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s with the box

강물결展 / GHANGMULGYUL / painting   2016_0420 ▶︎ 2016_0426

강물결_Readyㅡ!_캔버스에 유채_30×60cm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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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관훈동 100-5번지)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강물결, 따듯한 생활감정을 실어 ● 강물결의 집에는 가족 외에도 '강실이'와 '하늘이'가 있다. 강실이는 식구처럼 오래전부터 함께 살아온 요크셔테리어이고, 하늘이는 동네에 떠돌던 고양이를 입양하여 키우는 중이다. 그런데 야생성이 남아있는 탓인지 하늘이는 터줏대감인 강실이를 못살게 구는 일이 잦아서 작가는 자꾸만 마음이 쓰인다고 한다. 둘의 관계는 아직 서먹한 편이지만 작가는 사이가 더 악화되지 않기를 바라며 골고루 애정을 베풀며 키우는 중이다. ( 「Readyㅡ!」란 작품을 보면 강실이는 반려견답게 순진한 모습이지만 하늘이는 종이상자를 차지하려는 듯 경계하는 눈빛이 매섭기만 하다.) ● 그의 작품에는 여러 애완동물들이 등장하는데 자신이 키우는 애완동물을 대하는 마음으로 그것들을 화폭에 옮긴다. 그런데 그의 화면에 나타나는 동물들은 유머러스하다. 마치 사람인 양 지긋이 바깥을 쳐다보며 드라이브를 즐기는가 하면, 상자를 뒤집어쓰고 벽에 기대어 잠을 자는 모습,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르고 으르렁대는 장면, 면벽수행을 하듯이 나무상자를 향한 모습, 상자 속에 들어가 주인을 올려다보는 앙증맞은 모습 등 다양한 표정과 포즈의 고양이가 등장한다. 그림에서 우리는 애완동물을 바라보는 작가의 따스한 마음을 느낄 수 있다. ●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플랑드르를 배경으로 한 『플란더스의 개』가 문득 떠오른다. 노견 파트라슈와 소년 네로의 사랑과 우정을 담은 이 동화는 추운 겨울 온기도 없는 성당 안에서 서로를 껴안고 죽는, 슬픈 이야기로 유년시절 가슴을 먹먹하게 했던 기억이 난다. 소년 네로가 루벤스 미술공모전에 그림을 출품했을 때 파트라슈와 할아버지를 소재로 그림을 그렸을 정도로 파트라슈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물론 작가의 그림에 등장하는 동물이 '플란더스의 개'는 아니지만 인간과 동물이 한데 어울려 우정을 키워가는 모습은 인간과 동물의 화목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잔잔한 울림을 준다.

강물결_안녕?_캔버스에 유채_72.7×60.6cm_2014

그의 경험에 의하면, 고양이는 특성상 밀폐된 공간을 선호하며 숨는 것에 탁월한 능력을 지닌다고 한다. 그의 그림에서 보듯이 대부분의 고양이는 머리를 종이박스 안에 숨기는 특성을 지니는데 이것은 고양이가 밀폐된 공간에 있을 때 안락한 느낌을 받는다는 분석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며, 고양이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고가의 캣타워가 아니라 값싼 택배상자를 더 좋아하므로 고양이가 물고 뜯고 장난치는 종이상자를 자주 그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 광경을 포착한 「안녕?」,「만들어 주세요.」,「거기서 뭐해?」,「보리 싸리」는 고양이의 습성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고양이를 모델로 한 게 아니라 동물학자처럼 고양이 습성의 관찰결과를 묘사한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 또한 그의 그림에서 우리는 즐거운 상상력과 조우하게 된다. 중앙의 박스 안으로 좌우의 고양이와 강아지가 먼저 들어가려고 낑낑거리는 것이나 비좁은 박스 안에 얼굴과 꼬리만 내민 것, 그리고 위태로운 박스 위에 태연히 앉아 있는 고양이 등등. 상상은 간혹 쓸모없어 보이고 무가치한 것으로 오인받기도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자 할 때 상상력은 그의 그림이 보여주듯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는 평상시 현실적인 것을 중시하지만 상상의 결과로 나타나는 허구 그 자체를 도외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제한된 인식을 넘어서는데 상상력이 큰 구실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유도하고 상큼한 즐거움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그에게서 이러한 즐거움을 선사받는 것은 효용성을 종용받는 시대에 나름의 의미를 지닌다. ● 강물결은 젊은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붓의 구사나 색상을 기용하는 것, 그리고 묘사에 있어 능숙한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손이 느려 서툴다고 너스레를 떨지만 필자가 보기에 서두르지 않는 작업태도가 오히려 그림의 밀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나이에 걸맞지 않는 침착함과 안정성이 그림감상에 즐거움을 더한다. 전체적으로 그의 작품은 순진하고 해맑은 양상을 띠고 있다. 일상적 생활 감정이 창작의 불쏘시개가 되어 작품에 이런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우리는 깜찍한 표정의 고양이를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멈출 수 없다. 거짓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는, 선량하고 순수한 눈망울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 서성록

강물결_보리 싸리_캔버스에 유채_70×35cm_2015

어릴 때부터 내 삶의 주요 키워드는 「그림」과 「개」였다.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개 짖는 소리를 들으며 자랐으며, 어느 지루한 곳과 상황에서도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시간가는 줄 모르고 그림을 그리며 놀 수 있었다. 크면서 장래희망이 종종 바뀌기도 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림」은 나에게서 멀어질 수 없었고, 「개」 역시 지금은 「(반려)동물」로 대상이 확대되긴 했지만 그 의미는 변하지 않았다. 이 두 가지가 합쳐져 내 그림에는 항상 개나 고양이가 등장했고, 그것은 자연스럽게 작업으로까지 이어졌다. ● 세상이 점점 각박해지면서 '삼포세대'라는 용어가 나오나 싶더니, 이제는 무려 'n포세대'라고까지 한다. 사람들은 살기 위해 많은 것을 포기하면서 점점 외로워지고, 그 와중에서 다시 살기 위해 외로움을 달래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맞이한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흔한 반려동물은 단연 개였으나, 최근에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 살면서 개에 비해서 조용하여 이웃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또한 시간적인 여유가 부족해 규칙적인 산책을 하지 않아도 되는 동물인 고양이를 반려로 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고양이와 사는 사람들은 다양한 장난감과 때로는 고가의 캣타워를 구입하곤 하는데, 고양이들 중 열에 아홉은 내용물보다 그것을 포장했던 택배용 종이상자에 더 흥미를 가진다. 상자 속에 몇 시간씩 들어가 있거나 벽면을 긁고 찢으며 마냥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어 모처럼의 선물을 마련한 주인을 무안하게 만들곤 하는데, 그 장면에서 힌트를 얻어 이번 작업이 시작되었다. ● 한 번쯤 인터넷에서 고양이가 자신의 체구와는 전혀 맞지 않는 아주 작은 상자에 잔뜩 구겨져서 들어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사진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정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머리만이라도, 발 한쪽만이라도 상자에 넣어놓고 뿌듯해하는 고양이들.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고 우스울 뿐이지만 고양이들은 그러한 모습에 대해 설명하거나 변명하지도, 심지어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오직 고양이 특유의 도도함과 뻔뻔함으로 자신들이 좋아하는 일, 즉 '상자에 구겨져 있기'를 계속할 뿐이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 아닐까?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상대방의 눈치를 살피며 그럴 듯한 말들로 포장을 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대가 좋아할 만한 것들로 삶을 채워가며 살아가는 우리 사람들을 고양이는, 아니 사람이 아닌 모든 동물들은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자연스러움을 잃어버린 자연스러움. 부디 내 그림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종이상자를 찾을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강물결

Vol.20160420a | 강물결展 / GHANGMULGYUL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