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강

박종우展 / PARKJONGWOO / 朴宗祐 / photography   2016_0513 ▶︎ 2016_0528 / 공휴일 휴관

박종우_비무장지대 Ⅰ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57×85cm_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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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일시 / 2016_0516_월요일_06:00pm

관람시간 / 11:00am~07:00pm / 일,공휴일 휴관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 SPACE22 서울 강남구 강남대로 390 미진프라자 22층 Tel. +82.2.3469.0822 www.space22.co.kr

임진강 '분단의 강'에 관한 풍경기록 ● 임진강은 분단의 강이다. 이 땅의 분단으로 인해 물줄기가 나뉜 것이 비단 임진강뿐만이 아니건만 이 강처럼 민족의 한을 품고 흐르는 물줄기는 없다."임진강 맑은 물은 흘러 흘러내리고 / 뭇 새들 자유로이 넘나들며 날건만 / 내 고향 남쪽 땅 가고파도 못가니 /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50년대 북쪽에서 만들어진 노래에 나오듯 북한 사람들 눈에도 임진강은 눈 앞에 둔 고향을 갈 수 없어 '원한 싣고 흐르는 강'이다. 한반도의 분단이 고착화되면서 임진강변의 생경한 풍경은 당연스런 풍경이 되었고 그게 그대로 굳어지며 임진강의 이미지가 되었다.

박종우_비무장지대 Ⅱ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57×85cm_2009

2009년 9월 초순, 경기도 연천의 임진강변을 지나던 중, 수 백 명의 군인들이 얼굴에 하얀 마스크를 착용하고 줄을 지어 강변을 수색하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임진교 다리 앞에는 '임진강 실종사고 합동지휘소'가 차려져 있었다. 전날 북한에서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임진강 상류에 위치한 댐을 방류하는 바람에, 갑자기 불어난 강물로 인해 야영객들이 실종된 사고였다. ● 그 때까지 내가 임진강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북한 쪽에서 흘러온 강물이 비무장지대를 통과하여 남쪽으로 내려오며, 저 아래 하류 어딘가에서 한강과 합류하여 서해로 빠져나간다는 것이 전부였다. 발원지가 북한 땅이라면 거기는 어디쯤인지, 지류와 지천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주변 풍경은 어떠한지, 남쪽으로 내려온 후의 강변에는 왜 그토록 여기저기 철조망들이 둘러쳐져 있는지, 그야말로 임진강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다. ● 7년 전 임진강변에서 군인들이 실종자를 수색하는 비현실적인 장면을 우연히 마주쳤을 때, 나는 어떻게 그런 일이 생기게 되었는지 궁금했고 그 강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은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 날부터 2011년까지 2년간, 나는 집중적으로 임진강을 찍었다. 그리고 2012년부터는 가끔씩 찾아다니며 강의 이곳저곳을 살펴봤다. 2010년, 한국전쟁 발발 60주년을 맞아 휴전 후 처음으로 비무장지대 내부를 기록하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애초의 계획은 한반도를 가로지르는 DMZ 내 모든 GP(일반전초)를 포함하여 전체 지역을 꼼꼼하게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촬영을 시작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터진 천안함 사건 때문에 모처럼 얻은 기회는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진행 중인 작업에서 그대로 손을 떼기엔 처음 현장에서 마주쳤던 충격과 그 모습을 그대로 기록해두고픈 바램이 너무 컸다.

박종우_연천군 남계리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57×85cm_2016

젊은 날부터 여러 나라의 구석구석을 떠돌았던 나는 소수민족들의 사라져가는 문화가 아쉬워 그 흔적들을 기록해왔다, 정작 내 땅에서 일을 시작함에 있어서 모든 문제의 근원인 '분단'과 그로 인해 변해버린 '흔적'을 찾는 것은 이 나라에 발붙이고 사는 사진가로서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숙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기왕 시작한 일을 더 벌이기로 작정하고 「비무장지대」 외에도 「임진강」, 「한탄강」, 「NLL」, 「한강하구」, 「민통선」, 「남방한계선」, 「용치」 등 '분단의 풍경'에 관한 여러 작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이어갔다. 이 책에 실린 임진강은 그 여러 프로젝트의 첫 번째 결과를 내놓는 것이다. ● 임진강을 기록한다는 것은, 물론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민간인 통제구역에 닿아 있어 대부분이 출입금지 지역이고 미확인 지뢰지대도 많다. 운이 좋아 강에 접근한다 하여도 곳곳이 군사보안과 관계되어 있어서 자유롭게 카메라를 댈 수가 없었다. 특히 강의 북쪽은 군의 허가를 받아야만 들어갈 수 있다. 내 나라 땅이지만 찍고 싶을 때 마음대로 찍을 수 없는 강이 바로 임진강인 것이다.

박종우_파주시 율곡리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108×186cm_2015

임진강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국경을 따라 흐르는 강'이다. 동해안 원산만에 가까운 산악지대에서 발원하여 아호비령산맥과 마식령산맥 사이 250여 킬로를 흘러 한강과 합쳐지고 서해로 빠져나가는 이 강은 비무장지대를 관통하여 남쪽으로 내려온다. DMZ 지역은 임진강 전체에서 뛰어나게 아름다운 풍광을 지닌 구간이기도 하다. 비무장지대를 남하한 임진강은 한탄강을 받아들이면서 돌연 방향을 바꿔 서쪽으로 흐른다. 남과 북의 경계를 따라 평행으로 흐르는 이 구간에서 임진강은 군사적으로 주요한 자연경계를 이루었다. 남쪽 땅을 흐르는 임진강은 전체 길이의 절반에 못 미치며 그 중 다시 절반 정도의 강변에 철조망이 둘러쳐진 채 접근이 통제된다. 이 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강 중의 하나이건만 강변으로 다가가는 일조차 쉽지 않은 것이다. ● 촬영을 위해 임진강 주변을 다니다보니 전방지역이라 제대로 된 지도를 찾을 수가 없었고 천 년 이상의 역사를 담고 있는 강변의 수많은 유적지들이 그대로 버려진 채 현대의 참호 속에 묻혀버리거나 농경지로 뒤바뀌는 곳이 많아 안타까웠다. 가까이는 해방 무렵부터 저 멀리 삼국시대까지 역사 속에 남겨진 지명들 하나하나를 사료에서 찾아가며 지도로 만들어간 작업은 임진강의 기구함을 알게 되는 시간 여행과도 같았다. ● DMZ를 넘어온 임진강이 한탄강과 합류하여 서쪽으로 흘러가는 선은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1950년, 남과 북의 실질적 국경과 거의 일치한다. 전쟁이 진행되는 동안 이 선에는 미군들에 의해 캔사스 라인이라는 이름이 붙여져 가상의 경계선 구실을 했다. 그러나 그 이전의 역사로 올라가면 임진강은 삼국시대 이래 끊임없이 국경이었고 전쟁터였다. 지금도 임진강 양안을 따라 즐비하게 늘어서있는 고구려와 백제의 보루는 그 전쟁의 시기를 말없이 전하고 있다. 이 전쟁터에서 고구려 광개토왕은 백제군을 대파시켰고 신라 진흥왕은 강의 남안을 점거하여 고구려와 대항했다. 신라 문무왕도 이 강을 건너 평양으로 진격했다. 나당연합군의 김유신이 소정방의 당군을 구원하기 위해 북상했던 길도 이곳이었다.

박종우_파주시 동파리_아카이벌 디지털 프린트_57×85cm_2011

그나마 임진강이 평화로운 모습을 찾았던 시기는 조선시대였다. 지금은 쓸쓸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조선시대 임진강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수운이 이뤄지던 강이었다. 서울의 마포나루와 임진강 고랑포 사이에는 큰 돛단배들이 물자를 가득 싣고 오갔고 거기서 다시 작은 배로 갈아타고 훨씬 북쪽으로 올라가기도 했다. 조선의 선비들 사이에선 임진강 유람과 뱃놀이가 하나의 유행이었고 특히 중국 적벽부의 예를 따라 임진강 적벽을 배로 구경하고 시를 짓는 놀이를 많이 했다. 조선 성리학의 대가인 미수 허목을 비롯하여 겸재 정선, 다산 정약용이 이 대열에 끼었다. ● 그런 모습을 다시 보게 될 날은 언제쯤일까? 남쪽 땅에서 임진강은 매우 유려하게 흐른다. 양쪽에 철망을 두르고 있지만 강물은 어느 한곳 머뭇거림이 없이 유장하게 흘러 한강과 만나고 다시 바다로 빠져나간다. 초평도 앞 덕진산성에서 부드러운 곡선으로 굽이치는 임진강을 바라보면서 나는 사람들이 마음대로 강변에 나와 물장구치며 살아가는, 그런 강의 모습을 꿈꾼다. ● 끝나지 않은 전쟁이 60년을 넘어서면서 임진강을 터전으로 삼고 살아온 사람들은 이제 많이 사라졌다. 가끔 강 근처에서 눈에 띄는 사람들이라야 도시에서 온 낚시꾼들이나 군인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작업에서 임진강을 풍경 위주로 기록하게 된 연유이기도 하다. 천 년 전 국경의 강이 오늘날에도 똑같이 '경계를 따라 흐르는 '으로 남아있는 현실은 역사의 반복을 증명한다. 그런 땅에서 나고 자란 임진강 주변의 주민들은 이 강이 분단의 강, 한의 강이라는 인식을 넘어 희망의 강, 통일의 강으로 변하기를 염원한다. 하지만 그건 주민들의 바람일 뿐, 직접 만나는 임진강의 모습은 그저 슬픈 얼굴일 뿐이다. ● 내가 기록한 것은 있는 그대로의 임진강의 모습이다. 단언컨대 지금과 같은 임진강의 모습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언젠가 저 철조망이 모두 걷히고 임진강이 본래의 모습을 찾게 되는 날이 오면 한때 저 아름다운 강이 겪었던 분단의 아픔을 증거할 수 있도록 오늘의 슬픈 풍경을 기록해둔다. ■ 박종우

Vol.20160513a | 박종우展 / PARKJONGWOO / 朴宗祐 / photogra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