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덩어리

이채_윤정화 2인展   2016_0512 ▶︎ 2016_05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8:00pm

땡스북스 더 갤러리 THE GALLERY 서울 마포구 잔다리로 28(서교동 367-13번지) 2층 Tel. +82.2.325.0321 www.the-gallery.kr

정신성에 대한 추구와 모호함을 탐구하고 있는 이채와 윤정화 작가의 『낭만적 덩어리』展을 소개한다. ● 이채 작가의 작업은 하나의 시라고 표현하고 싶다. 비록 말(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고대의 시인처럼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상태에서 시를 자아낸다. 그는 이성의 그늘에 가려졌던 감정에 다시 주목하기를 요청하면서 체계-언어적 사고로 인해 그동안 열위한 것으로 치부시 되었던, 인간이기에 필연적으로 지니고 있는 비논리적이고 모순적인 정신의 감정을 그려낸다. 아니, 감정을 시작(詩作)하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내적 감정을 운율로 지니고 있는 단어를 대신한 선들은 곧 시적 회화가 된다. 그의 말처럼 내적 감정을 지닌 정신과 행위가 '합일된 시'는 오로지 자기 자신이라는 존재성에 대한 탐구로부터 시작될 수 있으며, 정신의 자유로운 유희를 통해 직관적 힘을 그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단어로 표현될 수는 없는 보편적 언어가 가능해짐이 분명하다. 이채 작가가 회화적 시를 쓰고자 했던 것도 언어로 서술될 수 없는 어떤 그것을 어떻게든 다시 잡아 보고자 하는 노력일 것이다. 정말로 보편적 언어는 가능한 것인가? 여기서 이채와 윤정화 작가의 작업은 마주하고 있었다. 윤정화 작가 또한 그녀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내면의 언어로 대화하기를 원하고 있었다.

이채_fragment_캔버스에 유채_116.8×72.7cm_2016
이채_fragment_캔버스에 유채_116.8×72.7cm_2016

윤정화 작가는 어떤 경험을 통해 얻은 느낌을 글로 기록한다. 글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문장으로 또다시 문장에서 단어로 축약시킨 후 그 단어들을 모아 구체적이거나 추상적인 이미지로 바꿔 작업을 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글로 표현되기 이 전의 감정과 경험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 내었다. 이 근원적인 느낌들은 작가 자신만의 색깔과 형태가 뒤엉킨 덩어리로서 존재한다. 작가에게도 이러한 덩어리들은 모호하게 떠오르는 듯하다. 윤정화 작가가 '모호함'이라는 형용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그녀는 모호함은 우리가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언제나 어디에서나 존재하는 상태라고 말하면서, 너무나도 익숙한 나머지 우리는 모호함의 영역을 잃어버렸다고 한다. 자유로운 어린아이였던 우리들은 너무나도 이성적인 존재가 되어버렸고 모호함은 불편하고, 올바르지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여기서 작가는 규정되어지거나 정의 내려지기 이전의 상태에서의 모호함을 중요시한다. 그 상태에서의 모호함은 정답 이상의 것들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며 누구나 그 모호함을 통해 각자의 감정 상태나 느낌에 따라 새로운 해석을 하기를 바란다. 윤정화 작가의 '모호함'은 이채 작가가 말하는 '합일된 감정'이랑 닮아 있는 듯하다. 두 작가 모두 인간이기에 필연적으로 지니고 있을 정신의 부산물들을 긍정하고 있다. 정신의 유희를 통해 시작(詩作)을 하였건, 떠오르는 정신의 모습을 포착하였든 간에 감정을 제단하고 살아가는 보통의 현대인들에게 다시금 자신의 심연의 세계를 되찾을 수 있게 도와준다. 자기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어서 일까, 아니면 미련하게도 불가능할지 모르는 자신의 정신성을 되찾아 보려는 꿈을 이루려고 해서 일까 이들 모두 낭만적 이어 보인다. 전시명처럼 그들이 만든 작품들은 말 그대로 낭만적인 덩어리들이다. 이채, 윤정화 작가와 함께 잠시 언어를 놓아두고 생각을 멈추어보자. 우리의 의식 넘어 잔잔하거나 때로는 강하게 어떤 충동들의 낭만적 덩어리들이 밀려옴을 느끼게 될 것이다.

윤정화_things_캔버스에 실_20×20cm_2016
윤정화_things_캔버스에 실_72.7×50cm_2016

다양한 방향으로 실을 쌓아가며 작업하는 윤정화 작가는 다수의 작품들이 모이는 아카이브 형식을 선호한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은 윤정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응집된 상상력의 모호한 덩어리와 유사해 보인다. 그리고 이채 작가는 여전히 깊은 바닷속에 의식 없이 떠다니는 듯한 블루를 펼쳐 바른 후 긁어내고 지우기를 반복하고 있다. 지워진(긁혀진) 이미지들은 그가 말할 수 없는 무언가를 추구했던 것처럼 보편적인 언어가 되어 보는 이들 모두가 느낄 수 있는 정신으로의 여행을 즐기기를 바라고 있다. 이처럼 이채 작가의 말할 수 없는 영역에 대한 탐구와, 윤정화 작가의 상상력의 모호함의 세계는 어쩌면 같은 것이 아닐까. 그들이 말하는 비 의식적인, 직관적인, 상상의 세계에서 펼쳐진 덩어리들을 땡스북스 더 갤러리에서 만나보자. ■ 이채현

Vol.20160512d | 낭만적 덩어리-이채_윤정화 2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