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Menace 숨어있는 위협

정예진展 / JUNGYEJIN / 鄭叡眞 / photography   2016_0427 ▶ 2016_0503

정예진_1303-22_피그먼트 프린트_155×105cm_2015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0:00am~07:00pm

갤러리 이즈 GALLERY IS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 52-1 (관훈동 100-5번지) B1 제4전시장 Tel. +82.2.736.6669 www.galleryis.com

정예진의 석사 청구 개인전 『The Hidden Menace』에 부쳐-일상 속 위기의 존재론 ● 벌건 대낮에, 그것도 대도시의 랜드 마크인 고층 빌딩에서 불기둥이 치솟고 뿌연 연기가 건물을 감싼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에 가해진 9․11 테러를 연상시키는 재앙의 순간들을 정예진은 사진의 기술적인 특성을 활용하여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현실에서 발생해서는 안 되는 섬뜩한 장면 앞에서 관객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인다. 엄청난 인명피해와 재난이 예고되는 절대 절명의 위급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정예진_685-696_피그먼트 프린트_155×105cm_2015
정예진_541_피그먼트 프린트_71.5×105cm_2015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초고층 빌딩은 고도화된 문명의 결집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초고층 빌딩에는 최첨단의 과학기술이 집약되어 사무와 거주에 최적화 된 공간이 확보되어 있다. 하지만 편리와 안락을 위한 공간도 폐쇄 공간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는 못한다. 건물이 높을수록 사고 발생 시 안전도는 떨어지기 마련이다. 고층 빌딩에서의 재난을 소재로 한 영화나 소설이 관객의 호응을 얻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고층 빌딩에서는 진화작업과 인명구조가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위기감을 극대화하여 관객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높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가 『시학』에서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을 예로 들어 서술했듯이, 최고의 위치에 있는 것이 추락할 때 인간이 느끼는 공포와 연민의 감정은 극대화된다. 정예진의 사진은 결국 수직 상승한 초고층 빌딩의 재난에서 예상되는 수직 하락의 문명적 비극을 그리고 있다.

정예진_490_피그먼트 프린트_105×71.5cm_2015

위기는 잠재된 파괴력이다. 위기는 일상 속에 이미 항상 숨어 있다. 위기는 일상에서 벗어난 특수한 경우가 아니다. 일상의 표면에 가려 위기가 드러나지 않을 뿐이다. 겉으로는 평온한 일상에 위기가 찾아오는 것 같지만 사실 속으로는 위기가 일상이다. 정예진의 작품에 드러난 가상적인 재난상황은 '우리'에게 '예기치 않은 뜻밖의 사건'이지만 위기의 원인에게는 그렇지 않다. 재난의 상황이 출현할 가능성이 거기에 있지 않았다면 재난은 일어날 수 없다. 재난상황은 우리에게는 충격이지만 재난의 원인에게는 예고된 것이다. 위기는 우리 일상의 곁에 숨어 있다가 표면의 압력이 취약한 틈을 타 예고 없이 표면을 뚫고 나온다. 정예진의 이번 전시 『The Hidden Menace』는 제목이 암시하듯이 우리의 평온한 일상 속에 숨어 있다가 예기치 않은 순간에 밖으로 얼굴을 드러내는 재앙을 폭로한다.

정예진_200-7_피그먼트 프린트_155×105cm_2015
정예진_143_피그먼트 프린트_71.5×105cm_2015

최근에 파리 도심과 브뤼셀 공항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했다. 인간은 번번이 파괴와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 성경에서 '스캔들', 즉 '걸림돌'로 표현된 '죄의 유혹'을 인간은 뿌리치기 어렵다. "스캔들은 우리를 물리칠수록 실은 우리를 더 끌어당긴다. 우리는 이전에 그 스캔들에서 상처를 많이 입었을수록 더 열정적으로 다시 그 스캔들에 빠져들어 더 큰 상처를 입는다." 르네 지라르의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에 나오는 대목이다. 폭력은 그 자체에 윤리적인 눈을 가지고 있지 않다. 폭력은 감정의 미학에 속하기 때문에 강력한 유혹의 힘을 지닌다. 폭력은 눈먼 추종의 대상이어서 그로 인해 입은 상처를 기억하지 않는다.

정예진_60_피그먼트 프린트_105×71.5cm_2015

위기는 위기일 뿐 그 자체가 바로 폭력과 파괴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위기는 위협적인 요소로서 폭력과 파괴의 가능성이지 현실성은 아니기 때문이다. 가능이 허용으로 둔갑할 때 실제 폭력이 발생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 둘째아들 이반이 '신이 없다면 모든 게 가능하다'고 말하자, 하인 스메르자코프는 '가능'을 '허용'으로 오해하여 아버지 표도르를 살해한다. 정예진의 도발적인 상상력과 치밀한 컴퓨터그래픽 합성작업이 우리에게 던지는 신선한 충격의 메시지에서 폭력의 가능성을 읽었다고 해서 그 가능성이 결코 현실에서 허용될 수는 없다. 정예진의 이번 전시는 관객들에게 지금 지구상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력과 그로 인한 위기가 우리의 일상 속에 항상 잠복하고 있다는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 유헌식

정예진_29_피그먼트 프린트_105×71.5cm_2015

2001년 9월 11일 미국의 심장 뉴욕 맨허튼에서 이슬람 과격분자들에 의한 테러로 자본주의 미국의 상징이라 할 수 있었던 쌍둥이 빌딩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미국, 아니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고, 이후 국제 사회는 더 이상 국가 간의 전면전이 아닌, 보이지 않는 상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2015년 11월 13일 유럽의 심장 파리에서 발생한 동시 테러로 인해 130명 이상이 사망했다. 프랑스, 유럽, 나아가 전 세계는 9.11의 악몽을 다시 떠올렸고,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위협적인 공포를 다시금 상기하며 충격 속에서 언제 다시 발생할지 모르는 예상치 못한 위협에 불안해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바로 "예고 없음"의 차원이다. 예상 속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닌 은밀하게 시간과 장소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위협을 말하고 싶었다. 선전포고 없이 어떠한 공간과 어떠한 시간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즉, 완전한 무지와 무방비의 상태에서 발생한다.

정예진_668_피그먼트 프린트_71.5×105cm_2015
정예진_3-25_피그먼트 프린트_71.5×105cm_2015

이러한 예견 불가능성을 생각하며 필자는 도심의 건물들이 위협적인 공포의 잠재적 희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결코 실현되지 않아야 할 모습을 가상의 이미지로 구현해 보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또한 필자는 파괴된 가상의 건물 주변모습은 평범한 모습으로 구성하여 "예고 없음"의 부분을 극대화 하고자 하였고, 부서진 건물과의 부조화를 통해 낯설고 이질적인 공간을 연출함으로 현실 속에 잠재된 위협의 가능성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 정예진

Vol.20160428e | 정예진展 / JUNGYEJIN / 鄭叡眞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