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FORE WATER

안영일展 / AHNYOUNGIL / painting   2016_0422 ▶︎ 2016_0528 / 일,공휴일 휴관

안영일_Self Reflection_캔버스에 유채_36×48inch_2001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6:00pm / 토요일_10:00am~05:00pm / 일,공휴일 휴관

갤러리 세솜 GALLERY SESOM 경남 창원시 의창구 용지로239번길 38 Tel. +82.55.263.1902 www.gallerysesom.com

색과 소리의 사이에서-안영일의 반(半)추상 회화의 세계 ● 안영일 작가는 물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번 전시에서 선보일 작품들은 추상 작업 이전의 반(半) 추상적 화풍의 작업으로 「Self Reflection」 시리즈, 「Harbor and Sunset」 시리즈, 「음악가(Musicians)」 시리즈 등이 있다. 그러나 이 일련의 반 추상적 계열의 시리즈 작품들에 앞서 살펴봐야 할 것은 초기 추상화이다. 왜냐하면, 1950년대 후반, 앵포르멜 계열에 속하는 초기 추상화에서 이미 안영일 회화의 가장 중요한 특징인 나이프 페인팅 기법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안영일_Harbor in Sunset_캔버스에 유채_30×40inch_1997

이 당시 두 점의 앵포르멜 풍 추상화는 페인팅 나이프로 그린 것이다. 두꺼운 유성물감의 마티에르가 특징인 이 작품들은 향로나 제기(祭器)의 형태를 연상시킨다. 이 작품들에 나타나고 있는 스타카토 식으로 똑똑 끊어서 나이프로 칠한 물감의 흔적은 안영일 특유의 스타일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이 나이프 기법이야말로 안영일의 회화를 특징짓는 가장 큰 요소인 것이다. 그는 물감을 화면 위에 뿌리거나 선을 긋는 등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붓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에게 있어서 나이프는 시작과 끝이다. 붓과 달리 나이프는 캔버스 위에 물감의 자취를 매끈하게 남기는데, 이처럼 똑똑 끊어서 바르는 나이프 기법은 「물(Water)」 시리즈에 와서 원숙한 경지를 보여주게 된다. 푸근한 느낌을 주는 그의 앵포르멜 작품은 '서정적 추상'에 가까운데 그것은 필경 안영일의 개성 혹은 기질과 연관이 있을 것이다. 남 앞에 잘 나서지 않고 조용한 성품인 그는 전위미술 운동과는 무관하게 담담한 조형언어로 자신의 내면 풍경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이때 그가 보여준 서정적인 화풍이 그 후에도 일관되게 나타난 정서상의 기조(基調)가 되고 있음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안영일_Sunset (Lake Isabella)_캔버스에 유채_60×52inch_2002
안영일_Horse Race_캔버스에 유채_43×50inch_1994

"우리 각자는 같은 색이라도 완전히 다른 색으로 느낀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전에 봤던 색과 다르게 느끼게 되는데, 시간과 감정, 빛 이 모두가 색 속으로 함께 들어오기 때문이다." ● 안영일의 위와 같은 발언은 그의 전체 작품에서 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려주는 대목이다. 그는 관객에게 어떤 각도로 그림을 바라봐야 할지 강요하지 않는다. 관객에게 마음을 열고 있는 그대로 순수하게 바라볼 것을 권유한다. 그것은 곧 보는 자의 감각이 반응하는 대로 몸의 순수한 느낌을 즐기는 것을 의미한다. 마치 자연의 경치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듯이, 순수한 상태에서 순수한 감각의 기쁨을 느끼도록 유도하고자 하는 것이다.

안영일_Clarinet Player_캔버스에 유채_50×43inch_1996
안영일_Violin Player_캔버스에 유채_34×28inch_1998

안영일은 그림을 쉴 때면 피아노를 치거나 첼로를 연주하거나 클라리넷을 불며 지낸다. 음악은 이제 그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가 되고 말았다. 그는 음악에서 영감을 얻고 소재를 구한다. 「음악가」 시리즈는 그가 얼마나 음악에 심취해 있는지를 잘 말해준다. 캔버스 전체에 잠길 듯이 침잠된 검정 바탕에 첼로를 켜는, 같은 검은색의 인물상은 어렴풋이 보이는 인물의 윤곽선만 없다면 한편의 단색 추상화에 가깝다. 짙은 어둠 속에서 악사는 첼로를 켜고 있다. 그것은 한 편의 드라마, 즉 절대 고독을 대변하는 것과도 같다. 그 침잠된 깊이에서 영혼의 울림이 흘러나온다. 고뇌와 고통, 그런가 하면 환희로 범벅된 영혼의 울림이 울려 퍼지고 있다. 이것은 분명 회화만이 가지고 있는, 감각의 힘이다. ● 약 30년간에 걸쳐 안영일은 「물」 시리즈를 제작해 오고 있다. 어느덧 그의 나이도 80대 중반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뇌졸중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에도 불구하고 멈출 줄 모르는 그의 창작열은 새로운 변화를 위해 오늘도 식지 않고 달린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곱게 삭아 평온한 관조의 세계를 보여주는 안영일의 「물」 연작은 60여 년에 이르는 그의 화업이 쌓은 금자탑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말한다. 나의 작업은 변화의 연속이라고. ■ 윤진섭

Vol.20160422f | 안영일展 / AHNYOUNGIL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