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초상-A Portrait of Desire

신은경展 / SHINEUNKYUNG / 申恩京 / photography   2016_0507 ▶︎ 2016_0610

신은경_가마미해수욕장_젤라틴 실버 프린트_50.8×60.96cm_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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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507_토요일_06:00pm

백인백색 기획 시리즈 1

기획 / 김혜원 주최 / 예술인문네트워크 백인백색

관람시간 / 11:00am~10:00pm

공간 이다 alternative culture space IDA 경기도 하남시 검단산로 271(창우동 249-7번지) Tel. +82.31.796.0877 blog.naver.com/space-ida

1. 욕망이라는 키워드 ● 예술 활동의 기반을 인문학적 사유에 둔 예술가를 초대하여 그의 전시와 작업 담론을 지원하는 예술인문네트워크 '백인백색'에서는 그 첫 전시로 초기 '원자력발전소' 사진에서 최근 '알약' 사진으로 진행해 온 신은경의 사진을 재조명하는 시간을 갖고자 『욕망의 초상』전을 기획하였다. 그동안 신은경의 사진은 '공간' 특히 '모조 공간'에 방점이 찍혀 「공간의 모의」(2004), 「웨딩홀」(2005), 「포토 스튜디오」(2007), 「The Shop」(2008) 등 자본주의 사회 안에서 소비 욕망이 실현되는 대도시 소비 문화 공간 구조를 중심으로 거론되어 왔다. 그러다 보니 초기작 「가마미해수욕장」(2000)이 그의 사진 세계에서 자주 제외되었고, 도시 경관에서 벗어나 자연 경관을 다룬 최근작 「전원의 변모」(2014)나 「사적 경관」(2014)이 자칫 유기성을 잃은 듯 인식되기도 했으며, '알약'을 촬영한 후 텍스트와 결합하여 발표한 「하루 필요량」(2014)이 다소 이질적인 작업으로 여겨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번 『욕망의 초상』전에서는 신은경 사진의 요체를 '욕망'에서 찾아 재해석함으로써 그의 사진 세계의 일관성을 확인하는 기회를 갖고자 한다.

신은경_웨딩홀_디지털 프린트_120×150cm_2005

2. 욕망의 지형, 공적 욕망에서 사적 욕망으로 ● 신은경은 우리 시대 욕망의 지형에 대한 탐색을 공적 욕망을 드러내는 것으로 시작하였다. 그가 「가마미해수욕장」과 「기장 풍경」에서 전남 영광과 부산 고리의 '원자력발전소'를 소재로 작업한 것은 '불'이 인간 욕망의 구심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에게 '불'을 훔쳐다 주고, 중국의 황제 수인씨가 '불'의 사용법을 가르쳐 준 이래로 타오르는 '불'은 꺼지지 않는 인간 욕망의 상징이 되어 왔다. 신은경 역시 산업혁명을 이끈 전기에너지를 획기적인 근대 문명의 상징물로 여기고, 그것이 물질문명의 진보와 문화의 혁신을 이루며 자본주의 사회를 주도하는 정치적, 경제적 욕망의 원동력임을 보여주었다. 체르노빌의 후유증이나 공포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배경으로 해수욕을 즐기는 여름 바닷가의 일상적 풍경을 기록한 '원전'사진은 우리 시대의 공공적 욕망을 포착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 '불'을 구심점으로 한 인간의 욕망이 사적 욕망으로 확대되면서 더 큰 원심력을 갖듯, 신은경은 이어 「웨딩홀」에서 예식장을 밝히는 '화촉', 그 휘황찬란한 샹들리에 '불빛'을 통해 환상으로 점철된 결혼이라는 이데올로기 또는 신데렐라를 꿈꾸는 사적 욕망 구조를 은밀하게 드러낸다. 나아가 그는 「The Shop」에서 대형 쇼핑몰의 상품 미학을 좌우하는 힘이 '인공 조명'에 있음을 보여준다. 벤야민의 파리 파사주 혹은 아케이드의 후신이 되는 쇼핑몰은 상품자본주의의 성소이자 신전으로, 이곳에 진열되고 전시되는 상품이 거대한 도시복합체를 판타스마고리아(fantasmagoria, 요술환등)의 공간으로 만들 수 있었던 것도 '인공 조명' 때문이었다. 따라서 신은경은 상품의 광채를 위해 영롱하게 빛나는 스포트라이트의 인공적인 '빛'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가공된 후광일 뿐이며, 가상 이미지에 불과한 상품 이미지들도 결국 사적 욕망의 발현체임을 보여주었다.

신은경_The Shop_디지털 프린트_93×120cm_2008 신은경_The Shop_디지털 프린트_41×100cm_2008 신은경_전원의 변모_디지털 프린트_128×160cm_2013

3. 욕망의 목록, 의식주라는 미시 권력을 향하여 ● 소비지상주의 시대의 진화하고 증식되는 욕망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어 의식주에까지 이르는 욕망의 목록들을 신은경은 한 개인의 미시 권력을 형성하는 배경으로 구체화한다. 그는 「The Shop」에서 명품 구두, 가방, 의류 등의 패션 물품을 유행과 혁신이 생명인 대도시의 스펙터클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개인의 신체를 부각시키는 요소로 인식하였다. '레스토랑' 사진에서는 세련된 분위기에서 이루어지는 외식 문화 역시 웰빙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새로운 물신성을 지닌 고급 소비재임을 보여주었다. 마찬가지로 레저 문화를 위해 자연 풍경 속에 조성된 콘도나 펜션에 주목한 「전원의 변모」와 「사적 경관」에서도 주거 문화에까지 침투한 상품 논리를 찾아 더욱 심화된 사회적 특권과 신체라는 미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욕망 구조를 찾아내었다. 화려하고 감각적인 색채, 모던하고 매혹적인 분위기, 이국적이고 세련된 경관 등을 미시 권력을 형성하는 상징적 장치로 간주하였던 것이다.

신은경_사적 경관-정동진 하슬라아트월드_디지털 프린트_71×200cm_2014

그 결과 「사적 경관」에서처럼 신은경 사진에 드러난 자연 경관 속 콘도나 펜션이라는 소비재는 또 다른 부와 지위를 상징하는 소비 문화 공간이 되어 뛰어난 일조권과 조망권을 갖추고 편안함과 조용함과 청정함을 과시하게 된다. 보드리야르가 이제는 일상적인 소비재가 사회적 지위의 상징이 되지 못하고, 지리적 차별, 주거 환경에서의 차별, 거주 공간에서의 차별, 별장의 소유 등이 새로운 차별화의 기능을 갖게 되었다고 파악했듯, 신은경은 대도시와 공업 지대의 확장이 푸른 녹지,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조용한 공간 등의 자연 공간과 일상의 탈출을 위한 여가 시간이라는 새로운 희소상품을 출현시켰고, 그것들 모두는 특권계급만이 소유할 수 있는 사치재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대자연도, 노동 시간뿐만 아니라 여가 시간까지도 교환 가치의 법칙에 따르는 귀중한 상품이 되어 시장의 이익과 소비 논리에 기반한 불평등한 사회적 재분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신은경_포토 스튜디오_디지털 프린트_94×119cm_2007

4. 욕망의 심리, 아비투스와 구별짓기 그리고 따라잡기 ● 계급과 지위의 차이를 유지하고 그것을 재생산하는 소비재에는 '아비투스(habitus)'와 '구별짓기(distinction)'와 '따라잡기'라는 욕망의 심리가 복잡하게 반영되어 있는데, 신은경의 「포토 스튜디오」는 이 '아비투스'와 '구별짓기'를 증거하는 대표적인 사진이다. 과시적 소비재가 인간의 정체성, 가치, 취향, 사회적 멤버십 등을 표현하는 상징 가치가 되었으므로, 신은경은 이미지와 상징을 통한 차별적 소비로 자신의 권력과 지위와 경제력을 과시하고 심미적 취향과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고급 초상사진을 찍는 인간의 심리를 포착한 것이다. 그러나 이 욕망의 심리에서 중요한 것은 유한계급이 '아비투스'로 자신의 집단을 다른 집단과 차별화하려는 '구별짓기' 심리에 비례하여 이들 집단에 편승하고자 하는 모방 심리 또한 증폭된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신은경은 체화되지 않은 '아비투스'로 상층 문화를 '따라잡기'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혼성 문화 양상을 도외시하지 않는다.

신은경_The Imitational Space_디지털 프린트_120×150cm_2002

특히 신은경은 '따라잡기'의 양상을 개인적인 현상에서뿐만 아니라 사회적인 현상에서 찾아, 서구를 모방하는 과정에서 파생된 한국적 문화 현상을 강조하고 그것을 키치적 이미지로 희화화한다. 우리 문화가 '비빔밥'이나 '짬뽕' 문화로 풍자되듯, 서양 회화를 모방한 벽화들로 장식된 '웨딩홀'이나 바로크, 로코코 양식으로 인테리어된 '포토 스튜디오'와 같은 소비 문화 공간은 서구 문화를 모방한 국적 불명의 공간인 것이다. 그러므로 신은경은 상층 문화에 동화하려는 욕망에서 기인한 그것들이 실체를 갖고 존재하는 사물이 아니라 복사품이나 모조품으로 존재하는 의사(擬似) 사물임을 강조한다. 유통 전략과 유행에 따라 일시적으로 세팅되었다가 다른 상품으로 대체되는 공간인 대형 쇼핑몰의 '쇼룸' 사진이나 분양과 동시에 해체되는 공간인 '모델하우스' 사진이 그러한 예이다. 따라서 신은경은 키치라는 방법으로 통속성과 대중성을 지향하는 시뮬레이션 사물이나 시뮬라크르 공간에 대한 비판과 서구 문화제국주의 주체의 문화 모방에 감춰진 식민지적 열등감을 우아하고 고상한 것으로 포장하려는 중산계급 소비 계층에 대한 풍자도 잊지 않는다.

신은경_The Shop_디지털 프린트_93×120cm_2008

5. 욕망의 재현 방식, 다큐멘터리에서 포스트모더니즘까지 ● 욕망을 재현하는 신은경의 시각화 방식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그가 욕망이 실현되는 공간을 독특한 시선과 컬러와 공간 미학으로 완성시킨다는 점이다. 그는 초기 '원전' 사진에서 '원전'과 공존하는 현대인의 불안한 일상을 기울어진 구도, 과격한 앵글, 클로즈업, 낮은 피사계심도 등 35mm의 다양한 카메라워크를 이용하여 다소 파격적인 시각으로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그것은 스트레이트한 사진 방식에 입각한 흑백 다큐멘터리 사진으로 분류되었다. 그러나 대형카메라의 장시간 노출로 화려한 소비 공간을 컬러 사진으로 재현한 「웨딩홀」이나 「포토 스튜디오」에서는 대상과 거리를 유지한 채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유형학(Typology)적 방법을 이용하여 상품 세계를 직접 제시하였다. 나아가 「The Shop」에서는 포토샵을 이용하여 사물의 색깔을 모노톤으로 변환한 후 실제 색상보다 더 인공적이고 컬러풀한 색상으로 바꾸는 실험적인 방법으로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을 유도하고 환상적인 공간 미학을 창조하였다. 소비 공간과 상품 세계란 이미지와 상징으로 만들어진 허구적 공간이므로, 신은경은 그것을 현실과 가상의 혼돈을 불러일으켜 방향 감각을 상실케 하는 초공간(hyper-space)으로 해석하였던 것이다.

신은경_하루 필요량_디지털 프린트_25.4×40.64cm_2013

욕망을 재현하기 위한 실험적인 방식은 「하루 필요량」에서 정점화되어, 신은경은 '알약' 이미지에 '알약'의 효능을 설명하는 텍스트를 삽입하여 포스트모더니즘적 재현 방식을 시도한다. 「Showroom」 전시 카탈로그의 사진가 노트에서 밝혔듯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의 구조 속에서 욕망이 어떻게 작동되고 실현되는지를 공간, 사물, 색 등의 기호들로 보여"주었던 신은경은 이제 문자라는 기호를 차용하는 데에까지 이른 것이다. 이러한 방법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광고의 전략을 차용한 듯이 보인다. 이미지와 텍스트의 결합, 특히 한글과 영어의 반복적 텍스트는 기의 없는 기표들 간의 동어반복적 결합으로, 이는 광고의 대표적인 수사법이다. 물론 이러한 텍스트는 "우리는 사물이 아니라 단지 기호를 소비하고 있다."는 보드리야르의 말을 입증하면서, 상품을 지시하는 기호이자 소비 욕망을 자극하는 구호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신은경_하루 필요량_디지털 프린트_120×140cm_2013

6. 욕망의 공식 ● 무한한 소비 욕망의 결과가 인간의 사물화 현상임을 드러내려는 듯, 「하루 필요량」에 나열되어 있는 '알약'의 민낯들은 그동안 신은경이 탐색해 온 우리 시대 '욕망의 초상'처럼 보인다. 물론 그동안 그가 재현하고자 한 '욕망의 초상'에는 욕망의 주체인 개인의 정체성이 보이지 않았다. 유일하게 사람이 등장하는 「가마미해수욕장」의 인물들도 얼굴을 보이지 않거나 눈을 감고 있거나 신체 일부만 바다 밖으로 드러내거나 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노출시키지 않는 개인들이었다. 도시 경관이든 자연 경관이든 소비 문화 공간을 촬영한 사진들에는 아예 사람이 부재하였다. 그것은 신은경이 타자지향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인을, 다양한 상품을 소비하며 자신의 삶을 가꾸어 나가는 익명의 개인들로 인식한 결과였다. 따라서 그는 건강을 위해 '필요' 이상으로 복용하게 되는 '알약'의 맨얼굴들을 노화를 거부하는 인간 욕망의 응결체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똑같은 크기로 구획된 격자 공간 속 '알약'들을 획일적 욕망으로 자본주의 시장 논리에 편입되어 상품과 광고라는 기호 속에서 생을 소비하는 익명의 개인, 오늘날 소비 사회가 요구하는 소비 대중의 '초상'으로 상징화하였다.

신은경_하루 필요량_디지털 프린트_150×120cm_2014 신은경_가마미해수욕장_젤라틴 실버 프린트_50.8×60.96cm_1998

그리하여 「하루 필요량」의 가루약 사진 한 장이 인간 욕망의 최후를 암시하는 묵시록적 영상으로 읽히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헉슬리의 미래 소설 『멋진 신세계』에 나오는, 먹으면 고통과 슬픔이 사라지고 기쁨만 남게 된다는 '소마'를 연상시키는 '알약' 사진들은 늙지 않고 고통을 모르는 안정된 사회가 유토피아인지 디스토피아인지를 조용히 묻는 듯하다. 더구나 분홍색 식이유황 가루약 사진은 소비 공간과 상품 세계 안에서 자본주의가 조장하는 물질적 욕망이야말로 가루처럼 부서져 날아갈 조작된 환상임을 시사하는 듯하다. 그것은 욕망이 결핍에 근거하고, 이 해결되지 않는 욕망을 충족시키는 유일한 대상은 죽음뿐이라는 유명한 욕망의 공식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원전'이 가져다 준 물질문명의 최후가 죽음임을 암시하는 듯한 신은경의 초기작 「가마미해수욕장」을 다시 불러올 필요가 있다. 신은경은 다양한 소재와 방법론으로 우리 시대 '욕망의 초상'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줄곧 자기 사진 세계의 일관성을 확보하면서, "풍부함을 예찬하는 언설에는 소비 사회의 폐해와 비극적 결말을 비판하는 음침한 도덕적인 반언설이 섞여 있"어야 한다는 보드리야르의 전망을 사진으로 실천하고 있다. ■ 김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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