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임 씬 Crime Scene

이지윤展 / LEEJEAYOON / 李知胤 / installation   2016_0523 ▶︎ 2016_0617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_혼합재료, 설치_120×60cm_2016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_혼합재료, 설치_60×60cm_2016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24시간 관람가능

스페이스 이끼 SPACE IKKI 서울 성북구 성북로23길 164 www.spaceikki.com

사라진 벽화 ● 이 이야기가 테러리스트 소설이라는 소문이 끈질기게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에 어느 유명한 정보학 교수가 이 소문을 계속 퍼뜨렸는데 그도 직접 정보를 구하는 것이 꺼림칙했던 모양이다. 여기서'정보학자는 어떻게 정보를 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이다.'풍문'으로, 즉 제2, 제3의 입을 거쳐, 아니, 심지어 여섯 사람의 입을 거쳐 전해진 소문으로 정보를 구하는가? 물론 난 이 이야기를 읽으라는 지나친 기대를 어느 누구에게도 하지 않는다. -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中'10년 후 하인리히 뵐의 후기'-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_혼합재료, 설치_60×60cm_2016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展_스페이스 이끼_2016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展_스페이스 이끼_2016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展_스페이스 이끼_2016

… 하지만 알고 있었다. 그것이 슈만의 달밤 이라는 것을 말이다. 달이 채 사라지지 않은 어느 새벽녘 주차장에서 나는 그것을 처음 들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빼곡히 차 있는 자동차들 사이로 조심스럽게 드나들며, 운전석 차문 손잡이에 중고차 전단지를 끼워 넣고 있었다. 경보음이 울리지 않게 숨을 참으며 차 사이를 지날 때, 느릿느릿 한 음씩 떨어지는 피아노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었다. 드넓은 아파트 주차장으로 고요하게 울려 퍼지는 음악에 나는 처음으로 귀를 기울였다. 스피커를 찾아 자리를 옮기고, 음악이 끝날 때까지 아득히 보이는 자동차 행렬의 끝을 눈으로 쫓았다. ● 일을 끝낼 즈음이면, 사람들이 주차장으로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고 빼곡히 차 있던 차들도 중간 중간 자리를 비운다. 그러면 나는 어쩐지 그 비워진 공간들이 불안하고 못마땅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전단지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나뒹굴고 있다. 떨어진 전단지를 주워 비상계단으로 나온다. 사람들이 출근을 하는 그 시간이 나의 퇴근시간이고 마지막 일을 마무리 짓는 시간이다. 전날 오후부터 내달리던 생산 없는 일은 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햇살을 받으며 끝나는 것이다. ● 며칠을 잊고 있었다. 주차장에서의 그 음악. 하루는 몸살이 나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집에서 누워 있는데, 언제부터 틀어 놓았는지 모를 라디오에서 그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슨 음악인지 알기 위해 라디오에 주의를 기울였다. 슈만의 달밤. 디제이의 무신경한 목소리가 전하는 제목에 나는 자동차로 빼곡히 차 있는 주차장을 떠올렸고, 그런 일련의 사고들이 서글프다고 생각했다. 그 사이 꿈을 꾸었다. 전단지를 완벽하게 다 꽂아 놓은 주차장에서 내가 차 사이를 드나들 적마다 자동으로 LED 전등이 켜지고 꺼지기를 반복하는 그런 이상한 꿈. 배경음악은 슈만의 달밤. 나는 무대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아주 사뿐하고 우아하게 음조의 높낮이에 따라 보폭을 달리 하며 좁은 공간을 누볐다. 경보음도 울리지 않은 고요한 그곳에서 오로지 그 음악만이 나의 안무를 고취시켰다. 음악은 짧았지만 꿈속에서는 시작과 끝을 알 수 없게 연이어 재생됐다. 또한 가파른 경사를 올라야 겨우 몇 시간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비좁은 나의 집과는 다르게 평평하고 드넓은 이곳이 천상의 세계라고 꿈속의 나는 생각했다. 꿈에서 조차 이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았고, 그래서 아침이 오지 않게 하기 위해 꿈을 조작했다.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_혼합재료, 설치_120×60cm_2016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展_스페이스 이끼_2016

긴 꿈에서 깨어났을 때, 밤인지 새벽녘인지 모를 어스름이 창밖으로 깔려 있었다. 긴 꿈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계를 봤을 때, 30분도 채 자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직 아침이 오려면 먼 시간이라는 것도. 부엌으로 나가 어제 공사장에서 챙긴 페인트와 붓을 들고 집을 나섰다. 옆집 할머니의 부탁으로 용케도 잊지 않고 가져온 것이 내심 기특했다. 어스름을 만드는 공기와 습기에서 익숙한 냄새가 났다. 무심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그대로 멈췄다. 옆집 할머니 담벼락엔 조잡한 천사의 날개가 알맹이도 없이 그려져 있었다. 목적도 쓸모도 없는 날개. 나는 날개 위로 침을 뱉었다. 퉤. 언젠가 보았던 동화책이 생각났다. 밤새 온 도시에 그림을 그렸다는 아이. 세상은 좀 고요하면 안 될까. 경적도 경보음도 소거된'달밤' 같은. 음조의 기복도 없이, 시작과 끝의 구분이 모호해서 언제 시작되고 끝나는 지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내가 사는 세계는 너무 알록달록하고 시끄럽고 조화롭지 못하다. 주차장에 가지런히 예쁘게 자동차들이 주차된 조용한 그 세계와는 다르게. 힘겹게 오르고 내리는 긴 계단 앞에서 나는 붓을 들어 페인트 통에 담갔다. ● 계단을 내려왔을 때, 어스름 너머로 단조롭고 평온한 세계가 올려다 보였다. 어디선가 음악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았다. 어떻게 들리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도. 하지만… ■ 피서라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_혼합재료, 설치_2016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_혼합재료, 설치_2016

이화동 벽화마을의 이면(裏面) 종로구 이화동 벽화마을은 서울의 대표적 관광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벽화로 알려지기 전까지, 이화마을은 그냥 평범한 동네였습니다. 10년 전 문화체육관광부가 낙후 지역 환경 개선 사업을 한다며 68명의 화가들과 함께 '이화마을 벽화 그리기 프로젝트'에 나섰습니다. 마을 곳곳에 벽화 70여점이 그려졌습니다. 마을은 거대한 예술 작품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외부인들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SBS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등의 배경으로 소개되면서 한국을 찾는 한류 팬들의 '필수 순례 코스'가 되기도 했습니다.그 중에서 가장 인기가 많았던 벽화가 마을 중심 계단에 그려진 '해바라기'와 '물고기' 그림이었습니다. 두 작품을 만드는 데 든 돈만 5천만 원이 넘습니다. 특히 해바라기 벽화는 타일 조각을 이어 붙여 거대한 꽃을 만든  특이함에 관광객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볼 수 없게 됐습니다. ● 그림이 사라진 건 지난 달 15일입니다. 일부 주민들이 회색 페인트로 그림을 덧칠해버린 겁니다. 옆 골목의 잉어 계단도 사흘 전, 같은 방식으로 지워졌습니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한 달 여 만에 박 모 씨 등 주민 5명이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해당 벽화가 국가 예산이 투입돼 제작된 공공의 재산이라는 점을 들어 재물손괴 혐의가 성립된다고 판단했습니다. 결국 이들은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박 씨 등은 경찰 조사에서 "벽화가 생긴 이후 소음과 낙서, 쓰레기 투척에 시달려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종로구청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별다른 개선책을 제시하지 않아 일부 주민의 동의를 얻어 벽화를 지웠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을이 유명한 관광지가 됐을지는 몰라도, 자신들에겐 점점 더 살기 힘든 동네로 변했을 뿐이라고 토로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일부 주민도 "오죽했으면 벽화까지 지워가며 사실상의 시위를 벌였겠느냐"며 박 씨의 행동을 두둔했습니다.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展_스페이스 이끼_2016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展_스페이스 이끼_2016

이화마을은 주거지를 가운데 끼고 동네의 입구와 정상에 상가, 그리고 벽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실제 현장을 찾은 지난 13일엔 외국인 관광객과 많은 중·고교생들이 뒤섞여 80 데시벨 수준의 소음을 냈습니다. 지하철이 도착할 때 들리는 수준의 소음입니다. 시도 때도 없이 지나가는 오토바이 엔진 소리도 귀를 괴롭혔습니다. 일부 주민은 '조용히 해 달라'는 피켓을 들고 있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관광객이 많아지면 매출이 오를 상인들과 오롯이 거주 목적으로만 사는 주민들의 이해관계가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화마을에 거주하고 있는 상인과 주민은 모두 140여 가구입니다. 이 중 상인을 뺀 거주민들은 전체 가구의 70% 정도로 파악됩니다. 양측 모두 각자의 입장에서 일리 있는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상인들은 "복구하자"는 목소리가 높았고, 일부 주민들은 "이제야 겨우 살만해졌다"며, "다른 벽화도 지워야한다"고 했습니다.  ● 여기에 다른 불씨도 더해졌습니다. 서울시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도시 재생 사업입니다. 이화동은 당초 재개발 지역으로 고층 아파트 건립이 추진됐습니다. 하지만 논의 끝에 '사업성이 없다'며 무산됐습니다. 개발 이익을 기대했던 주민들의 실망도 그만큼 컸겠죠.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기존 건물을 그대로 보존하는 대신 낙후된 환경을 정비하는 재생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띄웠습니다. 상인들은 현재 상태가 보존되는 재생사업을 환영하는 입장입니다. 일부 마을 사람들도 벽화 마을로 동네가 유명해진 뒤 집값이 두 배 정도 올랐고, 가게세도 많이 받게 됐다며 상인들과 같은 입장에 섰습니다. 반면, 또 다른 주민들은 "관광객이 더 많이 올테니 불편함만 더 커질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상업지구'가 아닌 '주거지구'로 지정되면 부동산 가치가 떨어질 것이란 우려도 더해졌습니다. 벽화를 지운 박 모 씨도 이런 주민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 중 한 명이었습니다.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展_스페이스 이끼_2016

이화마을의 갈등은 결국 개발 이익이 골고루 나눠지지 못한 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벽화 훼손을 무작정 '몰지각한 일부 주민의 예술작품 파괴 행위'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그래서 들립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결국 가운데 서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시, 종로구청이 적극적으로 조율에 나서는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벽화 훼손보다 더 폭력적인 방식으로 불만이 표출되는 일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요.   ■ 전병남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展_스페이스 이끼_2016

1. Introduction ● 성북동의 북정마을을 찾은 이방인은 이곳의 진짜authenticity를 볼 수 있을까? 이 의문은 궁핍하고 빈 곳, 폐허를 사람들의 삶 및 생활과 분리시켜 미화하고 스펙터클화 하는 태도에 대해 느끼는 불편함과도 맞닿아 있다. 구경꾼의 눈과 카메라가 취해가는 "영감"은 마을에 어떤 활력을 주는가? 이는 과연 마을 곳곳의 벽보들이 겨냥하는 개발자들과 근본적으로 다른가? 또한 이는 오늘날 개인의 생활을 낱낱이 전시하는 소셜미디어와 힙스터 문화에 대한 자의식과도 연결된다. 스스로도 이러한 혐의를 벗기 어려운 위치에서 비판적으로 질문을 던지고자 일종의 가상의 범죄현장을 구성한다. 북정마을의 입자들grains과 구경꾼의 자취가 증거자료로 제시된다. 2. Method ● 일종의 가짜 수사관이자 이방인의 위치에서 관찰 및 수집을 통해 증거 모으기가 이루어졌다. 수집에 있어서는 바닥에서 줍는 것으로 제한하였으며 한편으로 구경꾼의 소지품들을 허구적으로 구성하였다. 성북예술동 기간 동안은 북정마을의 몇몇 길목에 작은 증거 표식들도 작업의 연장으로 세워둔다. 이 설치가 마을 구석구석을 있는 그대로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역할 혹은 또다른 스펙터클이 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이 마을을 경험하는 방식에 어떤 균열이 일어나길 바란다.

이지윤_당신에게 우리로부터-Crime Scene展_스페이스 이끼_2016

3. Results ● 수집한 입자들은 쓰레기부터 흙, 톱밥 등이 포함되며 북정마을 특정적인 것과 어느 마을에나 있을 법한 것들이 공존한다. 채집하기와 거르고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의 가설이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를 택하고 그렇지 않은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인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일어났을 수도 있다. 4. Discussion / Conclusion ● 수집한 북정마을의 디테일과 입자들을 모아봤을 때 우리는 몇 문장으로 규정되는 이 마을을 어떻게 보게 되는가. 짧은 기간 채집한 과정은 그야말로 아주 작은 현장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범죄 현장에서는 증거를 모아 가해자와 피해자를 지목하기를 목표로 하지만 이 작업에서는 범죄의 주된 요소가 비워져 있다. 이로써 이 작업은 끝내 미완성인 수사일 터이다. ■ 이지윤

이화동 벽화마을의 이면(裏面) [출처 : SBS 뉴스] 원본 링크 :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578859&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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