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꽃 입니다

달서문화재단 출범 2주년기념 회화 & 패션 콜라보展   2016_0429 ▶︎ 2016_0615 / 월요일 휴관

당신이 꽃 입니다展_웃는얼굴아트센터 두류갤러리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참여작가 / 양향옥_최복호

주최 / (재)달서문화재단

관람시간 / 10: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웃는얼굴아트센터 두류갤러리 SMILING ART CENTER 대구시 달서구 문화회관길 160(장기동 722-1번지) Tel. +82.53.584.8720 www.dscf.or.kr

양향옥 작가와 최복호 디자이너의 콜라보레이션은 삶과 어우러진 순수예술의 미학이 장르 간 융합으로 발전하고 있는 현대미술의 현장을 보여주는 전시이다. 두 작가가 보여주는 삶 속의 예술 실현은 순수예술과 산업현장의 시너지효과를 보여줌으로 예술인들의 활동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기도 하다. 양향옥 작가의 색채를 소통의 매개로 선택한 최복호 디자이너는, '우리의 흥과 한을 꽃으로 피워내는 양향옥 작가의 미술적 표현과 옷으로 표현하는 나의 작업은 희노애락'이라 정의한다. 이 표현은 이번 전시의 성격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양향옥 작가는 자신의 여성적 경험이 집약된 감수성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 회화로 표현하는 작가다. 작가만의 한국적인 회화 기법이 보여주는 중첩된 섬세한 색채는 작가가 모두에게 주는 삶의 생기가 가득한 생동의 메시지이다. 최복호 디자이너는 옷은 육체에 입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입히는 것이라는 신념으로 인간, 사회, 자연에서 받은 영감이 실루엣에 스며드는 색채의 조화를 중요시한다. ● 이러한 작업스타일을 가진 지역의 두 작가와 디자이너는 공통적으로 한국적 소재인 한지와 노방이라는 재료를 사용하여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삶의 환희를 작품에서 찾아보기를 주문한다. 그들이 표출하는 감성적 영감의 뿌리는 한국적인 예술 감성에서 시작된 인간 영혼의 아름다움과 꿈이며, 우리 모두에게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 웃는얼굴아트센터

당신이 꽃 입니다展_웃는얼굴아트센터 두류갤러리_2016
당신이 꽃 입니다展_웃는얼굴아트센터 두류갤러리_2016

말해진 적 없는, 말할 수 없는 ● 어디까지나 이 광경은 내 추측이다. 작가는 여러 점의 캔버스를 펼쳐놓고 동시에 그것을 채워나간다. 그녀는 자기 그림을 응시하며 깊은 침묵에 빠졌다가 이윽고 커다란 유리창 밖에 있는 산과 하늘, 그리고 강의 모습도 바라본다. 한편으로 여기서 이어져 나온 시어도 노트에 옮겨진다. 화가 양향옥이 품은 이러한 작업은 결코 그 끝을 속단할 수 없는, 그러나 어느 지점에 이르러 하나의 틀을 갖추는 회화 연작으로 다가선다. 아틀리에 창 너머에 펼쳐진 풍광은 그것이 들녘이든 강물이든 인위적인 손길이 닿았으므로 도시의 일부다. 이 세계는 무수한 질서의 패턴이 전체를 포괄하고 있다. 이 배열은 어느 순간 화가의 그림이라는 또 다른 인위적인 과정으로 바뀐다. 얇은 한지에 분채 물감이 화사하게 머금은 색들은 이 종이의 포개어짐과 스며듦을 통해 형체를 가늠케 하는 대상이 된다. 거기서 느리게 드러나는 시각적인 효과는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의 중간지대에서 옅은 빛으로 세계를 감싼다.

양향옥_당신이 꽃 입니다_분채물감_200×85cm_2016
양향옥_당신이 꽃 입니다_분채물감_90×116cm_2016_부분

느림과 옅음, 시공간의 이와 같은 조응은 양향옥이 그림을 그리는데 꼭 필요한 레이어 기법에 준하여 이제 화단에서 그 독자성을 인정받는 단계에 이르렀다. 하늘거리는 한지의 겹침은 그것이 예컨대 꽃잎이든 구름이든 아니면 인간 무의식이든 캔버스의 프레임 속에서 작가와 세상을 잇는 하나의 통로가 되었다. 사실 크게 놀라운 일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사실은 이 작업이 일기 혹은 회고록과 비슷한 형식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물론 이 텍스트는 글자로 된 보충 설명이 없으면, 아니, 있더라도 우리가 맥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암시로 가득하다. 그녀가 그린 평면 작업은 반투명한 동시에 여백이 거의 없는 색을 띠면서, 작가 자신이 관찰한 자연의 질서로부터 따온 하나의 미메시스다. 미묘하고 섬세한 도상은 원래 지니고 있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않는 부분도 있다.

양향옥_당신이 꽃 입니다_분채물감_160×130cm_2016
양향옥_당신이 꽃 입니다_분채물감_90×73cm_2016

이 화가가 완성해가는 미술이 일종의 감성 기록으로 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그림은 결코 모호한 관념에만 호소하지는 않는다. 현실에 대한 직언이나 풍자가 없이 정념어린 순수가 작품을 관통하는 힘이며, 이번 신작은 그 힘을 바탕으로 관객과 작품의 거리가 좀 더 가까워졌다. 내 생각에, 그녀의 그림은 사물을 구성하는 면과 색을 형태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형태를 떠받드는 빛을 점선면색과 같은 요소로부터 간격을 떨어트려 놓은 결과다. 어떨 때에 이는 공허해 보일 수도 있다. 단색화나 모노크롬, 아니면 수묵화를 둘러싼 자기 평가 혹은 비평 담론이 '그래서, 어떠하라고? 그림은 그림이고, 철학은 철학인데.'라는 반발이 양향옥의 작업에 대해서도 충분히 벌어질 수 있다. 평론가의 입장에서 글을 쓰는 내가 이런 허무주의적 반발에 대처하는 논리를 작가에게 제공하면 좋다. 하지만 그게 뭔지 나로서도 선뜻 찾기 힘든데다, 자칫 현학적인 변명으로만 기능할 우려도 있다. 단지 내가 관찰한 사실은 다음과 같다. 작가는 본인의 작업에 드리운 관념적인 측면을 기법을 다듬어 나가는 일로 정리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시적인 영감을 도록에 그대로 활자화하면서 본인의 세계관을 현대 미술에 안착시키려 한다.

양향옥_당신이 꽃 입니다_분채물감_200×85cm_2016
양향옥_당신이 꽃 입니다_분채물감_38×37.5cm_2016

작가는 열 개의 면으로 이루어진 연작 회화를 통하여 자신의 작가적 생애사를 담았다. 밝고 화사한 빛으로 시작된 작품은 중간에 탈색된 차분함을 거치고, 마지막에 가서는 짙은 파란 색으로 마무리된다. 검정에 다가간 이 파란 색은 그녀가 스스로 허용하는 최대치의 우울이다. 한국적인 전통 채색 기법으로부터 시작된 양향옥의 회화는 단색의 수묵을 배재한 채 색의 상징을 뚜렷이 배열한다. 블루는 작가에게 있어서 단순한 파국이나 절대 소외가 아니라 일종의 명상에 접어든 상태로 제시된다. 상징이 이미 그 시대에 특정한 의미로 공유된다면 그것을 예술작품에 끌어들일 때 상투성을 면하기 힘들어진다. 양향옥은 여기에 얼마간의 변이를 더하여 닫힌 세계를 열고자 애쓴다. 작가가 택한 색채화 방법에 관한 내 해석은 그렇다.

당신이 꽃 입니다展_웃는얼굴아트센터 두류갤러리_2016
양향옥_당신이 꽃 입니다_분채물감_72.5×90.5cm_2016

다음으로, 문학적 친화력에 대한 생각. 작가는 자신이 오롯이 받아들인 경험을 문학적 서술에 빗대어 발설하려 한다. 그렇다고 이런 특징이 동시대 미술에서 뿐만 아니라 예술 체계가 덜 분화된 초기 근대 시기의 낭만적 태도를 답습하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겉으로 볼 때, 작가는 한 폭의 그림이 한 가지 상태를 분명하게 기술(description)하지 못하는 상황을 꺼려하는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어느 한 지점으로 압축한 작품의 의미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상성에 가까운 형태 사이에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틈을 메우기 위해서 시적인 자기 기술을 행한다. 그렇더라도 이 모든 것은 미술이다. 예컨대 최근의 경향 가운데 무대에서 벌어지는 신체적인 움직임을, 심지어 그것을 미술가 본인이 아닌 무용수의 동작을 빌어서 표현하더라도 미학자나 예술사회학자들은 이를 '무용과 미술의 만남'이 아니라 그냥 미술이라고 분류한다. 영화나 패션이나 음악이나 문학이나 모두 그렇다. 그걸 우리는 아카이브 작업, 미디어 아트, 퍼포먼스, 콜라보레이션 등 갖가지 개념으로 정의 내리지만, 그 테두리에 담을 수 없는 타 장르의 온전함조차 미술이 될 수 있다. 우리는 그것을 자기 준거성이라고 부르는데 나의 판단으로, 이제 양향옥은 다른 장르의 지원 없이도 충분히 자족적인 아티스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그 조형성이 가진 심미적인 탁월함 때문에 여러 매체 실험에 대한 제안을 억지로 뿌리치라는 뜻은 아니다.

양향옥_당신이 꽃 입니다_분채물감_45×35cm_2016
양향옥_당신이 꽃 입니다_분채물감_79×56cm_2016

이 모든 상황적 판단으로부터 한 걸음 뒤에 서서 전체를 보자. 작가가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의미, 그리고 자신이 작업을 통해 얻거나 지키려고 하는 가치가 있다.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 간에 작가의 성향에 비추어 볼 때, 이 의미나 가치는 선언적인 강령이나 강박적인 이벤트로 포장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은 다소곳이, 유려하게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그림은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 말은 마치 속을 덜 채운 언어와 비슷하다. 마치 연극의 독백처럼 우리가 그 텍스트로부터 단 하나의 의미를 고정시키지 않더라도 괜찮다. 그리고 말 건넴에 대하여 대화할 의무 역시 우리에겐 없다. 붕붕 떠다니듯 무게감을 없앤 한지의 색 겹들은 늦봄에 이른 꽃잎처럼 슬프다. 이 꽃잎들은 보는 이들을 자신의 세계 속으로 빠져들게 하고, 작가가 터놓은 말의 길을 걷든, 아니면 일상어의 세속적인 길을 걷든 간에 결코 말로 전할 수 없는 빛의 흔적 속으로 모두를 이끌어 간다. ■ 윤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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