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사라지고 파란 하늘 (탁!)

조지연展 / CHOCHIYUN / 趙智衍 / painting   2016_0523 ▶︎ 2016_0601 / 토요일 휴관

조지연_십오도1-나는 누구냐고 유루에서 묻다_캔버스에 유채_19×15cm_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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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12:00pm~06:00pm / 일요일_12:00pm~05:00pm / 토요일 휴관

갤러리 담 GALLERY DAM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72(안국동 7-1번지) Tel. +82.2.738.2745 www.gallerydam.com cafe.daum.net/gallerydam

유루(有漏)에서 무루(無漏)로/ 돌아오는 길에/ 쉬고 있으니/ 비 오면 비 오고/ 바람 불면 바람 불어라.// 본래 존재하지 않는/ 이전의 나로 돌아오면/ 죽으러 갈 곳도/ 아무 것도 없네.// 물으면 대답하고/ 묻지 않으면 대답 없는/ 달마 선사의 마음속에는/ 아무 것도 없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우리의 마음이여/ 태어나고 죽음도/ 공하고 공하도다.// 삼계(三界)에 지은/ 모든 죄들/ 나와 더불어/ 스러져 가리. (이규)

조지연_십오도2-이름과 모양 없는 것의 흔적을 좇다-캔버스에 유채_27.5×22.5cm_2016
조지연_십오도3-빛과 어둠은 본래 없는가_캔버스에 유채_46×38cm_2016

유루(有漏)는 욕망의 세계입니다. 나는 유루(有漏)에서 휘청거립니다. 나는 성냅니다. 나는 탐욕을 부립니다. 나는 어리석은 말로 '나'라는 자아의 실체를 부풀립니다. 나는 불안합니다. 나는 불행하다 느끼며 그것 때문에 웁니다. 나는 질투하고 고집스러우며 용서를 모릅니다. 나는 좌절하고 또 좌절하며 우스울 정도로 위선적입니다. ● 코끝에 스치는 숨을 느낍니다. 들어갑니다. 나갑니다. 열립니다. 닫힙니다. 그것을 느끼는 자, 누구인가요.

조지연_십오도4-번뇌는 별처럼 반짝반짝_캔버스에 유채_35×27cm_2016

세상의 모든 호수에 가짜 달들이 꿈결처럼 부유할 때, 어둠이 달과 별과 구름과 바람의 곁을 외로이 스칠 때, 잠에서 깬 나는 무루(無漏)의 세계를 동경합니다. 무루(無漏)는 존재하기 이전의 세계입니다. 나는 이름이 없었고 형상도 없었습니다. 마음도 없었습니다. 나는 비누방울처럼 가볍게 떠돌다 어느 날은 달빛으로 방울의 표면에 고독을 비추었으며 또 어느 날은 환희를 비추기도 했습니다. 비추는 그것에는 마음이 없습니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습니다.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습니다. 차별이 없습니다. 그저 왔다가 갈 뿐입니다. ● 십오도(十吾圖) 10점은 미래의 붓다들에게 바치는 꽃입니다. 보잘것없는 작은 것들입니다. 유루(有漏)의 거리에서 이 꽃송이를 조우한다면 그냥 씩 웃어주세요. 말없이.

조지연_십오도10-세상의 소리에서 놀다_캔버스에 유채_53×45.5cm_2016

전시명 『구름은 사라지고 파란 하늘 (탁!)』에서 (탁!)은 주장자 내리치는 소리입니다. 망치라고 해도 상관없고요, 바람에 문 닫히는 소리라 해도 괜찮습니다. 탁! 하는 그 순간, 마음을 빠르게 지나치던 생각들이 멈춥니다. 자신과 세상을 둘러싼 견해는 사라지고 '본래 그대로' 투명해지는 상태가 드러납니다. 불성이나 깨달음이란 명칭을 자꾸 입에 올리고 싶진 않습니다. 저는 그냥 속세의 인간입니다. 이 찬란한 용어들을 입에 올릴 때마다 그저 민망할 따름입니다. 사람들은 의심하며 어렴풋이 느끼지요. 위대한 '그 어떤 무엇'이 존재할 거라고. 그리고 '그 어떤 무엇'을 찾고자 오랜 세월 전통으로 내려온 다양한 수행법을 시도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어떤 무엇'이 정말 무얼까요? 저는 노력해보고 싶었습니다. '그 어떤 무엇'을 찾을 가능성을 시도해 보고 싶었습니다. 나의 마음에 평화 한 줌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조지연_명랑한 수행자_캔버스에 유채_19×15cm_2016

여기 밤하늘의 별을 보며 위안을 얻는 사람이 있습니다. 별은 아주 멀리 있고 아주 예쁩니다. 그 사람의 손에 저 별이 닿을 순 없을 거예요. 죽었다 깨어난다고 하더라도. 그는 그저 달콤한 잠을 얻고 싶을 뿐입니다. 엄한 선사라면 우물쭈물하며 '별'만 바라보는 그의 등짝을 정신이 번쩍 들게 후려칠 겁니다. "지금! 바로! 여기!"라고 외치며. 스무 살 적, 노랑머리 아이가 다가와 물었습니다. '얘기 좀 해 줄래, Zen(선)이 뭐야?'라고. 부끄러웠습니다. 모르니까요. 조그만 책을 읽었습니다. 그 순간부터 '선'이라는 것에 압도당했고 사랑한 만큼 실망했고, 다시 그것에 빠지기를 반복했습니다.

조지연_살랑살랑 봄바람 수행자_캔버스에 유채_46×38cm_2016

저는 의심과 믿음을 함께 품고 '선'을 바라봅니다. 기울어진 마음으로 고귀한 '그 어떤 것'을 찾으려 평생을 비틀거릴지도 모릅니다. 매번 실망하고 다시 다가가기를 반복하면서요. 허무주의자로 이생을 마감할지도 모르지요. 어리석다고 비웃어도 어쩔 수 없네요. 할 수 없죠 뭐. 삶의 기점마다 작업의 터닝 포인트마다 저는 이 위대한 통찰을 내 삶에 종종 끌어 올 지도 모릅니다. 의심하고 믿으며. 얼음을 깨뜨리길 주저하며. 저는 '십오도(十吾圖)'의 어느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요. 그저 모를 뿐입니다. ■ 조지연

Vol.20160523b | 조지연展 / CHOCHIYUN / 趙智衍 / paint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