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宇宙)적 무엇(something)'과의 조우

유지연展 / YOOJEEYON / 兪智緣 / installation   2016_0523 ▶︎ 2016_0602

유지연_우주(宇宙)적 무엇(something)_종이우산, 한지, LED조명, 한지등, 철망, 비즈_가변설치_2016

● 위 이미지를 클릭하면 네오룩 아카이브 Vol.20131117b | 유지연展으로 갑니다.

별도의 초대일시가 없습니다.

관람시간 / 06:00am~08:00pm

뮤온 예술공간 Muon gallery 서울 영등포구 도림로 418 203호 artmuon.blog.me

문강(文江)에 띄운 포자와 종이달: '우주(宇宙)적 무엇(something)'과의 조우 ● 달이 흐르는 문강(文江), 그 세번째 이름을 위한 차연. 유지연 작가의 작업은 마치 수많은 씨앗이 뿌려져 싹튼 다채로운 꽃밭 같다. 처음 너무나 풍성한 그의 작업들을 대하고 어떤 말을 더할 수 있을까 고민하였다. 하여 잠시 고민하다, 어떤 전시장을 처음 방문하거나 작업을 처음 대할 때 초심자가 작가를 궁금해 하는 심정을 상기하여, 이번 글에서 나는 그를 글로 스케치해 보고자하고, 그로부터 현재 시점의 작품을 읽을 단서를 제시하고자 한다. ● 작가와 작품은 별개라 여기는 이들이 많지만, 유지연 작가에게는 삶도 작업도 하나이며 불가분이다. 그녀는 딸을 가진 엄마고, 미술선생님이고 예술가 협동조합으로 출범한 문래 뮤온 갤러리 대표이다. 그의 곁에는 언제나 방금 만났는데도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것 같은 좋은 사람들이 가득하다. 특이하게도, 그는 '지연'과 '혜란'이라는 두 이름을 갖고 있다. 어릴 적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이름 하나를 끝끝내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때로 지연이거나 혜란이거나.. 그는 문자 그대로 불심(佛心)을 자신의 두 이름 지연과 혜란 속에 실천하는, 자신의 말을 인용하자면 '예쁘게 미치는' 것을 생각하는, 유머러스하고, 아름답고, 지적인 작가이다. ● 현재 작년에 이어 한불수교 130 주년 기념으로 여러 행사들이 열리고 있으며, 관련 행사들은 달과 연꽃을 크게 표상했다. 영등포구에서는 영등포 아트홀에서 앤디 윤(Andy Yoon)작 연극 『종이달(La Lune en Papier)』을 공연하며 유지연 작가의 이번 전시도 그 일환이다. 한불수교는 130년 전 '병인양요'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숱한 고난의 시간들, 국제 구호재단이나 아동복지회를 통해 해외로 고아들을 데려가던 과거는, 이제 보다 불우한 다른 장소들을 돌아볼 만큼 바뀌었다.

유지연_우주(宇宙)적 무엇(something)_종이우산, 한지, LED조명, 한지등, 철망, 비즈_가변설치_2016
유지연_우주(宇宙)적 무엇(something)_종이우산, 한지, LED조명, 한지등, 철망, 비즈_가변설치_2016

그의 생각은 여전히 그 자신의 주제인, 꽃씨인 포자에 머무른다. 커다란 종이달과 함께, 철망 철사 구슬로 포자를 표상해 볼 생각이란다. 포자는 꽃의 수분의 필수적 요소이다. 포자를 받아들인 종이달은 빛을 머금는다. 이번 전시에서 유지연 작가는 무엇보다 하얗고 작은 뮤온의 공간을 살리고자 했다고 한다. 또한 모성의 눈물로 빚어진 포자가 우주로 날아가 '어떤 것'과 만나는 상황을 연출해보고자 했다. ● 그는 낯선 것과의 조우, 아픔과 함께 오는 수태의 순간, 귀한 생명의 착상 같은 운명적 조우(encounter)를 연출하고자 했는데, 그것은 그 후 무엇이 만들어질지에 대한 것보다는 "무엇인가 만들어질 것에 대한 가능성의 실험"이라 한다. 유 작가는 말하자면 무엇인가가 일어난, '사건'에 상당하는 만남의 상황을 종이달의 설치로 구현했다. 오색무지개 빛이 은은히 스며나오는 가장 커다란 종이달은 미지의 행성 같기도 하고, 민들레 꽃씨를 닮은 종이우산들로 만들어진 거대한 난자 같기도 하다. ● 나는 이를테면 그것은 빛이 뿜어 나오는 다른 천체와 별들을 지배하는 거대한 모나드에 대한 그림이다..라고 느낀다. 모나드는 실체가 아니어서 체적과 부피를 갖지 않는 것이지만, 삼차원적으로 구현된 이런 그림은 우리가 오로지 상상할 수만 있는, 여타의 다른 작은 모나드들을 지배하는 하나의 거대한 모나드에 대한 비유일 수 있다. 그리고 수정의 순간. 이 거대한 난자에 구슬과 철사뭉치(포자)가 살짝 붙어있는 것은 에로틱하면서 유머러스하다. 유 작가의 말대로 사건에 상당하는 '무언가(something)가 일어난 상황'인 것이다. 그는 "우주란 넓은 집의 극단"이며 "집은 모성이 지켜내야 할 어떤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모성의 근원은 "난자가 정자를 받아들이듯 무엇인가 품어내어 생명을 탄생시키는 일"이라고도 생각한다. 그것은 하나의 조우이다.

유지연_우주(宇宙)적 무엇(something)_종이우산, 한지, LED조명, 한지등, 철망, 비즈_가변설치_2016
유지연_우주(宇宙)적 무엇(something)_종이우산, 한지, LED조명, 한지등, 철망, 비즈_가변설치_2016

이번 전시는 지난 전시들, 심청과 인어공주의 꿈을 그린 『망망(忘望)』展과 『문화, 문명』展의 연장선상에 있다. 2013년의 여덟 번째 개인전 『망망(忘望)』에서 그는 동음이의어의 말놀이를 선보였다. 점과 선으로 수없이 시뮬레이트한 만개한 꽃이 가득한 그리드 구조와 백남준의 오방색을 연상시키는 오방색의 스펙트럼 색띠는 꽃의 본질인 열림을 향해 혹은 그자신의 본질에 닿기 위해, 지연에서 혜란으로..또는 혜란에서 지연으로, 분절하여(articulating) 차이화 하는 '차연화(differenciation)' 과정처럼 보였다. 꽃의 수처럼 수없는 열림인 것이다. 그는 매일매일 점과 선으로 꽃 한송이를 그리는 것을 불교적 수행으로 삼았고, 서로 다른 차원들의 접속을 생각한다. 불교의 가르침에 의탁하여 그자신이 말하듯 연꽃은 세 층위를 아우른다. 어둠과 진흙의 심연에서 물을 거쳐 빛으로, 빛과 공기로부터 물의 깊음에로. 기다림과 떠나보냄의 『망망(忘望)』에서 그러한 차원의 이행을 다루고자 했다. ● 그는 텍스트 기반의 감수성을 갖고 있다. 처음 뮤온에서 만나 튀긴 닭을 놓고 수다를 떨 때 줄곧 고등학교 시절부터 읽었던 문학 얘기만 했다. 국어 선생님처럼. 그는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같은 러시아 문학, 하루키의 『1Q84』, 은하철도 999...를 생각한다. 철이와 메텔은 언제 생각해도 흥미로운 주제다. 그 와중 그의 사유는 일관되게 심청과 인어공주를 맴돈다. 『반야심경』 또한 불교를 공부하는 단체 룸비니 시절부터 지금까지 그만의 방식으로 번안해온 주제이다. 이성도 교수는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을 상기시키는 「망망: 존재의 두 가지 거짓말」을 '화엄 만다라'로 읽었고, 그 또한 백남준의 주제의식과 상응한다. 세 번째 이름. 그는 문(文)이 흐르는 강, 문강(文江)이 되고자 한다. 달빛어리는 '문 리버(Moon River)'처럼 텍스트적 짜임으로 흐르는 문강.

유지연_우주(宇宙)적 무엇(something)_종이우산, 한지, LED조명, 한지등, 철망, 비즈_가변설치_2016
유지연_우주(宇宙)적 무엇(something)_종이우산, 한지, LED조명, 한지등, 철망, 비즈_가변설치_2016

그처럼 그는 꽃, 꽃을 수행해왔다. 어쩌면 꽃이 보여주는 열림 그 자체, 꽃 자체를 살아가고자 수행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꽃이 머금은 공백인 심청을 품는 연꽃잎 같은 그의 나래는 넓다. 꽃송이가 터지듯 혹은 공(void)이 열리듯 지연이 열리고, 열림의 꽃그늘 아래 많은 이들이 잠시 거쳐가거나, 숨쉴 그늘을 얻는다. 그는 이따금 전시 기획을 하는데, 이곳 철의 지역 문래동에서 2015년 11월 문화(文花), 문래꽃과 밥 한 끼를 연결짓는 「꽃밥」 전시를 기획했다. 「꽃밥」에는 작가들로 이루어진 '상상 채굴단' 13명과 철공소 사장님들, 그 외 많은 문래동 식구들이 참여했다. 2016년 문래동 뮤온갤러리 개관전에 이어서 그는 올 2016년 5월에 문예진흥원 문예위원회 위촉으로 대학로 아르코 미술관 스페이스 필룩스에서 사이버 공간의 문학에 대한 전시 『문학 집배원 그 십 년 동안의 감동展』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 전시는 사이버 공간 문학에 대한 문예위의 지난 10년간 아카이브 모음으로, 한국문학 작품들 가운데 가장 사랑받는 문장들 몇 줄씩을 뽑아 이메일로 발송해온 '문학 집배원'의 텍스트와 함께 소박한 일러스트를 곁들였다. 이날 유지연 작가는 어린이날 관련 부대행사로 참여하여 열반을 상기시키는 오렌지색 스카프를 두르고서 선물을 나눠주었다.

유지연_우주(宇宙)적 무엇(something)_종이우산, 한지, LED조명, 한지등, 철망, 비즈_가변설치_2016

이 전시는 아주 작은 전시공간에서 열리지만, 연극과 같은 다른 장르와의 접속과 확장이라는 면에서도 의의가 있다. 뮤온의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프랑스와 서울에서 동시적으로 공연되고 있는 연극 『종이달』은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윤희가 오래 전 자신이 프랑스로 데려갔던 해외 입양아의 어머니를 찾는 소이연을 담은 이야기로, 과거에서 현재까지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교류 상황을 잘 말해준다. 윤희는 자신이 오래 전 외국인 양부모에게 데려다주었던 아이를 찾아간다. 입양되었던 아기 디안과 프랑스 사회에 잘 적응했음에도 단지 아랍인이라는 이유로 사랑을 잃게 되는 청년, 갓난아이를 빼앗겼던 비참한 젊은 시절을 딛고 홀로서기에 성공한 종이작업 작가 영선 등을 그린다. 오래 지속된 한국과 프랑스의 관계를 그릴뿐 아니라, 유지연 작가의 주제였던 연꽃과 잘 맞는 내용이라 여겨진다. 그는 '내가 너와 맺는 관계 그자체가 나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작가이다. 지연에서 혜란으로 또는 혜란에서 지연으로 그리고 달빛 흐르는 문강(文江)으로..너른 집 '우주(宇宙)'를 향해 가는 유지연의 무한 여정에 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고 꽃이 되기를 소망한다. ■ 최정은

Vol.20160523f | 유지연展 / YOOJEEYON / 兪智緣 / installation