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en to Bird's Talk 새의 말을 듣다

허윤희展 / HUHYUNHEE / 許潤姬 / drawing   2016_0512 ▶︎ 2016_0609 / 일요일 휴관

허윤희_마을_종이에 목탄_190×260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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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윤희 블로그_blog.naver.com/yunheehuh

초대일시 / 2016_0512_목요일_06:00pm

관람시간 / 10:30am~06:30pm / 일요일 휴관

LIG 아트스페이스 한남 스튜디오 엘 LIG ARTSPACE HANNAM STUDIO L 서울 용산구 대사관로 11길 30 수가빌딩 B1 Tel. +82.2.6405.5700 www.ligartspace.com

허윤희와의 대화-변신: 물, 나무, 별, 그리고 새가 되어…. ● 개나리, 철쭉, 벚꽃 등으로 화려한 4월의 어느 날, 허윤희 작가의 아틀리에를 방문했다. 그가 작업을 하고 있는 벽 위쪽 한가운데에는 라틴어로 "AMOR FATI"(運命愛)라고 크고 강하게 적혀 있다. "니체의 글을 읽으며 힘을 얻는다"고 작가는 말한다. 니체가 말하는 Amor fati는 '삶'이 아니라 '운명'을 사랑하는 것이다. 이는 주어진 삶에 복종하라는 '운명론'이 아니라, 오히려 개인이 바꿀 수 없는 운명 속에서도 창조적이고 적극적이며 춤추며 살라는 이야기이다.

허윤희_도시_종이에 목탄_190×260cm_2016
허윤희_새- 바다를 건너_종이에 목탄_76×107cm_2016

심은록(SIM Eunlog, 이하 Sim). 이번 전시 제목이 '새의 말을 듣다'인데, 작가의 예술에서 새는 어떤 의미인가요? 허윤희(Yun-hee HUH, 이하Huh). 새는 제가 지향하는 존재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가볍고, 경계가 없고,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자유를 말하지요. 과거의 저는 무겁고, 어둡고, 슬픈 세계를 동경했다면, 이젠 가볍고, 밝고, 기쁜 세계를 지향합니다. ● Sim. 이번 전시의 출품작들이 모두 목탄 드로잉인데, 목탄으로 작업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Huh. 목탄은 나무를 태워서 만들죠. 자연에서 온 것이라 친근하고 거부감이 들지 않아요. 도구 없이 손으로 직접 그리기 때문에 더 신체적이고 직접적인 느낌이 들어요. 기술적으로는 고치기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서 실수가 허용이 됩니다. 실수를 해도 마음에 들 때까지 지우고 고쳐나갈 수 있어요. 그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지워도 어쩔 수 없이 흔적은 남는데 그것이 모이면 오히려 작품이 깊어져요. 실수를 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인생과도 같죠. 목탄은 먼지의 속성이 있기도 한데 언젠가는 사라지는 유한한 인간의 삶과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 Sim. 작가님의 작품에서 '물'을 자주 마주칩니다. 이번 전시에서도 예외는 아닌데요. 언제부터 물을 그리셨나요? Huh. 독일에서부터 물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당시 언어도 잘 안 통하고 타향 생활도 익숙하지 않아서, 심적으로 목마름을 느낄 때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작정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 숲 사이로 호수를 만났습니다. 호수는 물이 넘칠 듯 가득 차 있었고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어요. 그 물을 깊이 들이마시고 싶고, 아예 그 안에 머물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지요. 그러나 동시에 두려움 때문에 차마 물 속에 들어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만 보았어요. 작업실에 돌아와 손으로 물을 마시는 장면, 물 속에 침잠해 있는 장면, 나무 뒤에 숨어서 물소리만으로 타는 목을 달래는 장면 등 다양한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물은 또한 제게 근원이기도, 고향이기도, 또한 어머니이기도 합니다. 배는 근원 가까이로 되돌아가고자 하는 의지이기도 합니다. ● Sim. 하이데거가 노발리스를 자주 인용하며 말했던 "고향상실(Heimatlosigkeit)"이나 '귀향'의 뉘앙스도 다소 느껴집니다. 벽화 작업도 하고 또 종이 위에도 작업을 하는데, 벽에 직접 그릴 때와 종이에 작업할 때의 차이가 있나요? Huh. 벽화는 마치 몸 자체, 피부에 문신을 새기는 것처럼 어떤 부딪힘이나 직접적인 느낌이 들어요. 벽이 딱딱하기 때문에 선을 그을 때 저항적인 느낌 또한 강하게 듭니다. 반면에 종이 위에 작업할 때는 종이가 부드럽게 받아주는 느낌이 들어서 더 편안한 마음이 들어요. 또한 벽화는 대부분의 경우에 전시가 끝나면 지워지니까, 여기 이 순간이라는 것을 많이 생각하게 되며, 사라짐을 받아들이게 됩니다. 모든 것은 변하고 영원히 지속되는 것은 없지요. 하지만 한 순간 속에도 영원이 들어있죠. 역설적이지만, 영원에 대해 생각하다 보니, 순간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허윤희_발- 산길_종이에 목탄_57×76cm_2016
허윤희_발- 산길_종이에 목탄_57×76cm_2016

Sim. 신체 전체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나무가 신체 일부와 직접 연결되는 것도 많습니다. 나무뿌리나 나뭇가지와 발, 나뭇가지와 핏줄 등이 서로의 존재에 영향을 끼치며 변화도상에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 작품에는 '손'이 더 많이 보였다면, 지금은 '발'에 대한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Huh. 저는 요즘 발의 의미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발은 내가 걸어온 삶의 흔적을 그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 같아서 진실하고 정직한 느낌이 듭니다. 발은 제 존재를 증명하는 것이고, 대지 위에 서있는 것이고, 동시에 우주와 대면하며, 춤추고 날아가고 싶은 욕망을 지닌 것이기도 합니다. ● Sim. 작가는 1995년에 독일로 유학을 갔다가 2004년에 귀국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독일에서 작업할 때와 비교해서 주제가 많이 바뀐 것 같네요. Huh. 독일에서는 제 내면을 바라보며 저 자신과의 대화를 주제로 삼았다면 한국에 와서는 사회와 자연으로 좀 더 확장되었습니다. ● Sim. 작가의 독일 시절에는 볼 수 없었던 별이 보입니다. 언제부터 별이 등장하게 되었나요? Huh. 2011년 후쿠시마 대지진 당시 원전사고에 관한 그림을 그렸는데요, 별을 그리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사고가 나기 전날 밤 별이 유난히 밝게 빛났다고 합니다. 화면 밑에 쓰나미가 닥치는 마을 풍경을 그리면서 별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 Sim. 예전에는 작은 조각배에 탯줄이나 꽃이 담겼다면, 이번 작품「마을」에는 배 안에 마을이 담겨있습니다. 특정한 장소를 모델로 그린 건가요? Huh. 목포의 구시가지, 온금동을 보고 영감을 받아 그리게 되었습니다. 산 위로 마을이 쭉 전개되고, 여기저기 바위 위에 선인장 더미가 있었어요. 척박한 바위 위에 고운 꽃을 피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선인장의 옹기종기 정다운 모습이 마치 또 다른 마을 같았습니다. ● Sim. 작품 「마을」과는 달리 배 위에 빌딩을 그린 작품 「도시」에는 어떤 의미를 담고 싶었나요? Huh. 척박한 땅에서도 꽃을 피우는 선인장 더미를 크게 그려서 붕괴된 도시의 공동체를 일으키고 싶은 마음을 담았습니다. 배는 어둠을 뚫고 별들로 향하는데 밤하늘의 별들은 새로운 세계로의 지향을 의미합니다.

허윤희_발- 우주_종이에 목탄_57×76cm_2016

허윤희 작가의 예술에서는 '변신'이 꾸준히 전개 된다: 나무가 손이 되고, 얼굴이 되고, 다시 리좀(rhizome) 같은 형태의 나무뿌리나 나뭇가지가 되었다가, 손이나 발의 핏줄이 되었다가, 배추가 되었다가, 발이 되었다가, 새가 되기도 한다. 예술을 통해, 그는 좀 더 멀리 별 사이를 날 수 있기 위해, 좀 더 가벼워지기 위해, 춤추기 위해 새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의 변신은 매번 완벽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늘 변신의 도상에 있다. 변신의 '도상'에 있다는 것은 그만큼 주어진 존재로서의 '운명'을 그의 예술을 통해 창조적으로 사랑(Amor fati)하려는 끊임없는 노력의 모습이다. ■ 심은록

허윤희_발- 춤_종이에 목탄_38×58cm_2016
허윤희_발- 춤_종이에 목탄_38×58cm_2016

Talks with Artist Yun-hee HUH-Transformation: Into the Water, Trees, Stars and Birds... ● On a beautiful spring day in April when forsythia, royal azalea and cherry blossoms are blooming, I visited the atelier of artist Yun-hee HUH. On the upper middle of the wall of her atelier, there was the Latin phrase "AMOR FATI"(運命愛)" written in large and bold letters. The artist said "I gain power by reading the writings by Nietzsche. "Amor fati" argued Nietzsche is to love 'destiny' rather than 'life'. This is all about living by being creative, proactive and dancing even in regard to destiny that cannot be changed by individuals, rather than following the 'destiny theory' that requires us to obey the life that is given to us. ● SIM Eunlog (hereinafter referred to as "Sim"): This exhibition has the title of 'listen to bird's talk. What does this 'bird' mean in your world of art? Yun-hee HUH (hereinafter referred to as "Huh"): The bird symbolizes the image of the being that I pursue. That is the freedom that is light, boundless and not bound by anything. Unlike the past when I longed for a dark, heavy and sad world or art, now I pursue a light, bright and joyful one. ● Sim: Your drawings displayed in this exhibition are all in charcoal. Do you have any particular reasons for using charcoals only? Huh: Charcoal is made of burnt woods. I feel familiar and comfortable with charcoal as it came from the nature. Since I use my hands for drawing without any tools, I feel more physical and connected when I use charcoal. Since it is also easy to fix technically, it is okay if I made mistakes. I can fix mistakes by erasing the lines that I want to change until I am satisfied. This process is fun for me. However, there should be some marks left even if I erased the lines, which makes the artworks more intense. It is just like our life wherein we must find ways by making mistakes. One of the attributes of charcoal is that it is dusty, which I feel is similar to the limited life of human beings that will vanish someday. ● Sim: I often find 'water' in your artworks. This exhibition is not an exception. Since when did you start drawing water? Huh: I started to draw water from the time when I lived in Germany. I had an emotional thirst at that time because I had difficulties communicating with people in German and adjusting to foreign life. One day, I came across this lake while I was aimlessly riding a bicycle. The lake was full of water and shining under the sunlight. I wanted to take a deep drink of the water and even go into the lake and stay in there. However, I couldn't dive into the lake out of fear and just watched it. When I got back to my atelier, I drew a lot of images of drinking water with one's hands, staying in the water and quenching the thirst only with the sound of flowing water by hiding behind the tree. Water is also the root source, hometown and a mother to me. The boat also refers to my will to return to the root source. ● Sim: I can feel the nuance of "loss of hometown (Heimatlosigkeit)" or "going home" to a certain degree, which was often mentioned by Heidegger quoting Novalis. You've painted on walls and on paper. What are the differences between the mural paintings and the paper paintings for you? Huh: I have more direct feelings like being touched by the mural paintings as if I have my body skin is tattooed. Since walls are solid, I have a strong feeling of resistance when I draw lines on a wall. On the other hand, when I work with paper, I feel more comfortable as the paper softly accepts my lines of drawing. Also, since the mural paintings are mostly removed after an exhibition, I thought hard about the current moment and accepting the fact of disappearance. Everything changes and nothing lasts forever. However, eternity exists even in one moment. Ironically, as I was thinking about eternity, I gained interest in moments. ● Sim: In your works, trees mostly describe our whole body but often directly connect to our body parts. It is considered that the roots or branches of the trees and the feet and the branches of the trees and the veins are mutually influenced and create differences. While your past works described or depicted 'hands' more often, it seems that your current works emphasize more the importance of 'feet'. Huh: Currently I am hugely interested in the meaning of feet. Since I think my feet memorize the traces of my life as they are, I feel a sense of sincerity and honesty with regard to them. My feet prove the existence of myself, make me stand on the earth and face the universe and create the desire to dance and fly away. ● Sim: As far as I know, you went to Germany to study in 1995 and came back to South Korea in 2004. The motifs of your artworks seem to have changed a great deal compared to the ones you explored and presented when you were in Germany. Huh: I used the conversation with myself as a motif in Germany while I was looking into myself. In South Korea, I expanded the scope of the motif to society and the nature. ● Sim: I found stars in your works, which were not seen in your works in Germany. Since when did you start to draw stars? Huh: When there was a severe earthquake in Fukushima in 2011, I drew a painting about the nuclear accident, which was an opportunity for me to start drawing the stars. I was told that the stars were shining particularly brightly on the eve of the accident. While drawing the landscape of the village hit by the tsunami at the bottom of the canvas, I thought a lot about stars. ● Sim: While the umbilical cords or flowers were put on a small boat in your past works, this time, in your work, titled 「The Village」, described the village within the boat. Did you use a particular place as a model? Huh: I drew the village after being influenced by the old town of Mokpo, Ongeum-dong. The village stretched out to the mountain with the cactus bushes on rocks here and there. I was impressed by the blooming flowers on the barren rocks. The image of the cluster of the cactus bushes seemed like another village. ● Sim: Unlike 「The Village」, what kind of meanings did you want to convey in your other work 「The City」 in which you described the buildings on the boat? Huh: I wanted to convey my wish to revitalize disintegrated urban communities by drawing large cactus bushes that bloom even on barren land. The boat is headed for the stars through the darkness and the stars in the dark night connote the quest for a new world. ● In the art works created by artist Yun-hee HUH, the theme of 'transformation' continues to be developed: trees become the hands, the face, the roots or branches of the trees in a rhizome structure, become the veins of the hands or feet, become Chinese cabbages, or become the feet or birds. Through the art works, she is turning into a bird to fly even further between the stars, to become lighter, and to dance. However, her transformation is not perfect every time and is always ongoing. The 'ongoing' transformation refers to the strenuous efforts to love the given 'destiny' in a creative way through the arts (Amor fati).SIM Eunlog

Vol.20160512a | 허윤희展 / HUHYUNHEE / 許潤姬 / draw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