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nerview

이문호展 / LEEMOONHO / 李文虎 / photography   2016_0416 ▶︎ 2016_0430

이문호_somewhere beyond nowhere_혼합재료_160×80×8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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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 Gallery Jungdabang Project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73-1(문래동 4가 7-1번지) B1 Tel. +82.2.2633.4711 jungdabang.com

Innerview ; 공간 찾기에서 자아 찾기로의 이행 ● 이문호는 조각을 전공한 예술가로서 공간을 탐구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공간에 대한 자신의 고민과 생각을 사진술을 이용하거나 3D시뮬레이션으로, 또는 모형을 제작하거나 장소특정적 방식을 통해서 다양하게 제시해 왔다. 지금까지 해 온 일련의 작업을 보면, 그는 매체를 먼저 선택하기보다 작업에 담길 내용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표현을 일삼는 현대의 예술가라 할 수 있다. 그가 2015년부터 준비한 이번전시의 제목은 'Innerview'이다. 여러 함의가 있겠지만 '내면 들여다보기' 정도로 번역해 볼 수 있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신이나 의식 등을 의미하는 '내면'은 예술가의 주요한 소재였다. 일반적으로 예술가가 세상에 덧대는 모든 작품이 밖으로 드러내 보인다는 의미의 '표현(expression)'이라고 할 때, 내면은 표현으로서의 예술과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가 사용한 제목은 표현과는 반대의 의미를 지닌 듯하다. 작품에 작가의 의도가 내재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예전과 사뭇 다르게 관객에게 "내면을 들여다보라!"는 일종의 제안적인 성격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 따라서 그의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라면 관객으로서 우리의 태도에도 어느 정도의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이문호_Innerview 1_잉크젯 프린트_85×60cm_2015

현대사회는 과학의 진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인 면에서 질적 가치가 분명 퇴행하였다. 성과위주, 무한경쟁, 새것에 대한 강박 등, 사회유지방식의 문제들은 여러 분야에서 너무 많은 과잉을 생산하도록 하였고, 결국 결핍으로 인한 불안감을 과잉에 의한 스트레스로 대체할 지경이 되었다. 편의점에서 커피캔 하나를 사는데도 너무 많은 선택지가 있다. 다다익선, 결핍보다야 낫겠지만 이러한 과잉이 사회통제 방식을 강화시키는 빌미를 제공한다는 것이 문제다. 20세기 초, 준비되지 않은 도시화를 해결하기 위한 르코르뷔지에의 대도시계획안을 보자. 파리 재개발인데, 그 안의 골조는 고층주택으로, 다시 말해 현대 도시형 아파트의 모델이라 할 수 있다. 그 당시에는 채택되지 않았으나 5,60년대부터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도시인구 집중과 도시화의 해결책으로 적극 반영되고 실현되었다. 그러나 경제적인 관점에서의 수용이라 원안에 포함되었던 녹지(문화공간)는 빠졌고, 공동주택의 의미가 무색하게 이웃도 사라졌다. 이렇듯 과잉에 대한 통제는 결국, 현대사회의 각박한 현실을 만들어냈다. 물론 단편적인 예지만, 공간이 현실과 맺는 관계를 이해한다면, 현대사회의 불안과 각박함이 도시형아파트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말이다.

이문호_Master plan 1_잉크젯 프린트_90×130cm_2015
이문호_Master plan 2_잉크젯 프린트_80×126cm_2015

이문호는 우리가 안고 살아가는 현대사회의 문제를 인위적인 환경, 특히 아파트와 같은 획일적이고 비감성적인 공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이를 부정하는 방식이 아닌, 르코르뷔지에의 제안에 포함된 녹지, 즉 공간 내에 숨어있는 미적인 공간이나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공간을 찾아서 재현하는 방식을 취한다. 나아가, 현대사회가 지닌 생산위주의 욕망에서 비롯된 획일화된 공간구성에도 문제를 제기한다. 그것은 인식이 지닌 한계에 대한 질문이자 사회전반을 지지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들춰내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작가가 지금까지 해온 전작의 주제와 내용에 대한 기술이었다면, 이번 전시에서는 예술가로서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한다고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우리로 하여금 '사색하기'를 제안하기 때문이다. 이문호는 지금까지 해오던 자신의 내적성찰을 이제 관객 각자가 스스로 실행할 것을 요청한다. 그런 면에서, 철학자 한병철이 니체의 사유를 빌어 '사색의 삶'을 제안한 것은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 문명은 평온의 결핍으로 인해 새로운 야만 상태로 치닫고 있다. 활동하는 자, 그러니까 부산한 자가 이렇게 높이 평가받은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따라서 관조적인 면을 대대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인간 성격 교정 작업 가운데 하나이다."(니체,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1』中) 이러한 성찰을 바탕으로 이번 전시의 작품을 살펴보자.

이문호_TDD1_영상 스틸컷, 설치_2016
이문호_TDD2_영상 스틸컷, 설치_2016

「Master plan 1, 2」(2015)는 르코르뷔지에의 계획을 작가가 자신의 관점에서 추상화시켜 명료하게 설명하는 작품들로서 지금까지의 공간에 대한 탐구와 단상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Master plan 1」은 부조리한 사회시스템에 의해 개조된 건축가의 계획에 대한 추상화로서 계층의 수직구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Master plan 2」는 작가가 건축가의 원안대로 공동체 개념과 내부적인 것의 중요함을 살리면서 여기에 자신의 공간 개념을 투영해서 재해석한 계획안이다. 각 단위들이 단아한 건축구조의 형태를 보이지만 수평적인 관계에서 곳곳에 산재한 녹지를 공유하고 있고, 도시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자유로운 인상을 갖게 한다. 그리고 「Innnerview 1」(2015)은 우리로 하여금 그렇게 구상된 건물내부를 연상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작가가 자신의 내적성찰과 제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관객에게 '들여다본다는 것'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면, 전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Somewhere beyond nowhere」(2016)는 관객이 자기 스스로를 직접 사유할 수 있게끔 고안된 공간이다. 작가는 이를 모형을 통해 제안하고 있는데, 이 공간에서 중요한 것은 모서리를 없애는 것이라고 한다. 차원 파악을 위한 단서가 제거됨으로써 공간은 사라지고 개인이 드러난다. 그 순간은 개인에게 있어 심연(深淵)에 던져진 자신을, 오로지 자신만을 조우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단토는 현대의 예술가들이 사회적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데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하면서, 이와 함께 관객의 태도도 변화되어야 함을 제안한다. 그는 작품을 만나기 위해 '관람자'보다는 '조우자(encounterer)'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표현하면서 "이를 위해 우리는 우리가 서 있던 곳에서 한 걸음 떼어 내딛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아서 단토, 「어째서 예술은 설명되어야 하는가」中)

이문호_Innerview展_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_2016
이문호_Innerview展_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_2016
이문호_Innerview展_대안공간 정다방프로젝트_2016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작품을 조우하기 위해 전시장 곳곳에 설치된 4대의 이동식카메라를 들고 전시장(공간) 내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한 걸음을 옮겨야 한다. 카메라에 포착된 장소는 하나의 장면이 되어 실시간 벽면에 투사될 것이고, 그렇게 또 하나의 사진이 될 것이다. 이러한 미술경험이 시작될 때, 이문호 작가의 제안은 비로소 의미를 획득할 것이며, 우리는 각박한 현실의 병패로부터 면역력을 지닌 '나' 자신을 되찾을 것이다. ■ 박순영

Vol.20160416e | 이문호展 / LEEMOONHO / 李文虎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