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인칭적 삶

Impersonal Life展   2016_0505 ▶︎ 2016_0518 / 월요일 휴관

비인칭적 삶-Impersonal Life展_갤러리 175_2016

초대일시 / 2015_0505_목요일_06:00pm

참여작가 김다겸_박희자_애나 루카스_임소담_전지인

기획 / 손송이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월요일 휴관

갤러리 175 Gallery 175 서울 종로구 율곡로 33 안국빌딩 B1(안국동 175-87번지) Tel. +82.2.720.9282 blog.naver.com/175gallery

『문학의 공간』 ● 작가는 작품에 속한다. 그러나 작가에게 속하는 것은 한 권의 책, 불모의 단어들의 말없는 축적, 즉 이 세상에서 가장 의미 없는 것일 뿐이다. 이러한 공허를 맛보는 작가는 작품이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뿐이다. 그리고 얼마 더 작업을 하고, 운좋게 좋은 순간이 오면 스스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또다시 그는 작품에 손을 대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가 혼자서 끝내고자 하는 것, 그것은 바로 영원히 끝낼 수 없는 것으로 남는다. 그리하여 작가가 하는 일은 덧없는 헛수고가 되어버리고 만다. 그리고 마침내 작품은 작가를 무시하고 그의 부재중에 스스로 닫혀, 비인칭이 되어버린다. 작품은 그것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모리스 블랑쇼)

임소담_Blue Pot_캔버스에 유채_37.9×45.5cm_2014

『비인칭적 삶』은 '작업하기'를 끊임없는 미완적 이행의 과정으로 간주하고 그 변환의 지점들을 예술학교라는 공간을 매개로 살펴보고자 기획된 전시이다. 작가는 작업 과정의 어느 시점에 자신을 상실하고, 자기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에 스스로가 확신과 권위를 갖고 있지 않음을 인정하게 된다. '나 (I/Je)'라고 말하기를 포기하고 그 자리에 '그' 혹은 '그것(it/on)'이 대신 자리를 차지할 때 작업들은 비로소 중심이 없는 어떤 보편성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이다. ● 무언가가 되어가려는 지속적인 어떤 힘 혹은 안간힘 속에서 작가들은 주변의 사물들을 가만히 응시하고는 그것들 사이의 관계, 계열, 긴장감을 포착해낸다. 중심이 없는 빈 공간에서 개별자로서의 작가는 부재하고, 대신에 어떤 흔적들과 침묵이 있다. 요컨대 이번 전시에서는 작업 제작과정을 지시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서 그저 조용히 공간을 점유하고 있을 뿐인 흔적으로서의 사물들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이를테면 이 전시가 취한 방법은 침묵을 통해서 말하기, 부재로 '있음'을 이야기하기, 정지 혹은 비활성 상태를 통해 지속되는 활성상태를 읽어내기와 같은 것이다.

임소담_Winter Forest_캔버스에 유채_37.9×45.5cm_2014

임소담은 직접 제작한 소형 도자 작업을 재배치하여 이를 구체적인 스케치 없이 캔버스 위에 빠른 시간 안에 옮김으로써 매체 간 변화의 과정 중에 개입되는 어떤 고양의 순간을 포착하고자 한다. 작가에게 개인적 기억을 상기시키는 선별된 이미지들은 이 같은 매체 변환의 과정을 거치면서 기존의 개별적 성격이 점차로 흐려지는 양상을 띤다. 이번 전시 출품작인 「Winter Forest」(2014)와 「Blue Pot」(2014)은 각각 밤과 낮에 해당하는 한 쌍의 작업으로도 볼 수 있다.

김다겸_선_사진, 설치_80×160cm_2011

김다겸은 자신이 설정한 행위의 규칙을 따라 끝없이 이어나갈 수 있는 작업방식을 주로 취하는 작가이다. 그의 「선」(2011)은 예술학교 내의 사물들을 수집하고 앞과 뒤를 구별한 다음, 그것들을 한 방향으로 배치하여 촬영한 기념사진이다. 한쪽으로 정향된 그 사물들을 잘 살펴보면 해당 사용자의 생활의 흔적이 남아 있다.

애나 루카스_Art School_16mm transfer to HDV_00:12:00_2015

애나 루카스와 박희자는 예술학교 안의 빈 공간과 사물들을 촬영함으로써 그곳에 스민 일종의 무기력에 관해 이야기한다. 작업 공간에 남은 사물들, 예컨대 물감이 튄 의자나 벽, 제멋대로 무리지어 서 있는 이젤, 합판으로 된 칸막이, '예술을 구하라'라고 적힌 피켓 등에서 애나 루카스는 근래 예술 교육 시스템상의 기후변화를 감지한다. 즉, 기술이 발전하고 새로운 매체가 등장함에 따라, 여태까지 지속되어 온 예술학교의 모델이 도전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예술이 되기에는 모든 것이 다 좋다'는 식의 '과도한 미학적 관용'으로 인해 미에 대한 가치체계에 중심이 사라짐으로써 역설적으로 그 중심에 자본의 시스템이 끊임없이 작동되고 있음을 또한 상기시킨다. 교육 서비스의 소비자로서 학생들은 예술계에 접근하기 위해 상당량의 자본을 필요로 하고 예술대학은 대학 내 구조조정의 손쉬운 대상이 되기도 한다. 자본에 대한 비판마저 그 중심 없는 중심 속으로 끊임없이 수렴되어 버리는 자본의 작동기제 안에서 예술의 역할과 방향은 의문시되기 마련이다. ● 박희자는 교환학생으로 체코에 머무는 동안 사회 속에서 예술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생산할 수 있을지 의문을 품고서 예술학교 내 공간에서 어떤 경계에 위치한 사물들, 가령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놓여진 것인지 버려진 것인지 모호한 것들, 특정 개인의 것이지만 모두의 손에 닿을 수 있는 대상 등을 촬영한다.

박희자_It: Art School Project no.29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120×80cm_2015 박희자_It: Art School Project no.26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15 박희자_It: Art School Project no.23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2×44cm_2015 박희자_It: Art School Project no.24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30×43cm_2015 박희자_It: Art School Project no.10_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_80×60cm_2015

전지인 또한 「Alpha1-조금 초라하지 않게」(2009/2016)에서 보관중인 것인지 잊혀진 것인지 모호한 교내의 작품들을 찾아내어 그것들을 하나씩 정성껏 청소하고 그 위치를 지도에 가시화한다. 그녀는 작품에 대한 작품이라는 메타적인 접근을 취함으로써 학기 중에 진행한 작업의 결과를 보여주는 관례적인 교내 행사인 '오픈 스튜디오'에서 보는 이들이 개별 작품의 결과에 집중하기보다 제도적 공간 자체를 다시금 살펴볼 수 있도록 유도한다. ■ 손송이

전지인_Alpha1–조금 초라하지 않게_청소도구, 지도, 사운드_가변설치_2009~16

The writer belongs to the work, but what belongs to him is only a book, a mute collection of sterile words, the most insignificant thing in the world. The writer who experiences this void believes only that the work is unfinished, and he thinks that a little more effort, along with some propitious moments, will permit him and him alone to finish it. So he goes back to work. But what he wants to finish by himself remains interminable; it involves him in an illusory task. And the work, finally, knows him not. It closes in around his absence as the impersonal, anonymous affirmation that it is — and nothing more. Maurice Blanchot, The Space of Literature ● Impersonal Life regards 'producing artwork' as a ceaseless and incomplete process of implementation, and is aimed to examine its substitutability and points of transformation through art schools. At a certain point during the working process, the artist loses him or herself and ends up acknowledging that they do not have the assurance and authority over what they are trying to express. A work of art cannot obtain centerless universality until 'I/Je' is abandoned and 'it/on' takes the position instead. ● Within the continuous energy and urge to become something, artists quietly gaze at nearby objects and capture the relationship, affiliation and tension among them. In a centerless and empty space, an artist as an individual is absent; instead there are traces and silence. After all, this exhibition is not trying to indicatively expose the process of producing work, but to reveal it indirectly through the objects as traces that are merely occupying the space silently. In a way, the method this exhibition adopts is to speak through silence, to talk about 'presence' through absence and to read off a state of vitality through stillness and inactivity. ● Sodam Lim relocates her small-sized ceramic works that she made, and without any concrete sketch, she transfers them onto the canvas in a very short period of time. Through this process, she seeks to capture a moment of elevation which intervenes in the process of change that the mediums undergo. Selected images that recollect the artist's personal memories go through this kind of medium-converting process, and hence enter upon a phase in which their existing, individual characteristics gradually blur. The artworks shown in this exhibition, Winter Forest(2014) and Blue Pot(2014), can be seen as a pair of work each corresponding to night and day. ● Dakyum Kim mainly adopts a working method he can endlessly keep according to the rules of action that he has established. His Line(2011) is a commemorative photograph he took of the objects he collected in his art school, distinguished and then arranged in one direction. If you look closely, the objects that have been arranged in one spot, have the users' life traces. ● By photographing the empty spaces and objects in the art school, Anna Lucas and Heeza Bahc discuss the permeating languor. In objects left in the work space such as chairs and walls splashed with paint, easels arbitrarily standing in groups, partitions made of plywood boards, a picket written 'SAVE the ARTS' and more, Anna Lucas senses a climate change in the recent art education system. In other words, as technology develops and new media appear, the art school model maintained so far is being challenged. This reminds how postmodernism's excessive aesthetic tolerance that 'everything can become art' has removed the center of the aesthetic value system, and how paradoxically the system of capital has been constantly working in the center. As consumers of education services, students need a fair amount of capital to access the art world, and in a competitive system, art schools become easy targets of restructuring inside colleges. In the capital's operating mechanism where even criticism against capital is incessantly converged into a centerless center, it is certain that art's role and direction should be questioned. ● During her time as an exchange student in the Czech Republic, Heeza Bahc had doubts about whether art can produce meaning and value in society. With this doubt, she photographed inside her art school, objects located on boundaries, objects ambiguous of whether they are intentionally left or abandoned and objects that are a specific individual's yet are also reachable to everyone. ● In her Alpha 1 - not so miserably(2009/2016), Jiin Juen finds objects on her campus that are vague in terms of whether they have been kept or forgotten. Then she carefully cleans them one by one and makes their location visible on the map. As an artwork about an artwork, she takes a meta approach; in the conventional school event 'Open Studio' where people show their works made during the term, the artist leads the viewers to examine the institutional space itself rather than to concentrate on the individual works of art. ■ Songyi Son

Vol.20160506h | 비인칭적 삶-Impersonal Life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