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전체-긴밀한 경계 One and its entirety-tight perimeters

서혜영展 / SUHHAIYOUNG / 徐慧寧 / sculpture.installation   2016_0416 ▶︎ 2016_0515 / 월요일 휴관

서혜영_ectype H_철, 분채도장_55.5×94.1×7.9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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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416_토요일_05:00pm

관람시간 / 11:00a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소소 GALLERY SOSO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92 (법흥리 1652-569번지) 예술마을 헤이리 Tel. +82.31.949.8154 www.gallerysoso.com

긴밀한 경계, 분리와 결합의 변증법 ● 서혜영은 벽돌의 작가이다. 어느덧 15년 이상 그의 작업은 한결같이 벽돌이라는 모티프를 출발점으로 삼아 왔다. 작업의 형식은 때로는 드로잉으로 때로는 조각으로 달라지지만, 그 창작의 첫걸음은 언제나 이차원적 공간이나 삼차원적 공간에 벽돌을 쌓아 올리는 행위로 이루어진다. 서혜영에게 벽돌은 현실 세계를 구성하는 최소 원자이자 그의 조형 세계를 축조하는 기본 단위이다. 그의 창세기는 벽돌이 있으라는 태초의 명령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벽돌은 말 그대로 벽을 쌓아 올리기 위한 재료이다. 벽돌을 쌓는 행위는 벽을 세우는 작업이다. 그리고 벽을 세우는 행위는 공간을 분리하는 동시에 결합하는 역설적인 작업이다. 벽은 안과 밖을 분리하는 경계이지만, 바로 그 경계를 통해서만 안과 밖이 특정한 관계를 이루며 서로 결합하기 때문이다. 분리하는 척력과 결합하는 인력이 서혜영의 벽돌에 담긴 두 역설적인 힘이다. 이 힘들이 서로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다종다양한 효과들이 바로 그가 벽돌로 축조한 세계의 무늬인 것이다.

서혜영_ectype I_철, 분채도장_85.2×92.2×35.4cm_2015
서혜영_ectype D_철, 분채도장_103.3×120.8×55.1cm_2015

벽돌이 분리하고 결합하는 안과 밖은 여러 층위에서 변주된다. 벽돌은 실내와 실외 사이의 벽, 체내와 체외 사이의 벽, 내적 자아와 외적 세계 사이의 벽, 개인 심리학과 집단 사회학 사이의 벽,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 사이의 벽, 실재와 재현 사이의 벽 등 다양한 층위의 경계를 모두 은유하는 시각적 모티프로 이해된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벽은 물리학, 생물학, 심리학, 사회학, 미학을 관통하는 보편적 구성 원리라고 할 수 있다. 때에 따라 서혜영의 벽돌은 풍경(자연)과 건축(문화)을 가로지르는 벽이 되기도 하고, 밀실(사적 공간)과 광장(공적 공간)의 경계가 되기도 하고, 생명체의 안과 밖을 가르는 피부가 되기도 하고, 재현된 세계와 현실적 세계의 경계이자 관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서혜영_ectype A_철, 분채도장_32.8×27.2×26.9cm_2015

그러므로 태초에 벽돌이 있었다. 그리고 벽돌이 모여 경계(벽)가 들어섰다. 빛이 생겨남으로써 낮과 밤이 나뉘고 궁창이 만들어짐으로써 궁창 아래의 물과 궁창 위의 물이 구분되었듯이, 내부와 외부, 자아와 세계, 풍경과 건축, 재현과 실재도 애초부터 따로 있었던 게 아니라 '벽'이라는 사이 공간이 먼저 생겨남으로써 그 모든 분리와 결합이 생겨나는 것이다. 서혜영의 벽은 이처럼 분리와 결합을 반복하는 모든 사물의 기원을 은유한다. 기원에 대한 관심이 드로잉이라는 가장 근본적인 예술적 몸짓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서혜영은 한국과 이탈리아에서 조각을 전공했고 이번 전시에서도 여러 벽돌 모티프의 조각을 선보이지만, 그의 작품세계에서 드로잉은 조각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아무것도 없는 흰색의 평면 위에 선을 긋는 드로잉의 행위는 이차원적 세계에 '벽돌'을 쌓아올려 경계를 만들고 이쪽과 저쪽을 분리하고 결합하는 창조의 근원적 순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의 무한히 증식하는 벽돌 조각도 삼차원의 공간에 벽을 '긋는' 일종의 드로잉일 수 있다. 그에게 드로잉은 이차원적 조각이며 조각은 삼차원적 드로잉인 셈이다. 드로잉에서의 난제가 조각을 통해 해답을 얻기도 하고, 조각이 궁지에 몰릴 때 드로잉이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주기도 한다.

서혜영_ectype을 위한 red drawing_0.5 샤프펜슬_30×25cm×5_2015

그런데 창조의 근원을 이루는 경계는 절대적이지 않다. 그 경계는 조밀하고 불투명하기는커녕 많은 구멍을 지닌 반투명한 경계다. 그것은 막(幕)이나 피부에 가까운 것이다. 서혜영이 창조한 세계의 경계는 이쪽에서 저쪽이 비치는 반투명한 막, 신체를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동시에 외부의 양분을 체내로 통과시키는 피부와 같다. 실제로 그의 조각의 촘촘한 벽돌 모티프들은 직사각 형태의 수많은 작은 구멍이기도 하며, 그가 이번에 선보인 붉은색의 드로잉은 여러 장의 반투명한 인화지에 그린 드로잉들을 차곡차곡 겹쳐 놓아 은폐되기도 하고 노출되기도 하는 선의 이중성을 효과적으로 연출한다. 만약 그 경계가 너무나 조밀하고 불투명했더라면 이편과 저편의 관계는 분리가 아니라 단절로 치달았을 것이고, 반대로 너무나 성기고 투명했더라면 여러 층위의 이분법적 대상들은 서로 결합하는 게 아니라 식별 불가능할 정도로 혼합되어 버렸을 것이다. 단절이나 혼합으로 치닫지 않고 분리와 결합의 유희를 지속시키는 경계, 모형(ectype)과 통로(passage)의 성질을 한꺼번에 지닌 경계, 그것이 서혜영이 벽돌로 쌓아 올린 경계의 고유한 성질이다. 그러므로 이곳에는 완전한 고립도 없고 완전한 개방도 없다. 밀실의 어딘가는 늘 광장으로 트여 있고, 광장의 어딘가에는 항상 밀실과도 같은 사각지대가 있다. 재현으로 틈입하는 실재와 실재로 육박하는 재현이 마치 무염수태와도 같이 매개 없는 월경(越境)을 지속한다. 투명과 불투명 그 어디로도 치우치지 않는 반투명한 세계의 근원으로서 이 경계는 매 순간 긴장을 유지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가 먹줄을 튕겨 그은 힘 있는 선의 긴장감이 그 팽팽한 경계의 균형을 시각화한다. 이것이 바로 '긴밀한 경계'의 전모가 아닌가 싶다.

서혜영_ectype B_철, 분채도장_88.1×130.3×49.7cm_2015 서혜영_먹줄드로잉 1_흑연가루, 면사_가변크기_2016

때때로 과거에 작가는 벽돌 사이로 사람이나 사물의 형상을 겹쳐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전시에서는 아무런 형상 없이 그저 벽돌과 선과 색만으로 이 긴밀한 경계의 모습을 연출한다. 이런 금욕적인 자세는 어떠한 구체적 형상도 미처 생성되기 이전의 진정한 창조의 근원으로 성큼 다가서려는 작가의 의지로 읽힌다. 대신 그는 조각에 색을 입히는 실험을 감행한다. 때로는 전혀 다른 색의 벽돌 구조들이 서로 결합되기도 하고, 때로는 명도와 채도가 다른 여러 노란색의 벽돌 구조들이 중첩되기도 한다. 이렇듯 작가는 벽돌로 쌓은 경계를 시발점으로 삼아 빛과 색의 생성과 분화의 순간까지 포착하려 한다. 이번 전시가 열리는 갤러리소소의 공간은 빛과 색의 실험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보인다. 통 유리를 통해 풍경에서 건축으로 진입하는 자연광이 서혜영의 조각과 만나 빛과 색의 다채로운 분리와 결합을 가능케 한다. 결국 그가 벽돌로 쌓아올린 경계들은 무한한 분리와 결합의 가능성을 간직하고 있다. 그 비밀스러운 가능성이 열리는 순간, 세계는 '하나의 전체'로서 우리에게 드러나는 것이다. ■ 김홍기

서혜영_ectype C_철, 분채도장_89.1×88.8×55.1cm_2015 서혜영_ectype E_철, 분채도장_66.2×91.3×45cm_2015 서혜영_ectype G_철, 분채도장_64×70.1×51.3cm_2015

A Dialectic of Tight Perimeters, Separation and Combination ● Haiyoung Suh is an artist working with bricks. Her consistent motif has been bricks for over 15 years now. Forms of work might differ – drawing or sculpture – but the first step in her creative work was to stack up bricks in a 2-dimensional or a 3-dimensional space. For Suh, a brick is the smallest atom as a component of the real world and a basic unit to make a sculptural work. Her book of Genesis starts with God's first command, "Let there be bricks." A brick is literally a material to stack up a wall, which is a work of mounting a wall. The act of mounting a wall is a paradoxical work of separating and combining the space at the same time. A wall is a perimeter to distinguish the inside and the outside, but only through which can both sides form a specific relationship. The repulsive force of detachment and the attractive force of attachment are the two paradoxical forces embedded in her bricks. Multifaceted effects generated by the intermingling of these forces are the pattern of the world she constructed using bricks. ● The inside and the outside that are separated and combined by bricks vary on multiple layers. Bricks are understood as a visual motif that metaphorizes all the boundaries of walls between the inside vs. the outside, the inner body vs. outer body, the inner self vs. outer world, personal psychology vs. collective sociology, a personal space vs. a public space and reality vs. representation. In this perspective, bricks are the mechanism of universal composition penetrating into physics, biology, psychology, sociology and aesthetics. Suh's bricks could be a wall that crosses the landscape (nature) and the architecture (culture), a perimeter between a private room (a private space) and an open plaza (a public space), a skin dividing the inside and the outside of a living creature, and a perimeter and a gateway of a represented world and a real world. ● Therefore, bricks have been with the mankind from the beginning of the world. Bricks were gathered together to make a perimeter (a wall). The light came in, separating the day and the night and creating firmaments, which divided the water below firmaments and above them. The inside and the outside, self and the world, landscape and architecture, and representation and reality were not there from the very beginning: all sorts of division and combination came into being with the creation of a space which is a 'wall'. Suh's wall is a metaphor of the origin of all objects that undergo the repeated course of separation and combination. It is natural that an interest in origins is developed into the most fundamental artistic gesture, which is 'drawing.' Suh majored in sculpture in Korea and Italy, and showcases sculpture as the motif for bricks in this exhibition. Yet, drawing is as important as sculpture in her art universe because the act of drawing a line on a white empty plane is the fundamental moment of creation where 'bricks' are stacked up in a 2-dimensional world to make a perimeter, separating and combining here and there – a fundamental moment of creation. In a way, the brick pieces that are endlessly growing in number could be a part of 'drawing' on a wall in a space. For her, drawing is a 2-dimensional sculpture, and sculpture is a 3-dimensional drawing. Solutions for bottlenecks in drawing are found in sculpture, and drawing will open up new channels when sculpture gets stuck. ● A perimeter as the foundation for creation is not absolute. The perimeter is semi-transparent with many holes, instead of being tight and opaque. It is analogous to a membrane or the skin. Suh's perimeter of the world is like a semi-transparent membrane where the other side is seen from this side, and the skin that protects the body from external risks and enables external nutrients to be penetrated inside. In fact, the tightly placed bricks as the motif for her sculpture are numerous small holes in rectangular shapes. Here drawing in red this time effectively shows the duality of lines that are either hidden or exposed by layering pieces of drawing on semi-transparent printing paper. If the perimeter had been so tight and opaque, the relationship of this side and that side would not have been that of separation but of rupture. Likewise, if it had been too loose and transparent, objects of dichotomy in many layers would not have been combined but overly mixed up to the extent of being unidentifiable. It is the uniqueness of the perimeter that sustains the combination and amusement without being pushed to rupture or combination, has characteristics of both ectypes and passages at the same time, and has been stacked up with bricks by Suh. Therefore, there is neither complete isolation nor complete opening. Somewhere in a private room is opened to a plaza, and somewhere in a plaza has a blind spot like a private room. The reality penetrating into the world of representation, and the representation coming closer to the reality are continuously crossing the perimeter without a medium like the immaculate conception. The perimeter as the origin of the semi-transparent world that is not skewed to either transparency or opaqueness maintains tension in every moment. The tension of the powerful line drawn by splashing an ink line in this exhibition visualizes the balance of the tight perimeter. This truly is the full account of the 'close perimeter.' ● She used to occasionally place images of people or objects between bricks in the past. However, she exhibits this time the tight perimeter with only bricks, lines and colors without any images. Such an abstinent attitude is understood as her intent to take a closer step to the genuine root of creation even before specific images were formed. Her experiment this time is to color her sculpture. The brick structure of totally different colors gets to be combined, and brick structures in various tones of yellow with different brightness and chroma sometimes overlap. As such, she tries to capture the moments of generation and division of lights and colors, starting from the perimeter stacked up with bricks. The space at Gallery SoSo where the exhibition is held seems like an optimal place for experiments with lights and colors. The natural light penetrating into the architecture from the landscape through the glass wall window encounters the sculpture of Suh, enabling diverse separations and combinations of lights and colors. The perimeters she stacked up with bricks hold the possibilities of limitless separations and combinations. At the moment when such mysterious possibilities open up, the world is exposed to us as the 'one and its entirety.' ■ Honggi Kim

Vol.20160416b | 서혜영展 / SUHHAIYOUNG / 徐慧寧 / sculpture.install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