램(그림문자) 기호로 해체해 광섬유 영상 「빅 크런치_마리앵바드」를 제작했다. 이 영상은 광섬유 스크린 '텍스틸로스코프 Textiloscope' 위에 상영된다. 알랭 레네 감독은 현실과 과거를 분간할 수 없는 혼란, 불확실한 기억에 기인한 미스터리한 상황을 프랑스 바로크 정원, 대저택의 복잡한 실내 공간 속에 대입해 그려냈다. 「빅 크런치_마리앵바드」는 이 초현실적 상황을 영상 픽셀의 균열과 변화를 통해 디지털 기호로 표현한다. 시간이 흐름 속에서 영상은 해체되고 조합되기를 반복하며 이미지, 글자, 픽토그램 사이를 반복적으로 배회하는 추상 이미지 혹은 기호가 된다.

쉴트라 & 바르텔레미_빅 크런치_마리앵바드_광섬유에 영상 프로젝션_ 01:40:00_2014~6 ⓒ Sultra & Barthélémy

이 미니멀한 영상 픽셀과 픽토그램 조각들은 관람객의 시각과 미묘하게 반응하며 어두운 방 속 빛을 내는 광섬유 표면 위에 떠오르고 사라진다. 쉴트라 & 바르텔레미는 이 작품을 통해 기호로 치환된 영상 혹은 기호와 영화 사이의 중간 영역에 존재하는 픽토그램 형상을 새로운 의미 전달 체계로 제시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픽토그램 형상이 한자, 서예적 전통과 유사점을 갖는다는 것이다. 사물의 형상을 본 뜬 한자는 일종의 그림글자, 표의문자로서 표음문자 체계와는 다른 의미 전달 체계를 형성한다. 이응노는 그림-문자의 혼합형태인 한자를 이용해 '문자추상'을 창작했으며 이 작품들은 이미지/텍스트가 합쳐진 둘 사이의 애매한 혹은 새로운 영역 속에 존재한다. 이런 의미에서 「빅 크런치_마리앵바드」가 보여주는 '기호적 영상'은 이응노의 '문자 추상'과 비슷한 예술적 실험이라 볼 수 있다.

쉴트라 & 바르텔레미_빅 크런치_마리앵바드_광학섬유_150×1300cm_2014~6 ⓒ Sultra & Barthélémy

미술사가 에르네스토 페넬로사(Ernesto Fenellosa)는 한자가 지닌 회화적 특성에 주목해 한문을 이미지의 연속, 영화와 유사한 '움직이는 그림'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자를 두고 기호를 사물로 변환시키는 의미작용이 벌어지는 장소이며 정지된 상태가 아닌 관계, 움직임의 상태, "동작 속의 사물, 사물 속의 동작(things in motion, motion in image)"을 기록하는 문자라고 보았다. 따라서 한자로 이루어진 문장인 한문 또는 문자추상은 시간 속 사물의 운동과 흐름을 압축시켜 놓은 활동영상적 기호라 볼 수 있다. 활동영상으로서의 문자추상은 「빅 크런치_마리앵바드」의 광섬유 영상과 오버랩되고 디지털 영상의 흐름 속으로 어우러지며 '회화적 문자', '문자적 회화' 공간을 완성한다. 또한 쉴트라 & 바르텔레미는 직물 스크린을 수평으로 길게 펼쳐 놓아 관람객으로 하여금 독서하듯 광섬유 스크린(혹은 광섬유 책)을 내려다보도록 유도한다. 이것은 자연스레 영상을 '읽는 행위'를 이끌어내며 관람객은 이미지/텍스트 사이 난해한 기호 앞에 선 해독자가 된다.

이응노_구성_비닐에 아크릴채색, 먹_121×120cm_1971 ⓒ Lee Ungno 이응노_구성_한지에 채색_48×33cm_1977 ⓒ Lee Ungno

쉴트라 & 바르텔레미의 「레티나」는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기억과 아카이브, 확률, 세포자동자 이론, 들뢰즈적 이미지-시간/움직임, 디지털 영상, 컴퓨터 아트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주제와 이론적, 철학적으로 연결해 볼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이응노의 '모던 페인팅'과의 연관성을 찾아 그 추상적 이미지를 독특하게 바라볼 수 있는 접점을 찾으려 시도했으며, 그 접점을 통해 쌍방 작가들의 작품에 새로운 해석과 관점을 부여하려고 시도했다. 이런 시도는 과학과 예술, 고전과 현대 등 융복합 실천이 가져올 수 있는 창의적 결과 중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게다가 이들의 융복합적 시도는 과학기술 도시 대전의 이미지와도 부합한다. 장르, 표현방식, 기술적 한계를 넘어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드는 「레티나」는 디지털 영상, 광섬유 기술, 컴퓨터 프로그래밍, 수학 이론을 통해 대전의 과학 인프라와 과학자들과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응노와 프랑스 현대작가들의 만남은 그 자체로 참신하다. 이 전시가 뉴미디어와 회화, 프랑스와 한국, 예술과 과학 등 서로 다른 영역을 융합하고 창조하는 실험적 시도의 좋은 선례가 되길 바란다. ■ 이응노미술관

Vol.20160415b | 레티나 : 움직이는 이미지 RétinA : Moving Imag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